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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자율화'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5/16 선생님을 '꼰대'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6)
  2. 2008/04/16 교육 자치한다고? 발 밑을 보라 (9)

1.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스승의 날을 맞아 말했습니다. 모범교사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선생님들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존경받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가장 필요한 변화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너무 당연하고 너무 반가운 말입니다.

교권이 땅에 떨어져 있습니다.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학부모가 선생님을 폭행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선생님한테 체벌을 받았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경우를 살피고 경위를 알아봐야 하는 일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말할 수 있습니다. 과거와 같지 않은 건 분명합니다. ‘스승’이라는 말보다 ‘꼰대’라는 말이 학생들 입에 더 많이 오르내리는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선생님들에게 교권을 세워주고 존경심을 표하는 것처럼 값진 선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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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정한 사제지간의 모습 아닐까요? ⓒ오마이뉴스


2.

현실은 어떨까요? 두 가지 사례만 꼽겠습니다.

▲경기도에 있는 한 외고가 외부 강사를 초빙해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언어·국사·논술·생물·물리 과목의 특강을 운영 중인데 외부 강사가 받아가는 돈이 10회 기준으로 400∼600만 원입니다.

그럼 이 학교 선생님들은 뭘 하고 있을까요? 학생들의 수강 신청과 수강료 납부를 거들고 있다고 합니다. 학원 총무 신세가 돼 버린 겁니다.

선생님들의 마음이 어떨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한 선생님이 했다는 이 말로 족해 보입니다.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럽다.”

▲지난 8일 전북 전주에 있는 한 고교에 덕진경찰서 정보과 소속 형사가 들이닥쳤습니다. 닷새 전에 열린 촛불집회를 신고한 이 학교 3학년 심모 군을 조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두 명의 선생님이 나섰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수업을 받고 있던 심 군을 교실 밖으로 불러냈고, 학생주임 선생님은 형사가 기다리고 있는 학생주임실로 심 군을 데리고 갔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조사를 왜 하느냐고 따졌어야 할 선생님들이, 조사가 꼭 필요하다면 방과 후에 학교 밖에서 하라고 막았어야 할 선생님들이 형사를 도왔습니다.

그게 선생님의 모습이냐고, 학생의 인권을 앞장서서 지켜줘야 할 선생님의 바른 태도냐고 힐난하고 싶지만 참으렵니다. 그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에, 교육청은 학교에 지시를 내렸습니다. 학생들의 촛불집회를 막으라고 했고 미국산 쇠고기 홍보를 강화하라고 했습니다.

학생들의 촛불집회 참여를 막기 위해 동원된 어느 선생님의 말도 아직 귓가에 아른거립니다.

“공무원이라 어쩔 수 없다.”

3.

선생님을 무조건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경기도 모 고교의 교장이 흡연과 무단외출을 이유로 한 학생을 퇴학시킨 뒤 전학조차 가지 못하게 다른 학교 교장들과 협의한 일이 있습니다. 가녀린 여학생을 주먹으로 마구 폭행한 선생님도 있습니다. 학생을 성추행하고 뒤로 촌지를 챙긴 선생님도 허다합니다. 전주 모 고교의 두 선생님 행태도 이해는 할 수 있을지언정 용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교권과 존경심을 운위하는 까닭이 있습니다.

교권을 바로 세우고,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선생님의 상을 정립하는 일은 ‘자율’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 무엇보다 선생님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헌신이 없이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자율의 여건이 마련돼야 합니다. 외부의 간섭이 없어져야 하고 공교육의 본령인 인성교육 토양이 마련돼야 합니다.

이건 선생님들의 몫이 아닙니다. 정부와 교육청이 해줘야 하는 일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렇게 하겠노라고 합니다. "분명코 선생님들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서 존중받고, 아이들도 너무 입시에만 매달리지 않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정부 교육정책의) 목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위해 여러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근데 어찌된 일일까요? 정부가 내놓은 건 학교 자율화 조치입니다. 0교시와 우열반 편성, 방과 후 학교 외부 위탁 등의 길을 열었습니다.

오늘 나온 소식도 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육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안’을 만들었는데 그 골자가 내년부터 전국 모든 초·중·고교의 학력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Posted by '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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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치동에 있는 한 입시학원 모습 ⓒ오마이뉴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 자율화라고 했지만 크게 보면 교육 자치다.

흐름이 그렇다. 초·중·고교 자율화만 추진하는 게 아니다. 대학입시 업무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넘기기로 했다. 올 하반기에는 특수목적고 설립 시 교육감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사전협의하는 제도를 없앨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다시 정리할 필요가 없다. 일상적인 학교 운영과 입시 업무에서 손을 떼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좋다. 교육 자치를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다. 사실 중앙정부가 시어머니 노릇 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교육의 대계를 짜는 게 아니라 0교시 수업이나 심야 보충학습과 같은 시시콜콜한 문제에 개입해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건 교육 자치의 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국가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동의할 수 있다. 과정에서 나타날 시행착오를 감수할 마음도 다질 수 있다.

조건만 갖춰지면 그렇다. 교육 자치를 구두선으로 읊조리는 게 아니라 뿌리내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가면서 추진하는 것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럼 조건이 뭘까? 교육 자치를 실현시키는 조건이 뭘까?

1. 무엇보다 앞서는 조건은 교육감의 대표성이다.

교육 자치의 사령탑이 교육감이라는 건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교육감이 어떤 교육철학을 갖고 있고, 어떤 교육 정책을 펴는지를 교육 수요자가 정확히 알아야 하고, 교육감은 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수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소통의 통로가 바로 교육감 직선제다.

현실은 어떨까? 지난해 2월 부산에서 처음으로 치러진 교육감 직선제의 투표율은 15.3%였다. 지방선거와 총선을 막론하고 광역시도 단위 선거 가운데 최저를 기록한 투표율이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울산·충북·경남·제주 교육감 선거에선 모두 기호 2번이 당선됐다. 정당 추천이 아니어서 가나다 순으로 기호를 붙였는데도 모두 기호 2번이 당선됐다. 선거운동기간 내내 1등을 해보지 못한 군소 후보가 이명박 후보와 똑같은 기호 2번을 배정받아 당선된 사례도 있다.

2. 교육 자치가 살려면 지방이 '자력갱생'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 국립대가 지방 교육의 중심축이 돼야 하고, 지방 기업이 지방대 졸업생의 스펀지가 돼야 한다.

현실은 어떨까? 굳이 여러 수치를 들먹일 필요가 없다. 지방 국립대마저 정원 미달에 시달린다는 얘기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방 국립대 수석 졸업생마저 취업을 못했다는 얘기도 구문이다.

지방 기업도 좋지 않다. 영세 중소업체 중심으로 편제돼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내일의 상황도 밝지 않다.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이고, 정부는 수도권 규제를 풀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방자치단체가 나선다. 시민 혈세로 기숙학원을 지어 우등생을 몰아넣고 서울 명문대 입시공부를 지원한다. 이렇게 해서 서울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면 시장·군수 재선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

3. 앞서 열거한 조건이 교육 자치의 '충분조건'이라면 중앙정부가 개입 의사를 완전히 접는 건 '필요조건'이다. 그래야 지방교육 행정이 눈치를 살피지 않고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다.

현실은 어떨까?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대선 후보 시절 자율형 사립고를 150개 만들겠다고 했다. 특목고 사전협의제 폐지를 추진하는 중앙정부의 수반이 자율형 사립고 150개 설립을 공약으로 내건 것이다. 교육감이 알아서 판단할 일을 대통령이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내민 셈이다.

이 사례만 있는 게 아니다. 대학입시 업무를 총괄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낙하산 설이 돌고 있다고 <한국일보>가 보도한 바 있다. 대선 때 이명박 후보 비서실 네트워크팀장을 지냈고, 인수위 시절 사회교육문화분과위원을 지낸 김모 교수를 청와대가 낙점했다는 설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볼 일이지만 중앙정부가 마음을 비우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뉴스임은 분명하다.

이 세 가지 조건만 추려도 정부의 교육 자치정책에 우려를 금할 수 없는 이유를 구성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서울 명문대를 향한 갈망을 버리지 못하는 한 교육감의 교육정책이 입시 위주, 성적 위주로 흐를 건 너무나 자명하다. 교육감 직선제는 입시몰입정책을 추인하고 강화하는 통로로 변질되고, 이에 힘입은 교육감은 더욱 입시 드라이브를 걸 것이다.

학부모는 박수 칠 것이다. 형편이 좋은 극렬 학부모는 자식을 우등반과 서울대 진학반에 넣기 위해 치맛바람을 일으킬 것이고, 생업에 바빠 자식 돌보기 힘든 학부모는 0교시와 심야보충학습에 자식을 맡겨 한시름 덜려 할 것이다.

학생만 죽어나가는 현실이 고착화되면서 교육 자치가 입시몰입교육 자치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해지는 것이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