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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다. 팔이 밖으로 굽는 기적이 연출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피의사실 공표죄 위반 혐의로 민주당에 의해 고발된 ‘노무현 수사팀’을 불기소 처분했단다. 홍만표 전 대검 수사기획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술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의 미국 주택 구매 사실 등을 브리핑 한 것은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봤음에도 불구하고 ‘죄가 안 됨’으로 결론 내렸단다. 위법성 조각사유, 즉 그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죄가 안 된다고 봤단다. '동아일보'가 "확인했다"며 이렇게 전한다.<기사보기>

듣는 이를 어이없게 만드는 대목이 바로 이것, 위법성 조각사유다. 통상적으로 명예훼손 피의자-피고인 등에게 적용되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검찰에게, 그것도 다른 죄가 아닌 피의사실 공표죄에 갖다 붙인 게 기가 차다.

결론부터 말하면 피의사실 공표죄와 위법성 조각사유는 아무 연관이 없다. 갖다 붙이려야 붙일 수가 없는 얼음과 숯의 관계다. 


검찰의 범죄수사는 모두가 공공행위다. 검찰 스스로 '공익의 대변자'를 자처하지 않는가. 검찰의 범죄수사는 공공의 안녕 보장, 즉 공익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범죄수사 연장선에서 이뤄지는 피의사실 공표도 모두 공익 목적 하에 이뤄지는 것이다. 피의사실 또한 그렇다. 검찰이 범죄수사를 벌여 내린 결론인 피의사실 또한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기초로 기소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명약관화하다.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는 원천적으로 위법성 조각사유를 갖고 있다.

그런데도 규정하고 있다. 형법 126조에서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고 있다.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310조에 위법성 조각사유 규정을 두면서도 따로 피의사실 공표 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그 연유가 뭐겠는가.

피의사실 공표는 위법성 조각사유 규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위법성 조각사유를 내세워 피의사실을 마구 공표하면 사법 대립 당사자에게 대등한 공격-방어의 수단과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당사자 대등주의’가 깨진다고 보기 때문에 피의사실 공표죄를 따로 규정한 것이다.

검찰은 이 평범하고도 상식적인 원리를 무시했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알 법한 원리를 무시한 채 제 식구에게 분칠을 해줬다. 분칠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피의사실 공표죄에 아예 대못질을 해버렸다.

2탄이다. 검찰의 이런 법 적용은 헌법재판소의 미디어법 결정 논리의 후속편이다. 입법 절차는 위법하나 입법 효력은 유효하다는 헌재의 결정이나, 피의사실은 공표했으나 피의사실 공표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검찰의 결론이나 법상식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기에 이란성 쌍둥이에 해당한다.
▲사진 출처=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이제는 되물을 때가 됐다.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기에 그 누구도 쉬 묻지 않던 걸 꺼낼 때가 됐다. 이것이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정말 완성됐는가?

불행하게도 부정의 증좌를 여기저기서 발견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쉼없이 터져 나오는 사례들에서 절차적 민주주의가 조롱당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눈이 충혈 되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보고 들었던 표현의 자유 문제는 거론치 않겠다. 이것 말고도 사례는 수두룩하다.

사법부의 최고 직위에 있는 신영철 대법관이 재판에 개입했다.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 시절 촛불시위 참가자에 대한 재판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도 임의로 사건을 배정했고 판사들을 압박했다.

사법부의 한 축인 헌법재판소는 본론 따로 결론 따로 식의 해괴한 결정을 내렸다. 대리투표가 자행되고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배하면서 탄생한 법률의 효력을 인정하는 망측한 판단을 내렸다.

입법부의 최대 정당인 한나라당은 대리투표를 저질렀고 일사부재의 원칙을 희롱했다. 야당 의원들의 심의 표결권한을 침해하면서 날치기 장면을 연출했다.

행정부에 속한 검찰은 널뛰기 수사를 벌였다. ‘노무현 수사’ 때는 이 잡듯 뒤지더니 이명박 대통령 사돈 기업 수사 때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다.

국가를 이루는 입법-사법-행정부의 실태가 이렇다. 그들 모두 헌법적 가치를 부정한다. 일사부재의 원칙을 조롱하고, 재판관의 독립된 양심을 침해하고, 공정한 법집행을 방기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절망적인 건 교정과 자정의 여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판 개입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대법관이란 사람은 물러나지 않는다. 대리투표와 일사부재의 위배 사실이 공인됐는데도 원내1당은 야당 탓을 한다. 부실 수사의 증거가 속속 제시되는데도 검찰총장은 수사를 할 만큼 했다고 강변한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완성되지 않았다. 불가역적인 상태로 굳어지지 않았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원칙의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여전히 힘의 바람에 휘둘리고 있다.

그래도 국민은 믿는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완성됐다고, 침해된 민생과 민권을 국가 제도를 통해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 다수 국민의 여론을 따르지 않느냐고 답답해하면서도 제도권을 박차고 나가 힘으로 순종을 강제하려고 하지 않는다. 국가시스템에 따라, 절차에 따라 민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러니다. 국가의 민주화는 땅을 기는데 국민의 민주의식은 하늘을 난다. 국가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혜택을 누리는데 국민은 절차적 민주주의에 갇혀있다. 

그리고 흩날린다. 아이러니 현상에 답답해하는 국민이 길게 토해낸 한숨이 하늘과 땅 사이를 맴돈다. 

▲사진=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앞서 1만배를 하고 있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김형오 국회의장이 어제 말했다. 민주당 의원 4명이 제출한 의원직 사퇴서가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어떤 분명한 정리가 있으면 좋겠다”며 “미국과 같이 중앙선관위에서 처리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오늘 말했다. 본회의 의결이나 국회의장 결재 없이도 선관위에 서면 신고하는 것으로 사퇴절차가 끝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된 사실을 환기시키면서 “이제 우리 국회도 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국회의원 못해먹겠다’는 의원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했다. “명색이 제1야당 대표(정세균), 법무장관을 지낸 4선 의원(천정배), 방송사 사장 출신 의원(최문순), 386 간판급 정치인(이광재)이 소신을 지키지 못하게 돼 정치 쇼를 했다는 비난을 듣게 해서야 될 일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받아들일까? 압박 대상 또는 조롱 대상이 된 4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미루어 짐작컨대 냉가슴 앓고 있을 것이다. 아무 말 못하고 가슴만 끓이고 있을 것이다.

사정이 그렇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다. ‘물려줘’ 하면 자신들의 행적이 정치 쇼가 되고, ‘처리해’ 하면 자신들의 신세가 끈 떨어진 연이 된다.

궁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대신 말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원인이 소멸됐으니까 의원직 사퇴서를 반려해’라고 말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광재 의원은 몰라도 정세균ㆍ천정배ㆍ최문순 의원의 경우엔 이렇게 하면 된다.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을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원천무효로 선언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해서 세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 원인을 소멸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면 개선장군이 된다. 자신들의 비분강개와 결기가 결국 승리를 일궈냈다고 자평하면서 개선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정반대 경우다. 헌재가 민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다. 이러면 ‘빼도 박도’ 못한다. 자신들이 썼던 의원직 사퇴서는 ‘정치적 유서’가 된다. 정세균 대표는 책임을 통감하는 차원에서, 다른 두 의원은 초심을 견지하는 차원에서 ‘고’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의원직 사퇴서 강행처리를 요구하거나 탈당을 강행(비례대표인 최문순 의원의 경우)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피박’이라도 면한다. ‘따블’로 돈을 토해내는 참사를 면한다. 안 그러면 ‘독박’을 쓴다. 황량한 상황에서 최고의 결기를 보이려던 의도가 역시 황량한 상황에서 최고의 기회주의로 낙인찍히게 된다.

이렇게 보니 분명하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입법권만 쥐라펴락 하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의 생명까지 좌우한다. 자주적이지 못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들도 안다. 자신들의 운명을 헌법재판소가 쥐고 있음을, 그 운명의 시간이 10월 29일로 잡혀 있음을 안다. 민주당 관계자가 말했다. 의원직 사퇴서 처리 문제에 대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날 때까지는 당의 입장 정리를 유보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될 것인가? 이들은 운명은….


▲사진=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 사건 공개변론에 참석하기에 앞서 천정배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민주당

Posted by '토씨'

민주당에게 물어야 겠다. 아주 간단한 질문이다.

헌법재판소가 방송법 효력정지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기각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또 결정을 질질 끌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책이 없다. 민주당은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정세균 대표가 말했다. 자신들은 그런 경우를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와의 인터뷰(28일)에서 “헌재가 쉽게 정권 하수인으로 전락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했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27일)에서 “헌재 재판이 그렇게 오래 걸릴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게 “확신”이라고 했다.

정세균 대표가 이렇게 “확신”하는 근거는 의외로 단순하다. “대한민국에 헌재 재판관만 있는 게 아니고 수많은 헌법학자, 법조인들도 있으니까”가 근거다.

쉬 부정할 수 없는,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근거이지만 그래도 켕긴다. 듣도보도 못한 ‘관습헌법’을 들고나왔던 헌재의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기에 정세균 대표의 “확신”이 ‘근거가 부족한 낙관’에 가까운 게 아니냐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그래도 뭐라 할 수 없다. 정세균 대표가 그런 “확신”에 기대어 두손 두발 다 놓고 있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원외투쟁을 병행하겠다고, 국민과의 ‘소통 투쟁’을 통해 미디어법 무효화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근데 묘하다. 국민과 함께 벌이겠다는 무효화 투쟁을 ‘동원’이 아닌 ‘소통’으로 한정했다. “옛날엔 대규모로 동원하는 동원투쟁을 했지만 이번엔 방향을 바꾸자”며 “우리가 국민들을 찾아가서, 거기서 국민과 소통하는 투쟁을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말은 맞다. 국민은 대상이 아니니까, 나오라면 나오고 들어가라면 들어가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니까 ‘동원’ 따위의 표현을 쓰는 건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소통’이라는 표현 또한 적절하지 않다. 정세균 대표가 직접 말하지 않았는가. “국민의 70%가 (미디어법의) 내용도 옳지 않고 (미디어법 처리) 과정도 옳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했고, “국민들이 진상을 알기 때문에 옳은 판단을 해줄 것으로 본다”고 하지 않았는가. 판을 이렇게 읽고 있다면 정세균 대표가, 민주당이 잡아야 하는 무효화 투쟁의 축은 분산이 아니라 결집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간헐적인' 홍보전에 주력하겠다고 한다. 핀트를 잘못 맞추면서 무효화 투쟁의 수위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뭐라 하지 말자. 민주당에겐 최후의 카드가 남아있다. 민주당 의원 전원이 작성해 정세균 대표에게 맡긴 의원직 사퇴서가 있다. 권한쟁의심판을 신청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제출을 유보하고 있는 의원직 사퇴서가 있다.

근데 덧없다. 이 카드는 최후의 카드가 아니라 뒷북 카드다. 버스 지나간 다음에 흔드는 손 같은 카드다. 헌재가 청구를 기각한 후에 제출해봤자 판을 되돌릴 수 없는 맥 빠진 카드다.

게다가 실제로 제출할 것 같지도 않다. 정세균 대표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기 때문에 청구 당사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일단 자신이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눈가림용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김형오 의장이 의원직 사퇴서를 수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순순히 의원직 사퇴 건을 의결해줄 리도 만무하다. 의원직 사퇴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한다고 해서 권한쟁의심판 청구인 자격을 당장 잃는 게 아닌데도 정세균 대표는, 민주당은 뭐가 무서운지 가장 약한 수를 택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정세균 대표가 한 말이 더 있다. “경거망동할 생각이 없다”며 의원직 총사퇴는 “(현안문제 뿐 아니라)중장기적 과제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심각한 변화가 올 때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정세균 대표의 이 말대로라면 의원직 총사퇴는 영영 불가능하다. 그가 설정한 “중장기적 과제”가 하루아침에 풀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민주주의 수호, 서민경제 회생, 남북문제 개선이다. 

다르게 볼 여지가 없다.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헌재 결정을 기다리자”는 한나라당의 입장과 별반 차이가 없다. 굳이 차이를 찾자면 헌재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팔짱 끼고 있는 것과 투쟁 시늉을 내는 것 정도의 차이다.

부족하다. 민주당은 2%, 아니 20%가 부족하다. 전략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의지 또한 부족하다.

▲사진=민주당이 지난 25일 서울역광장에서 다른 야당·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언론악법 원천무효 규탄대회를 열었다. ⓒ민주당

Posted by '토씨'

새삼 발견합니다.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전하는 뉴스 밑에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서 확인합니다. 재투표와 대리투표 실상을 전하는 화면이 또렷한데도 해석의 문제로 몰고가는 한나라당의 태도를 술안주 삼는 사람들을 보면서 되새깁니다.

답답해 합니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 현실에 답답해 하고 힘겨워 합니다.

새삼 느낍니다. 미디어법 강행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이중성에 '혹시나'와 '역시나'를 교차시키는 국민의 마음을 읽으면서 새삼 느낍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총사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국민의 시선을 살피면서 새삼 느낍니다.

잡고 싶어 합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합니다.

힘겨워 합니다. 촛불을 들어도, 향불을 피워도, 시국선언을 해도 변하지 않는 현실에 힘겨워 합니다. 기막혀 합니다. 일보 후퇴는 해도 그것을 이보 독주를 위한 몸풀기쯤으로 여기는 정부를 보면서 답답해 합니다.

멀리 살필 필요가 없습니다. 천성관 파동이 증명합니다. 향불이 피워올랐을 때 한나라당은 국정쇄신을 주문했고, 그 핵심 과제로 인적쇄신을 지목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근원적 처방을 운위했고, 중도통합과 친서민을 표방했습니다. 이렇게 군불을 때운 다음에 내놓은 첫작품이 '천성관'이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어이없어 했고 분노했습니다.

천성관 파동이 커질 기미를 보이자 지체없이 낙마시켰습니다. 평소의 MB 인사스타일과는 달리 재빨리, 전폭적으로 국민의 비판 여론을 수용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어서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나섰습니다. 재투표와 대리투표의 블랙 코미디가 연출되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단숨에 밀어붙였습니다.

국민들이 답답해하고 힘겨워 하는 건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호소하고 비판하고 요구해도 변하지 않는 위정자, 변하지 않는 정치집단 때문입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을 씻지 못하면서도 박근혜 전 대표에게 눈을 돌렸고, 역시 '혹시나' 하는 마음을 거두지 못하면서 민주당을 바라봅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변모시킬 수만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그들을 바라봤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느낍니다. 민심의 저류가 용솟음 치지 못하면 고입니다. 고이면서 썩습니다. 정치적 허무주의와 패배주의가 민심을 휘감게 됩니다. 미련을 버리는 방법으로 외면을 선택하게 됩니다.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닙니다. 이렇게 정치적 허무주의가 유포되고, 이렇게 탈정치화가 가속되면 악순환에 빠집니다. 민심이 답답해하는 정치를 바꿀 동력을 잃게 되고, 답답해하고 힘겨워 하는 마음은 각질이 돼 버립니다. 영원히 침잠하는 건 없다고, 침잠하면 할수록 용솟음 치는 세기가 커진다고 굳게 믿지만 과정의 인내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절실합니다. 작은 성취가 절실할 때입니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문이 생동하는 모습을 실증할 수 있는, 작지만 귀중한 사례가 절실할 때입니다.

그것이 뭐든 상관없습니다. 그것이 헌법재판소의 '방송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수용'이든, 아니면 더 나아가 '미디어법 재개정'이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국민 스스로, 국민 힘으로 작지만 근본적인 성취를 이뤄냈음을 실감할 사례입니다.

Posted by '토씨'

궁색하다. 현직 대법관의 해명치고는 논리가 너무 박약하다.

신영철 대법관이 그랬다. 자신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직할 때 단독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에 대해 “법원장 입장에서 당연히 해야 할 행정업무를 한 것”이라고 했다. “사법부 독립이라는 것은 100% 판사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고 “법관이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는 의미는 주관적 의견이 아니라 객관적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말만 놓고 보면 옳다. 문제가 터진 후에 진화 차원에서 내놓은 해명만 놓고 보면 그렇다.

법관이 주관에 치우쳐 100% 마음대로 재판을 진행하고 판결을 내리는 것은 ‘법관의 양심’과는 거리가 멀다. 신영철 대법관의 주장대로 가급적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고 증거 조사를 하는 건 법관의 자유라기보다는 의무에 가깝다.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신영철 대법관의 이런 해명이 듣는 이를 더 큰 의혹 구덩이로 밀어넣는다.


신영철 대법관의 주장대로라면 그가 단독판사들에게 요구한 건 ‘원칙’이다. 누구나 다 아는 ‘공자님 말씀’을 늘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비밀에 부쳐달라고 했다. 이메일에 '대내외비' '친전'이라고 달아 ‘대외비’는 물론 ‘대내비’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법관들에게까지 함구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신영철 대법관은 이에 대해 “그럼 법원 내부 업무 과련 사항을 공개로 하나”라고 반문했지만 신통치가 않다. 이런 반문은 ‘대외비’에만 해당하는 반쪽짜리 주장에 불과하다. ‘대내비’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신영철 대법관은 이메일에서 “대법원장의 뜻”이라고 했다. “내외부(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여러 사람들의 거의 일치된 의견”이라고도 했다.

이해할 수 없다. 신영철 대법관의 주장대로라면 그가 단독판사들에게 주문한 건 통상적인 사법행정에 불과한데 굳이 “대법원장의 뜻”과 “내외부의 여러 사람들”까지 들먹일 필요가 있었을까? 결과적으로 보면 일상 업무조차 제대로 집행하지 못해 더 높은 분의 권위를 빌려와야 했음을 실토하는 것 아닌가? 제얼굴에 침뱉기를 한 것 아닌가? 

사정이 이렇다. 신영철 대법관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져보니 더 처참하다. 서울중앙지법원장 그리고 대법관의 막강한 권위와 위상에 견주면 옹색한 해명에 불과하다.

그래서 돌아가련다. 대법관의 위상을 스스로 갉아먹는 해명은 치우고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의 상황판단으로 돌아가련다.

전제가 잘못 됐다. 신영철 대법관이 주장한 ‘법관 양심의 객관적 기준’이 잘못 설정돼 있다. 법관이 판결을 내릴 때 적용해야 하는 객관적 기준은 양형이나 증거 판단에 관한 것이다. 적용하려는 법 조항이 옳다는 것을 전제로 위법 여부를 가리고 사법적 책임을 물을 때나 성립되는 기준이다.

하지만 문제의 발단이 된 건 그게 아니다. 집시법 야간옥외집회 금지조항이 위헌이냐 아니냐가 문제의 발단이었고 핵심이었다. 일부 단독판사들이 재판을 미룬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적용하려는 법 조항의 합헌성에 문제의식을 가졌기 때문이다(판사들의 문제의식이 옳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본질적인 문제는 당시에 판사들의 양심이 그렇게 울렸고 그 울림에 따라 재판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결코 사법행정의 문제가 아니다. 법원장이 행사하는 사법행정 지휘권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판사가 독립적으로 행사해야 하는 재판권에 해당하는 문제다. 신영철 대법관은 바로 이 문제를 건드린 것이다. 법 조항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판사들에게 법 조항을 일단 ‘합헌’으로 간주하고 판결을 내리라고 주문한 것이다. 법관의 양심에 채찍질을 가한 것이다.

다른 데서 드러난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 “(야간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조항은)1994년에도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내려진 사안”이라는 말에서 드러난다. 신영철 대법관은 이미 전제해 놓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집시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쓸데없는 짓’ 또는 ‘소모적인 짓’으로 사실상 간주하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신영철 대법관은 자신의 ‘판단’에 사법행정이란 포장지를 씌워 단독판사들의 ‘양심’을 가리려 했다. 이게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바로 이런 본질이 생뚱맞은 해명을 난산한 것이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를 위반한 소지가 다분한 행위를 덮으려고 앞뒤 안 재고 앞뒤 안 맞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사진=신영철 대법관의 입장을 상세히 전한 ‘조선일보’.

Posted by '토씨'

똑같다. 정부가 9월 발표한 종부세 완화안과 거의 일치한다. 종부세 틀은 유지하더라도 부과기준은 완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가 그렇게 결정했다. 종부세가 입법권을 남용한 것도, 미실현 이득에 과세한 것도, 이중과세도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세대별 합산 과세는 위헌,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과세는 헌법불합치라고 했다.

예상했던 그대로다. 정치권과 언론이 얼추 내다본 그대로다. 그래서 의아하지 않다. 궁금하지도 않다. 헌재 결정 이후 국회의 모습이, 정부의 모습이 어떨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자중지란의 요소가 사라졌다. 종부세 부과기준을 놓고 정부와 한나라당이, 한나라당 지도부와 평의원이 보인 이견과 갈등이 사라지게 됐다. 이제 일치단결된 모습으로 종부세 완화안을 밀어붙일 일만 남았다.

단순히 밀어붙이는 게 아니다. 끝장을 볼 가능성이 크다.

종부세 완화안은 상징이었다. 정부의 감세정책을 상징하는 요소였다. 좌로 상속·증여세 완화안을, 우로 소득·법인세 완화안을 거느린 꼭지점이었다. 이 꼭지점이 헌재 결정으로 탄력을 받게 됐으니 다른 감세안에도 모터를 달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정말로 의아하다. 민주당의 태도가 정말로 의아하다.

민주당이 대변인 구두 논평을 내놨다. 헌재 결정이 내려지기도 전에 “헌재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논평을 내놨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재 발언’에 총공세를 펴면서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는 민주당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헌재 결정 기일 연기까지 요청했던 민주당이 후진기어를 넣은 것이다. “이제 국민이 헌재를 심판할 차례”라는 논평을 내놓은 민노당과는 다르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다르게 볼 여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민주당이 용빼는 재주를 갖고 있지 않는 한 사법적 판단을 정면에서 거부할 힘도 논리도 없다. 원칙적으로 존중하는 것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다.

그냥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 민주당 대변인 구두 논평을 원칙적인 입장 표명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이해하려니 더욱 의아하다. 헌재 결정이 나온 후 민주당의 다른 대변인이 나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측한 대로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강만수 장관의 ‘헌재 발언’ 배경에 대한 의혹을 아직 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 논평이다. 헌재 결정에 전폭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힌 논평이다.

그런데도 일찌감치 ‘존중’ 논평을 내놔 스스로 가둬버렸다. '헌재 발언'에 의혹을 제기하는 자신들의 주장에 스스로 김을 빼버렸다. 

어떻게 할까? 민주당은 앞으로 어떻게 할까?

일반적 예상이 하나 있다. 법과 정치를 별개로 놓고 정치적 공세를 강화하는 길이다. 강만수 장관 사퇴 요구를 더욱 강하게 펴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그런 정치 투쟁은 전제가 무너진 결론을 붙잡고 씨름하는 것과 같다.

강만수 장관의 ‘헌재 발언’이 문제가 된 것은 헌재 결정에 정부의 입김 또는 읍소가 반영됐을 가능성을 전제한 것이다. 무너질 수밖에 없다.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는 그 순간 강만수 장관의 ‘헌재 발언’의 심각성은 사라지고 기껏해야 말실수로 치부된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싸울 성질의 사안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약화될 수밖에 없다. 헌재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 결과적으로 강만수 장관 사퇴 요구 명분을 약화시킨다. ‘헌재 발언’을 강만수 장관 사퇴의 결정적 이유로 내걸었던 지난 행적이 ‘생트집’으로 치부되면서 사퇴 주장의 근거를 약화시킨다.

민주당은 헤맬 수밖에 없다. 거점을 잃고 계기를 잃고 동력을 잃은 채 낙동강 물에 정처없이 흔들리는 오리알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사진 = 헌법재판소 전경 ⓒ오마이뉴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