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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표는 오래 가지 못한다. 어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다고는 하나 그는 어차피 시한부, 내년 예산안 처리를 끝내면 그의 수명은 다 한다. 그럼 그 다음엔? 박근혜 의원의 조기등판이다. 그가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면에서 당을 추스를 것이다.

일반적인 분석이 이렇다. 정치권이든 언론이든 대개가 이렇게 전망한다. 뒷받침하는 소식도 들려온다. 조기등판을 꺼리던 박근혜 의원이 태도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그렇다 치자. 내년 1월쯤에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간판으로 재등장한다고 치자. 그럼 잘 될까? 박근혜 의원은 2004년 탄핵 역풍 때의 ‘박다르크’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까? 한나라당은 신장개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박근혜 의원이 좋든 싫든 무조건 꺼내들 수밖에 없는 카드는 두 개다. 하나는 정책, 다른 하나는 공천이다.

박근혜 의원이 이미 밝힌 바 있다. 당 쇄신 논란이 나왔을 때 정책 변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옆사람이 말려도 하고 또 할 박근혜 의원이다. 한데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태생적 한계와 환경의 제약이 그의 앞길을 교란할 수 있다.

한국판 버핏세 도입 논란이 불거졌을 때 박근혜 의원이 제동을 걸었다. 소득세 과표구간을 신설해 고소득자에게 더 높은 세율을 매기는 것을 반대하면서 자본이득세 신설이 어떻느냐고 제시했다. 거리가 있는 대안이었다. 민심은 종합소득이든 자본이득이든 더 많이 버는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명목 가리지 않고 걷어야 한다고 보는데 박근혜 의원은 감질 나는 정책을 내놨다. 태생이 보수인 그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정부가 어제 부동산 대책이란 걸 내놨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책이었다. 그러자 당장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한국판 버핏세 도입을 검토하는 마당에 가진자들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불만이었다. 박근혜 의원을 에워싸고 있는 정부는 이렇게 엇박자를 놓고 있다. 주변환경이 박근혜 의원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공천을 통한 물갈이도 그리 쉽지 않다. 박근혜 의원의 과거와 식구들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누가 봐도 물갈이 최우선 지역은 수도권이다. 반이명박·반한나라당 정서가 가장 극심한 곳이기에, 웬만한 인물 내세워봤자 명함 내밀기도 어려운 지역이기에 정수기로 걸러낸 물을 뿌려도 될까 말까하다. 한데 문제가 있다. 수도권 지역은 친이세력, 반박세력의 본거지다. 그동안 박근혜 의원과 각을 세워온 집단이 웅거하는 곳, 여차하면 앞으로도 박근혜 의원과 각을 세울 집단이 모여있는 곳이다. 이곳에 칼을 대면 정치보복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을 쳐내기 위해 박근혜 의원이 제 손에 피를 묻힌다는 이미지를 뒤집어쓰기 십상이다. 2008년 총선 때의 공천파동이 주체와 객체가 180도 뒤바뀐 채 재현된다. 그의 과거가 족쇄가 되는 것이다.

행여 친이세력이 반발해 탈당 후 독자출마(신당 소속으로 출마하든 무소속으로 출마하든) 하면 한나라당 후보의 표를 갉아 먹는다. 야권이 선거연대를 통해 단일 후보를 낼 것이라고 전제하면 친이세력의 반발 출마가 한나라당 후보의 공멸을 부를 공산이 크다. 식구가 원수가 되는 것이다.

반론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는 게 아니냐는 반론, 2004년 총선 때의 그 엄혹한 상황도 돌파한 박근혜 의원인데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 말이다. 하지만 다르다. 그 때와 지금의 상황은 판이하다.

2004년 총선 때는 그나마 에너지가 있었다. 김대중 정부 5년과 노무현 정부 1년여를 거친 뒤였기 때문에, 탄핵 역풍이 거셌다고는 하나 배면에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피로증이 함께 깔려있었기 때문에 박근혜 의원이 비빌 언덕이 있었다. 허나 지금은 아니다.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와 믿음은 거의 소진상태에 달했다. 끌어내고 조직할 에너지가 그때와는 달리 방전 일보직전에 가 있다.

2004년 총선 때는 검증되지 않았다. 박근혜 의원이 갖고 있는 정치철학과 정치행태가 국민에게 각인돼 있지 않았다. 그래서 여지가 있었다. 천막당사를 치는 것에 진정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었다. 허나 지금은 아니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과정을 거쳐 이명박 정권 내내 그가 보인 정치철학과 정치행태를 국민은 지켜볼만큼 지켜봤다. 감성적 호소가 먹혀들 여지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2004년 총선 때는 길을 터줬다. 물갈이 대상이 저항한 게 아니라 자진해서 정수기를 갖다 바쳤다.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하며 공천개혁의 밑자락을 깔았다. 허나 지금은 아니다. 그렇게 호락호락 당할 친이세력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순장 당하는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일 만큼 마음을 비운 사람들이 아니다. 게다가 박근혜 의원이 권위와 파워로 찍어누를만큼 대세론이 크지도 않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독배다. 박근혜 의원에게 조기등판은 집어들고 싶지 않은 독배다. 그래서 밀었을 것이다. 홍준표 체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도 어떻게든 그 체제를 유지시키려 했던 이유가 자신은 성배만 들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위험부담 크고 고된 롱릴리프 역할을 홍준표 대표에게 맡기고 자신은 짧고, 굵고, 빛나는 클로저가 되길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운명이다. 일반적인 전망처럼 박근혜 의원의 조기등판이 불가피해졌다면 그의 장밋빛 로드맵은 파지 처리될 수밖에 없다. 시베리아 벌판에 홀로 서서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게 싫다면 일반적인 전망을 비웃으면서 머리카락 보이지 않게 꼭꼭 숨든지….

▲캐리커쳐=손문상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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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꼼수’라고도 하고, ‘선거용’이라고도 한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개성공단 방문이 잇달아 터져 나오는 측근비리를 덮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고, 10.26재보선에서 여당에 유리한 판을 조성하기 위한 ‘선거용’이라는 것이다.

과잉분석이다. 이런 분석은 ‘개꿈’을 ‘돼지꿈’으로 해몽하는 것과 같다. 

돌아보면 안다. 북한 이슈는 더 이상 국내 정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2000년 4월 국민회의가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사실을 총선 사흘 전 공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2010년 6월 한나라당이 천안함 사건을 지방선거에 접목시키려다가 역시 역풍을 맞았다. 현실이 이렇다. 더 이상 ‘북풍’은 없다. 국민은 북한을 ‘평화 관리’ 차원에서 접근하지 정치의 한 요소로 생각하지 않는다.

백 번 양보해서 홍준표 대표의 개성공단 방문이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고 간주하더라도 한나라당에 도움 될 게 없다. 홍준표 대표가 개성에서 북한 당국자를 만난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남북관계 진전에 도움이 되는 합의를 도출한다 해도 한나라당에 득보다는 실이 크다.

홍준표 대표 스스로 말했다. 개성공단 방문을 ‘실무방문’으로 의미 축소한 이유에 대해 “너무 세게 나가면 보수층이 반발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의 말 그대로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보수세력에게 홍준표 대표의 ‘과속’은 못마땅한 ‘경거망동’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진보·중도세력이 예뻐하지도 않는다. 앞서 말한대로 홍준표 대표가 ‘너무 세게 나가면’ 그 행보에 깔린 정략적 의도를 읽으려 할 테니까.

그냥 지켜봐도 된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러 간다는 그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켜봐도 된다. 

어차피 가는 거라면 박수 쳐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잘 하면 하나의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홍준표 대표의 개성공단 방문을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홍준표 대표가 본인 입으로 말했다. 천안함·연평도 문제 때문에 정치군사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풀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으니까 “남북 경협과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남북간 신뢰를 구축해 보자는 뜻”이라고 했다. 이 말을 디딤돌 삼으면 꼬일대로 꼬인 남북 교류에 돌파구를 만들 수도 있다.

이치가 그렇지 않은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정치적 의미가 따라붙는 집권여당 대표조차 정경분리, 관민분리 차원의 남북 교류는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판에 정치적 위상과 의미가 없는 순수 민간 영역의 남북 교류를 정부당국이 무슨 명분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 남북간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남북 경협과 인도적 지원은 무조건 풀라고 정부당국에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

그래도 무시하면 어떡하냐고? 민간의 방북 신청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으면 어떡하냐고? 이럴 때는 응당 이명박 정권의 ‘엿가락 행정’을 질타해야 한다. 민간 교류마저 자의적으로 해석해 엿장수 식으로 대처하는 행태를 문제 삼아야 한다. 홍준표 대표의 개성공단 방문이란 좋은 본보기가 있지 않은가.

이렇게 보면 홍준표 대표는 ‘혈전 용해제’다. 남북을 잇는 대동맥과 정부당국과 민간부문을 연결하는 소통로에 켜켜이 쌓인 혈전을 푸는 용해제다.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국민이 하기 나름에 따라…

▲사진=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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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촉구했다. “대한민국 정권들은 후반기에 들어가면 언제나 권력, 측근, 친인척, 고위 공직자 비리로 침몰했다”며 청와대의 선제적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특정했다. “신재민 전 차관의 비리 연루 의혹 문제를 조속히 수사 착수해서 밝혀주기 바란다”고 콕 찍어 요구했다.

청와대도 받았다. 고위 관계자가 “권력형 비리와 관련해 동물적 감각과 히스토리를 알고 있는 분이 그런 말을 할 때는 경고의 의미”라며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왜일까? 권력형 비리에 관한 한 ‘동물적 감각’과 ‘히스토리’를 알고 있다는 홍준표 대표는 왜 지금 시점에서 측근 비리를 언급하고,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비리 의혹을 특정했을까?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비롯한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 연루 의혹이 적지 않았는데 왜 지금에 와서 사안을 심각하게 보는 걸까?

굳이 ‘동물적 감각’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다. 측근 비리의 ‘히스토리’를 조금만 살펴도 그 연유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단적인 예가 김현철 씨의 국정농단 사건이다. 김영삼 정권을 회복 불능의 레임덕 상황으로 몰아간 김현철 씨의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결정적 계기는 박경식 G남성클리닉 원장의 폭로였다. 김현철 씨가 박경식  원장의 병원에서 전화로 국정에 개입하는 상황을 담은 영상이 폭로된 것을 계기로 국정농단 사례 폭로는 줄을 이었고 김영삼 정권은 결정타를 맞았다.

주목할 점은 당시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던 ‘소통령’ 김현철 씨의 국정농단을 폭로한 주체가 다름 아닌 그의 지인이었다는 점이다. 김현철 씨의 행적을 가장 잘 아는 지인이 구체적 증빙자료를 갖고 국정농단을 폭로함으로써 권력의 무마 또는 은폐 시도가 먹혀들 여지를 없애버렸다는 점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인이 대통령 측근의 비위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상황이다. 정권이 말기에 접어들어 힘이 빠져야 하고, 정권이 힘이 빠지는 만큼 야당 세력의 힘이 커져야 한다. 그래야 폭로를 뒷감당할 수 있다. 아무리 기우는 달이라 해도 엄연히 달인 만큼 권력이 맘만 먹으면 스산한 음기는 내뿜을 수 있다. 이 음기에 뼈마디가 쑤시는 처지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을 보위해줄 세력이 있어야 한다. 박경식 원장의 경우도 그랬다. 문제의 동영상을 폭로하기 전, 김현철 씨가 얽힌 다른 사건을 갖고 박경식 원장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당시 야당인 국민회의였다.

결국 측근 비리의 ‘히스토리’를 구성하는 요소는 두 가지이다. ‘내부’, 즉 측근의 지근거리에 있는 지인이 씨줄이라면, 그 지인의 폭로공간을 열어주는 상황이 날줄이다.

신재민 전 차관의 경우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신 전 차관의 비위 의혹을 폭로한 주체는 다름 아닌 그의 지인,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다. 호형호제 하던 사람이고, 직접 돈을 건넨 사람이다. 그래서 폭로 내용이 구체적이다.

상황도 비슷하다. 이명박 정권이 말기로 접어들면서 민심 이반이 폭넓게 나타나고 있고, 야당의 상승기류는 그만큼 가파르다. 그래서 이국철 회장은 민주당에 기대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어제 말하지 않았는가.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신재민 전 차관의 비위 의혹을 경청한 다음에 “당신 뒤에는 박영선 박지원이 있으니까 소신껏 하라고 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정리하면 알 수 있다. 이국철 회장이 주도하는 신재민 전 차관, 아니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비위 의혹 사건은 단기간에 끝날 사안도, 이국철 대 신재민의 단순 대립구도로 전개될 사안도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이미 사안이 권력 말기의 정치게임으로 확장돼 버렸기에 여야 모두 총력전의 태세로 전면전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국철 회장의 행보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국철 회장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는데도 신재민 전 차관 등의 비위 의혹을 입증할 증빙자료를 일체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하면서도 수사 협조는 안 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사실 이상할 게 없다. 이국철 회장이 검찰이 아직도 권력의 손아귀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검찰에 증빙자료를 순순히 내주면 사안이 ‘조율’ 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면 순순히 증빙자료를 내놓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사진=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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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면 그럴싸하다.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현 대표가 정면충돌했고, 홍준표 의원이 탈당과 분당을 거론했으니 일부 언론이 ‘빅뱅’ 가능성을 점치는 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니다.

홍준표 의원의 말에는 무게감이 없다. 파괴력이 크지 않은 평의원의 개별 의견일뿐더러 그가 “탈당하고 나가 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윽박지른다고 해서 박근혜 전 대표가 응할 까닭도 없고, 그럴 사정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홍준표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한다는 세간의 말에 기대면 그의 말은 ‘공격용’보다는 ‘전시용’에 가깝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세종시 수정안에 기운 서울시 당원과 의원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선명도 지수를 올렸다는 해석 말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현 대표가 험구를 주고받은 양상 또한 그리 중요치 않다. 지금까지 있어왔고 앞으로 있을 공방의 편린에 지나지 않는다. 최종적으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이 충돌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전ㆍ현 대표의 충돌은 서막에 불과한 것이기도 하다.

주목할 건 정면충돌의 양상이 아니라 그 내용이다. 정면충돌 양상에도 불구하고 ‘빅뱅’ 가능성에 쉬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책임지라고 했다. “당이 신뢰를 잃는 것은 (정몽준 대표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 말을 거꾸로 해석하면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 된다. 이명박계가 세종시 원안 고수 당론을 변경하는 사태가 발생하면(당장 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그 책임을 정몽준 대표에게 묻겠다는 뜻이 된다.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정몽준 대표가 자진사퇴하지 않는 한, 박근혜계가 정몽준 대표를 자리에서 끌어내릴 정도로 세가 불어나지 않는 한 박근혜 전 대표가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하나 밖에 없다. 7월로 예정된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각을 세우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전당대회를 상정하고 있다면 사라진다. 탈당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여지가 사라진다. 전당대회에서 이기든 지든 그것은 당심을 반영한 결과이니까, 또 정상적인 당 의사결정과정의 산물이니까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입만 열면 절차와 원칙을 읊조리는 박근혜 전 대표로선 더더욱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과정이다. 이명박계가 당론 변경을 끌어내기 위한 사전작업을 ‘정상’의 범주에서 전개하는지, 아니면 그 이상의 방법을 모색하는지가 관건이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설득의 틀 내에 머문다면 몰라도 그 범주를 뛰어넘어 박근혜계의 ‘파괴’를 시도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박근혜 전 대표로선 ‘방어권’ 확보 차원에서 수단과 방법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니다. 이런 경우는 말 그대로 가정에 머물고 있다. 정몽준 대표가 그러지 않았는가. “당내 누구든지 찬반 의견을 자유롭게 밝힐 수 있다”고, “당 대표라고 해서 찬성 의견을 말하면 안 된다고 하면 지나친 말씀”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 말을 풀이하면 '왜 말도 못하게 하느냐'는 푸념이다.

아직까지는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계의 상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사진 출처=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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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전망했다. “박연차 수사의 마지막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뭔가 대단한 정보를 손에 쥔 채 한 자락을 펼친 발언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천기누설급의 귀띔도 신통방통한 예언도 아니다.

이미 나왔다. ‘동아일보’가 지난 19일 보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50억원을 받은 정황을 대검 중수부가 잡았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오늘 또 나왔다. 국세청의 박연차 세무조사 결과 보고서에 비자금 50억원의 실소유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일 가능성이 언급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분명해 보인다. 여기저기서 거론하는 걸 보니 검찰의 최종 수사목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해도 된다. 검찰이 야권 인사를 사법처리하기에 앞서 ‘MB맨’인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부터 구속시킨 배경을 헤아릴 만하다. 여권은 살을 주고 뼈를 도려내려 한다. 저위험 고수익을 기대하며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어떨까? 여권의 이런 계산이 실제로 호주머니를 불려줄 수 있을까?

그러려면 확정해야 한다. 박연차 회장의 비자금 50억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흘러간 사실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동아일보’는 ‘정황’이라고 했고, ‘조선일보’는 국세청이 실소유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일 ‘가능성’만 언급했다고 했다.

행여 사실 확인 과정에서 삐끗하면, 다시 말해 비자금 50억원의 실소유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닌 것으로 확정되면 판은 달라진다. 저위험 고수익 모델이 고위험 저수익 모델로 뒤바뀐다. 비리 단죄 명분이 쇠하고 정치 보복 비난이 성하게 된다.

행여 검찰이 실소유주를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확정한다고 해도 고수익 실현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투자 타이밍을 놓친 게 뼈아프다.

할 거라면 일찍 했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정권이 갓 출범했을 때, 그래서 단죄하는 쪽과 단죄당하는 쪽의 신구 명암이 극명하게 교차될 때 사정의 칼날을 뽑았어야 했다. 그래야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논란을 봉쇄하면서, 수비에 신경 쓰지 않고 전원 공격대형을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놓쳤다. 촛불시위 때문이든 사정기관 장악 지연 때문이든 아무튼 적기를 놓치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에 고착돼 있고, ‘MB맨’ 역시 비리 사슬의 한 고리에 놓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래갖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 구정권의 비리를 드러냄으로써 신정권의 개혁을 부각하는 정치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 기껏해야 ‘누가누가 덜 더럽나’의 네거티브 게임이 전개될 뿐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논란이 추부길 전 비서관 선에서 그치면, 그리고 이종찬 전 민정수석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대표 선에서 머물면, 아울러 비자금 50억원의 실소유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확정되면 고수익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정치적 이익은 챙길 수 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전주덕진 출마 선언으로 자중지란에 빠진 민주당에 유효타 정도는 날릴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미 제기되고 있는 의혹, 즉 박연차 로비에 연루된 ‘MB맨’에 막강실세가 끼어있다면 어떻게 될까? 답할 필요가 없다. 죽은 권력보다 산 권력에 더욱 민감한 게 국민정서이고 국민여론이다.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박연차 세무조사를 주도해 ‘비자금 수혜자’의 면면을 꿰뚫고 있는 사람, 박연차 로비의 최종대상으로 ‘로비스트’의 면면을 잘 알 법한 사람, 바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느닷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검찰은 그런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이 뿐인가. 올해 초 한상률 전 청장에 대한 ‘그림 로비’ 의혹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는데도 청와대는 수사의뢰를 하지 않았고 검찰은 수사하지 않았다.

의혹이 증폭될 빌미를 스스로 만드는 바람에 투자전략이 꼬이고 있는 것이다.

▲사진=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 공식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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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그랬단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내가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단다.

실제로 그랬던 모양이다. 이상득 의원이 홍준표 원내대표의 ‘통제권’ 밖에서 종횡무진했다고 한다.

고흥길 국회 문방위원장이 미디어 관련법을 직권상정하기에 앞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다수 참석자가 경제법안만 처리하고 미디어관련법 등은 미루자는 의견을 내놓자 이상득 의원이 제동을 걸었단다. “그렇게 하면 우리 핵심지지층을 다 잃는다”며 “이번에 강하게 가야 한다”고 했단다.

기습상정 직전에 고흥길 문방위원장을 만나 법안 처리를 독려했고, 최근에 김형오 국회의장을 만나 직권상정 문제를 논의했다고도 한다.

명불허전이라고 했던가. ‘대통령 형님’의 위세는 대단했고 ‘만사형결(萬事兄結)’의 위력 또한 엄청났다. 한나라당을 진압했고 문방위 회의실 문을 열어젖혔다. 이상득 의원의 ‘개인플레이’가 ‘만사형통(萬事兄通)’의 신기를 다시 낳은 것이다.


여기서 잠깐 숨을 고르자. 아직 마침표가 찍히진 않았다. ‘통’했는지는 모르지만 ‘결’이 완료 된 건 아니다. 본회의장에서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려야 ‘결’이 이뤄진다.

어떨까? 김형오 의장은 ‘만사형결’의 신화를 강화하는 조연이 될까? 아니면 ‘먹통’의 한 선례를 남길까?

일단은 전자 쪽이다. 국회의장실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는 그렇다.

김형오 의장의 측근이 말했단다. “김 의장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단다. 의장실 관계자는 또 이렇게 말했단다. “6개 법안으로 구성된 미디어법 전체를 상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단다.

맥락이 같다. 측근과 관계자의 말은 고흥길 문방위원장의 직권상정 20분 전에 발표된 김형오 의장의 성명과 맥을 같이 한다. 김형오 의장이 이 성명에서 밝혔다. “대화와 타협 없이 본회의를 맞을 경우 의장으로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을 단호히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직권상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발언과 성명이다. 여차하면 여권의 입법 속도전에 가속엔진을 달아줄 수 있음을 시사한 언급이다.

그럼 23일 표명한 입장은 뭐냐고, “상임위에 상정됐다고 곧바로 본회의에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건 뭐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반향과 의미는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동아일보’가 “확인됐다”고 단정해 보도한 사실, 즉 이상득 의원과 최근에 만나 직권상정 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선다. 두 사람이 논의했다는 ‘최근’이 직권상정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23일 이후라면, 그리고 ‘최근 논의’가 어제의 직권상정 가능성을 시사한 성명을 낳는 데 일조했다면 상황은 암울하다.

미디어 관련법을 비롯한 쟁점법안의 운명을 가르기 때문만이 아니다. 국회가 권력견제기관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통법부의 오명을 다시 뒤집어쓸 쑤 있기에 하는 암울하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마지막까지 예단만은 피하자. 김형오 의장이 악역을 떠맡을 거라고 단정하지는 말자.

지켜보는 입장에선 국회의 추락이 참담하고 김형오 의장 입장에선 1월의 ‘지조’가 민망스럽지 않은가.

▲사진=고흥길 국회 문방위원장이 미디어 관련법을 기습상정하려 하자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제지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Posted by '토씨'

다시 전운이 감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7일 이후 직권상정 가능성을 시사하고 고흥길 문방위원장은 26일 미디어관련법 상정을 예고한다. 파국으로 내달리고 있는 것이다.

근데 이상하다. 한나라당 안에서 다른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이 말했다. “(미디어 관련법을)상정만 해준다면 2월 중에는 처리하지 않겠다는 수정제안도 (민주당이)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한나라당의 3선 중진인 권영세 의원이 말했다. “괜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법안은 뒤로 미루고 한나라당이 경제에 올인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또 있다. 여권 실세인 이상득 의원이 지난 8일 이명박계 비공개 모임에서 했다는 말이다. “앞으로 100일이 국정을 판가름한다”고 했다.

종합하면 이렇다. 한나라당은 전투태세를 갖추지 못했다. 당내 이견이 공공연히 표출될 정도로 집안 단속에 실패하고 있다. 초재기에 몰려있는 것도 아니다. 꼭 2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없다. 오히려 앞으로 100일을 내다볼 정도다.

그럼 뭔가? 성동격서 전략일까? 야당의 말초신경을 미디어 관련법에 집중시킨 다음에 다른 쟁점법안을 처리하려는 걸까?

가능하지 않다. 한나라당이 이렇게 처리하도록 야당이 방치한다면 그건 거래 또는 전략의 기본도 모르는 행위다. 열세 야당이 강구할 수밖에 없는 연계전략 카드를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다. 이렇게 상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오히려 이 점에 착목할 필요가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경고했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할 경우 지난해 12월 외통위 사태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상임위 활동 전면 보이콧을 경고한 것이다.

야당이 이렇게 나오면 쟁점법안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상임위가 사실상 마비되고 법안 심의는 중단된다. 결국 기댈 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뿐인데 이조차 불투명하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은 국민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할 때만 할 것”이라고 선을 그어버렸다.


그래서 궁금하다. 한나라당은 도대체 뭘 어쩌자는 것인가? 당장 처리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미디어 관련법으로 전운을 고조시키는 이유가 뭘까?

그게 고리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입장에서도 미디어 관련법이 고리이기 때문이다.

의장 직권상정 카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한나라당이 강구할 묘책은 따로 없다. 오로지 하나, 쟁점법안에 대한 일괄타결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변해야 한다. 핵심 쟁점인 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입장을 조정해야 한다. 야당이 내세우고 국민이 그렇게 바라볼 정도로 ‘등가교환’의 모양새를 만들어줘야 하고 그러려면 최소한 미디어 관련법에서 양보안을 내놔야 한다. 철회 또는 대폭 수정 카드를 내놓고 금산분리와 출총제 같은 ‘경제법안’을 따내야 한다.

민주당 입장도 마찬가지다. 의석수가 절대 열세인 자신들 입장에서 일괄타결을 통해 주고받기를 하는 것 자체가 성과다. 그래서 굳이 마다 할 이유가 없다. 다만 한 가지가 걸린다. 거래품목이다, 사문화 되다시피 한 출총제를 내주는 것까지는 강구할 수 있어도 금산분리마저 맥없이 내주면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 경제민주화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지지층의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역풍을 피하려면 분산시켜야 한다. 관전자의 눈길을 상징효과가 큰 쪽으로 돌려야 한다.

맞아떨어진다. 미디어관련법을 놓고 전운이 고조되면 극적 효과는 배가된다. 한나라당의 ‘양보’는 대승적 결단이 되고 민주당의 ‘거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된다.

문제는 시기다. 일괄타결을 이룰 시기를 언제로 잡느냐가 중요하다. 당기면 잡음이 나온다. 여야 모두 ‘너무 쉽게 내줬다’는 내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미루는 게 좋다. 가급적 2월 국회 이후로 미루는 게 좋다. 이왕이면 4월 재보선 쟁점이 되지 않도록 멀찌감치 미루는 게 좋다.

근데 난감하다.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 사이에 몇 가지 변수가 돌출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원내 지도부가 바뀐다. 누가 원내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타결의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

재보선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행여 어느 한 당이 참패를 하는 상황이 빚어지면 정국지형이 바뀌고 이해의 균형관계가 깨진다.

여야 모두 일괄타결의 불가피성을 인정한다면 남는 문제는 결국 시기다. 어떤 시기에 어떤 모양새를 연출하며 일괄타결을 이뤄낼지가 관건이다. 무작정 당기지도 않고 마냥 미루지도 않는, 절묘한 타이밍을 잡아내는 게 관건이다.

물론 단편적일 수 있다. 이런 진단과 전망이 반쪽짜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상수, 바로 청와대의 희망과 욕심을 살피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뜨뜻미지근한’ 홍준표 체제 대신 강성 원내 지도부를 세운 다음에 입법전쟁을 재촉발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한나라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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