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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09 여자축구 차연희 "베이징 못 갔지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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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타올랐다. 이제 이달 24일까지 모두 16일간 온 국민의 눈과 귀는 중국 베이징 냐오차오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쏠릴 터다. 전 세계 205개국 5천여명의 선수들이 벌이는 지구촌 최대 축제, 올림픽. 여기에 초대 받지 못해 '쓸쓸한 여름'을 보내는 선수들이 있다. 국민 시선에서 한 발 비껴난 비인기종목 선수들, 게다가 올림픽에 출전조차 못한 선수들이다.  

오늘 만날 '무명씨 이야기' 주인공은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가운데 하나다. 이번 올림픽 예선전에서 탈락한 여자축구 국가대표 선수다. 대교캥거루스 소속 차연희(22) 선수. 그는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 최강의 공격수다. 빠른 스피드로 지난 피스퀸컵 때는 멋진 결승골을 넣기도 했다.

한여름의 뙤약볕이 살갗을 태우던 8일 오후 3시 30분, 선수들은 구령에 맞춰 구릿빛 피부를 땀으로 적시고 있었다.

"작년 예선전 때 다 못 뛰고, 최종예선 두 게임만 뛰었는데 많이 아쉬워요. 그래도 올 상반기에는 동아시아대회와 피스퀸컵대회가 있었는데, 올 하반기와 내년에는 계획된 국제대회가 없거든요. 그래도 2~3년 뒤에 벌어질 월드컵과 올림픽 티켓은 꼭 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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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찬 축구선수 아가씨의 결심

다부졌다. 이번엔 베이징 행 티켓을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내주고 말았지만, 다음 대회 때는 반드시 본선에 진출해 국민적 성원을 받겠다는 각오였다. 이제 갓 약관의 나이를 넘긴 '아가씨'의 다짐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그가 여자축구선수로 받아온 사회적 차별 때문이리라.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상실감이 없다 하면 거짓말이죠. 하하하. 남자축구는 K리그든 국제대회든 뭘 해도 주목받는 반면, 여자축구는 잘 주목받지 못해요. 심지어 여자축구가 있어? 여자가 축구를 해? 이런 분들도 계세요. 남자축구 선수들은 이름을 줄줄 외는 반면, 여자축구 선수들은 잘 몰라요. 같은 축구선수인데... 음... 살짝 서러울 때가 있죠. 후훗."

언론이 띄워주면 '존재감'을 느끼게 되지만, 언론이 외면하면 '없는 듯이' 살게 된다며 웃었다. 차연희 선수는 "열심히 뛰어 남자축구 못지않은 언론의 관심을 받고 내후년에는 실력으로 올림픽과 월드컵 본선티켓을 따겠다"고 했다.

유니폼, 비행기 등 차별이 많다

남자축구에 비해 여자축구는 왜 사회적 주목을 덜 받는 걸까.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로 축구가 국민적 스포츠가 됐지만, 축구 하면 남자축구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 같아요. 여자축구 역사가 짧은 면도 있긴 하지만, 뭐랄까... 말하기 곤란한데.. 지원이나 뭐 등등 여러모로 많이 부족하죠. 남자축구에 비해."

차연희 선수가 말을 잘 매듭짓지 못하자, 박지호 대교 감독이 나섰다. 대한체육회가 배정하는 예산에서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고 했다. 남자축구의 1/10 수준만 지원받는다고(이 대목에서 여기자인 나는 열불이 났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결과가 나와야 여자축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솔직히 사회적 지원 없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냐며 박 감독은 웃었다. 한국체육중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축구선수 생활을 하게 된 차연희 선수가 '여자축구 선수'로 살며 느낀 '차별'은 어떤 것이 있을까.

"유니폼만 해도 남자선수들은 종류별로 다 지원되지만, 여자선수들은 트레이닝복 한 벌과 유니폼 한 벌이에요. 웃기죠. 후훗. 같은 국가대표여도 남자는 하루 지원금이 10만원이지만, 여자선수는 4만원이에요. 심지어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여자축구 선수들이 훈련하다가도 남자선수들 훈련과 일정이 겹치면 바로 비켜줘야 돼요.
 
어디 다른 지방 훈련장을 알아보고 옮겨다니며 훈련하죠. 국제대회 있을 때 남자축구 선수들은 몸관리 차원에서 전세기를 이용하지만, 여자축구 선수들은 경비 때문에 몇 번씩 비행기를 갈아타요. 진짜 속상했던 기억은…."

바로 2005년 동아시아대회 때였다. 당시 남자축구는 꼴찌를 했고, 여자축구는 우승했는데, 언론은 1면 머릿기사로 대문짝만하게 '남자축구 참패'라 썼지만, 여자축구 우승 소식은 한 면도 싣지 않았다는 것.

"남자축구는 져도 국민적 주목을 받지만, 여자축구는 성적이 좋고 우승을 해도 국민적 관심사에 속하지 못하는구나, 정말 속상했어요. 잊혀지지 않는 잔영이 계속 머릿속에 남는 건 아무래서 섭섭해서 그런 거겠죠?"

중3, 축구를 결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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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망똘망한 차연희. 이 선수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체육에 눈을 떴다. 처음 시작한 종목은 육상. 그러다가 광주체육중학교 3학년 때, 전지훈련을 온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훈련장면을 목격한 뒤로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워낙 공놀이를 좋아했어요. 해보고 싶었어요. 그때 제가 나름 '허들선수'로 잘나갔기 때문에(하하) 교장선생님, 코치, 감독 선생님 모두 반대하셨어요. 난데없이 무슨 여자축구냐, 성공하지 못할 거다, 그냥 하던 거나 잘해라, 그러셨는데 저는 축구의 매력에 푹 빠졌었죠. 모두 반대할 때 엄마가 밀어주셨어요. 하고싶으면 해! 우리 부모님, 지금도 저의 최고 팬들이에요. 하하하."

명랑소녀처럼 웃는 차연희 선수는 벌써 6년째 축구선수로 뛰고 있다. 그동안 어려움은 많았지만 그만둘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간혹 결혼한 선배언니들이 힘들어하다 관두는 모습을 볼 때는 같은 여성으로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순탄하게 버티고 있다고, 스스로 위무도 했다.

"스포츠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국민들이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너무 특정한 선수에게 '관심을 몰아주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요. 특히 축구는 팀플레이를 생명으로 하기 때문에, 다 똑같이 힘들게 하거든요. 땀도 똑같이 흘리고. 한 선수에만 집중하지 말아주시길. 골고루 관심을 주세요!"

북한 여자축구선수는 본선에 진출했는데 마음이 어떨까.

"음..당근 응원해아죠. 조예선 1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결승 갈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독일에 대항해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데 결승까지 간다는 건 누가 우승을 하든 다 비슷한 실력을 갖고 있는 것 아닐까요?"

북한 선수 가운데 맘에 드는 선수는 있을까.

"리금숙 언니요. 대회 나가서 가끔 봐요. 이메일? 에이, 그런 건 못하죠. 하지만 눈이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해요. 북한과 예전과 많이 달라졌대요. 숙소에 놀러와 서로 격려하고 그래요. 저희는 못 올라갔으니까 북한 선수들이라도 선전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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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록 선수의 노력하는 모습이 좋다"

그렇다면, 한국 남자축구는?

"하하하하. 에이, 제가 어떻게 평가를 해요? 선전하기를 기원합니다."

짧게 코멘트했다. 차 선수와 같은 공격수, 혹은 남자축구선수 가운데 맘에 드는 선수는?

"음...자꾸 곤란한 질문을... 신영록 선수가 제일 맘에 들어요. 노력하는 모습이 좋아요. 물론 얼굴은 아니지만. ^^ 최고의 장점이라면 저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스피드랄 수 있겠죠. 몸싸움에서 잘 밀리지 않고. 저야 공을 잘 넣지 못하지만, 신 선수는 음... 잘 넣죠."

신세대다웠다. 귀여웠다. 날카로웠다. 그리고 솔직했다. 은퇴하는 순간까지, 저 선수 참 성실했다는 말을 듣고 싶단다. 그것이 축구선수로서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란다. 무진장 소박했다. 그런, 차연희 선수에게 물어보았다.

"저기요, 우리 딸이 네 살이거든요. 얘가 공차는 걸 너무 좋아해요. 뛰는 것도 좋아하고. 축구선수 하고 싶어하는데."

"어으. 절대 시키지 마세요. 슛돌이 이런 거 하면 되겠네요. 해보니까요, 인간적으로 너무 힘들어요. 이건 정말 꼭 당부하는 건대요. 딴 거 시키세요. 여자축구선수 쉽지 않답니다."

우리 두 여자는 경기도 시흥 대교캥거루스 구단 소유 천연잔디구장을 걸어 나오며 엄청 큰 목소리로 시원하게 웃었다. 한여름 더위가 한방에 날아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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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