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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8/11/20 제2전선으로 번지는 언론대란 (8)
  2. 2008/07/28 원희룡 의원의 '댓글'에 대한 답글 (66)
  3. 2008/03/01 삼성 브랜드가 훼손되는 진짜 이유 (73)

아주 상징적인 현상입니다. ‘한겨레’의 고광헌 사장이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삼성 광고 없는 경영’을 선언한 게 그렇습니다.


얼핏 봐선 난센스입니다. 언론사 사장이 ‘일개’ 그룹의 광고와 관련해 중대선언을 하는 게 격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삼성의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큽니다. ‘한겨레’ 전체 광고매출에서 삼성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15% 정도였다고 합니다. 신문사 수입의 80∼90%를 광고수입이 차지하니까 삼성의 광고는 ‘한겨레’의 경영을 좌우할 정도로 큰 요소였다고 봐야 합니다.


이미 예상했던 현상입니다. 삼성이 ‘한겨레에 광고를 줄 수 없다’고 공식통보한 게 그렇습니다. ‘한겨레’가 삼성의 비리를 집요하게 보도해온 데 대한 대응이란 점만을 놓고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닙니다.


지난 4월 삼성이 이건희 회장 사퇴와 전략기획실 해체를 선언했을 때 어느 정도 예상했습니다. 삼성의 광고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론계가 내다봤습니다. 전략기획실은 ‘창구’였습니다. 전략기획실은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언론사의 광고 요청을 전략적으로, 또는 정치적으로 검토해 집행 여부를 조율하는 ‘창구’였습니다. 그런 전략기획실이 해체되니까 광고 집행의 탄력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삼성의 그룹 분위기로 볼 때 개별 계열사가 전략적으로, 정치적으로, 그리고 자율적으로 광고 집행을 결정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감내해야 하는 일입니다. 생뚱맞게 전략기획실의 부활을 주장하지 않는 한, 광고에 눈이 멀어 기업 감시의 눈길을 접지 않는 한 언론사가 감내해야 하는 일입니다.


행여 삼성이 광고 집행을 재개한다고 해서 경영상황이 확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삭뚝삭뚝 자르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내년 광고홍보비를 대폭 줄이고 있습니다.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광고홍보비를 큰 폭으로 삭감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들려오는 얘기로는 30% 삭감은 ‘기본’이라고 합니다.


논란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체 광고시장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정부광고의 집행을 놓고 말들이 많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프레시안’ 같은 인터넷 언론에는 한 푼도 집행하지 않은 반면 신생․소규모 인터넷 언론에는 정부광고를 집행했다며 편파․편중 논란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또한 감내해야 하는 일입니다. 자기부터 살고 봐야 하는 대기업에 광고 집행을 늘리라고 얘기할 수 없는 일이고, 설령 그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씨알이 먹히지도 않습니다. 정부 광고 집행이 공평하게 이뤄지리라 기대하기 어렵고, 정부광고에 목을 메는 현실 또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든 언론사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기업의 긴축 경영으로 전체 광고시장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논외로 하겠습니다. 그건 공통된 어려움입니다.

특정 언론사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모든 언론사가 직면한 광고 위축에다가 설상가상으로 금력과 권력의 견제에 시달려야 하는 특정 언론사들은 어떻게 경영 혹한기를 넘겨야 할까요? 내년 한 해 거세게 휘몰아칠 2중고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요?


특정 언론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기실 별로 없습니다. 누구나 다 하는 긴축 경영 외에 뾰족수가 없습니다. 임금을 동결 또는 삭감하는 일 외에 별달리 손 쓸 방도가 없습니다. 누구나 다 한다고 해서 긴축의 극단적 조치를 함부로 동원할 수가 없습니다. 감원을 할 수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영환경에 놓여있기에,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으로 뉴스를 생산해왔기에 감원은 곧장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한계인원으로 뉴스를 생산해왔기에 감원은 즉각 생산기반의 붕괴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죽는 길입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언론사가 아니라 독자를 향해 묻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구독을 해주면, 클릭을 해주면 도움이 될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면 브랜드 가치가 올라갑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당장 도움이 될 수가 없습니다.


종이신문엔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구독자가 늘면(실제로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촛불시위 후 자발적 구독자가 수만명 늘었습니다) 비용이 늘어납니다. 종이와 잉크를 구독자 증가분만큼 더 투입해야 합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올해 들어 종이값만 해도 20% 이상 뛰었습니다.


비용이 증가하는 만큼 수입도 확대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구독료 수입이야 구독자수 증가분에 정비례해서 늘겠지만 그것은 경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신문값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구독자 수가 하루아침에 수십만, 수백만 명으로 늘어 유가부수 1,2위를 다투는 정도가 되면 광고단가 인상이라도 꾀해보겠지만 자발적 구독자 증가분은 이런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또 어찌어찌 해서 구독자 증가분을 광고단가 책정에 포함시킨다 해도 사정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기업들이 앞다퉈 광고 집행을 줄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리고 앞으로 상당기간은 광고단가가 문제가 아니라 절대적인 광고량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묻고 또 묻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권력의 개입에 휘둘리는 방송계가 언론대란의 제1전선이라면 금전의 논리에 난도질 당할 처지에 몰린 온오프라인 신문은 제2전선입니다. 

Posted by '토씨'


※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제 글에 대해 ‘댓글’을 달았습니다. 지난 24일 <미디어토씨>와 <프레시안>에 게재된 ‘원희룡의 바른말, 시원한데 허전하다’에 대한 ‘댓글’을 26일 ‘프레시안’에 기고했습니다. 문제를 먼저 제기한 제 입장에서 당사자인 원희룡 의원의 ‘댓글’에 성심성의껏 답변을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이 글을 싣습니다.


그렇습니까? ‘보수의 혁신’을 통해 한나라당을 환골탈태시키고 싶었다고요? 함께 하기 위해 혼자라도 먼저 시작해야 할 때가 많았다고요?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원희룡 의원이 제 글에 대한 ‘댓글’에서 밝힌 입장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점만 강조하겠습니다.

저는 원희룡 의원을 향해 “왜 한나라당에 있는가?”라고 질문한 적이 없습니다. “당과 맞지 않으면 떠나라”는 공격도 한 일이 없습니다. 원희룡 의원이 왜 한나라당에 입당했냐고 비판한 적은 더더욱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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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원희룡 의원의 자유의지에 속하는 문제입니다. 작금의 정치지형을 볼 때 원희룡 의원이 한나라당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보다 안에서 할 일이 더 많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판했고 당부했습니다. 한나라당 안에서 세를 모아 견제를 하라고, ‘과속 방지턱’의 역할을 하라고 부탁했습니다.

접점은 딱 하나입니다. 원희룡 의원과 제가 차분히 논의해야 할 주제는 이것입니다. “함께 하기 위해 혼자라도 먼저 시작하는 (일)”, 그 다음의 전략과 세력입니다.

원희룡 의원은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만이 한나라당을 거듭나게 만들 것”이라며 “대의명분을 세우고 치밀한 전략 위에서 힘과 세력을 조직해 현실에 굳게 발 디디고 서서 실효성 있게 문제를 풀어가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정치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좋습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원희룡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 그리고 애정 어린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바라는 게 바로 그것일 겁니다.

대전제에 대해서는 공감을 이룬 것 같으니 구체적인 사례를 갖고 얘기했으면 합니다. 원희룡 의원이 직접 거론한 YTN 문제입니다. 그에 대해 원희룡 의원이 세워야 할 전략과 조직해야 할 세력은 뭘까요?

대의명분은 논할 필요가 없습니다. 원희룡 의원 스스로 “경선 당시 특보라는, 소위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는 인사를 (YTN 사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고 저 또한 그런 지적에 동의합니다.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을 넘은” 인사를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그것을 위한 전략이 뭘까요?

원희룡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전략이란 것을 제시했습니다. “자진사퇴가 가능하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했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원희룡 의원이 제시한 전략은 오직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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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이것이 전략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건 '제3자의 하나마나 한 훈수’라고 봅니다.

이렇게 되묻고 싶군요. 구본홍 YTN 사장이 자진사퇴할까요? 원희룡 의원은 그게 정말 가능하다고 믿는 건가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너무 순진합니다. 3선의 관록에 견주면 순진하다는 지적보다는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더 타당하겠네요.

구본홍 사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YTN 사원들이 사장실에 대못질을 하고 사옥 앞에서 출근저지를 하는데도 미동도 않고 있습니다. 구본홍 사장 본인의 입장에선 ‘수모’라면 ‘수모’일 수도 있는 일을 겪으면서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설령 구본홍 사장 본인이 자진 사퇴할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함부로 움직일 처지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원희룡 의원 스스로 쓴 표현, 즉 정부의 “방송장악” 전략에 따르면 YTN은 하나의 고비입니다. 이 고비를 넘지 못하면, YTN 사원과 국민의 반대에 막혀 뒤로 물러서면 다른 “방송장악” 구상도 흔들릴 테니까요.

제가 보기엔 구본홍 사장의 자진사퇴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도 그렇게 믿는다면 그건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거나 외면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희룡 의원이 “자진 사퇴”를 주장하며 내건 “가능하다면”이란 가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그 다음 전략으로 뭘 제시할 건가요?

이렇게 말하는 게 더 낫겠네요. 구본홍 사장이 "자진 사퇴"하면 만사가 끝나는 건가요?  원희룡 의원은 “자진 사퇴”가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했지만 제가 보기엔 이 인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자진 사퇴”는 “가장 좋은 해법”이 아니라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왜냐고요? 원희룡 의원의 다른 말에 그 근거가 있습니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랬죠?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사퇴 압력에 대해 “KBS를 정상화 하고 언론 독립성을 살리는 방향에서 사장 교체를 주장하는 것은 몰라도 한나라당 정권 만들기에 앞장섰던 인사들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이를 요구하는 식은 안 된다”고요.

상반된 두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는 발언으로 이해합니다만 아무래도 좋습니다. 원희룡 의원의 말에 따르면 “독립성”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당위이니까요. 이 점만 확인하고 말을 잇겠습니다.

YTN 사장 선임 문제는 곁가지입니다. 줄기는, 본질은 정권의 “방송장악” 욕심에 있습니다. 이런 욕심이 “선을 넘은” 인사를 부르고 있습니다. 이런 욕심이 YTN 뿐만 아니라 ‘스카이 라이프’와 '아리랑TV'에 특보 출신 사장을 앉혔고, KBS 사장을 몰아내려 합니다. 세간에선 이렇게 읽고 있습니다.

원희룡 의원이 전략을 세우고 세력을 조직화해야 할 문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자진 사퇴”와 같은 땜질식 처방을 무기력하게 읊조릴 게 아니라 정부와 한나라당의 방송정책에 대해 전면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그 방지책을 내놔야 합니다. 물론 이런 주장이 힘을 얻도록 세를 규합해야 겠지요.

원희룡 의원의 진단에 따르면 KBS는 약간 다를지 몰라도 종국적인 처방은 다르지 않을 겁니다.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든 말든 “독립성”은 반드시 보장해야 하니까요.

어떻습니까? 행동에 나서 보시지요. 이참에 정부와 한나라당의 방송관련 법률안에 대해 총체적인 입장을 내놔 보시지요. 그 입장을 의원총회에 회부해 당론으로 채택해 달라고 원내대표에게 요청해 보시지요. 이런 요청이 힘을 받을 수 있도록 같은 당 동료의원들의 연서명을 받아 보시지요. 그게 원희룡 의원이 밝힌 “혼자라도 먼저 시작”하는 것이고, 뒤를 잇는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일 것입니다.

나아가 대안적 성격의 입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앓는 우리 방송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방송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제도안을 입법화해 보시지요. 그게 아니라면 인사권자의 "선을 넘은" 인사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 보완책도 좋습니다. 물론 10명 이상의 의원 서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다른 당이 아니라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면 원희룡 의원의 문제의식이 세력을 조직화할 수 있는지, 나아가 원희룡 의원이 자평한대로 한나라당이 “꾸준히 변화해 왔(는지)”를 잴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원희룡 의원에게 문제제기를 한 게 바로 이것입니다. 원희룡 의원의 ‘댓글’에도 불구하고 애초의 문제제기를 거둘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원희룡 의원이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바른말’이 힘을 얻으려면, 그래서 한나라당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원희룡 의원 먼저 ‘바른말’을 몸소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답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원희룡 의원이 제 ‘답글’에 대해 다시 입장을 밝혀주신다면 성심성의껏 ‘재답글’을 올리겠다는 약속을 드리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관련 글 보기>
‘원희룡의 바른말, 시원한데 허전하다’
‘김종배 님의 비판에 대한 댓글’

Posted by '토씨'

1.

10억 원과 1000억 원이 있습니다. 어떤 게 더 큰 수일까요? 유치원생도 압니다. 10억 원은 1000억 원의 1/100에 불과합니다. 1000억 원은 10억 원의 100배에 달합니다.

근데 이상합니다. 10억 원을 두고 너무 많다고 하고 1000억 원을 놓고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이상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액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양쪽이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우리를 죽이려 한다고 말합니다. 1000억 원을 놓고 "주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분노하고 10억 원을 두고 "사실상 폐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반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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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짐작하셨을 겁니다.

1000억 원은 태안 얘기입니다. 삼성중공업이 '지역발전기금'으로 1000억 원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10억 원은 인터넷신문 <프레시안> 얘기입니다. 삼성전자가 <프레시안>을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태안 이야기는 많이 알려졌으니까 생략하겠습니다. <프레시안>과 삼성전자에 얽힌 이야기만 잠깐 하겠습니다.

삼성중공업 예인선이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유출사건을 일으키기 10여 일 전인 2007년 11월 26일에 <프레시안>이 기사 하나를 게재합니다. 관세청 자료에 기초해 삼성전자가 2005년 7월 이후 6개월 동안 계열사인 삼성전자로지텍에 수출운임을 통상운임보다 1조 3000억 원 가량 과다지급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프레시안>은 이 자료를 기초로, 그리고 전문가의 해석에 근거해 '탈세를 위해 비용 부풀리기를 했을 가능성'과 이렇게 조성된 돈이 '비자금으로 쓰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확인은 쉽지 않았습니다. 관세청 자료에 기초해 제기한 의혹이 진실인지를 가리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회계자료를 들춰봐야 했지만 이 확인작업은 애당초 가능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프레시안>은 삼성전자에 반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돌아온 얘기는 이것이었습니다.

"영업기밀이므로 밝힐 수 없다."

기사가 게재됐습니다. 그러자 삼성전자가 격하게 반발했습니다. <프레시안> 사무실에까지 찾아와 거세게 항의했고 <프레시안>은 이들의 항변 내용을 다시 기사에 담았습니다. 관세청 자료에 기재된 운임은 실제운임과 다르고 국세청에 신고된 운임이 실제운임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반론권을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두 달여가 지난 뒤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0억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한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자신들이 제시한 정정보도문을 <프레시안> 초기화면 중앙 상단에 1개월 동안 게재하라고 했고, 이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 완료일까지 매일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과격한 요구를 한 이유는 이것이었습니다.

"브랜드 가치가 훼손됐다!"

3.

이해할 수 없습니다.

<프레시안>은 날림취재를 했고 부실보도를 한 게 아닙니다. 객관적 자료에 기초해 '합리적 의심'을 제기했을 뿐입니다. 의혹 보도가 쉽게 빠질 수 있는 '예단의 오류'를 피하기 위해 반론 기회도 부여했습니다.

왜 객관적인 확인작업을 다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삼성전자의 회계장부를 열람해야 합니다. 하지만 사기업의 회계장부 열람권은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돼 있습니다. 사기업인 터라 정보공개 청구도 할 수 없습니다. <프레시안>이 취할 수 있는 확인작업은 취재내용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당사자의 반론을 경청하는 것이 전부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실 확인을 요청한 <프레시안>에 '노코멘트'로 응대하던 삼성전자가 뒤늦게 소송을 제기하는 처사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4.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더더욱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삼성중공업은 기름유출사건이 나고 한참이 지나도록 '미안하다'는 의례적인 인사치레조차 극도로 삼갔습니다. 검찰이 기소를 한 다음에야 짧막한 의견광고를 일부 언론에 게재했을 뿐입니다.

삼성전자는 <프레시안>에게 납작 엎드리라고 강요합니다. 정정보도문을 초기화면 중앙상단에 1개월 동안 게재하라고 요구합니다.

그래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삼성중공업의 김징완 사장은 자신들이 "사고를 낸 한 당사자"라고 말했습니다. 과실을 인정한 겁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미안하다'는 그 흔한 말조차 아껴왔습니다.

<프레시안>의 명예훼손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프레시안>의 보도가 공익을 목적으로,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사유에 따라 보도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그런데도 1개월 동안 무릎 꿇고 반성문을 들고 있으라고 요구합니다.

5.

인정할 수 없습니다.

"브랜드의 가치가 훼손됐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흔히 말합니다. 경제는 심리이고 기업은 신뢰라고 말합니다. 브랜드의 가치는 신뢰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이 점을 기준으로 삼으면 브랜드 가치 운운하는 삼성전자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기업에 대한 신뢰는 단지 영업실적만 보고 쌓는 게 아닙니다. 삼성전자가 '회사소개'를 통해 스스로 밝혔듯이 "투명하고 건실한 기업경영"을 하고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펼칠" 때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현재 진행되는 삼성 특검의 수사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10억 원과 1000억 원이 상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물론 삼성의 일방적인 주장입니다만)에 따라 극과 극을 오가면서 '폐쇄적인 자기애'를 내보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또 하나의 가족'이 삼성을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고 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삼성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진짜 이유는 바로 자신들에게 있습니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