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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8 사교육 근절? '사정책'이나 잡아라 (10)
  2. 2009/04/24 '사교육과의 전쟁' 선포한 정부를 보며 (17)

뭔가 대단한 게 있는 줄 알았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전사”할 각오로 학원 심야교습을 단속한다기에 그렇게 알았다. “교과부·한나라당이 같이 오랫동안 준비를 했다”며 “이르면 여름방학부터 단속에 나서겠다”기에 범정부 차원에서 나서는 줄 알았다. 헌데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말했다. 학원 심야교습 단속에 대해 “교과부에서 실무자 수준으로 대화하는 중인데 준비절차가 없이 성공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곽승준 위원장에 대해 “앞으로 자제할 것으로 믿는다”고도 했다. 교과부 장관만이 아니다. 교총 회장 출신인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은 곽승준 위원장을 향해 “대학교수 출신이라 현장을 잘 모른다”며 “현실성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다르다. 곽승준 위원장의 주장과 교과부·한나라당의 주장이 엄청 다르다. 거의 상극에 가깝다.

궁금해진다. 그럼 곽승준 위원장은 뭘 믿고 저렇게 나서는 걸까? 그는 공명심에 사로 잡혀 앞뒤 안 가리고 나대는 돈키호테인가? 아니다. 그렇게 보기엔 발언 강도가 너무 세고 발언 빈도가 너무 잦다. 곽승준 위원장은 어제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또 다시 말했다. 서울 대치동과 목동, 중계동의 학원을 중점 단속대상으로 삼겠다면서 “1천만 학부모와 학생들이 우리 편이기에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정권 안팎의 반발과 냉소에도 불구하고 무소의 뿔처럼 가기로 작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분석한다. 곽승준 위원장이 이주호 교과부 차관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성안한 점에 주목한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학원 심야교습을 금지하는 내용의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로 한 점에 주목한다. 정권의 핵심 3인이 물밑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교과부·한나라당 ‘전체’가 아니라 ‘일부’와 사선에서 조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 분석에 따르니 궁금한 게 하나 더 생긴다. 핵심 3인을 뭉치게 한 원동력은 뭘까? 정두언 의원은 “겁이 없어서 나선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뱃심을 키운 자양강장제는 뭘까?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곽승준 위원장이 그랬다. “3-4년 후 이 정부는 결국 교육과 부동산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나 같은 교수 출신에게 자리 준 것은 혁신을 하라는 뜻으로 이해한다”고도 했다. 정권의 명운을 걸겠다는 얘기다. 그래서 정권의 최고 책임자, 즉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보니 정정할 게 눈에 들어온다. 곽승준 위원장은 “사교육 규제는 전두환 정권도 밀어붙였는데 왜 우리가 못하나”라고 반문했지만 비교가 한정됐다. 전두환 정권 뿐만 아니라 김영삼 정권도 닮아가고 있다. ‘금융실명제’를 전격적으로 내밀었던 김영삼 정권의 ‘깜짝쇼’를 본뜨고 있다. 최고 통치권자의 밀명을 받고 밀실에서 방안을 만들어 느닷없이 들이댄 김영삼 정권의 이벤트를 따라 하고 있다.

아무래도 좋다. 잘 될 수만 있다면 어찌되든 좋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것 같지가 않다.

금융실명제의 족적을 보면 안다. 시행된 지 십수 년이 흘렀지만 유명무실하다. 정관계 인사의 검은돈 추문이 터질 때마다 등장하는 게 차명계좌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던 게 바로 금융실명제다.

전철을 그대로 밟을 공산이 농후하다. 주무부처 장관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라면 교육공무원의 자발적 참여는 기대하기 어렵다. 위에서 찍어누르니 시늉이야 하겠지만 거기서 그칠 공산이 크다. 안병만 장관의 말처럼 “(위에서)자제할” 그 날을 기다리면서, 또는 ‘힘 빠질’ 그날을 고대하면서 엉덩이만 들었다 놨다 할 가능성이 높다.

검은돈 왕래도 더 성해질 것이다. 법으로 금지하는 순간 불법이 될테니 음지에서 ‘차명과외’를 하고, 그 대가로 검은돈을 주고받는 풍조가 만연할 것이다. 물론 그 주체는 가진 자가 될 것이다. 권세있는 자가 금융실명제를 유린했듯이 가진 자가 사교육 근절 구호를 비웃을 것이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취지와 실행이 따로 놀았던 금융실명제를 되짚으면서 비교할 필요가 있다. 고관대작의 차명계좌는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지만 가진 자의 ‘차명과외’는 나와 내 자식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는 점, 그래서 취지를 공감 받지 못하고 실행이 공평하지 않으면 어차피 안 되는 문제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칫하다간 1천만 학부모와 학생을 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각인할 필요가 있다.

곽승준 위원장은 “개혁은 부드럽게, 점진적으로, 조심스럽게, 사려깊게, 점잔 빼면서, 겸손한 태도로 해서는 결코 진척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다른 건 몰라도 교육문제만큼은 사려 깊게, 겸손한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한나라당 의원마저 제기했다. MB교육의 철학은 규제완화인데 왜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펴느냐고 의아해했다. 바로 이 점이다. 대학입시 자율화와 고교유형 다양화를 통해 사교육 유발효과를 극대화해놓고선 사교육을 틀어막겠다고 호언장담하는 행태가 국민에게 어떻게 비쳐지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부드럽게, 그리고 점진적으로 MB교육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더듬어야 한다.

국민이 보기에 곽승준 위원장이 총대를 멘 사교육 근절책은 ‘사정책’이다. 정부의 행정계통을 밟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私)정책’이고, MB교육의 ‘정체성’에 대해 헷갈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사(邪)정책’이며, 학생과 학부모를 더 골병 들게 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사(死)정책’이다.

Posted by '토씨'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의지가 대단합니다. 결기에 찬 말을 거침없이 토해냅니다. “정권차원에서 처절하게 붙을 것”이라고 했고, “사교육 개혁을 하다 장렬히 전사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활성화하겠답니다. 이르면 올 여름방학부터 학원의 심야교습을 밤 10시까지로 제한하고, 방과후학교를 통해 학원비의 5분의 1 가격에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서울대 가는 KTX’로 변질된 외국어고의 입시 등도 뜯어고치겠다고 했습니다.

실행력에 대해서는 고개 갸웃거릴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곽승준 위원장이 한 마디 더 했습니다. “사교육 규제는 전두환 정부도 밀어붙였는데 왜 우리가 못하나”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밀어붙이기 분야에 관한 한 이명박 정부는 둘째가라면 서뤄워할 정부입니다. 불도저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는 정부입니다.

남는 문제는 실효성이고 성과입니다. 결기에 찬 어조만큼 결실을 맺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사교육 유발 요인을 풀어버린 게 바로 이명박 정부입니다. 이젠 이름조차 하나하나 추리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자율학교를 세우려는 이명박 정부입니다.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에 자율형 사립고와 기숙형 공립고를 추가하고, 국제중학교와 국제고등학교를 신설하는 게 이명박 정부입니다. 고려대가 수시전형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는데도 손을 대지 않은 이명박 정부입니다.

냉소를 지울 수 없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병 준 사람이 약 처방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사교육을 틀어막을 수만 있다면 과거 불문하고 이유 막론하고 지지를 보낼 용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요원합니다.

곽승준 위원장이 그랬습니다. “이번의 위기 국면을 이겨내려면 중산층을 키워야 한다. 중산층의 수입을 늘려주거나 지출을 줄여줘야 하는데 경제 위기 상황에서 수입 늘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학원비 지출을 줄이는 것은 소득 증대효과도 유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학원비 지출을 줄여주면 그만큼 소득이 증대하는 셈이니 중산층을 키울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얼마나 좋겠습니다. 곽승준 위원장 말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정말 그렇게 될까요? 그렇지가 않습니다. 정반대입니다. 중산층으로 남기 위해 기를 쓰고 학원비 지출을 늘리는 게 우리네 현실입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닥친 후 중산층이 붕괴됐습니다. 가장은 직장에서 쫓겨났고 가게문을 닫았습니다. 그렇게 양극화가 시작됐고 10년 세월 동안 간극은 벌어질대로 벌어졌습니다.

추락한 가장이 회생하는 방법으로 부여잡은 게 교육입니다.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가장이 추락을 면하기 위해 선택한 게 교육입니다. 자식만이라도 몰락의 참화를 피하게 하려고 ‘빽’을 얹어주고 싶었고 그래서 학원을 찾습니다. 대단한 ‘빽’이 아닙니다. 최상류층으로의 수직상승을 보장하는 그런 ‘빽’이 아닙니다. 그냥 대기업에 취직해 빚 안 지고 살 정도, 다시 말해 중산층으로 사는 것을 보증하는 ‘빽’일 뿐입니다. 이런 ‘빽’을 따내기 위해 ‘올인’합니다. 자식을 학원에 보내기 위해 맞벌이를 하고, 맞벌이 때문에 아이가 방치되는 걸 우려해 학원을 찾습니다. 이게 우울한 우리 현실입니다.

방과후학교를 활성화하면 아이가 방치되는 건 막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어차피 ‘빽’의 공유면적은 극도로 좁아져 있습니다.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는 한 ‘빽’ 추구 현상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빽으로 가는 KTX’를 타려는 욕망을 잠재울 수 없습니다.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빽으로 가는 KTX’는 외국어고만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신설되는 수많은 자율학교도 ‘빽으로 가는 KTX’입니다. KTX가 지천에 널렸는데 어떤 손님이 무궁화호를 타려고 하겠습니까.

“이번의 위기국면”이 문제인 게 아니라 “이번의 위기국면”에서 보여주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더 문제입니다. 부자감세를 늘리고 복지부문을 축소하는 정책이 더 문제입니다. 이렇게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정책이 고수되는 한 중산층의 학원비 지출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학원비 지출의 양태, 즉 양성과 음성을 가를 뿐입니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