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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가도 모르겠다. 세종시 수정안에 이어 신공항 백지화를 추진하는 청와대의 속내를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건 안다. 세종시와 신공항 모두 정치적으론 득 될 게 없다. 오히려 밥상 차려준다.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시켜줄 뿐이다. 박 전 대표의 영남 지지기반을 강화시켜주고, 타 지역으로의 세력 확장 여지를 넓혀줄 뿐이다.

그래서 더욱 모르겠다. 정치적 측면만 놓고 보면 자충수를 넘어 자멸수에 가까운데도 굳이 추진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일각에서는 ‘수도권의 이익’ 차원에서 해석한다. 수도권 대 지방의 대립구도를 형성해 수도권 기반의 친이계에 정치적 이익을 안겨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한다. 하지만 설득력이 없다. 세종시야 정부기관 이전을 막아 직접적인 이익을 안겨준다 해도 신공항은 그렇지 않다. 수도권 시민이 좋아할 만큼의 직접적 이익이 없다. 더불어 수도권 민심을 친이계로 잇기에는 무리다. 신공항을 백지화하면 결과적으로 인천공항의 위상이 더 강화되니까 수도권에 좋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이렇게 보기엔 영종도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다른 일각에선 ‘탈색’ 차원에서 해석한다. 세종시와 신공항 모두 참여정부 때 기획되거나 결정된 것인 점을 들어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의 색깔을 빼려는 차원으로 풀이한다. 하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없다. 그렇게 이해하기엔 이명박 정부가 치러야 할 정치적 비용이 너무 크다. 참여정부의 색깔을 빼려다가 이명박 정부의 힘만 빼는 결과만 얻을 뿐이다.

아무리 살펴도 정치적 독해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어떨까? 달리 방법이 없다면 그냥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까? 정치논리는 배제하고 오로지 경제논리로만 접근한다는 청와대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할까?

이렇게 이해하면 편하다. 최소한 일관성은 확인할 수 있으니까 뇌 노동량을 줄일 수 있다. 세종시나 신공항 모두 경제적 실익이 떨어진다는 게 청와대의 일관된 논리였으니까 정책 결정의 일관성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확장할 수 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또 하나의 국책사업, 즉 4대강 사업을 이해할 실마리도 얻을 수 있다. 청와대는 이 사업에 대해서도 경제논리를 편 바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이해하는 건 정책결정의 동기이지 정책 자체의 타당성이 아니다. 이건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다.

단적인 예가 4대강 사업이다. 상당수가 합창하지 않는가. 4대강 사업만큼은 경제적 효과가 거의 없다고 주장하지 않는가. 1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지도 않고, 4대강 살리기 사업비용이 지역 경제에 환류 되는 것도 아니라고, 오히려 환경과 생태만 파괴할 뿐이라고 주장하지 않는가.

신공항도 그렇다. 밀양과 가덕도 두 후보 입지의 경제성에 대한 청와대의 평가는 그렇다쳐도 그 뒤에 나오는 얘기는 이해하기 힘들다. 김해공항 확장을 대안으로 검토한다고 하지만 그 비용이 신공항 건설비용에 맞먹거나 오히려 많다는 주장이 나온다. TK 민심을 달래기 위해 과학벨트 일부를 TK지역에 떼주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지만 이는 과학벨트 조성사업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태가 이렇다. 청와대의 경제논리가 정책결정의 동기를 살피는데 유용한 도구가 될지는 모르지만 정책 자체의 타당성을 재는 잣대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다른 점이 부각된다. 청와대의 경제논리를 주되게 살필수록 청와대의 ‘과속’이 부각된다.

청와대가 오로지 경제논리로 국책사업을 결정한다면 반드시 거쳐야 한다. 자신의 경제논리를 공론의 장에 올려 검증을 받아야 하고,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청와대가 정말 다른 배경을 깔지 않고 경제적 효용의 관점에서만 국책사업을 결정한다면 과정의 경제성까지 구현해야 한다.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차단하고, 과도한 국론 분열을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는다. 자신의 경제논리를 ‘옳다’고 전제해 놓고 동의가 아니라 수용을 요구한다. 홀로 내달리는 것이다.

세종시와 신공항, 그리고 4대강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또 하나의 현상이 바로 이것이다.

▲사진=청와대 본관 ⓒ청와대

Posted by '토씨'


또 오해란다. 4대강 사업 예산 때문에 복지 예산과 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축소됐다는 주장은 오해라고 이명박 대통령이 말했단다. 그래서 “실상을 국민에게 잘 알려 달라”고 한나라당에게 당부했단다.

도대체 뭘, 어떻게 오해했다는 걸까?

한나라당 관계자가 설명했다. “올해 예산은 경제위기 속에서 편성한 긴급 예산이므로 단순히 올해와 내년 예산을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위기 이전과 비교해 복지나 인프라 관련 예산이 축소되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풀자. 예산을 주무르는 정부와 여당이 오해라는데 어떡하겠는가. 풀자. 다만 그 전에 하나만 물어보자. 오해를 말끔히 씻기 위해서라도 꼭 알아야 하는 것이다.

내년이 되면 나아지는 건가. 경제위기 때문에 피폐해진 민생이 나아지는 건가. 복지 예산이 2008년 2007년 수준으로만 돌아가도 친서민 정책을 구현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건가.

수치들이 줄줄이 도열하기에 묻는 것이다. 내년이 된다고 해서 민생이 대폭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게 만드는 수치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기에 묻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다.


자영업자가 23만명 줄었다. 올해 7월 현재 자영업자 수가 606만 2천명으로, 1년 전보다 23만명 줄었다. 이들이 내년이 되면 재기할 수 있을까? 그렇게 빨리 살림을 펼 수 있을까? 전국의 상인들이 기업형 슈퍼마켓 때문에 아우성을 치는 상황에서 몰락한 자영업자들이 대박 아이템을 들고 알짜배기 상권에 돌아올 수 있을까? 전국에서 문을 닫는 외식업소만 월 2만개가 넘는데 이런 현실을 뛰어넘어 재창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임금이 줄었다. 노동부가 사용노동자 5명 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2분기 임금을 조사한 결과 노동자 1인당 월 명목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 9천원(256만 3천원→252만 4천원) 줄었고, 월 실질임금은 10만원(233만 9천원→223만 9천원) 줄었다. 이렇게 줄어든 임금이 갑자기 오를 수 있을까?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내년 최저생계비를 2.75% 찔끔 올린 판에 민간기업들이 임금을 팍팍 올려줄까?

실업급여 수급자가 늘었다. 노동부 조사 결과 올해 1월부터 지난 24일까지 실업급여를 지급받은 사람이 100만 280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6%가 늘었다. 이렇게 늘어난 실업자가 내년이 되면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실업급여 수급자 수가 증가한 비율만큼 취업자 수가 대폭 증가할 수 있을까? 시가 총액 상위 10개사가 올 상반기 투자를 지난해 상반기보다 9.1% 줄인 반면 현금성 자산은 10.4% 늘리는 판에 고용을 대폭 늘릴까?

정부와 한나라당의 대답 여하에 달렸다. 이런 질문에 단호하게 ‘예’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에 부응하는 근거를 내놓을 수 있다면 풀 수 있다. 얼마든지 오해를 풀 수 있다. 2008년 2007년 복지 예산이라고 해서 풍족한 게 아니었지만, 감질 나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대답해 보라. 정말 ‘예’인가?

▲사진 출처=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이구동성이다. 대구의 이한구 의원도, 부산·경남의 김무성·안홍준·권경석 의원도 4대강 사업을 비판한다. 국민 피부에 직접 와 닿는 사업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그것 때문에 지방 사회간접자본 건설 예산과 사회복지 예산이 깎이는 걸 우려한다.

이들만이 아니다. 박희태 대표도 나섰다. “좌우간 4대강 사업이 다른 예산을 다 쓸어가서 지방 사회간접자본 건설 예산이 다 깎였다고 민심들이 흉흉하다”며 “내년 선거도 있으니 이런 이야기들이 더 심한 것 같다”고 했다.

더 말 할 필요가 없다. 4대강 사업 예산의 절반이 투입되는 낙동강 수계 출신 의원들이 비판하고, 여당 대표가 우려하고 있으니 더 이상의 사례는 사족에 불과하다. 

그런데 희한하다. 김성조 정책위의장 딱 한 사람만 아니라고 한다. 4대강 사업이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러니까 4대강 사업에 대한 공개 비판을 삼가고 정부 정책을 지원하자고 한다.

근거가 있는 주장일까?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조차 헤아리지 못하는 고차원의 선거방정식을 간파한 걸까?

없다. 아무리 봐도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없다. ‘내일신문’이 7월 10-11일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4.1%가 ‘4대강 사업 예산의 50%를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쓰자’는 해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

민심이 이렇다. 국민의 절대 다수가 4대강 사업의 필요성과 긴급성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최대 수혜지라는 영남지역조차 찬반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전국은 물론 영남지역에서도 4대강 사업 때문에 한나라당을 더 곱게 봐줄 것이라고 볼 근거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민심은 4대강 사업이 사회복지 예산을 갉아먹는 걸 비판하는 야당 주장에 동조하면서 정부가 헛돈 쓴다고 꼬나보고 있다. 게다가 충청권과 강원권은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첨단의료산업복합단지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반면에 4대강 사업에서 제외 또는 소외돼 있다.

그런데도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왜일까?

이런 걸까? 지방선거에는 어려워도 대선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걸까? 지금은 4대강 사업이 본격화하지 않아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일 뿐, 포크레인이 오가고, 보상비가 풀리고, 4대강에 유람선이 떠다니면 민심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 걸까? 청계천과 경부고속도로 공사 때처럼 처음에는 반대하지만 결국은 박수를 칠 것이라고 확신하는 걸까? 그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간 내에 사업을 끝내려는 걸까? 청계천으로 2007년 대선 길을 열었듯이 4대강으로 2012년 대선 길을 열려고 작정한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게 민심이다. 대선 때가 되면 비판은 어제가 되고 유람은 오늘이 된다. 문제의식은 가물가물해지고 흥겨움은 커진다.

하지만 단서가 있다. 백번 양보해서 4대강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해도, 4대강 사업이 ‘청계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세우려면 숙제 하나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청계천과는 전혀 다른 주변 여건이다.

청계천 모델이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검증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야당 소속 서울시장으로서 노무현 정부의 국정 공과에 얽힐 일이 없었고, 다른 국정과 설킬 일도 없었다. 그래서 청계천을 100% 자기 브랜드로 만들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불도저 추진력’을 입증하는 홍보수단으로, 경제살리기 추진력을 입증하는 선전수단으로 청계천을 활용할 수 있었다.

통하지 않는다. 2012년이 되면 이런 브랜드 선전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후보가 누가 되든 이명박 정부의 공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4대강 사업이 성공해 뱃놀이를 유발해도 그건 이명박 정부의 공과 가운데 하나, 즉 ‘원 오브 뎀’에 지나지 않게 된다.

관건은 4대강 사업이 아니다. 관건은 4대강 사업이 놓일 좌표이고, 4대강 사업을 에워쌀 다른 국정과제들의 추진결과다. 4대강 사업이 ‘이명박 표’ 딱지를 뗄 수 없는 한 4대강 사업이 청계천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은 내세울 수 없다.

차라리 돌아보는 게 낫다. 4대강 사업을 에워쌀 다른 국정과제들이 4대강 사업 때문에 흔들리는 현상을 살피는 게 낫다. 그게 4대강에 오물을 투기하는 결과를 빚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그렇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국민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데도 밀어붙이는 '불도저 추진력'에 질린 민심이 대선에서 다른 브랜드를 희구하는 상황 말이다. 

▲한나라당의 ‘아름다운 국토가꾸기 특위’ 소속 의원들이 6월 30일 4대강 사업 영산강지구 사업 현장을 방문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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