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도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9/08 대전충남 민심에 연타 때리는 여권, 왜? (6)
  2. 2008/08/29 이완구 지사가 '양면전' 펴는 이유 (2)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했다. 상황 파악을 잘 하고 처신하라는 속담이다. 헌데 무시한다. 차명진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 44명은 이 속담을 비웃는다.

‘수도권의 계획과 관리에 관한 법안’을 오늘 발의하기로 했다. 수도권 과밀 억제를 위해 제정된 ‘수도권 정비계획법’을 폐지하고, 수도권 개발계획의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수도권 광역단체장에게 대폭 이양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불난 집에 휘발유 끼얹는 격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문제로 들끓는 대전충남지역 민심에 이중가격을 가하는 꼴이다.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가 될 대전충남지역에서 자폭을 감행하는 셈이다. 그래서 이해할 수 없다.

혹시 이런 걸까? 대전충남지역 만큼이나 격전이 벌어질 곳이 수도권이니까, 대전충남지역보다 표밭이 넓은 곳이 수도권이니까 우선 이 곳부터 챙기자는 셈법일까? 법안 발의에 참여한 수도권 의원들의 정치적 이해가 최우선적으로 반영된 걸까?

익히 보아온 모습이기에 능히 도출할 분석이지만 이번엔 다르다. 상황이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다.


심대평 총리 카드 무산 이후, 그리고 정운찬 총리 내정자의 ‘원점 복귀 불능, 원안 추진 불가’ 입장 표명 이후 행복도시 문제가 정기국회 최대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공조해 정기국회의 최우선 쟁점으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 여파를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갈 것을 꾀하고 있다. 굳이 이런 상황에서 불을 지를 이유가 없다.

또 하나 있다. 수도권 의원들의 ‘궐기’가 감행될 만큼 여권이 느슨하지가 않다. 오히려 청와대의 국정장악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에 정치적 부담을 주는 시도를 일부 의원들이 독자적으로 감행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다르게 봐야 한다. 최소한 청와대의 용인 또는 방조 하에 수도권 의원들이 길 닦기에 나선 것으로 봐야 한다. 이렇게 보는 정황이 몇 가지 있다.

▲심대평 총리 카드가 무산된 후 청와대와 자유선진당이 진실게임을 벌일 때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가 ‘중앙일보’ 기자에게 말했다. 행복도시 문제에 대해 “정부 입장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이 말을 뒤집어 읽을 수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정부기관 이전 고시까지 마친 문제인데도 정부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재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원안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총리직 제안을 받은 정운찬 내정자가 조언을 구한 김종인 전 의원이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대통령이 (행복도시 축소에) 집착하는데 그걸 하지 못하겠다면 같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했다.

‘프레시안’은 김종인 전 의원의 이 말을 이렇게 해석했다. “(행복도시 문제 등에 대해) 정운찬 내정자의 입장에 대한 청와대의 사전 단속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풀이했다.

▲이렇게 에둘러 갈 필요가 없다. 아주 직접적인 말이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가 ‘조선일보’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가 그랬다. “솔직히 세종시(행복도시)를 계획대로 건설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는 비효율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년 선거나 국정 지지도 등을 생각하면 수정안을 낼 수가 없다”고 했다.

정황들이 말한다. 청와대는 이미 입장을 세웠다. 행복도시를 축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다만, 정치적 여파를 고려해 결행 시기를 고민해왔을 뿐이다. 가급적 지방선거를 피해가는 방법을 강구해왔을 뿐이다.

이렇게 보면 결코 ‘돌출’이 아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수도권 규제완화법 발의를 돌출행동으로 볼 수 없다. 오히려 청와대의 입장에 부응하고, 청와대의 방침에 복무하는 시도로 읽어야 한다.

감행 시기도 달리 읽을 필요가 없다. 청와대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기는 지방선거 이후겠지만 택일은 이미 물 건너갔다. 행복도시 문제는 이미 정기국회의 최대쟁점이 돼 버렸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온다. 여권 주류 일각에서 “이왕 불거진 이상 정면으로 돌파하자”는 얘기가 나온다(‘조선일보’ 보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수도권 규제완화법 발의는 강대강 전술의 일환으로 읽어야 한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 나아가 정기국회 내내 쟁점이 될 행복도시 문제에 밀리지 않기 위해 선수를 치고 맞불을 놓은 것으로 읽어야 한다. 돌파를 위한 포석 또는 타협을 위한 포석으로 읽어야 한다.

▲사진=행복도시에 들어설 예정인 중앙청사 조감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완구 충남지사는 또 왜 그럴까? 김문수 경기지사가 정부와 각을 세우는 이유는 이미 짚은 바 있으니까 논외로 하자("'김문수 '도발' 속내? '손학규'를 보라" 참조). 이완구 충남지사는 왜 나서는 걸까?

김문수 경기지사가 정부의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에 포문을 연 지 열흘 쯤 뒤에 이완구 지사도 공격을 개시했다. 지난 5일 충남을 찾은 한나라당 지도부 앞에서 ‘충청홀대론’을 격하게 폈고 박순자 최고위원과는 하이톤으로 설전을 주고받기까지 했다.

그러더니 이번엔 김문수 경기지사를 향해 거침없는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지도자의 덕목’을 거론하며 “실망했다”고 쏘아붙였고, 정부정책을 따르라고 충고했다.

일각에서는 이완구 지사의 이런 행보를 ‘꿈’과 연결 짓는다. 김종필 씨가 정계를 은퇴한 후 무주공산이 된 충청의 맹주가 되려는 ‘꿈’을 안고 ‘충청인 대변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럴 듯하다. 이완구 지사가 박순자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인 직후 지역 민심이 “속이 다 후련하다” “이런 강한 분이 대권 도전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대전일보>가 전한 걸 보면 상당히 근거 있는 분석 같다.

하지만 아니다. 그렇게 단정하기엔 충청 지역의 사정이 간단치 않다.

정우택 충북지사가 7월 21일에, 박성효 대전시장이 지난 13일에 자유선진당을 찾았다. 지난 12일에는 대전·충남·충북 3개 광역단체가 자유선진당과 정책협의회를 열기도 했다. 한나라당 소속의 충청권 광역단체장 3명이 자유선진당을 찾아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이유가 있다. 자유선진당이 4.19총선에서 충청(특히 대전·충남)지역을 휩쓸다시피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충청 장악력을 더 확장하고 있다. 자유선진당이 ‘충청당’으로, 이회창 총재가 ‘충청 맹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 때문에 한나라당 안에서는 2010년 지방선거 때 충청지역 지자체장이 대거 자유선진당으로 ‘투항’할지 모른다는 괴담이 돌고 있다. 8월 5일 한나라당 지도부가 충남을 찾은 연유도 여기에 있다.

이완구 지사가 이런 현상을 읽지 못할 리 없다. 그가 ‘충청홀대론’을 펴는 이유는 위기감의 발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호연지기’로 볼 게 아니다. 오히려 ‘궁여지책’으로 보는 게 맞다. 한나라당 안팎에서 돈다는 ‘충청 괴담’에 따르면 이완구 지사는 ‘충청 맹주’는 고사하고 지사직 연임조차 장담할 수 없다. 그의 말대로 정부여당이 충청을 홀대하는 한, 그리고 그가 한나라당 간판을 유지하는 한 그렇다.

방법은 달리 없다. 신한국당에서 자민련으로, 다시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그다. 또 한번 당적을 옮기는 건 멋쩍다. 정면돌파를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오히려 그게 부가가치를 키울지 모른다. 당적을 다시 옮기면 편안한 안식처는 보장받을지 모르지만 정치적 디딤돌은 얻을 수 없다. 그냥 고만고만한 정치인으로, 충남지사로 연명하는 게 전부일지 모른다.

하지만 한나라당 소속으로 자유선진당의 방벽을 타고 넘을 수만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건 예선전에서 금메달 후보를 누른 것과 같다. 그 뒤에는 탄탄대로가 열린다.

관건은 자유선진당의 벽을 넘을 수 있는 비책이다. 어지간한 힘으로는 자유선진당의 충청 조직을 누를 수 없고, 웬만한 기상으로는 이회창 총재의 위상을 넘을 수 없다. 비전절기를 확보하는 건 절박하고도 필수적이다.

그래서 감행한다. 실리전과 여론전의 양동작전을 편다.

정부여당 앞에서 ‘충청홀대론’을 폄으로써 실리를 최대한 끌어내려 한다. ‘충청 몫’을 최대한으로 키워 충남도청 쇼윈도에 전시하려 한다. ‘충청 발전’의 상징이 돼 버린 행복도시에 ‘딴죽’을 거는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맞장’을 뜸으로써 이미지를 제고하려 한다. 지역 민심을 누구보다 앞장서 헤아리고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이완구 지사는 지금 ‘공세적 방어전’을 펴고 있는 것이다.

▲사진=이완구 충남지사 ⓒ충남도청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