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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착비리'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3/10 '한명숙 요인'이 선거판 흔든다 (14)
  2. 2010/03/08 정부가 전방위 사정에 나서면… (2)
  3. 2009/12/24 한나라당은 무사할까? (3)


맞다. 일각의 분석처럼 여권이 초반 고삐를 쥔 게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토착ㆍ교육ㆍ권력형 비리의 발본색원을 주문하고, 사정기관이 대대적 사정에 나서고, 한나라당이 ‘클린 공천’을 내세우면서 전세를 뒤바꿔버렸다. 야권의 ‘비리 심판’ 프레임을 ‘비리 척결’로 뒤바꾼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성희롱 전력자인 우근민 전 제주지사를 비롯해 이른바 ‘비리 혐의자’ 공천을 계획하는 민주당의 행태를 한나라당이 집중 공격하면서 능동과 피동의 위치마저 바꿔버렸다.

그렇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여권이 야권 공세의 싹을 잘라버렸다고 득의만만해 할 단계도 아니고, 야권이 선수를 뺐겼다고 한탄할 단계도 아니다. 아직은 초반. 기껏해야 잽만 날리는 탐색전에 머물고 있다. 지방선거전이 중반에 돌입해 난타전을 벌이면 전세가 어찌 변할지 모른다.

막연한 가정이 아니다. 예정된 변수가 몸을 풀고 있다(우근민 공천 배제는 논쟁의 여지가 없으므로 배제한다).

4월 9일이 되면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온다. 바로 이것이 판을 흔든다. 서울시장 선거판을 흔들 뿐만 아니라 방방곡곡의 선거판을 흔든다. 프레임을 흔들고, 전선을 흔들고, 다른 후보를 흔든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면 여권이 치명상을 입는다. 여권의 ‘정치기획’ 혐의가 더욱 짙어지고 검찰의 ‘공정수사’ 문제가 더욱 부각된다. 사정 정당성이 손상을 입고 여권의 ‘비리 척결’ 구호 옥타브가 떨어진다. 여권의 프레임이 칠레 지진 급의 진도에 흔들리는 것이다.

더불어 확장된다. ‘비리’ 프레임이 ‘정권 심판’ 프레임과 결합해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이명박 정부의 사정 칼끝이 정치적 반대파를 겨냥하고 있(었)다는 점을 야권이 부각시키면서 ‘정권 심판’ 구호에 유용한 사례 하나가 추가된다.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면 지방선거전은 일방 독주로 흐른다. 야권이 법원 판결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반박해봤자 여권의 ‘비리 척결’ 화두에 말리는 결과만 빚기에 그렇다. 사정 칼끝이 야권 인사를 겨누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감을 줄여주기에 그렇다. 선거판과 사정판을 마구 뒤섞어버리는 것이다.

더불어 빠진다. 최대 격전지의 분위기가 빠지고, 민주당의 거점전략이 빛 바래고, ‘노무현 신원’을 꾀하려는 친노 세력의 부활전략이 힘을 잃는다. 나아가 유력 후보가 사라진 자리에서 야당 사이의 자리다툼을 격화시키면서 후보 단일화 동력을 끌어내린다.

이렇게 보니 확연하다. 능동과 피동의 위치가 또 한 번 뒤바뀌어 있다. 법원이 능동태고 정치권이 피동태다.

▲사진 출처=한명숙 전 총리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정부가 대대적인 사정에 나선단다. 이명박 대통령이 ‘비리 엄격 관리’를 주문하자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사정관계 대책회의를 열어 토착비리, 교육비리, 권력형 공직비리, 선거비리 척결 대책을 논의했단다. 지난해 말 토착비리 척결을 선언한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전방위 사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단다. 

당연하다. 비리와의 전쟁은 백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실이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토착비리가 발호하고 선거비리가 만연할 개연성이 농후하고, 교육비리는 현재진행형일뿐더러, 권력형 공직비리는 늘 잠복상태에 있다. 이해한다. 집권 3년차를 맞아 게이트가 발생하면 레임덕을 가속화한다. 

근데 걸린다. 사정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그 배면에 깔린 정치성에 자꾸 눈길이 쏠린다. 이명박 대통령이 “걸핏하면 정치수사라고 비난한다”고 지적한 바 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친박계 의원들이 주장한 바 있다. 자신들이 직ㆍ간접적으로 수사 압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친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토착비리 수사를 강화하라고 한 뒤 본격적으로 뒷조사가 강화된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친박 의원은 “4~5명의 의원들이 뒷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고 했다.

물론 단정할 수는 없다. 청와대가 이 같은 ‘뒷조사설’을 강력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또 친박 의원들이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사정이 친박계를 옥죄기 위해 진행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의도와는 별도로 결과가 그렇게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정관계 대책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가 말했단다. “비리들은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원인에서 촉발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단다. 맞다. 토착비리와 선거비리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원인”을 좇다보면 결국 국회의원에 다다른다. 공무원과 이해당사자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줄 서고, 지방자치단체장이 국회의원에게 줄 서는 게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현상이다. 의도와는 별도로 ‘하다 보니까’ 국회의원을 조준하게 되는 게 사정이다.

정부가 사정에 매진하다 보면 ‘공교롭게도’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공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나라당이 이미 비리 전력자들에게는 공천 신청부터 배제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으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사정기관이 현재진행형으로 수사를 전개하면 ‘비리전력자’ 뿐만 아니라 ‘비리혐의자’까지 공천에서 탈락할 개연성이 높고, 행여 ‘비리혐의자’에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이 포함되면 시ㆍ도당 단위로 우선 진행될 공천 심사 판도가 출렁이게 된다.

그래도 인정할 수 있다. 사정엔 성역이 없으니까 ‘하다 보니까’ 친박계가 걸리는 경우를 뭐라 할 수는 없다. 엄연한 ‘팩트’를 무시하면서 ‘정치성’을 강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은 공정성이다. 사정이 계파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성역없이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다. 토착비리든 선거비리든 권력형 비리든 성격과 무게를 가리지 않고 원칙대로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다.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문제가 친박계에서만 나타난다고 단언할 근거는 없으니까 사정의 정치성은 바로 이 잣대로 재야 한다.

헌데 난감하다. 잣대를 공유할 수가 없다. 누가 수사선상에 올랐는지, 그 중에서 누구를 처벌하고 누구를 눈 감아줬는지, 그 세세한 내역을 아는 건 정부 밖에 없다.

▲사진 출처=청와대

Posted by '토씨'


이견은 없다. 모두가 ‘사정’으로 분석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회지도층 비리 엄단과 토착 비리 근절 지시를 대대적인 사정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한다.

포인트는 다르다. 어떤 언론은 사정의 타깃이 “과거 정부 및 야당 인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어떤 언론은 4대강과 세종시 등 정권의 명운을 건 사업을 앞두고 공직사회 기강을 확립하려는 게 사정의 포석이라고 풀이한다.

부인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공기업을 중심으로 노무현 정부 비리에 대한 수사를 펼친 바 있고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수사까지 추가했으니 ‘과거’에 대한 사정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집권 중반기를 넘어서면서, 특히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공직 사회의 동요가 본격화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직사회 기강 확립용 사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게 전부일까? 다른 타깃, 다른 목적은 없을까?

거꾸로 추론해 보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시한대로 검찰 수사가 이뤄진다고 가정해놓고 그것이 미칠 여파를 헤아려보자. 그럼 나온다. 대대적인 사정 타깃이 야권 정치인, 그리고 공직자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놓고 비판한 토착 비리의 온상은 지방권력이다. 이곳을 매개로 해서 토착 비리가 창궐한다. 그리고 지방권력 위에 군림하는 게 바로 중앙정치세력이다.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행사하고 지역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들이다.

근데 공교롭다. 호남을 제외한 지방권력 대부분은 한나라당에 의해 장악돼 있다. 따라서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흔들림없이 밀고 나가(면)” 한나라당도, 아니 한나라당부터 사정권에 들어온다. 친이 친박 가리지 않고 타깃이 된다.

이런 추정이 현실화 된다면 어떤 결과를 빚을까? 말 할 필요가 없다. 공직사회의 동요 이전에 한나라당의 동요부터 잠재울 수 있다. 행여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행여 세종시 문제를 놓고 친이와 친박 진영 간에 진검승부가 벌어지더라도, 행여 이 여파가 7월로 예정된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까지 영향을 미치더라도 일상 궤도를 넘어서는 이반과 동요를 단속할 수 있다. 계파 논리 이전에 자기 생존논리를 우선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한나라당 조직을 다잡을 수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해서 토착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하니 이 같은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것이다.

친박계 의원이 사정 대상이 된다고 해도, 친박계 의원이 ‘정치적 사정’에 반발한다고 해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미 밑자락을 깔아놨다. 노무현 정부의 총리까지 기소하는 수를 뒀고, 이에 반발하는 세력에 대해 “걸핏하면 정치수사라고 비난한다”며 맞받아쳤다. 이게 근거가 된다. 사정은 상대 계파를 누르기 위한 정치 수사가 아니라 법질서 세우고 ‘국격’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으니 이 선만 재확인하면 된다. 

대대적인 사정 계획이 용두사미가 돼도 큰 문제는 없다. 찌르는 칼보다 겨누는 칼이 더 위협적인 법이다. 이명박 정부, 그리고 한나라당의 명운을 가릴 시기 동안 겨누는 칼의 위력을 유지하면 성과는 충분히 거둔다. 2월 세종시 수정 시도부터 6월 지방선거, 그리고 7월 전당대회까지 동안 말이다.

▲사진=이명박 대통령이 23일 법무부 등의 새해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