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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품이 ‘정동영 복당’이다. 민주당이 목이 터져라 외쳐온 ‘통합과 연대’의 첫 결실이 다름 아닌 ‘정동영 복당’이다.

복당시켜주자는 쪽도, 복당시켜달라는 쪽도 한결같이 ‘통합과 연대’를 명분으로 내거니 이렇게 봐도 무방하다. 정세균 대표 또한 연대를 강조하면서 “(정동영 의원의)복당이 임박했다”고 공언했으니 이렇게 봐도 무방하다. 이른바 ‘통합과 연대’의 첫 작품이 갤러리에 걸릴 일만 남은 셈이다.

잘 된 일일까? 정동영 의원 말대로 민주주의 “퇴행”을 막는 게 급선무이니까 “극복할 수 있는 (내부의) 차이”를 뒤로 물리는 차원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가자. 이 때 정동영 의원은 지역주의에 몸을 기댔다. 자신에 대한 공천을 배제한 민주당을 탈당해 독자 출마를 선언한 뒤 신건 전 법무장관과 무소속 연대를 구축해 민주당 후보를 낙마시켰다.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지역’에서 돌파하려 했고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지역’에서 되찾으려 했다.

이 점을 환기하면 ‘정동영 복당’ 역시 ‘퇴행’이다. ‘통합과 연대’의 제일 가치로 운위되는 ‘민주’ 가치에 입각해 볼 때 정동영 의원의 복당은 ‘묻지마’식 ‘퇴행’이다.

아니라고 한다. ‘정동영 복당’ 길에 주단을 깐 전북지역 의원들은 복당 허용의 전제조건으로 정동영 의원의 유감 표명을 요구했고, 정동영 의원 역시 오늘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고 하니 ‘묻지마’ 복당은 아니라고 한다.

좋은 얘기다. 정동영 의원의 유감 표명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라면 마다 할 이유가 없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마음으로 흔쾌히 박수 칠 수도 있다. 헌데 아니다. 이렇게 좋게 해석할 여지는 없다.


정동영 의원은 이미 의사를 표명했다. 유감보다 더 센 사과 의사를 표명했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의원 모임인 ‘민주연대’ 정기총회에 참석해 “지난 4월 이후 당과 좋지 않은 말들이 오간 데 대해 사과한다”고 했다.

잘 들을 필요가 있다. 정동영 의원이 사과한 건 “4월 이후”, 다시 말해 4.29재보선 이후의 행적이지 4.29재보선 행적이 아니다. 정동영 의원측 관계자도 그렇게 말했다. “재보선 이후의 갈등 양상에 대해 사과한 것이지 출마 결심 자체에 대해 사과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지역주의 행보를 무기로 삼는 기색이 역력하다. 정동영 의원 본인은 아니지만 그와 함께 복당 신청서를 내기로 한 유성엽 의원이 말한 바 있다. 지난달 9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호남 무소속 연대가 가만히 있고자 한들 출마 희망자를 비롯한 선거 수요자들이 가만회 놔두겠느냐“며 ”현재의 민주당으로 호남을 석권할 수 있다고 본다면 큰 오산“이라고 했다. 지역주의 행보의 결과물을 복당의 무기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동영 의원(과 무소속 연대)은 변한 게 없다. 그의 존재에 덧씌워진 이미지 또한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일 것이다. ‘리얼미터’의 지난달 11일 여론조사 결과 ‘정동영 복당’에 반대하는 의견(39.4%)이 찬성하는 의견(34.3%)보다 더 많이 나온 건 그래서일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문을 열고 있다. 자신들에게 씌워진 ‘지역정당’ 이미지를 벗겨내기도 버거운데 여기에 또 하나의 지역주의 이미지를 추가하고 있다. 민주의 퇴행을 비판하면서 정치의 퇴행을 방조 또는 주도하고 있다.

궁금하다. 이런 행태를 보이는 민주당에 ‘통합과 연대’의 주체이자 대상이 되는 다른 야당들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하다. 반MB 정서만큼이나 강한 비민주당 의식을 가진 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사진 출처 =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한나라당이 아픈 건 5대0의 스코어가 아니다. 이건 참을 수 있다. 그렇다고 원내과반의석이 무너지는 게 아니다. 따끔하긴 해도 뻐근하진 않다.

정작 아픈 건 조짐이다. 수도권이 흔들리는 조짐이 문제다. 인천 부평을에서 졌고 경기 시흥에서 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경기교육감 선거에서도 졌다. 추세는 분명 수도권의 이반이다.

수도권이 어떤 곳인가? 대선 때 '이명박 바람'을 일으킨 곳이다. 영남 지배력을 확장하는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할 진지이기도 하다. 바로 이 수도권이 흔들리고 있다.

주어를 바꿀 필요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한나라당이 아픈 게 아니라 이명박계가 아프다. 더 좁히면 이재오계가 아프다. 이재오계 입장에서 수도권의 이반은 자신들의 발밑을 살펴야 할 만큼 큰 위기다.

바로 이 점이 한나라당의 역학구도를 바꾼다. 이재오계의 응집과 이재오의 부상을 재촉하는 촉매제가 된다. 바로 이 점이 한나라당의 내홍을 더 고착화시킨다. 이재오계와 박근혜계의 갈등구도를 더 심화시킨다.

치유책을 다른 데서 찾을 수가 없다. 수도권이 이반하는 원인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제심리 또는 심판의지 때문이라면 목청을 높여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국정 성과를 내놓으라고 다그치던지, 국정기조와 방향을 조정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모여야 하고, 구심점을 세워야 한다.

이재오계가 모여야 하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박근혜계에 대한 견제 필요성이다. 아니 절박성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다. '주이야박' '월박' 현상이 4.29재보선으로 더 심화될 수 있다. 10월 재보선을 거쳐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러면 세력이 약화되고 수도권 이반이란 외환에 세력 위축이란 내우가 겹친다. 이런 현상을 막으려면 모여야 하고, 구심점을 세워야 한다.

그렇다고 속단하지는 말자. 지금까지의 논리는 이재오계의 논리다. 한나라당 내 한 계파의 논리에 불과하다. 이 보다 더 힘이 센 논리가 따로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논리다.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에선 이재오계가 당내투쟁을 전면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면 한나라당의 결속력이 약화되고 국정 지지력이 저하된다.

바로 이 점이 규정한다. 다른 선택카드가 없다. 당내분란을 적당한 선에서 관리하는 데 현 지도체제만큼 적절한 카드는 없다. 영남 중진, 다시 말해 이상득계를 축으로 하는 현재의 지도체제는 이재오계를 달래고 박근혜계를 쓰다듬는 완충기제다. 같은 이명박계임을 내세워 이재오계를 다독거리고 같은 영남 출신임을 내세워 박근혜계를 어루만지는 완충기제다.

크게 흔들 수가 없다. 현 지도체제를 뒤엎는 대개편을 자청하면 이재오계와 박근혜계의 격돌을 자초한다. 그냥 두는 게 상책이다.

문제는 힘의 지속시간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권세로 언제까지 한나라당 내 계파논리를 억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리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참패가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되풀이된다면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보다 개인의 생존본능이 급팽창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계파별로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서는 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

다른 방법이 없다. 이런 현상을 사전에 방지하려면 국정성과를 하루 빨리 내놔야 하고 이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대공세를 예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29재보선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국정 추진력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히려 더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MB본색'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 국정에 속도를 붙일 수 있고, 그래야 대선 때의 지지층을 재결집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촛불집회 이후 1년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4.29재보선은 이명박 대통령에 경종을 울리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처지는 진군나팔을 불 것을 강요한다.

Posted by '토씨'

이러면 될까? 철석같이 믿었는데 어떻게 배신을 때릴 수 있느냐고 울부짖으면 될까? 사법처리를 달게 받으라고 준엄하게 촉구하면 될까? 그러면 노무현을 버릴 수 있을까? 그러면 진보개혁진영이 통째로 ‘노무현의 수렁’에 빠지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을까?

선을 그으면 될까? 이제 버리는 게 아니라 이미 버렸다고 주장하면 될까? 노무현 정부가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 할 때 이미 파경을 선언했다고 환기시키면 될까? 그러면 ‘노무현의 화’가 자기 쪽으로 번지는 건 막을 수 있을까?

부질없다. 개인과 계파 차원을 넘어 세력과 진영 차원에서 보면 모두 부질없는 짓이다. ‘나는 아니야’라고 아무리 외쳐봤자 곧이들을 국민은 별로 없다. 억울하더라도 이게 현실이다. 여론조사가 반증한다. 민주당이나 진보정당 모두 지지율 추이가 ‘L’자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절반이 넘는 국민이 무당파층으로 부유하고 있다. 이게 엄연한 현실이다. ‘바보 노무현’을 믿었던 자신을 ‘천치’로 생각한다. 이게 부인할 수 없는 국민 정서다.

수렁에 빠진 건 노무현만이 아니다.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린 이 또한 노무현만이 아니다.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거치면서 이미 부각된 현상이다. 진보개혁진영은 그 때 이미 빈사상태에 빠져있었다.

‘노무현 수사’ 이전에 작지만 뼈아픈 사례가 여러 건 있었다. 시민단체 간부의 횡령사건이 있었고 노동단체 간부의 성폭력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 들어 ‘확인사살’에 해당하는 사건은 줄을 이었다. 검찰의 ‘노무현 수사’는 이런 흐름에 마침표를 찍는 절차일 뿐이다. 정치적 파산에 이어 도덕적 파탄으로까지 내모는 부관참시일 뿐이다.

‘재건’은 절박한 과제지만 요원한 목표다. 주체가 없다. 백의종군해야 할 어떤 인사는 금의환향하고, 선명투쟁해야 할 어떤 야당은 부평에서 여당보다 더 큰 당근을 내놓기에 바쁘다. 이런 상태에선 ‘재건’의 뼈대는 고사하고 ‘재생’의 기운마저 확보할 수 없다.

그렇다고 패배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다. ‘박근혜 모델’이 있고 ‘노무현 모델’도 있다. 박근혜는 탄핵 역풍 때문에 존망의 기로에 섰던 한나라당을 구하는 방법으로 물갈이를 선택했다. 기득권을 내놓는 대신 새 피를 수혈 받아 기사회생의 단초를 마련했다. 노무현은 후보단일화 여파 때문에 자중지란 상태에 빠진 민주당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단절을 선택했다. 다수의 지원을 포기하는 대신 소수의 결속에 기대 전세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따지지 말자. 박근혜 모델과 노무현 모델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말자. 박근혜 모델의 힘이 영남 지역주의에 있었는지 여부도, 노무현 모델의 힘이 탄핵 이벤트에 있었는지 여부도 따지지 말자. 그건 따로 논의할 문제다. 여기서 움켜쥐어야 하는 줄기는 하나로 족하다. 구질서와의 창조적 단절만이 ‘재생’을 담보하며, 단기필마의 정신만이 ‘재건’을 보증한다는 점이다.

노무현을 진정으로 버리는 방법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노무현은 버리되 ‘바보’의 초심은 이어가는 것이다. 단기필마의 정신으로 구질서와의 단절을 선언하는 또 다른 ‘바보’를 감별하거나 세우는 것이다.

시발점은 이미 열려 있다. 4.29재보선이다. 단절을 선언해야 할 구질서가 무엇이고 청산해야 할 구인물이 누구인지를 1차로 가려내는 데 4.29재보선은 손색없는 시연장이다. 세력의 흥망보다 개인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행태, 정권 심판보다 표심의 이익에 영합하는 행태, 대의의 응집보다 정파의 이해에 함몰하는 행태가 투표일까지 이어진다면 그렇다. 다른 건 몰라도 배제·청산의 대상이 무엇인지만은 분명하게 보여줄 것이다.

▲사진=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사람 사는 세상’에 글을 올려 지지자들에게 자신을 버리라고 했다. ⓒ‘사람 사는 세상’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