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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몰락'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4/12 '몰락한 386'에 대한 보론 - 문제는 '진화'(였)다 (6)
  2. 2008/04/11 '몰락한 386' 비판, 초점이 어긋났다 (53)

1.

왜 블로그 활동을 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좋아서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미디어의 틀에 구속되지 않고 여러 형태의 글쓰기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다섯 달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소득을 거머쥡니다. '발견'입니다.

저의 부족한 표현력, 짧은 생각, 엉성한 구성을 발견합니다. 깊이 숙고하고 여러 번 퇴고를 해도 완전히 극복할 수 없는 글쓰기의 어려움을 확인합니다.

더불어 발견합니다. 글 밑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서 발견합니다. 저의 부족한 표현력, 짧은 생각, 엉성한 구성을 질타하는 댓글을 보면서 '야성적인 지성'을 발견합니다. 당사자의 항변성 논리도 아니고 전문가의 학자연한 고견도 아닌 자연상태의 '나안'을 발견합니다. 이게 민심이고 이게 여론이다 싶은 생각을 합니다. 이게 가장 정확한 시각이다 싶은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반갑고 뿌듯합니다. 그리고 배웁니다.

2.

'몰락한 386'에 달린 댓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부적절한 단어, 세밀하지 못한 분류, 정교하지 않은 규정이 어김없이 걸러지는 걸 보면서 '보론'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원문을 보강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현 시국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댓글들을 보면서 이어가야 할 필요성을 확인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무엇부터 고쳐야 하는지를 끝까지 파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3.

제 눈길을 사로잡은 댓글 두 구절이 있었습니다.

'속상해서' 님이 그랬습니다. '분노'는 "무력감의 다른 형태"라고 했습니다. 절절이 와 닿는 표현이었습니다.

얼마 전 다른 글('맥빠지는 선거, 서성이는 표심')에서 짧게 언급한 바 있습니다. 표심이 서성이고 있다고, 방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믿고 의지할 데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총선 투표율이 극히 낮을 것이라고 예감하면서 그 원인을 여기서 찾았습니다.

'속상해서' 님의 지적에 따르면 범위가 확장됩니다. 노무현 후보 지지에서 이명박 후보 지지로 입장을 바꾼 상당수 유권자도 넓게 보면 방황하는 유권자입니다. 분노가 무력감, 즉 체념으로 이어진 겁니다.

문제는 원인이었습니다. 분노한 이유가 뭔지를 규명해야 했습니다. 민주당이 놓치고 있는 게 바로 이 문제라고 봤습니다. 그 한 가운데 386이 있었다고 여겼습니다.

이념 대 민생의 이분법적 구도에 빠져 선택적 해법을 찾아선 안 됐습니다. 꼭 이 두 개념을 갖고 풀어야 한다면 이래야 했습니다. 민생 해결을 위한 이념적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진보적 입장에서 민생 해법을 제시해야 했습니다.

민주당과 386은 그걸 놓쳤습니다. 오히려 한나라당의 해법을 컨닝하려고 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민주당의 '정체성' 문제였습니다.

진보는 무정형의 개념입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입장에서 제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로 진보의 태도입니다. 진보의 속성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입니다. 사회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에 맞춰 진보의 스펙트럼 또한 끊임없이 조절돼야 하는 것입니다. 민주당과 386의원은 이 점에서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부정확했습니다. 386의 몰락 이유를 진단하면서 정밀하게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a' 님의 지적이 정확합니다. "386정치인의 실패는 자기정체성의 진화에 실패(한 것)"이라는 'a'님의 표현이 가장 분명하고 예리한 것입니다. 진화에 실패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 진보의 의무를 저버린 것입니다.

4.

단순화의 오류를 무릅쓰고 말하렵니다.

IMF환란 10년을 거치면서 중산층이 몰락했습니다. 재산과 소득, 교육과 여가 모든 면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객관적 형세만 놓고 보면 '진보에의 요구'는 점증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계급 투표'의 여지는 넓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 지형은 보수 일색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정치 세력이 '진보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니까 유권자가 체념했고 이 체념이 복고적 투표성향을 낳고 있습니다. 더불어 정치 균형이 깨지고 있고 이념의 긴장관계도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절박합니다. 다시 균형 관계를 잡는 게 시급합니다.

하지만 멀어 보입니다. 총선에서 살아남은 민주당 인사들의 면면이 그렇습니다. 386보다 더 '과거'와 '보수'로 경도돼 있습니다.

5.

이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언론이 분류합니다. 보수 대 진보로 분류하고, 진보의 한 축으로 민주당을 놓습니다. 과연 옳은 분류일까요?

진보를 상대적 개념으로 쓰는 거라면 굳이 토를 달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민주당은 진보가 아닙니다. 그들 스스로 '중도'를 표방하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서 두 개의 물음표가 찍힙니다.

386은 왜 '중도' 민주당에 기거한 걸까요? 스스로 진보와 혁신을 주장하던 386이 '중도'에 몸을 실은 이유가 뭘까요? 현실 때문일까요? 이른바 원조 진보는 아직 성숙돼 있지 않아 개혁의 주도권을 쥘 수 없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중도' 민주당을 숙주로 삼은 걸까요? 그렇다면 386의 몰락을 '기생 부화'가 실패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최종 판정해도 되는 걸까요?

이른바 원조 진보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민노당의 의석수는 반토막이 났고 진보신당은 원외정당으로 밀려났습니다. 유권자는 왜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은 걸까요? 왜 원조 진보는 '진보에의 요구'를 세력화하지 못한 걸까요?

발제하는 걸로 만족해야 겠네요. 짧은 필설로 담아내기엔 너무 큰 담론입니다. 고민과 반성, 그리고 인고의 나날을 보낸 다음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물음입니다. 하지만 길게 보고 느긋하게 대처할 일도 아닙니다. 이 두 물음에 답을 내놓지 못하면 '서성이는 표심'에 거처를 제공할 수 없고, '체념하는 표심'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여러분의 '나안'과 '지성'이 필요합니다.

Posted by '토씨'

1.

민주당 386 국회의원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총선에서 살아돌아온 이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심판이 이뤄졌다고 봐야 할 겁니다. 레드 카드가 나온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보수 언론이 놓치지 않습니다. 이들의 몰락에 '조사'를 바칩니다. 애도나 안타까움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조문에 참기름을 바른 듯합니다.

'사필귀정'이라고 합니다. 싸가지 없는 언사에 좌파 정책을 주도한 데 대한 심판이었다고 판정합니다.

2.

동의할 수 없습니다. 동의 여부를 떠나 사실관계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386은 좌파 정책을 주도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반대였죠. 자기 정체성을 잃었습니다. 기존 정치에 휩쓸리면서 자리 보존하는데 골몰했습니다. 이게 몰락의 이유입니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때 그들은 거수기로 전락했습니다. 어떤 386의원은 의원직을 건다고 큰소리 쳤다가 며칠 뒤에 입을 씻었습니다.

한미FTA 협상이 타결될 때 386은 없었습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인 건 475 의원이었습니다.

열린우리당이 궤멸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떤 386의원은 호남으로 돌아가는 길만이 살 길이라고 선창했습니다.

손학규 대표를 옹립한 이들도 수도권 386입니다. 한나라당 출신으로 민주당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금배지를 사수하려면 대중성 있는 사람이 나서 한 표라도 더 긁어모아야 한다며 옹립을 강행했습니다.

이런 족적을 남긴 386을 좌파 정책의 주모자로 몰아가는 건 과한 처사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과대평가'입니다.

3.

선행 비판이 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지 몇 년이나 됐다고, 세상물정을 얼마나 깨쳤다고 벌써 금배지를 다느냐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학생운동 경력을 팔아먹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이럴 때마다 나온 얘기는 '국회에 들어가서 잘 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틀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결과가 과정을 평가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16대 총선 때 '젊은 피 수혈' 차원에서 영입된 몇몇 386이 17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하고, 이어서 수십 명의 386이 탄핵 역풍을 타고 국회에 입성했지만 뭉치지 않았습니다. 저마다 좌장 또는 보스를 찾아 뿔뿔이 흩어졌고, 시류에 따라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한나라당 소장파가 '미래연대' '수요모임'을 만들어 당내 소금 역할을 하겠다고 큰소리치다가 2006년 지방선거를 끝으로 해체된 것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386도 어느새 흔적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한나라당 소장파 그룹이 해체되기 훨씬 전에 그랬습니다.

4.

'과대 해석'일지 모릅니다. 현실 정치의 복잡다단한 요소를 고려하지 못하는 단순 평가일지 모릅니다.

'도매금 비판'일지도 모릅니다. 수십 명의 386의원을 한 두름으로 엮어 하나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 일방적 평가일지도 모릅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의정활동을 한 386도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민주당 일각에서 '진보의 가치에 방점을 너무 찍은 게' 대선과 총선의 패인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주당이 대선과 총선에서 패배한 원인은 '진보 과잉' 때문이 아니라 '말의 과잉' 때문이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겉만 번지르르 했지 실천한 건 별로 없었다고, 이런 모습이 중구난방으로 비쳐지면서 불신을 자초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한 가운데에 386이 있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의 개혁성을 추동하고 담보하는 '세력'이 되기보다는 선배 의원과 어울리며 인맥 쌓기에 골몰하고 관료집단의 세치 혀와 두툼한 보고서에 휘둘린 '개인' 386이 있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