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진단이 맞다. 그의 말대로 민주당의 예결특위 회의장 점거농성은 ‘안 되면 밟고 가라’는 뜻이다.

굳이 분석할 필요가 없다. 민주당이 4대강 사업 저지에 올인한 건 세상이 다 안다. 이런 민주당이 4대강 사업 추진을 전제로 일부 항목, 일부 금액 조정 협상에 나서면 몰린다. 그r것이 포기 또는 변질로 비쳐지면서 시민사회로부터 질타를 당한다. 매 한 번 맞고 끝내는 수준이 아니라 끊임없이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고초를 겪게 된다.

그래서 어쩔 수가 없다. 타협하느니 차라리 당하는 게 낫다. 어차피 4대강 사업 저지를 관철시킬 수 없고 4대강 사업 예산 대부분을 삭감할 수 없다면 ‘장렬하게’ 회의장에서 끌려나오는 게 더 낫다. 그러면 지방선거까지 전선을 칠 수 있고 시민사회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이런 전략을 무력화하려면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설정한 ‘안 되면’이라는 가정상황을 물거품으로 만들면서 점거농성 자진해산을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청와대가 이미 ‘안 돼’라고 선언해 버렸다. 지난달 27일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촉수엄금’을 선언했다. 4대강 사업은 홍수예방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고, 속도전은 우기에 대비해 필수적인 공법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래서 어쩔 수가 없다. 타협하느니 차라리 밟는 게 낫다. 어차피 4대강 사업을 포기할 수 없고, 4대강 사업 예산 대부분을 삭감할 수 없다면 ‘단호하게’ 회의장에 들어가는 게 낫다. 그러면 청와대의 칭찬을 들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회동에 희망을 걸지만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3자회동이 열린다 해도 ‘밥만 먹고 가지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예산 문제나 4대강 사업에 대해 대통령에게 해법 제시를 요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장광근 사무총장의 말, 그리고 “(정세균 대표가)국가적 사업에 최소한의 협조와 배려를 해주기를 부탁드린다”는 정몽준 대표의 말, "예산 문제가 대통령 앞에서 할 이야기인가"라는 이동관 홍보수석의 말이 이런 단정의 방증이다.

아무리 ‘막장 국회’를 욕하고 ‘협상 부재’를 탓해도 소용없다. 초장에 협상의 여지를 없애버렸는데 어떻게 협상을 시도하고 막장을 방지할 수 있겠는가.

남은 건 ‘밟는’ 시기와 방식이다. 특히 미디어법 강행처리 때 연출됐던 재투표와 대리투표의 후진성을 털어내고 ‘사뿐히 즈려밟는’, 선진화된 방식을 개발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사진=국회 예결특위 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한 민주당 의원들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토씨'


거듭 말한다. 세상사 보기 나름이다. 그러니까 좋게 보자.

한나라당은 학습능력이 뛰어난 정당이다. 다른 건 몰라도 암기에 관한 한 영재급의 능력을 갖고 있다.

조윤선 대변인이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4대강) 예산 심의를 반대하고 있는데 의원 본인들도 중앙당과 입장이 같은지 아니면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건지 분명히 입장을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많이 본 장면이다. 세종시 문제를 놓고 민주당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에서 연출됐던 모습의 복사판이다.

민주당이 요구했다.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제정의 당사자이니까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응답했다.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당의 존립을 걸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뒤에 불거졌다. 한나라당 안에서 갈등과 공방이 불거졌다.

익히 들은 목소리다. ‘동아일보’가 17일자에서 보도한 내용의 재생판이다.

‘동아일보’가 조사했다. 민주당의 지역구 의원들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한 결과 4대강 사업과 관련해 12명(20%)이 ‘영산강 등 수질개선이 시급한 곳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기타’ 의견을 보인 12명까지 합하면 당론과 의견이 다른 의원이 24명(40%)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조윤선 대변인의 촉구는 민주당의 '이간계'를 교본 삼고 ‘동아일보’의 조사결과를 공식 삼아 응용에 나선 것이다.

근데 어쩌랴. 암기력은 탁월한데 응용력이 떨어진다. 공식을 외우는 건 좋은데 대입할 문제와 아닌 문제를 구분하지 못한다.

조윤선 대변인이 대상으로 삼은 민주당 의원들이 말한다. “바닥 준설과 하천 정비가 영산강에 필요하지만 보와 둑 쌓는 공사가 핵심인 4대강 사업은 얘기가 다르다”고 한다. 돌아오는 대답이 민주당 지도부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동아일보’ 조사 결과에는 맹점이 있다. 당론과 다른 의원 수를 ‘더블’로 올려준 ‘기타’ 의견 대부분이 ‘1조원 안팎으로 예산을 줄이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면’ ‘예산안이 나오면’ ‘청와대의 개선안이 나오면’ 등의 단서를 단 것으로 민주당의 '즉각 중단' 당론과 크게 배치되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다. 민주당 의원들의 응답이 성에 안 차더라도 본전치기는 한다. 파워는 미지수지만 아무튼 민주당의 후방을 조금은 교란시킬 수 있다. 내주는 것 하나 없이 거둬들이기만 한다면 소소하지만 이득까지 챙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한나라당은 되로 받고 말로 준다.

한나라당의 이간계 따라하기 덕분에 박근혜 전 대표는 정당성을 확보했고 활동공간을 넓히게 됐다. 이치가 그렇다. 민주당과 똑같이 남의 당 의원들에게 지도부와 다른 입장을 표명하라고 요구하는 판에 어떻게 자기 당 의원의 이견을 통제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입장을 표명할 때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지도부 입장은 원안 추진이었는데. 박근혜 전 대표는 날개를 달게 됐다(참고로 '한국일보'가 한나라당 의원 147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세종시 '수정 추진' 응답은 76명, '원안 또는 플러스알파 추진' 응답은 39명이었으며, '정부안이 나온뒤 입장을 밝히겠다'거나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등의 '답변 유보'가 32명이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샛문을 열려다가 자기집 뒷문을 활짝 열어젖힌 것이다. 남의 집 ‘피라미’를 그물에 가두려다가 자기 집 ‘월척’을 방생해 버린 것이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있다. 암기만 하고 응용은 소홀히하다가 통합교과형 문제 앞에서 주저앉는 수험생들이 하는 말이다.

“그냥 찍을 걸….”

▲사진=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 ⓒ프레시안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토씨'


분석은 같다. 10.28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 견제 심리였다고 입을 모은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 고공행진에 취해 독선과 독주 행태를 유지 또는 강화한 게 유권자의 견제 심리를 자극했다고 분석한다. 세종시, 4대강, 김제동 퇴출 등의 입증 사례도 제시한다.

전망도 같다. 10.28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래도 전패의 악몽에서 벗어나 2승은 했으니까 한나라당 지도체제 개편과 같은 대수술은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청와대에서 “재보선은 언제나 여당에 불리했다. 이 정도만 해도 선전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볼 때 국정 기조를 바꿀 가능성도 낮다고 점친다.

다소 거칠지만 도출할 수 있다. 이 같은 분석과 전망을 기초로 내년 지방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유권자의 견제 심리는 날카로운데 청와대의 태도는 느긋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필패다.

헌데 켕긴다. 말 그대로 거칠다. 판을 너무 단선적으로 보는 측면이 강하다.


따로 고려할 게 있다. 유권자의 견제 심리, 청와대의 국정 기조 외에 추가로, 반드시 살펴야 하는 요인이다. 바로 박근혜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그가 지방선거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경기 안산 상록을을 보면 가정법을 펴는 이유를 살필 수 있다.

투표율이 가장 낮았다. 29.3%로 5개 선거구 가운데 가장 낮았고 전체 투표율 39%보다도 훨씬 낮았다. 그런데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후보 단일화 무산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후보를 8%포인트 차로 누르고 무난히 당선됐다.

이 수치가 증명한다. 안산 상록을이 다른 선거구에 비해 투표율이 낮았던 이유는 범야권 표가 실망했기 때문이다. 범야권 표 중 일부가 후보 단일화 무산에 실망해 기권한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기권한 범야권 표보다 방관한 범한나라당 표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후보 단일화 무산을 기회 삼아 결집할 여지가 있었는데도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이런 현상은 안산 상록을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다. 지난해 10월 경기교육감 선거에서도 나타났고, 4.29재보선에서도 나타났다.

이 현상에 박근혜 요인을 대입해 보자. 박근혜 전 대표가 방방곡곡을 누비며 후보 지원유세를 하는 장면을 가정해 보자. 어떻게 될까?

수원 장안이 예가 될 것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유세장을 누볐듯이 박근혜 전 대표가 장안 지역을 샅샅이 훑었으면 달라졌을지 모른다. 한나라당 후보가 초반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당하는 현상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전 대표가 선거를 진두지휘하면, 대중적 인기를 무기 삼아 유권자의 관심을 끌면 중화시킬지 모른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제 심리를 일정 정도 상쇄시킬지 모른다.

하지만 가정이다. 이 같은 상황 설정은 지금으로선 백지 위에 그리는 추상화와 같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 참여하려면 크게 두 가지 조건이 선결돼야 한다. 국정기조와 공천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의 존립’ 문제까지 거론하며 제동을 건 세종시 문제를 비롯해 4대강 사업 등에 대해 청와대가 맘을 바꿔야 하고, 공천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헌데 여의치 않다. 청와대 관계자가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주요 추진 현안은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묵묵히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정 기조를 바꿀 생각이 추호도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또 다시 내보였다. 경남 양산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개운치 않은 모습을 보여 탈락자의 불복을 야기했다. 선거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경도된 공천이란 비판을 자초했다.

이렇게 보면 10.28재보선 결과는 악성이다. 2대3으로 져서 악성인 게 아니라, 어중간하게 져서 악성이다. 청와대의 국정기조 변화를 강제할 만큼의 선거결과가 아니어서 악성이고, 지도체제와 당 운영방식 개편을 끌어낼 만큼의 선거결과가 아니어서 악성이다.

어쩌면 이렇게 분석하는 것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4.29재보선 이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10.28재보선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성적, 즉 0대5 전패의 수모를 당했는데도 꿈쩍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표측도 꿈쩍하지 않는다. 10.28재보선 뚜껑이 열리자마자 다시 2월 조기 전대론이 고개를 드는데도 요지부동이다. 지금의 지도체제를 바꾸는 것을 마뜩치 않아 한다.

청와대나 박근혜 전 대표 모두 무소의 뿔처럼 혼자 내달리고 있는 것이다.

※하나 추가하자. 박근혜 요인과 함께 살펴야 할 제2의 관전 포인트다.

경남 양산에서 송인배 민주당 후보가 보인 뒷심은 무서웠다. 10.28재보선 후보 중 최대 거물인 박희태 후보를 턱밑까지 따라잡는 저력을 보였다.

동력은 ‘노무현’이었다. ‘노무현의 억울한 죽음’을 부각시키며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했고, 선거 구도를 이명박 대 노무현으로 짠 게 비결이었다.

그럼 어떨까?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이번처럼 선전할 수 있을까? ‘미완의 승리’를 ‘영광의 승리’로 상승시킬 수 있을까? 관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노무현’이다. 내년 지방선거 목전에서 맞게 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가 변수가 될 수 있다. 1주기의 추모 열기에 따라 유권자의 감성이 달라지고 친노 세력의 득표율이 달라진다.

다른 하나는 역시 박근혜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 전면 참여하느냐 여부에 따라 친노 세력이 심혈을 기울이는 영남지역의 판세가 달라진다. 박근혜 전 대표가 뛰어들어 이명박 대 노무현의 대립구도를 박근혜 대 노무현으로 돌리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분위기가 이명박 정부 견제 심리와 접목되는 현상을 일정 정도 차단한다.

▲사진=한나라당 지도부가 10.28재보선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토씨'


‘보기 나름’이라는 말 그대로다. 행위는 하나인데 해석은 둘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해빙’ 또는 ‘데탕트’로 해석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어제 청와대에서 만나 ‘웃음꽃’을 피운 것을 중시하면서 이렇게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두 사람 간의) ‘해빙(무드가)’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고 전망했고, ‘중앙일보’는 “‘데탕트’ 시대가 열리는 것일까” 촉각을 곤두세웠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두 사람 사이에 입장차가 여전한 것으로 진단했다. “의견 교환도 있었고 공감한 부분도 있었다”는 박근혜 전 대표의 말 가운데 ‘도’ 한 글자를 뽑아내 이렇게 짚었다. 이 한 글자에 의지해 ‘경향신문’은 “일부 현안을 두고는 이견이 있었음을 시사했다”고 풀이했고, ‘한겨레’는 “두 사람이 주요 현안에 의견 일치를 본 것 같지는 않다”고 추정했다.

가르지 말자. 두 개의 해석 가운데 어느 게 객관적 사실에 근접한 것인지 가르지 말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소상히 밝히지 않는 한 이 역시 보기 나름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웃는다고 웃는 게 아닌’ 정치인의 일반적 생리를 간과했는지 모른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공감하지 않은 부분도’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공감한 부분도’ 있다는 점을 평가절하 했는지 모른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다 보니 보기 나름의 진단을 내놓은 것이다.

유용하지 않다. ‘정답을 모르는 찍기’라는 점에서 유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한국 정치발에 미치는 영향 면에서 보더라도 유용하지 않다.


과정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유력 정치인의 도리와 책무를 강조하고 촉구하는 작업은 뒷전으로 밀어놓은 채 계파 수장의 일거수일투족만 좇는 보도 행태가 공간을 넓혀줬다. 계파 수장이 계파 논리에 경도돼 계파의 안위를 챙길 뿐만 아니라 그것을 자신과 계파의 존재감을 강화하는 과정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줬다.

이번에도 똑같다. 왜 말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어야 할 대목에 가서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남북문제,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 등 국정 현안을 거론해 놓고서도 “구체적 내용은 얘기하지 않겠다(박근혜)”고 차단막을 치는데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에 대해 하루 빨리 입장을 밝혀야 정치 갈등이 줄어든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남북문제, 4대강 사업, 세종시 문제가 정치 갈등을 낳는 주요인인 걸 뻔히 알면서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라면 여권 유력 정치인에게만 ‘귓속말’을 할 게 아니라 국민들에게 얘기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다. 차기를 노리는 여권 유력 정치인이라면 민감한 국정 현안을 대통령에게만 ‘낮은 목소리’로 말할 게 아니라 국민 앞에서 당당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다.

보고 싶은 것만 볼 뿐 아니라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6일 청와대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토씨'

충격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정운찬 서울대 교수는 ‘준 정치인’이었다. 2007년 대선 때 정계에 뛰어들려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중도포기 했던 사람이다. 그의 변신은 쉼표를 마침표로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다.

왜 하필이면 이명박 정부 총리냐고 물을 필요도 없다.

그를 정치인으로 설정해 놓고 보면 헤아릴 수 있다. 2007년 대선 때 반 이명박 진영에 서려고 했던 행적과 180도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그가 그랬다. 2007년에 정계 입문을 저울질할 때 충청을 유독 강조했다. 충청이 나라의 중심이라며 향우회 등을 찾아다녔다. 분명했다. 충청을 자신의 정치적 지역기반으로 삼고자 했다. 그의 이런 전력에 작금의 상황을 대입하면 대충 계산이 나온다.

지금이 기회다. 심대평 총리 카드가 무산된 후 지역 정치는 요동치고 있고 지역 민심은 들끓고 있다. 이런 때에 그가 중앙정치 무대에 진입하면, 그래서 행정복합도시 문제를 해결하면 어렵지 않게 안착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로부터 행정복합도시 해결 열쇠를 건네받아 자물쇠에 꽂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곧추 설 수 있다. 충청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세울 수 있다.

그가 충청을 확보하기만 하면 해볼 만 한 판을 만들 수 있다. 후발 주자의 한계를 딛고 차기 대선에서 해볼 만 한 구도를 만들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표를 영남에 가둘 수 있다. 박근혜 대세론의 열쇠가 되는 충청에 빗장을 걺으로써 박근혜 전 대표가 영남발 수도권행 행로의 중간 기착지를 없앨 수 있다.

이러면 이명박계에 명함을 내밀 수 있다. 이명박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원조’ 계파 인물들과는 달리 자신은 뉴 페이스라는 점을 강조함과 동시에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니까 밀어달라고 설득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타이밍이 절묘하다. 지표만 놓고 보면 경제가 세계금융위기 여파에서 조금씩 벗어나려는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 총리를 맡게 된다. 실제로 실물경기가 지표만큼 좋아지면, 그래서 국민이 경기 호전을 체감하기만 하면 날개를 달 수 있다. ‘경제전문가 정운찬’의 ‘능력’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중도실용 전도사를 자처하면서 서민 경제를 보듬는 모습을 보이면 ‘경제’를 자신의 확고한 브랜드로 만들 수 있다. 

이게 이유다. 정운찬 교수가 정계 입문 신고식을 민주당이 아닌 이명박 정부에서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민주당에 몸을 싣는 것보다 이명박 정부와 한 배를 타야 부가가치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다.

민주당에 몸을 담으면 리스크가 너무 크다. 민주당엔 구심이 없다. 게다가 야권 재편이 어떻게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판에선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정치 번외자였던 자신의 치명적 한계, 즉 조직 기반을 다질 언덕을 확보할 수 없다. 2007년에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중도포기 했는데 지금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어찌어찌 해서 충청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더라도 전략적 가치는 떨어진다. 여권 구도에서 향유할 수 있는 만큼의 충청 지분의 가치를 민주당에선 누릴 수 없다.

너무 한쪽만 살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복합 요인이 어지럽게 작동하는 정치판은 더더욱 그렇다. 얻는 만큼 치러야 하는 대가가 있다.

설명해야 한다. 민주당에서 이명박 정부로 유턴한 정치 행보는 둘째 치고라도, 총리직을 수락하기 직전까지 비판했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 행여 이명박 대통령의 집착에 가까운 애정을 식힐 재간이 없다면 더더욱 조목조목 설명해야 한다. 자신이 그렇게 비판하던 사업의 총괄 책임자가 된 합당한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초한다. 소신 따로 행동 따로의 기회주의적 지식인이라는 비난을 자초한다.

구현해야 한다. 지표에 머물고 있는 경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국민 상당수가 여전히 거두지 않는 ‘위장 친서민’이란 시각을 불식시키면서 민생을 보살펴야 한다. 그러려면 돌파해야 한다. 윤진식-강만수-윤증현으로 촘촘히 짜인 현 경제팀의 두터운 벽을 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초한다. 학문 따로 실물 따로의 반쪽짜리 전문성이라는 비아냥을 자초한다.

극복해야 한다. 자신의 총리직 수락을 정치적 도전으로 간주할 박근혜계의 견제를 극복해야 한다. 더불어 이명박계 내 잠재적 경쟁자들의 견제, 그리고 자유선진당 같은 충청 기반 정치세력의 견제 또한 이겨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자초한다. 견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넘어지면 생동하는 현실 앞에선 무력한 허약한 지식인이란 냉소를 자초한다.

▲사진=차기 국무총리로 내정된 정운찬 서울대 교수 ⓒ프레시안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토씨'


민주당이 등원을 결정했다. 아무 조건을 달지 않는, 무조건 등원이다.

놀랍지 않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기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의원직 총사퇴를 떠벌리면서도 사퇴서를 국회의장한테 내지 않는 기묘한 모습에서 이미 알아봤다. 미디어법 강행 처리로 민주주의 조종이 울렸다고 규탄하면서도 지방을 돌며 제한적인 홍보전만 펴는 어정쩡한 모습에서 이미 알아봤다. 민주당은 성의 표시만 하려 했을 뿐, 사생결단할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등원은 시간 문제였다.

그래도 이것 하나는 짚고 넘어가야겠다.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 이런 시점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반드시 짚어야겠다.

헌재 심리는 언급하지 않겠다. 민주당이 자진해서 제기한 방송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한 헌재의 심리과정은 말하지 않겠다. 민주당이 헌재 결정에 거는 기대가 클수록 여론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게 경험칙임에도 불구하고 거론하지 않겠다. 당위명제, 즉 ‘어떤 세력,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된 판단’을 능멸하는 주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절제하겠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이자 정치적인 문제다.

MBC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엄기영 사장 경질 가능성을 공공연히 밝히면서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YTN은 이미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배석규 대표이사가 보도국장을 일방적으로 경질하고 ‘돌발영상’ PD를 대기발령 조치한 데 대해 노조와 기자협회가 극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시점,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투쟁을 거둬들이면 어떻게 될까? 자명하다. 고립된다. MBC와 YTN 사원들이 회사 담장 안에 갇힌다. 민주당 스스로 병참선을 끊어버림으로써 민주당 스스로 규정한 ‘반민주세력’이 ‘민주언론’을 옥죄는 길을 넓혀주는 것이다.

민주당은 아니라고 한다. 국회에 등원한다고 해서 미디어법 원천무효 투쟁을 멈추는 건 아니라고 한다. 국회에 등원해도 원내외 병행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한다.

말은 좋지만 영양가는 없다. 민주당의 무조건 등원 결정 자체가 미디어법 원천무효 투쟁의 김을 뺀다. 미디어법 원천무효 장외투쟁이 역부족이라고 판단해 무조건 등원 결정을 내린 판에 힘을 다른 의안에 분산하면서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원내외 병행투쟁을 끌어내겠다는 건 몽상 아니면 변명이다.

민주당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미디어법 원천무효 투쟁을 물려야 할 만큼 긴박하고도 절박한 문제가 따로 있음을 찾는 것이다. 민주당이 회군할 수밖에 없는 이유,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찾는 것이다.

있을까? 그런 게 있을까? 물론 있다. 정세균 대표가 그러지 않았는가. 3대 위기, 즉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평화 위기 극복을 위해 원내외 병행투쟁을 벌이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대표적인 게 내년 예산안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4대강 사업비 때문에 복지예산 등이 깎이는 건 ‘오해’라며 밀어붙일 태세를 가다듬고 있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절대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외면할 수 없다. 민생과 직결되는 문제니까, 삶의 환경과 직결되는 문제니까 소홀히 다룰 수 없다. 미디어법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 사안 또한 엄청 중요하다.

이렇게 보니 이해할 여지가 생긴다. 이것도 챙겨야 하고 저것도 챙겨야 하는 민주당의 분주함과 번다함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다.

근데 막힌다. 민주당의 처지는 이해하겠는데 민주당의 해법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애당초 그러지 않았는가. 소수 야당의 궁색한 처지 때문에 미디어법을 막지 못했다고, 그래서 국민의 힘을 얻기 위해 장외로 나간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궁색한 처지가 갑자기 달라지기라도 하는 건가? 내년 예산안을 둘러싼 공방에선 민주당의 궁색한 처지가 탄탄한 입지로 둔갑하기라도 하는 건가? 미디어법과는 달리 주도권을 쥐고 정부여당의 일방독주를 제어할 수 있는 건가? 장외투쟁을 스스로 접음으로써 의정주도권을 한나라당에 헌납하고서도 그걸 단번에 되찾을 수 있는 신묘한 비책이라도 숨겨둔 건가? 민주주의 위기 극복을 위한 싸움을 접은 마당에 서민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싸움만은 가열차게 전개할 수 있는 건가?

묻지 말자. 정세균 대표의 기자회견문을 두 번 세 번 정독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민주당의 무조건 등원은 ‘묻지마 등원’이다. 묻지 말라는데 꼬치고치 캐묻는 건 결례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토씨'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두 말을 비교하자. 이 작업을 끝내야 다음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

▲대운하 사업은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 - 2008년 6월 19일 특별기자회견
▲(대운하 사업을) 내 임기 내에는 추진하지 않겠다 - 2009년 6월 29일 라디오연설

다른가? 두 말에 현격한 차이가 있는가? 없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호평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내”를 특정함으로써 대운하 포기 의사를 좀 더 분명히 밝혔다고 상찬한다. 그러니까 이제 대운하 논란은 접자고 당부한다.

이해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다. 오히려 정반대로 읽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내”로 한정함으로써 “임기 후”의 여지를 확보한 측면이 있고, “대운하가 필요하다는 내 믿음에는 지금도 변화가 없다”는 말을 덧붙임으로써 대운하 사업의 정당성을 확인한 측면이 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으련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그러지 않았는가. “의구심 바이러스”를 퍼뜨리지 말라고…. ‘꼬투리 잡기’로 욕먹을 수 있으니까 관두련다. 하지만 이 점만은 그냥 넘길 수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의했다. 대운하 사업의 핵심을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의를 확장해 적용하면 이런 얘기가 된다.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일만 하지 않으면 4대강에서 어떤 사업을 벌이든 그건 대운하 사업이 아닌 게 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운하와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일은 ’의구심 바이러스‘에 감염돼 정쟁을 일삼는 행위가 된다.

그래서 입 닫아야 한다. 정부가 4대강에서 보를 필요 이상으로 건설해도, 그 보의 숫자를 제대로 밝히지 않아도 그건 단순한 물놀이용 보여서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믿고 입 닫아야 한다. 정부가 4대강에서 바닥을 필요 이상으로 긁어내도 그건 강의 수량을 풍부히 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며 이걸 선박 운항과 연결 짓는 건 오해 또는 의구심 바이러스에 감염됐기 때문이라고 믿고 입 닫아야 한다. 정부가 4대강 피해액을 마구 부풀려도 그건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단순 계산착오라고 믿고 입 닫아야 한다. 행여 입을 열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다시 말해 대운하와 연결 짓는 건 피해야 한다.

어떤가? 여기서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합리적 의심이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제압당하는, 기적과도 같은 전도현상을 목격할 수 있지 않은가? 대통령이 설정한 프레임에 객관적 사실이 갇히는, 기막힌 왜곡현상을 목도할 수 있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4대강 사업이 ‘언터처블’이 되지 현상을 체감할 수 있지 않은가?

물론 이렇게 말하는 건 잘못됐다. 주어가 잘못됐고 시제가 잘못됐다. 합리적 의심이 “제압당하는” 중도 아니고, 객관적 사실이 “갇히는” 중도 아니며, 4대강 사업이 “언터처블이 되는” 중도 아니다. 그건 단지 청와대가 뇌리 속에서 그리는 현재진행형의 희망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일각, 즉 합리적 의심과 객관적 사실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야 할 언론 가운데 일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을 장단 삼아 춤 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진=라디오 연설하는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