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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뚱맞지만 다시 던지자. 이런 질문이다.

박근혜계는 정말 ‘여당 속의 야당’인가?

묻는 이유가 있다. 이런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적 컨트롤이 되지 않고 있는 야당을 상대로 협상과 타협은 한계점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든다…이제 더 이상 기다리게 되면 국민들에게 무능한 집권당으로 낙인찍히게 될 위기다. 남은 기간 동안 특단의 대국민 홍보과정을 거친 뒤 결단을 내려 우리의 갈 길을 가야 한다.

민주당이 미디어법 4자회담을 하자고 주장했지만 대화를 하는 것처럼 시간을 끌어서 기간을 넘기려고 하는 것이 그들의 전통적 수법이므로 이번엔 단호히 처리해야 한다.

미디어법은 당연히 이번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이번에도 해결 못하면 국민들이 집권당의 능력을 어떻게 바라보겠느냐.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1년 6개월 유예’가 당론인데 이를 ‘1년 유예’로 양보한다면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시간으로 충분치 않다.

분기와 결기가 뚝뚝 묻어나는 발언들의 주체는 이명박계가 아니다. 김무성-이경재-홍사덕-박종근 의원이다. 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중진들이다.

확인된다. 차이가 없다. 이명박계가 가재라면 박근혜계는 게다. 이들이 으르렁대는 건 영토 안에서 땅따먹기 싸움을 할 때뿐이다. 영토 밖에 나가면 이들은 혈족이요 같은 편이다.

사실 새로운 발견이 아니다. 박근혜계의 ‘허리’가 아니라 ‘머리’가 이미 실체를 드러낸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3월 2일 한나라당 농성장에 나타나 “한나라당이 많이 양보했으니 미디어법 처리 시기는 야당이 양보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을 거든 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대운하와 수도권 규제완화 등의 사안에 대해 박근혜계가 다른 시각을 보여왔다고 평가하지만 부질없는 소리다. 오히려 더 크게 다가오는 건 이명박 정부는 잰걸음을 놓는데 박근혜계가 태클을 걸지 않는 장면이다.

당연한 현상인지 모른다.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계 중진들의 ‘이구동성’에 대해 “정치를 오래하다 보면 서로 상황 인식이 비슷해진다”고 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정치를 오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디서 정치를 오래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명박계와 박근혜계는 같은 정당, 같은 지지기반에서 정치를 하다 보니 같은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평범하다. 이 같은 진단은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정치 상식에 속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상식 밖’의 진단이 무수히 쏟아졌고, 지금도 무수히 쏟아진다. 박근혜계의 선택에 따라 국정의 방향이 달라지고 정책이 수정될 것처럼 묘사했고, 묘사한다. 이렇게 묘사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의 주가를 띄우고 박근혜계의 색깔을 조절한다.

왜일까? 왜 이렇게 착시현상이 난무하는 걸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박근혜 전 대표의 ‘침묵행보’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 ‘침묵 끝의 짧은 한 마디’가 어차피 ‘동색의 초록’이라면 그 궁금증은 말초적인 흥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가장 일반적인 분석, 즉 박근혜계의 거취에 따라 한나라당의 전열이 달라지고, 이명박 정부의 국정 집행력이 좌우된다는 분석 또한 설득력이 없다. 어차피 ‘가재는 게 편’이라면 박근혜계의 거취가 속도를 약간 조절할지는 몰라도 방향을 트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

박근혜계에게 ‘여당 속의 야당’이란 지위를 선사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유가 없을뿐더러 폐해가 심각하기까지 하다. 박근혜계를 그렇게 묘사할수록 신기루가 퍼진다. 한나라당 안에 중심을 잡아주는 저울추가 있는 것처럼, 한나라당 안에 미련의 여지가 남아있는 것처럼 비쳐진다.

너무 거친가? 센티미터 눈금자를 갖다대야 할 미세한 정치공학문제에 킬로미터 눈금자를 갖다대는 걸까?

그렇다고 치자. 이렇게 인정하고 일반적인 분석틀로 돌아간다고 치자. 그렇다고 뭐가 달라질까? 없다.

박근혜계의 중진들이 ‘합창’을 하는 현실이라면 MB입법 전열에 균열이 발생할 여지는 없다. 이명박계 대 박근혜계라는 구분법 또한 의미를 획득하지 못한다.

▲사진=지난 3월 2일 한나라당 농성장을 찾은 박근혜 전 대표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정말 기대된다. 6월 국회에서 어떤 모습이 펼쳐질지, 쇄신을 목 놓아 외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벌써부터 흥미롭다.

국정쇄신은 유행어가 됐다. 한나라당 안에서 쇄신 논의가 물꼬를 트면서 국정쇄신이란 단어는 감초가 돼 버렸다.

국정쇄신이란 체언에 붙이는 용언은 찬란하다. 어제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쏟아진 말들만 봐도 그렇다. “가진 자, 부자만을 위한 정책처럼 비춰진 측면은 분명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 “기업을 위해 20조원이 넘는 감세를 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등을 추진하면서 어떻게 부자정권이 아니라고 하겠느냐”라는 주장, “무엇보다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펴야한다”는 주장이 속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모습이 이반된 민심의 핵심”이라는 주장, “국민의 관심사는 이명박 대통령이 독선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라는 것”이라는 주장도 도열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쇄신을 주장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결기가 이 정도인데 어떻게 ‘악법’ 논란을 빚는 MB입법에 거수기로 동원될 수 있겠는가. 어떻게 일방통행식 의정의 방임자로 짓눌릴 수 있겠는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멍석은 이미 깔렸다. 한나라당 쇄신특위가 ‘강제적 당론’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쇄신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 쇄신안을 따르면 된다. ‘강제적 당론’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의 받침대였음을 통찰하고 ‘강제적 당론 금지’ 멍석 위에서 쇄신의 몸짓을 맘껏 펼치면 된다.

멀지 않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쇄신 의지가 소신 투표로 이어져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에 제동을 걸 날이 멀지 않았다. 6월 국회가 열리는 날이 바로 그 날이다.

한나라당 원내지도부가 필(必) 처리법안을 선정했다. 민심과의 소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미디어법, ‘가진 자, 부자만을 위한 정책’의 바로미터가 될 금산분리완화법, ‘서민들을 위한 정책’의 시금석이 될 비정규직법 등을 필 처리법안에 포함시켰다. 필 처리법안이란 이름으로 ‘강제적 당론’을 관철시킬 태세를 갖췄다.

반대할 것이다. 국정쇄신을 외치는 기개로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미디어법은 국민과의 소통을 가로막아 독선적 국정운영을 더욱 심화시킨다고 반대할 것이 분명하고, 금산분리법은 ‘가진 자, 부자만을 위한 정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극소수 재벌만을 위한 정책’이라고 반대할 것이 분명하며, 비정규직법은 ‘서민들을 더욱 못 살게 구는 정책’이라고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

행여 원내지도부가 법안 처리에 협조를 당부하면 그건 ‘강제적 당론’이라고 손사래 치고 걸어다니는 헌법기관의 자율성을 짓밟는 독선적 의정운영이라고 도리질 할 것이 분명하다.

역시 보기 나름이다. 만발한 기대감으로 바라보니 새롭게 보인다.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기개를 보다보니 국정쇄신의 지름길이 포착된다. 굳이 요구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국정은 의정이 담보돼야 이뤄지는 일, 국정을 쇄신하고 싶으면 의정을 쇄신하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독선적이라면 의정운영을 민주적으로 하면 된다. 의정에서부터 소통을 구현하면서 민심과 교류하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

정말 기대된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6월 국회가 개봉되면 알게 된다. 한나라당 쇄신 주장의 작품성이 어느 정도 되는지.


▲사진=국정쇄신 주장이 빗발친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 ⓒ한나라당

Posted by '토씨'

한나라당의 김무성 의원이 말했다. 박근혜계의 좌장인 그가 청와대 오찬모임이 끝난 지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대통령 임기 1년 동안은 조용하게 협조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일체의 소리를 내지 않고 협조를 해왔다”고 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 왜 비협조적이냐고 비판을 했다며 “2월 국회가 끝나면 건전한 비주류로서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해석의 여지는 없다.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이다. 제 갈 길 가겠다는 뜻이다. 여차하면 주류와의 정면대결도 불사하겠다는 뜻이다.

특별한 말은 아니다. 어차피 ‘여당 속 야당’ 길을 걸어온 박근혜계다. 제 목소리 내고 제 갈 길 가겠다는 얘기에 새로운 건 없다.

눈길을 끄는 건 시점이다. ‘마이 웨이’의 시작점을 2월 국회 종료 때로 설정한 게 도드라진다. 왜일까? 왜 이 때일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 여권의 계획대로라면 2월 국회는 MB입법을 마무리하는 국회다.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선 국정의 기초를 닦는 국회이고, 한나라당 입장에선 ‘필수과제’를 털어내는 국회다. 이 점이 중요하다. 2월 국회에서 MB입법을 마무리하면 한나라당은 한시름 놓게 되고 박근혜계 입장에선 싸워볼 여지가 생긴다.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부담감을 떨쳐내고 당내 투쟁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이 창출된다.

둘. 2월 국회가 끝나면 한나라당은 정비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4월 재보선 결과까지 반영하면서 당 지도부 전체를 물갈이하는 대규모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귀국한다. 이게 문제다. 그의 귀국이 한나라당 정비의 성격과 폭을 규정할지 모른다. 박근혜계를 포위·압박하는 방향으로 당 정비 방향을 몰아갈지 모른다. 김무성 의원이 지난해 말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귀국을 ‘전쟁선포’로 규정하면서 “신발끈을 동여매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 김무성 의원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어떨까? 박근혜계와 이명박계는 정말 일전을 불사할까? 일전을 불사하면 결과는 어떻게 나타날까?

이르다. 결과를 예측하는 건 너무 빠르다. 결과보다는 오히려 전제를 먼저 되짚는 게 생산적이다.

김무성 의원은 ‘2월 국회 종료=MB입법 마무리’를 전제해 놓고 있지만 이게 어그러질지 모른다. 야당의 반대도 반대이지만 무엇보다도 박근혜 전 대표가 MB입법의 ‘과정’과 ‘국민적 공감대’를 언급한 점이 크다. 이 발언이 한나라당의 속도전에 브레이크를 걸고 그 결과 MB입법이 미완으로 끝날 수도 있다.

이러면 날카로워진다. 이명박계의 심기가 사나워지고 박근혜계에 대한 공세가 매서워진다. ‘통합’ 명분에 밀려 대놓고 싸우지 못하던 이전 태도를 벗어버리고 ‘책임’을 묻는 초강경 태세로 나올 수 있다. 과연 이런 공세를 박근혜계가 막아낼 수 있을까?

방어막은 있다. 4월 재보선이다. ‘미니 총선’이 될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지 못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약화되고 한나라당의 내부 동요는 커진다. 그래서 필요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 파워’를 용도폐기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답보 또는 하락세를 보이면 보일수록 ‘박근혜 효과’의 효용성은 커진다.

사정이 이렇다. 유동 요인이 너무 많다. 전쟁 발발 요인과 전쟁 억지 요인이 혼재돼 있고, 화력의 세기를 좌우할 요인 또한 어지럽게 널려있다.

전망은 미루는 게 낫다. 선수들은 아직 경기장에 나오지도 않았다. 락커룸에서 몸을 풀고 있을 뿐이다. 천천히 기다리고 찬찬히 살펴도 된다. 선수들이 출발점에 섰을 때, 2월 국회의 끝이 보일 때 그 때 가서 전망을 해도 늦지 않다.

어차피 싸움의 본질은 ‘계파의 이익’이다. 관중까지 덩달아 다급해할 필요가 없다.

▲사진=김무성 한나라당 의원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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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오락가락한다. 오전 다르고 오후 다르고,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어제 오전만 해도 분명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나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조기 경질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김석기 청장에게 지휘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크다”며 “(문책이)설 이전으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했다.

오후엔 완전히 달라졌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조기 경질 가능성을 일축했다. “특정인의 거취가 핵심인 것처럼 부각되는 것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논의가 아니다”라고 했고 “시점을 놓고 (경질) 돼야 한다는 주장이나 논거는 지나치게 앞서가는 것”이라고 했다.

오늘 아침 소식은 또 다르다. 청와대가 오늘 국회에 제출할 인사청문 요청서에서 김석기 내정자의 것은 빼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내정자가 용산 참사에 직접적인 법적 책임은 없을지라도 지휘권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은 불가피한 만큼 검찰의 진상조사결과 발표가 나온 뒤 설 연휴 이후 김 내정자가 자진사퇴할 수 있다"고 전했다.

곡절이 있다. 이렇게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시간과 정서다.

질질 끌면 MB입법이 차질을 빚는다. 김석기 내정자의 거취를 둘러싼 공방이 장기화 되면 야당에 빌미를 주고 입법전쟁의 형세는 불리해진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김석기 내정자를 내쳐 ‘용산 참사’의 후폭풍을 잠재워야 한다. 아무리 늦어도 2월 중순까지 ‘용산 참사’의 여진을 해소하고 2월 말의 입법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곤란하다. 이렇게 하면 MB입법의 조건은 창출될지 모르지만 다른 데서 구멍이 뚫린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의 말을 빌리면 올 봄에 대졸 실업자와 부도 난 중소기업 직원들이 체제위협세력이 돼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려면 경찰의 사기를 진작시켜야 한다. ‘강철 같은 경찰대오’를 유지해 혹여 발생할지 모를 ‘제2의 촛불시위’에 대비해야 한다. 이 점을 고려하면 일방적으로 자를 수 없다. 김석기 내정자를 매몰차게 자르면 경찰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진다. 몸 바쳐 일했더니 돌아오는 건 경질뿐이더라는 정서가 경찰 내에 퍼지면서 복지부동의 행태를 야기할지 모른다.

이게 곡절이다. 청와대가 오락가락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절충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두 개의 떡을 양손에 움켜쥘 여지는 없어 보인다. 도 아니면 모의 심정으로 어느 하나를 골라야 할 거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니다. 청와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절충방법이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자진사퇴’란 말이 웅변한다. “검찰의 진상조사 결과 발표가 나온 뒤 설 연휴 이후 자진사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 가리킨다.

김석기 내정자가 그렇게 해주기만 하면 얼추 꼬인 문제를 풀 수 있다. 그의 퇴진은 ‘용단’이 되고 경찰의 사기 저하는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더불어 입법전쟁을 위한 시간 조절도 가능해진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직후’ 자진사퇴를 해주면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이 ‘동시패션’으로 처리되는 것이니까 ‘용산 참사’를 일단락 지을 수 있다.

충분히 강구할 수 있는 방책이다. 지극히 일반적인 방책이기도 하다. 하나의 단서만 충족한다면 그렇다.

수사결과 발표가 ‘편파’ ‘축소’ ‘은폐’ 논란을 촉발하지 않는다면 그렇다. 자진사퇴가 ‘문책’ ‘단죄’ 요구를 억누를 수 있다면 그렇다.

하지만 그럴 것 같지 않다. 철거민과 국민 상당수는 화재가 화염병 때문에 발생했다는 검찰 발표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석기 내정자에 대해 도의적 책임이 아니라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오마이뉴스

Posted by '토씨'

전광석화·질풍노도의 속도전은 공염불이 됐다. 진군 나팔소리가 울려야 할 자리에서 파열음이 새어나온다. ‘경향신문’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금 공무원 사회는 난리도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온다. 개각 보도다. 오늘도 나왔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질되고 그 자리에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앉을 것이라는 보도다. 그뿐인가. 한상률 국세청장의 사퇴를 놓고 입씨름이 오가고,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감사원의 내사를 받고 있다.

실상이 이렇다. 누구는 입각을 희망해 흘리고, 누구는 낙마에 반발해 저항한다. “현직들은 자리보전을 위해, 도전자들은 낙점 받기 위해, 세력들은 주도권을 쥐기 위해 상대를 겨냥한 각종 음해와 비난을 확대재생산하고(한국일보)” 있는 것이다.

분위기가 이러니 일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국세행정에 매진해야 할 국세청장이 경주와 대구에 가 골프 치고 술 마신 게 대표적인 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지하벙커에 들어가 독전하고 있지만 공무원 사회는 지하 깊숙이 숨어 두더지 게임을 하고 있다.

누굴 탓할 일이 아니다. 문제의 근원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 하는 건지 마는 건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게 하는 모호한 태도가 아전인수와 자가발전과 마타도어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해는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모호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대충은 이해한다.

MB입법이 연말에 마무리만 됐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연내 입법만 달성했다면 정부와 한나라당을 아우르는 여권 인적 개편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12월에 사표를 받은 1급 고위공직자에 대한 후속인사도 말끔하게 처리해 공무원 사회의 전열을 정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꼬여버렸다. MB입법이 2월로 넘어가 버렸다. 이러면 한나라당 인사의 ‘차출’이 어려워진다. 그 뿐인가. 급한 마음에 개각을 서둘렀다가 ‘강부자’ ‘고소영’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 기름을 끼얹는다. MB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배수진을 칠 야당에게 창을 쥐어준다.

그래서일 것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 미뤄진 법안 처리가 더 중요하다며 개각이 이뤄진다면 그 시점은 설 연휴 이후일 것이라고 말한 이유가 이것일 것이다 .

근데 이 말 또한 모호하다. ‘설 연휴 이후’가 특정되지 않은 게 문제다. ‘설 연휴 이후’가 ‘2월 임시국회 직전’을 뜻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 2월 초일까? 아니다. 여야가 쟁점법안을 ‘합의처리 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고 ‘협의처리’하기로 했으니까 국회가 개회되자마자 뚝딱 MB입법을 밀어붙일 수는 없다. 어차피 2월 말까지는 가야 된다. 다시 말해 설 연휴 이후에도 개각의 조건은 창출되지 않는다.

참 난감하게 됐다. 개각을 서두르면 국회가 싸움판이 되고 개각을 미루면 공무원 사회가 싸움판이 된다.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쩔 것인가? 일각에서 거론하는 것처럼 단계적 개편을 강구할 것인가? 경제부처와 4대 권력기관장만 우선 바꾸려 할 것인가?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실제로 그렇게 할지 안 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안다. 그렇게 해봤자 큰 차이가 없다는 건 안다.

사실 그게 전부다. 경제부처와 4대 권력기관장이 개각의 팥소다. 최대 문제로 떠오른 민생과 민주와 직결되는 자리라는 점에서 그게 전부다. 자리 수로는 일부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이명박 집권 2년차를 상징하는 자리다. ‘부분’이라고 해서 국회와 국민이 ‘대충’ 넘어갈 성질의 자리가 아니다.

어차피 묘수는 없다. 정면돌파하거나 전면재검토 하거나 둘 중 하나다. 개각과 MB입법을 패키지로 묶어 단번에 밀어붙이거나 개각과 MB입법을 분리해 접근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전자는 극심한 반발과 공격을 야기하는 문제가 있고, 후자는 국정 타이밍을 놓친다는 문제가 있지만 별달리 강구할 뾰족수는 없다. 어차피 정치나 행정 어느 한쪽에서는 감점요인을 안고 있는 것이다.

▲사진=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Posted by '토씨'


누가 밑지는 걸까? 원구성 협상이 공전되고 국회 파행이 장기화 되면 누가 손해를 보는 걸까?

물어볼 필요가 없다. 급한 쪽이 손해를 보게 돼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다.

6개월을 허비했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지지도가 최고점을 형성하는 기간, 그래서 이른바 ‘개혁 드라이브’의 최적기로 평가되는 기간을 맥없이 흘려보냈다.

이 기간 동안 ‘MB 입법’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고유가·고물가 대책을 뒷받침할 법안과 추경예산안을 비롯해 출총제나 부동산 세제 등을 전혀 손대지 못했다.

더 이상 늦출 수가 없다. 아무리 늦춰 잡더라도 가을 정기국회에서 이른바 ‘MB 입법’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모든 게 헝클어진다. 정책 순위가 뒤엉키고 추진력이 떨어진다.

처리가 미뤄진 법안들만이 아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심혈’을 기울이는 방송과 인터넷 관련 법안 등도 가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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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지 않는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어제 오늘 다짐성 코멘트를 흘린다. 광복절을 기점으로 어수선한 국정 상황을 해소하고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얘기를 흘린다. 공기업 선진화를 필두로 교육, 민생대책 등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희망사항’이다. 민주당이 ‘보이콧’을 선언한 이상 청와대의 바람은 아전인수식 희망에 머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보이콧’을 풀지 않으면 원구성을 할 수 없고, 원구성을 하지 못하면 국회를 가동할 수 없다.

시간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8월 중에 민주당을 토닥거려 국회로 끌어들이면, 원구성을 이뤄내면 가을 정기국회를 정상적으로 열 수 있다. 그 때 한 두름에 ‘MB 입법’을 몰아붙이면 된다.

근데 공교롭다. ‘사탕’이 없다. 민주당을 토닥거릴 ‘사탕’이 없다.

가장 쉽게 꺼내들 수 있는 ‘사탕’이 ‘자리’인데 여유분이 없다.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의 공동교섭단체가 등장해버렸다. 민주당에 내주기로 한 상임위원장 자리 6개 가운데 한두 개를 회수하거나 한나라당이 차지하기로 한 12개 상임위원장 자리 가운데 한두 개를 양보해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여의치 않다.

민주당 ‘자리’를 뺏으면 가뜩이나 뿔이 나 있는 민주당을 더 자극한다. 한나라당의 ‘자리’를 내주면 국회 주도권이 그만큼 줄어든다. 더구나 타결 일보직전까지 갔던 원구성 합의안을 놓고 한나라당 내에서 ‘지나친 양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상태다.

이건 어떨까? ‘사탕’을 줄 수 없다면 ‘꿀밤’을 연신 먹이는 건 어떨까? 강경 일변도로 밀어붙이면 어떻게 될까?

상상이 아니다. 한나라당 안에서 ‘강공’ 얘기가 흘러나온다. 민주당이 끝내 원구성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자유선진당-창조한국당과 협상을 벌여 원구성을 강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새어나온다.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이 구상을 실행에 옮기는 순간 다시 딱지가 붙는다. 청와대엔 ‘오만과 독선’이란 딱지가, 한나라당엔 ‘독주’ 딱지가 붙는다. 더불어 강화된다. 여권의 오만과 독선·독주에 대한 경계심리가 강화된다. 또 물러설 곳이 줄어든다. 국민의 경계심리가 강화되면 될수록 야당이 한 발 뺄 뒷공간은 그만큼 좁아진다.

큰 부담이다. 청와대나 한나라당으로선 불리한 여론지형을 자초하는 것이고 민주당의 투쟁력을 높여주는 꼴 밖에 안 된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아예 깨끗이 마음을 비우는 게 더 생산적일지 모른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각오로 ‘못 먹어도 고’를 외치는 게 상책일지 모른다.

사정이 그렇다. 민주당에 양보안을 제시한다고 해서, 그렇게 원구성을 어렵사리 이룬다고 해서 민주당이 ‘MB 입법’에 순순히 응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민주당은 이미 ‘MB 입법’ 대부분에 대해 ‘불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어차피 충돌은 피할 수 없다. 청와대나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가을 정기국회를 넘길 수 없는 만큼 ‘가을 대회전’은 피해갈 수 없다.

‘강공책’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고, 국민의 비난 세례는 감수해야 할 숙명이다. 어차피 맞을 매라면 달게 맞고 그 대신 소득을 최대한으로 챙기는 게 낫다. ‘도 아니면 모’를 선택하라고 민주당을 윽박질러 주도권을 잡고 그 주도권을 가을 정기국회까지 이어가는 게 좋다.

분명하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기조는 '강공‘이다.

불분명하다. 민주당이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이런 강공 기조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지금 당장은 ‘투쟁’을 외치고 있지만 이 구호를 계속 외칠지는 불분명하다.

당내에서 원외투쟁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민생대책에 대한 부담감을 주장하면 할수록 ‘투쟁’ 기반은 약화된다. 그럼 현실론이 고개를 든다. 어차피 이어가지 못할 ‘투쟁’이라면 수단으로 활용하자고, 이 ‘투쟁’을 발판 삼아 ‘전리품’을 하나라도 더 챙기자고, 그게 안 되면 이미 챙긴 ‘전리품’이라도 지키자는 타협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

돌파할 수 있을까? 민주당 지도부가 이런 기류를 막아낼 수 있을까? 민주당 지도부의 대처 여하에 따라 가을 정국의 향배가 달라진다.

▲사진=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 회담 장면 ⓒ한나라당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