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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등원을 결정했다. 아무 조건을 달지 않는, 무조건 등원이다.

놀랍지 않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기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의원직 총사퇴를 떠벌리면서도 사퇴서를 국회의장한테 내지 않는 기묘한 모습에서 이미 알아봤다. 미디어법 강행 처리로 민주주의 조종이 울렸다고 규탄하면서도 지방을 돌며 제한적인 홍보전만 펴는 어정쩡한 모습에서 이미 알아봤다. 민주당은 성의 표시만 하려 했을 뿐, 사생결단할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등원은 시간 문제였다.

그래도 이것 하나는 짚고 넘어가야겠다.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 이런 시점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반드시 짚어야겠다.

헌재 심리는 언급하지 않겠다. 민주당이 자진해서 제기한 방송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한 헌재의 심리과정은 말하지 않겠다. 민주당이 헌재 결정에 거는 기대가 클수록 여론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게 경험칙임에도 불구하고 거론하지 않겠다. 당위명제, 즉 ‘어떤 세력,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된 판단’을 능멸하는 주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절제하겠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이자 정치적인 문제다.

MBC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엄기영 사장 경질 가능성을 공공연히 밝히면서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YTN은 이미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배석규 대표이사가 보도국장을 일방적으로 경질하고 ‘돌발영상’ PD를 대기발령 조치한 데 대해 노조와 기자협회가 극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시점,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투쟁을 거둬들이면 어떻게 될까? 자명하다. 고립된다. MBC와 YTN 사원들이 회사 담장 안에 갇힌다. 민주당 스스로 병참선을 끊어버림으로써 민주당 스스로 규정한 ‘반민주세력’이 ‘민주언론’을 옥죄는 길을 넓혀주는 것이다.

민주당은 아니라고 한다. 국회에 등원한다고 해서 미디어법 원천무효 투쟁을 멈추는 건 아니라고 한다. 국회에 등원해도 원내외 병행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한다.

말은 좋지만 영양가는 없다. 민주당의 무조건 등원 결정 자체가 미디어법 원천무효 투쟁의 김을 뺀다. 미디어법 원천무효 장외투쟁이 역부족이라고 판단해 무조건 등원 결정을 내린 판에 힘을 다른 의안에 분산하면서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원내외 병행투쟁을 끌어내겠다는 건 몽상 아니면 변명이다.

민주당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미디어법 원천무효 투쟁을 물려야 할 만큼 긴박하고도 절박한 문제가 따로 있음을 찾는 것이다. 민주당이 회군할 수밖에 없는 이유,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찾는 것이다.

있을까? 그런 게 있을까? 물론 있다. 정세균 대표가 그러지 않았는가. 3대 위기, 즉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평화 위기 극복을 위해 원내외 병행투쟁을 벌이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대표적인 게 내년 예산안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4대강 사업비 때문에 복지예산 등이 깎이는 건 ‘오해’라며 밀어붙일 태세를 가다듬고 있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절대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외면할 수 없다. 민생과 직결되는 문제니까, 삶의 환경과 직결되는 문제니까 소홀히 다룰 수 없다. 미디어법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 사안 또한 엄청 중요하다.

이렇게 보니 이해할 여지가 생긴다. 이것도 챙겨야 하고 저것도 챙겨야 하는 민주당의 분주함과 번다함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다.

근데 막힌다. 민주당의 처지는 이해하겠는데 민주당의 해법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애당초 그러지 않았는가. 소수 야당의 궁색한 처지 때문에 미디어법을 막지 못했다고, 그래서 국민의 힘을 얻기 위해 장외로 나간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궁색한 처지가 갑자기 달라지기라도 하는 건가? 내년 예산안을 둘러싼 공방에선 민주당의 궁색한 처지가 탄탄한 입지로 둔갑하기라도 하는 건가? 미디어법과는 달리 주도권을 쥐고 정부여당의 일방독주를 제어할 수 있는 건가? 장외투쟁을 스스로 접음으로써 의정주도권을 한나라당에 헌납하고서도 그걸 단번에 되찾을 수 있는 신묘한 비책이라도 숨겨둔 건가? 민주주의 위기 극복을 위한 싸움을 접은 마당에 서민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싸움만은 가열차게 전개할 수 있는 건가?

묻지 말자. 정세균 대표의 기자회견문을 두 번 세 번 정독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민주당의 무조건 등원은 ‘묻지마 등원’이다. 묻지 말라는데 꼬치고치 캐묻는 건 결례다.

Posted by '토씨'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랬던가? 인사는 만사라고…. 맞다. 인사는 만사다.

KBS가 어제 보여줬고, YTN이 오늘 보여주는 일반적인 공식이다. 인사권을 행사하면 조직을 장악하고, 조직을 장악하면 프로그램을 조율할 수 있다. 소리 내지 않고, 탈도 내지 않고 프로그램을 장악하는 데 이처럼 유용한 공식은 없다.

잘 볼 필요가 있다. YTN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배석규 전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원 추천제에 의해 선임된 보도국장을 전격 경질하고, ‘돌발영상’ PD를 3개월 대기발령 조치하면서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YTN 보도내용에 대해서도, ‘돌발영상’의 내용에 대해서도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제도와 규정을 들었다. 보도국장 3배수 추천제는 2003년 체결된 단협에 따른 제도로 2년 효력이 끝나 더 이상 지킬 이유가 없다고 했고, 대기발령 조치는 형사 기소된 사람에 대해 대기발령을 낼 수 있도록 한 사규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런 모양새를 취하면서 피해가고 있다. 인사 조치를 프로그램 간섭, 제작 간여와는 상관 없는, 통상적인 인사권 행사로 치장하고 있다.


KBS도 그랬다. 이병순 사장이 본부장급을 물갈이하고 일선 기자와 PD 인사를 단행하고, 프로그램 진행자를 교체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가 거의 없다. 프로그램에 대한 호오를 세세하게 밝히지 않았다. 간부와 기자․PD에 대한 인사를 사장 교체에 따른 인사권 행사 차원으로 포장했고, 진행자 교체를 제작비 절감을 위한 경영권 행사 차원으로 묘사했다.

덕분에 피해갔다. 특정 프로그램이 폐지돼도, 특정 프로그램의 제작방향이 틀어져도 국민적 논란거리가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 그것을 새로운 제작진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른 것으로 치장한 덕에 프로그램에 대한 정치적 간섭 논란을 잠재울 수 있었다.

다르지 않다. KBS가 어제 보여줬고 YTN이 오늘 보여주는 공식은 본질상 같다. 차이는 시차뿐이다. KBS가 구현한 공식을 YTN이 뒤늦게 따라하는 것일 뿐이다. ‘낙하산’이란 태생적 한계 때문에 인사권의 정당성을 온전히 향유하지 못했던 구본홍 사장이 물러난 덕에, ‘낙하산’ 멍에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배석규 전무가, 게다가 ‘토착’ 인사로서 사내 구성원에 대한 장악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배석규 전무가 뒤늦게 공식을 적용하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일반화하지는 말자. 사측의 일방적인 전략을 만사형통의 비법으로 격상시키지는 말자. 작용엔 반작용이 따른다. 

지켜볼 필요가 있다.

KBS의 어제가, YTN의 오늘이 MBC의 내일이 될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방송문화진흥회가 편향된 인사로 채워졌어도 엄기영 사장 체제가 버티면 KBS와 YTN 모델은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에 엄기영 사장 체제가 존속돼도 인사권 행사과정에 방문진 입김이 스며들면 KBS와 YTN 공식은 적용된다.

KBS 노조가 막지 못한 전가의 보도를 YTN 노조가 막아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KBS 사원은 노조와 ‘사원행동’으로 양분돼 전열을 모으지 못했지만 YTN 사원은 사원 대다수가 ‘구본홍 퇴진 투쟁’으로 전열을 갈고 닦았다. KBS는 기존 규정 틀 안에서 인사권을 행사해 노조(와 사원행동)의 입지를 좁혔지만 YTN은 단협 자동갱신 관행을 일방적으로 무시해 노조의 활동공간을 넓혔다. 

KBS와 YTN은 말하지 않았지만 MBC는 말한 것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신임 방문진 이사 몇 명이 대놓고 말했다. MBC의 특정 프로그램이 편향돼 있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방문진 이사가 왜 개별 프로그램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느냐는 반박에도 불구하고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KBS와 YTN이 ‘조용한 전쟁’을 벌인 반면에 MBC는 ‘시끄러운 전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어제가 오늘의 발판이 되고, 오늘이 내일의 모델이 될지 모른다. YTN 노조가 KBS 노조(와 사원행동)의 극복 대안이 될지 모르고, MBC 방문진의 섣부른 언사가 자충수가 될지 모른다. 

▲사진 출처=오마이뉴스

Posted by '토씨'

믿자. 여권 사정에 상대적으로 정통한 조중동이 한 목소리를 내는 걸 보니 믿어도 될 것 같다.

구본홍 YTN 사장은 “사실상 경질(중앙일보)”된 것이라고 한다. 그의 전격 사퇴는 “노조와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경영진의 인사권 등을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지적 때문(동아일보)”이라고 한다. 구본홍 사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를 선언했지만 여기에 정부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조선일보)”이라고 한다.

조중동의 분석대로라면 정부가 뭔가 작심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게 뭘까? 취임한 지 1년 밖에 안 된 구본홍 사장을, 그것도 노조와의 오랜 갈등을 일단락 짓고 회사를 일단 안정화 시킨 구본홍 사장을 갑자기 “경질”한 이유가 뭘까?

‘조선일보’는 민영화를 전망한다. 공기업의 지분 38%와 KT&G의 지분 19.95%의 매각을 촉발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중앙일보’는 구본홍 사장보다 더 강성의 인사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방송법 개혁 등으로 격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YTN을 지금처럼 방치해 놓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더 센 사장을 앉힐 것이라고 내다본다.

능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미디어법 강행 처리 이후의 수순을 생각하면 기정사실에 가까운 시나리오다. 구본홍 사장 사퇴는 '쓰나미' 급의 방송판 흔들기 시나리오의 서막이다.


강성 인사를 사장에 앉혀 노조를 ‘진압’하고 민영화를 추진하면 본보기가 된다. YTN 뿐만 아니라 여권이 ‘노영방송’으로 규정하는 MBC에도 본보기가 된다. 본보기가 될 뿐만 아니라 지렛대가 되기도 한다. YTN을 상대로 ‘노조 진압 후 민영화’ 시나리오를 실현시키면 MBC를 고립시키면서 MBC 내부에서 대세에 순응하는 움직임을 촉발시킬 수 있다.

하지만 위험하다. 오히려 이 시나리오가 화를 부를 수도 있다. YTN을 지렛대 삼아 MBC를 고립시키는 게 아니라 YTN과 MBC 노조의 연대투쟁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 두 노조가 동병상련의 이해공동체로 묶여 강력한 저항전선을 펴는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 게다가 미디어법 원천무효 100일 투쟁에 돌입한 민주당은 물론 시민단체와 연합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빠져들지 모른다.

모를 리 없다. 정부가 이 같은 상황을 가정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런데도 밀어붙이려 한다. 도대체 뭘 믿고 돌파 태세를 갖추는 걸까?

힘이다. 정부는 힘이 세고 민주당과 방송 노조는 힘이 약하다고 정부는 판단할 만하다. 민주당이 미디어법 원천무효 100일 투쟁에 들어갔지만 전면전을 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판단할 만하다. 너른 들판에서 진을 펴는 전면전이 아니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유격전을 펴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세 규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할 만하다.

금상첨화다. 이런 상태에서 헌법재판소가 정부 손을 들어주면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다. 민주당 등이 제기한 방송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날로 민주당의 100일 투쟁은 동력을 잃는다. 더불어 방송노조의 병참선도 끊긴다. 정부가 쐐기를 박을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확보하는 것이다.

하나 더 있다. 불가피성이다. 정부에겐 내친 김에 달려야 하는 사정이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공언했다. 연말까지 복수의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했다. 맞춰야 한다. 방송통신위가 실제로 이 일정표에 따라 일을 진행하려면 사전에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시장에 내놓을 채널 수를 정리해야 한다.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나아가 지상파까지 합쳐 몇 개를 시장에 내놓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그래야 고객으로 하여금 채널별로 주판알을 튕길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정치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내년 지방선거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 점을 고려하면 방송판 정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쇠뿔도 단김에 빼는 심정으로 밀어붙여 상황을 조기에 매듭짓고 여론지형을 조기에 정비해야 한다.

변수는 별로 없다. 정부의 앞길을 막을 장애물은 따로 없다. 헌법재판소가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는,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를 제외하면 변수는, 아니 관건은 오직 하나다. 역시 힘이다.

민주당의 100일 투쟁은 10월 중순이면 끝난다. 실무절차를 감안하면 정부의 방송판 흔들기도 이때 쯤이 돼서야 본궤도에 오를 것이고, 방송 노조의 저항도 그에 맞춰 정점을 찍을 것이다.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민주당이 100일 투쟁을 통해 유격전을 전면전으로 전환시킬 만큼의 세를 모을지가 관건이다. 방송노조의 저항이 시청자들에게 방송장악 우려를 각인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10월이다. 이 때가 되면 방송판과 정치판의 윤곽이 드러난다.

▲사진 = 사퇴를 전격 선언한 구본홍 YTN 사장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방관

“어떻게 보세요?”
“길게 봐야 하지 않을까요? 언론과 싸워 이기는 정권을 보지 못했으니까요.”
“그건 언론이 똘똘 뭉쳐 싸울 때의 이야기 아닌가요? 지금은 상황이 전혀 그렇지 않은데….”

어제 술자리에서 만난 한 기자는 최근의 언론상황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겪었던 일을 털어놓더군요.

성명서를 채택하려고 했답니다. 자기 출입처 기자들의 서명을 받아 노종면 YTN노조위원장 구속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려고 했답니다. 하지만 무산됐다고 합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자기 회사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성명서 발표 타이밍을 놓쳤다는 이유로 상당수 기자들이 성명서 채택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일선기자들의 이런 정서는 지면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대다수 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않습니다. 노종면 위원장의 구속 사실을 단신으로, 그것도 사건기사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언론 탄압에 공동대응해야 할 언론이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는 겁니다.

내전

일부 언론이 성토했습니다. ‘PD수첩’이 의도적인 오역과 과장으로 광우병의 위험성을 부풀려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고 이것이 결국 촛불시위로 이어졌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PD수첩’ 제작진을 사법처리하라고 촉구했고 수사가 왜 지지부진하냐고 다그쳤습니다. ‘PD수첩’ 보도는 사법처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임수빈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의 소신이 공개되자 그의 이력까지 들추며 공격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주단을 깔았습니다. 이춘근 PD를 체포하고 제작진 6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초강경 수사가 거침없이 전개되도록 길을 다졌습니다.

언론 자유를 합창해야 할 언론이 언론 탄압을 선도한 겁니다.

자박

언론이 이념과 정파에 따라 갈가리 찢겨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언론이 첨병이 돼 세력 대리전에 나서고 있는 점도 인정합니다. 언론계에도 진영간 대결논리가 횡행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인정합니다.

언론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극심한 경영난에 생존논리가 득세하고 있다는 점도 알고 있습니다. 진영간 대결에 괜히 한 발 걸쳤다가 정권 눈 밖에 나 장사까지 망치는 걸 경계하고 있다는 점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합니다. 아무리 지지고 볶더라도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덕목이 있습니다. 일관성과 보편성입니다.

‘PD수첩’을 공격한 일부 언론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들여다보고자 했던 건 ‘PD수첩’의 정치적 의도입니다. 의도적으로 오역해, 의도적으로 국민 공분을 야기하고, 의도적으로 이명박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으려 했던 정치적 음모입니다. 그렇다고 칩시다. 그럼 왜 YTN의 정치사장에 대해선 침묵하는 건가요? 이명박 캠프 방송 특보가 버젓이 낙하산 타고 내려왔는데 왜 성토하지 않는 건가요? 공정해야 할 방송 프로그램에 정치적 의도를 담은 제작진은 처벌받아 마땅하다는 논리를 펼쳤으면, 공정해야할 방송사에 정치낙하산이 강림하는 걸 온몸으로 막으려다 처벌받은 노조위원장을 변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전례가 잘못 잡히면 광풍을 불러올지 모릅니다. 명예훼손 사건의 경우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재판)한다는 통례가 무너지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방법으로 구속이 애용될지 모릅니다. ‘정치적 의도’란 객관적 검증이 불가능한 사유를 들어 사법처리가 이뤄지면 힘 있는 자들의 언론 덧씌우기가 횡행할지 모릅니다. 정치 낙하산 강림을 방조하면 언론계가 고르게 다져진 낙하장이 될지 모릅니다.

결과는 자박입니다. 한 푼짜리도 되지 않는 진영논리와 생존논리를 앞세우면 내부를 교란하고 외침의 길을 열어줍니다. 제 스스로 결박하고 제 스스로 궁지로 내몹니다.

Posted by '토씨'

할 말이 태산 같지만 건너뛰련다. 사법기관의 조치를 그대로 받아들이련다. 이춘근 ‘PD수첩’ PD를 체포하고 노종면 YTN노조위원장을 구속한 검찰과 경찰의 조치를 그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법치의 구현으로 전제하련다.

검찰과 경찰이 강변했다.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춘근 PD는 검찰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노종면 위원장도 경찰이 우편으로 보낸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PD수첩’ 제작진의 경우 출석에 불응하는 것은 물론 취재자료 원본 제출까지 거부해 압수수색이나 강제구인도 검토한다고 했다.

꼭 이만큼만 하기 바란다. ‘장자연 리스트’에 올랐다는 언론사 대표에 대해서도 꼭 이만큼만 수사하기 바란다.

사법기관이 강조하는 ‘법치’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강제수사는 불가피하다. 도주는 몰라도 증거인멸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미디어오늘’이 보도했다. 장 씨 유족에 의해 고소된 일간지 대표가 자사 기자들에게 “전혀 사실이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단다. ‘한겨레’가 보도했다. ‘장자연 리스트’에 대표의 이름이 오른 신문사 간부가 “지난 9일 밤 ‘노컷뉴스’ 취재진 2명이 전 매니저 유 씨를 직접 만나 문건내용을 확인하는 자리에…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종합하면 이렇다. 한편으론 사실관계를 부인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개인 차원을 넘어 언론사가 이렇게 대응하고 있다.

이것처럼 유력한 정황은 없다. 증거인멸 또는 수사방해의 소지를 의심하는 데 이것처럼 유력한 정황은 없다.

강제수사 여부를 결정하는 데 혐의내용은 주요변수가 되지 않는다. ‘PD수첩’이나 YTN노조, 그리고 ‘장자연 리스트’는 혐의 농도면에서나 사법처리 절차 면에서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세 건 모두 형사고소로 시작됐다. 'PD수첩‘은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하면서, YTN노조는 사측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장자연 리스트‘ 또한 유족이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한 상태다.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다를 바가 없다. 아직까지는 고소인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혐의에 불과하다. 더구나 ’PD수첩‘의 경우 1차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의 임수빈 전 부장검사가 사법처리 불가 입장을 피력한 일까지 있다.

다른 게 하나 있긴 하다. 혐의의 질이 다르다. ‘PD수첩’과 YTN노조가 언론자유와 연관된 문제라면 ‘장자연 리스트’는 인권유린과 연결된 문제다. 전자가 ‘확신범’ 범주에서 조망될 수 있다면 후자는 ‘파렴치범’ 차원에서 조사될 문제다.

명약관화하다. 더 세면 셌지 덜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게 ‘장자연 리스트’ 수사다.

▲사진=고 장자연 씨(위)와 노종면 YTN노조위원장 ⓒKBS&YTN노조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웃고 있을까? 이병순 KBS사장은 노조 선거결과에 흡족해 하고 있을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언론의 표현을 빌리면 노조 정・부위원장으로 당선된 사람은 ‘친사장파’다. 이병순 사장이 서운해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잠깐이다. 짧은 기쁨 뒤에 만성 두통에 빠져들게 돼 있다.

숙제를 풀어야 한다. 정연주 전 사장을 몰아냈던 논리이자 이병순 사장 '투하'의 논리이기도 했던 방만・부실경영을 일소하는 일에 착수해야 한다. 노조 선거까지 치렀으니, 그 선거 결과 '친사장파'가 당선됐으니 더 미룰 수가 없다. 이미 예고한대로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누구일까? 대규모 구조조정의 1차 대상이 될 사원들이 누구일까? 두 부류로 추릴 수 있다. 기술직과 시니어그룹이다.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 방송으로 바꾸는 작업이 속도를 내면 낼수록 유휴인력은 많아진다. 방송 콘텐츠를 생산하는 직종이 아니라 방송 시스템을 운용하는 직종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유휴인력이 발생한다. 그 직종이 바로 기술직이다.

방대한 조직을 슬림화하면 할수록 잉여인력이 많아진다. 두 팀을 한 팀으로 통합하고 세 개 부서를 한 개 부서로 축소할수록 ‘장’ 직함은 반비례해서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의 가치 또한 줄어든다. 그 대상이 바로 시니어 그룹이다.

이들부터 쳐내야 한다. 이병순 사장이 진정으로 방만・부실경영을 털어내고자 한다면, 사심없이 구조조정을 하고자 한다면 이들에게 칼을 대야 한다.

하지만 어렵다. 기술직과 시니어 그룹은 이병순 사장의 강력한 지지기반이다. 노조의 주축세력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칼을 겨누는 순간 이병순 사장의 회사 장악력은 떨어진다. 노조의 지원도 줄어든다.

이러면 어떨까? 노조가 이병순 사장의 구조조정을 묵인하면, 구조조정 명단에 기술직과 시니어 명단 '일부'가 포함되는 것을 눈감아주면 어떻게 될까?

그럼 이병순 사장의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겠지만 더불어 다른 곳에서도 탄력이 붙게 된다. 노조 지지자 '일부'에서 거센 항의와 반감이 나타날 수 있다.  

겨우 66표 차로 당선된 노조다. 이런 노조가 지지층 '일부'의 이반을 방기하면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롱런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51과 49의 산술적 차이는 크지 않지만 정치적 차이는 엄청나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해법을 사내에서가 아니라 정치권에서 구하는 길이 있다. 여권에 호소해 수신료 인상을 따내는 길이 있다. 가장 효율적이고도 가장 빠른 길이다.

하지만 이 방법 또한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여권의 지원을 끌어내려면 명분을 줘야 한다. 정부와 한나라당에 수신료 인상 명분을 줘야 한다. 그 명분이 바로 구조조정이다. KBS 노력이 가상하니 이제 선물을 줘도 된다고 한나라당이 대놓고 얘기할 수 있게 하려면 먼저 자기부터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쉽지 않다. 힘없고 ‘빽’없고 급여조차 많지 않은 계약직을 칼질하는 정도로는 ‘자기희생’을 주장할 수 없다. 자기희생의 극적 모습을 연출하려면 ‘자해’해야 한다. 정규직을 손대고 지지세력을 쳐내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어차피 물고 물리게 돼 있다. 이게 이병순 사장의 처지다.

마지막 남은 한 가지 요소, 국민 여론은 어떨까? 여권이 눈 딱 감고 수신료를 올려주려고 하면 국민이 순순히 응할까? 기대할 바가 못 된다.

KBS는 스스로 문을 닫고 말았다. 노조 선거를 기점으로 국민과의 소통창구를 스스로 닫고 말았다. 이병순 사장이 어떤 일을 벌이든 사원들은 공정방송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쇼윈도를 없애버렸고,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심정으로 수신료 인상에 동의해 달라고 호소할 확성기를 없애버렸다.

YTN을 보면 안다. 낙하산 인사가 사장실을 꿰차도, 대표 프로그램이 불방 돼도 국민이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 이유를 보면 안다. 노력하고 있다고 믿는다. 방송통신위의 징계와 회사측의 고소・고발을 마다하지 않고 방송을 지키려는 사원들을 믿는다. 그런 사원들의 대열이 유지되기만 하면 방송의 본령을 세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KBS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 생명줄을 스스로 끊어버렸다.

▲사진=KBS노조 선거 개표장면 ⓒ미디어오늘

Posted by '토씨'

백약이 무효다. 백가가 합창해도 쇠귀에 경 읽기다.

경제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경질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언론계 인사도 그렇다.

‘연합뉴스’의 최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에 최규철 전 동아일보 논설주간을 내정했다고 한다. 신문유통원장에 임은순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을 내정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언론특보를 지낸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또 다시 언론계에 ‘낙하산 투하’하려고 한단다.

이로써 분명해졌다. YTN사태의 해법은 없다. 청와대가 물러설 가능성은 없다.

100일 넘게 싸우고 있다. YTN 사원들이 이명박 후보 방송특보를 지낸 구본홍 씨를 사퇴시키기 위해 투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YTN 사원만이 아니라 언론계와 학계·시민사회단체가 모두 나서 ‘낙하산 사퇴’를 외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또 다시 낙하산 투하를 준비하고 있다. 이게 뭘 뜻하겠는가. 귓등으로도 들을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 ‘구본홍 사퇴’는 말할 것도 없고 ‘낙하산’ 주장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 뜻을 공공연히 천명한 것이다.

사실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구본홍 씨를 두고 ‘낙하산’이라고 비난하는 데 대해 청와대가 그랬다. 그는 ‘낙하산’이 아니라 ‘방송전문가’라고 했다.

청와대의 인식이 이러니 구본홍 씨를 상대로 자진사퇴를 권유하는 일은 기대할 수 없다. 유능한 ‘방송전문가’가 사원들의 ‘억지 주장’에 밀려 사퇴하면 인사를 한 사람의 체면이 구겨지고 인사 원칙이 흐트러진다. 

청와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구본홍 씨가 알아서 물러나는 일도 기대할 수 없다. 청와대가 판박이 인사를 내놓으며 의지를 추스르고 있지 않은가. ‘방송전문가’가 무릎 꿇으면 ‘뉴스전문가’와 ‘신문전문가’에 도미노 영향을 준다. 하나의 선례가 되고 하나의 기준이 된다. 구본홍 씨는 물러나지 못한다. 본인이 그렇게 하고 싶어도 청와대가 뜯어말릴 판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니 비로소 보인다. YTN사원이 왜 지구전을 펴는지 그 이유를 알만하다.

질긴 쪽이 이기게 돼 있다. 힘 대 힘의 대결구도로 치달을수록 성패는 지구력에서 갈리게 돼 있다. 끝까지 버티는 쪽이 이기게 돼 있다. YTN 사원은 지금 그 길을 가고 있다. 파업투쟁을 아껴둔 채 이른바 게릴라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질기게 싸우기 위해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럼 청와대는 어떨까? YTN사원의 게릴라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배수진을 치고 있다. 퇴로를 닫은 채 방어에 전념하고 있다. 상대가 지치기만을 기다리면서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위험하다. 배수진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격퇴 비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세력을 일거에 내칠 수 있는 반전의 비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밀린다. 밀려서 물에 빠지게 된다.

청와대와 구본홍 씨는 그 비책을 갖고 있을까? 한 번 썼다가 반발만 산 사원 징계 방법 말고 다른 비책을 갖고 있을까?

▲사진 =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구본홍 씨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