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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말했다.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분당을 출마와 관련해 “내가 모든 사람에게 안 나간다고 이야기하는데 기자들만 안 믿더라”고 했다. 맞다. 상황은 그의 말대로 흘러간다. 초과이익공유제를 놓고 여권 핵심과 대립각을 세우는 그 아닌가. 그가 예고한대로 동반성장위원장 자리를 박차버리면 출마 명분도, 모양새도 일그러진다. 이명박 정권의 정책에 태클을 건 마당에 이명박 정권의 성공을 위해 출마한다는 게 영 그렇지 않은가.

그럼 어떨까? 정운찬 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 논란 끝에 사퇴를 하는 게 대권을 위한 포석이라는 기자들과 정치권 일각의 분석은 어떨까? 이 또한 ‘자신은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남들만 믿는’ 것일까? 이건 모호하다. 양 갈래 해석 여지를 모두 열어 놨다. “요즘 상황(을) 보니깐 좋은 정치가 참 필요하다”고 말했는가 하면 “너무 확대 해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럴 땐 따로 짚는 게 상수다. 까볼 수 없는 그의 속내는 치워버리고 비교적 객관화가 쉬운 그의 처지만 헤아리는 것이다. 그럼 결론이 나온다. 포석이 아니라 사석이라는 결론 말이다. 

정운찬 위원장에겐 ‘내비게이션’이 없다. 자신의 정치적 행로를 알려줄 ‘내비’가 없다. 그래서 연거푸 번지수를 잘못 짚는다.

세종시가 그런 예다. 정 위원장이 정말 대권을 염두에 두고 총리직을 받아들였다면 세종시에 발을 담가서는 안 됐다. 자신의 지역 기반이 될 충청 민심을 고려했다면 세종시를 향해 시위를 당겨서는 안 됐다. 그건 곧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과녁 삼는 것과 같은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총리 수락 일성으로 ‘세종시 수정’을 천명하면서 제 발에 족쇄를 채웠다. ‘총리직’이 지름길인 줄 알고 자갈길로 접어들었다. 4륜구동급 정치적 깜냥을 성숙시키기도 전에 무턱대고 오프로드를 내달렸다. 그러다가 타이어가 빠지는 주행사고를 내버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초과이익공유제가 회심의 카드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정 위원장은 이 카드로 자신의 본래 이미지, 즉 중도개혁 이미지를 복원해 대권 발판으로 삼으려 하는지 모르지만 그건 그만의 생각이다. 실상 얻을 건 없다.

설령 정 위원장이 중도개혁 이미지를 복원한다 해도 그건 ‘미수금’이다. 매출은 올렸지만 수금은 되지 않은 미래의 자산일 뿐이다. 수금하려면 조직화해야 한다. 자신 주위에 사람이 고이게 해야 하고, 이들이 자진해서 이미지를 확대 복제하고 대권 가도에 주단을 깔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가능하지 않다. 

언론의 분석대로 정 위원장이 ‘이회창식 행보’를 그으면 ‘아류’ 밖에 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 맞은편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떡 버티고 서 있기 때문에 초과이익을 창출하지 못한다. 그가 뛰어든 정치 시장은 ‘레드 오션’이 되고, 그의 처지는 ‘샌드위치’가 된다.

정 위원장이 정말 동반성장 정책을 매개로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이회창식 행보’를 그으면 친이계의 반응이 심드렁해진다. 잠재고객을 실수요자화 하는 게 아니라 오는 손님에게 소금 뿌리게 된다. 세월이 흘러흘러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하고 친이계의 위기감이 증폭되면 여지가 생길지 모르지만 이 또한 아니다. 분당을 출마를 사실상 포기한 마당 아닌가. 정 위원장에겐 비빌 언덕이 없고, 친이계에겐 동석할 자리가 없다.

마저 더 짚자. 정 위원장에게 ‘내비’가 없다는 또 다른 증좌다.

정 위원장이 타깃 삼은 사람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그리고 임태희 대통령실장이다. 최 장관은 자신의 초과이익공유제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임 실장은 ‘삼성에 강하게 대응하지 말라’고 했다는 이유로 그들의 사과와 자신의 사퇴를 맞세우고 있다.

정 위원장의 이런 행동은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깎아내리고 자신의 정치적 좌표를 흐리는 일이다. 총리까지 지낸 사람이, 대권을 엿보는 사람이 보이는 행동으로 받아들이기엔 민망한 일이다. 그가 정녕 ‘이력’을 의식하고 ‘미래’를 염두에 뒀다면 상대 급수를 올렸어야 했다. 대통령에게 직공을 하던지, 이건희 삼성 회장과 끝까지 ‘맞짱’을 떴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엉뚱한 상대를 골랐다. 남들은 그를 ‘헤비급’으로 간주하는데 정작 본인은 ‘웰터급’ 상대를 골라잡은 것이다.

이러면 잘해도 밑진다. 이명박 대통령에 ‘푸념’하고 이건희 회장을 ‘피해간’ 것으로 비쳐져 이미지를 깎아먹고, 나아가 최중경 장관과 임태희 실장의 사과를 끌어내지 못하면 ‘어린아이 손목조차 비틀지 못하는’ 허약체질만 부각된다.

어제도 오늘도,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정운찬 위원장은 헛발질만 날린다. 행로를 정밀설정해도 모자랄 판에 스스로 교란전파를 발사한다. 이런 마당에 무슨 포석이란 말인가. 

▲사진=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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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확인한다. 정치는 참 아이러니하다.

친이계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입지를 강화해준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놓고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활주로를 닦아준다.

친이계의 핵심인 정두언 최고위원이 신공항의 사실상 백지화를 주장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대다수의 수도권 친이계가 합창을 한다. 신공항 유치를 놓고 TK와 PK가 분열하면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니까 차라리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입을 모은다.

이들 주장대로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 되면 영남이 들끓는다. 분열됐던 TK와 PK가 한 목소리로 이명박 정권의 ‘약속 위반’을 성토한다. 더불어 멀어진다. 영남 민심이 이명박 대통령에서 멀어지고 그만큼 박근혜 전 대표로 다가간다.

박근혜 전 대표로선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고 앉아서 밥상 받는 격이다. TK와 PK로 분열된 영남에서 ‘엉거주춤’을 추지 않아도 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냥 영남 민심에 올라타면 된다. 대선 공약을 뒤집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쓴소리 한 번 뱉으면 된다. “신공항 문제도 대선공약으로 약속한 것이다. 정부에서 그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지난달의 발언을 재확인하면 된다. 그의 레퍼토리인 ‘약속’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면 된다.

물론 수위조절은 필수다. 자칫하다간 진흙탕으로 빨려들어 간다. 수도권 친이계의 반격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말 한 마디 던지고, 이전 발언을 환기시키는 수준을 넘어 지속적으로 정부를 ‘규탄’하고 적극적으로 영남을 ‘위무’하면 친이계가 영남지역의 논리에 갇혀 국정에 딴족을 거는 존재라고 비판을 가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친이계와의 대립각이 날카로워지면 지역 맹주, 계파 수장의 부정적 이미지가 더 각인될지 모른다.

따라서 박근혜 전 대표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촌평’이다. ‘약속 위반’에 대해 짧고 굵은 한 마디로 갈음하는 것이다. 그리곤 다시 긴 침묵 모드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부합한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 올린 글에서 밝힌 ‘경계’의 미덕에 부합한다.

“조용하게 있는 것이 대통령께 부담을 드리지 않고 또한 국정을 최대한 돕는 것”이니까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박 전 대표는 험한 표정, 격렬한 말투로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톤을 조절해야 한다.

“현안이 됐든 사안이 됐든 박 전 대표에게 자신의 입장이 있을 수 있”지만, 입장을 적극 피력하면 “파장과 반향이 뒤따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니까)”, “그것은 상대방의 전의만 불태우게 할 뿐이(니까)” 언행을 조절해야 한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해야 한다. 영남에서 땅 짚고 헤엄칠 여건이 완비되니까 그렇게만 해도 된다.

▲캐리커쳐=손문상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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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전 총리와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가 4.27재보선에 출마하면 어떻게 될까? 이들이 한나라당 후보로 4.27재보선에 출마하면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좋은 일이다. 그것도 아주 좋은 일이다. 가장 열성적으로 이들의 등을 떠미는 친이계의 속내에 잠재적 대권주자들을 당으로 끌어들여 박근혜 대항마 그룹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깔려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분명 좋은 일이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이들이 출마하면 4.27재보선 구도가 명징해진다. 두 사람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후광을 받고 있는 이들이기에 4.27재보선이 ‘MB프레임’으로 편제된다. 4.27재보선이 사실상의 MB 중간평가가 되는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정운찬 전 총리 출마설이 도는 분당을은 반MB정서가 가장 성한 수도권이고,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 출마설이 도는 김해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따라서 이들이 출마하면 반MB구도와 친노 거점의 내구성이 시험대에 오른다. 4.27재보선이 야권 중간평가 성격을 함께 띠게 되는 것이다.

결과는 모두 ‘모’다. ‘도’는 없다. 두 사람이 이기면 여권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을 배가시키고, 야권은 반MB의 반사이익과 노무현 향수의 불로소득에 취해 흐물대던 이전의 안일함을 털어내야 한다.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내년 총선에서 여권과 야권을 평가할 근거를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다.

정반대의 경우, 즉 두 사람 모두 지는 상황이 연출돼도 같다. 그러면 여권은 현실화 되는 레임덕에 홍역을 앓아야 하고, 야권은 반MB 전선을 강화한다. 국민 입장에서 볼 때 총선 이전에 국정기조의 전환을 요구할 이유와 국정기조 전환을 강제할 힘을 확보하는 것이다.

국민은 골라 먹으면 된다. 날로 먹을지 우려먹을지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물론 상상이다. 지금으로선 현실화를 장담할 수 없는 가상이다.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는 손사래를 치고 있고, 정운찬 전 총리는 공개적으로 쓰다달다 말 하지 않기에 두 사람의 동반출마를 전제로 재보선 이후를 점치는 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물부터 마시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짚는 이유가 있다. 관전 포인트를 이렇게 설정하고 여야의 공천 추이를 살피면 그들의 ‘병참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가용자원과 동원력과 충성도를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걸 살피면 내년 총선에서의 확장력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눈길을 끄는 재보선이다.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다. 

▲사진=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위)와 정운찬 전 총리(아래)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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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덫에 빠진 ‘인해전술’
친이계가 의원총회를 열어 세종시 당론을 변경하려고 시도하고 있죠?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가 친박계 의원을 뺀 한나라당 의원 12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응답자 116명 가운데 ‘수정안 찬성’은 88명, ‘수정안 반대 및 의총 불참’은 9명, ‘찬반 답변 유보’는 19명이었습니다. 의원총회에서 당론 변경하려면 113명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기사 보기>
당론을 변경하려면 113명의 지지가 필요하니까 25명의 ‘수정안 지지’를 더 끌어내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입장 유보’ 19명을 모두 끌어들여도 6명이 모자랍니다. 숫자를 믿고 밀어붙이던 ‘MB표 의정전략’이 자기 덫에 갇힌 셈인가요?

발본색원 야간집회
한나라당이 집시법 개정안을 제출했는데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야간 옥외집회 금지조항을 오히려 강화하는 내용입니다. 야간 옥외집회 금지시간을 지금의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서 ‘밤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로 바꿨고, ‘질서유지를 조건으로 관할 경찰서장이 야간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는 현행 조항은 아예 삭제해버린 건데요. <기사 보기>
이런 걸 ‘발본색원’이라고 하나요? 뿌리를 아예 도려내버리는 것…. 물론 이러면 집회의 자유도 뿌리부터 흔들리겠죠.

아직도 ‘빨간색’인가
고 윤이상 씨 고향인 경남 통영시가 윤이상 평화재단을 통해 평양 윤이상 음악연구소가 소장한 고인의 흉상을 복제해 기증해 줄 것을 북측에 요청한 뒤 지난해 6월 인천항에 도착한 흉상의 반입신청을 통일부에 냈으나 승인 보류 결정이 났습니다. 고인의 육필 악보를 비롯해 동백림사건 관련 자료를 ‘통영국제음악당’에 전시할 계획도 무산됐는데요.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국정원측은 부인했습니다. <기사 보기>
국정원 개입 여부를 떠나 본질적인 물음을 던져야 합니다. 고 윤이상 씨는 아직도 ‘빨갱이’ 인가요? 아니면 북한제 흉상이 빨간색인가요?

막말의 정신병리학
판ㆍ검사와 교사에 이어 이번엔 공무원이 막말을 했습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행안부 사무보조원 계약을 해지당한 20대 김모 씨가 관련 기록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이 “OOO야, 이건 완전히 정신병자야, 너 정신병자니까 욕을 하지” 등의 욕설을 했다는 건데요. <기사 보기>
‘정신병자’를 입에 올렸으니까 인용하죠. 막말을 서슴지 않는 행태는 어떤 정신적 결함에 따른 걸까요?

보너스 따로 촌지 따로
보건복지가족부가 의료기관이 제약업체로부터 약을 싸게 사면 싸게 산 약값 차액의 70%를 구매 이윤으로 주기로 했습니다. 또 의료기관이 제약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형사처벌은 물론 의ㆍ약사 자격정지 기간을 기존 2달에서 최장 1년으로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기사 보기>
취지는 십분 공감하나 현실은 어떨지…. 시장은 아직도 보너스 따로 촌지 따로 관행이 남아있거든요.

안 봐도 비디오
한국교육개발원 조사 결과 지난해 초ㆍ중ㆍ고교 교사 10명 중 1명이 기간제 교사였습니다. 초등학교는 10.1%, 중학교는 9.9%, 일반계고교는 10.6%, 전문계고교는 9.5%가 기간제 교사였는데요. 교과부는 2008년에 학교자율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일시적 결원이 생겼을 때만 한시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계약직 교원 임용지침’을 폐지해 학교에서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비정규직 교사를 뽑을 수 있도록 한 바 있습니다. <기사 보기>
교장의 학교경영능력을 평가한다고 하지, 비정규직 교사 채용 제한은 풀어주지…. 이러면 결론은 뻔한 것 아닌가요?

청년백수 믿었나
일부 기업이 ‘차별 채용’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채용 공고를 내면서 ‘09년도 공단 인턴으로 5개월 이상 근무한 자’라는 조건을 단 바 있는데요. 인권위는 공단이 인턴채용 때 나이 제한을 뒀고 해당 경력자에게만 지원자격을 줬기 때문에 연령 및 신분에 의한 차별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생명보험협회는 계약직 모집공고에서 ‘상경ㆍ법정ㆍ인문ㆍ사회계열 전공’ ‘최종 졸업한 학교의 전학년 평점이 평균 B학점 이상’으로 지원 자격을 제한했는데요. 인권위는 이를 학력 차별로 봤습니다. 또 문구업체인 교보하트렉스는 재무팀 신입ㆍ경력사원 채용공고 자격요건에 ‘회계학ㆍ경영학 전공자(남 사원 선호)’라고 버젓이 써넣기도 했습니다. <기사 보기>
청년백수 숫자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니까 맘껏 호기부려도 큰 탈 안 날 꺼라고 생각했나요?

60여년 전의 편지
서울대 국사학과 석사과정 대학원생인 정무용 씨가 해방 직후인 1947년 미 트루먼 대통령의 특사로 방한한 사절단에게 보낸 한국인들의 편지 450건을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찾아냈는데요. 이 중에는 “친일파와 모리배의 악질 자본주의, 부분별한 개인주의적 태도로 직장 등은 운영불능에 처했고 실업자는 홍수처럼 거리로 쏟아져 나와 걸인생활을 한다”고 호소한 편지가 있었습니다. 우익청년단의 테러와 이에 협조하는 경찰을 비판하는 편지도 있었는데요. “완장을 찬 청년 오십 명이 트럭을 타고 와서 무조건 구타하였습니다. 이유는 삐라를 뿌렸다는 것입니다. 그 후에 전야(밭과 논)에서 일하는 우리 농부를 경찰은 무조건 트럭에 태워서 유치장에 넣습니다. 우리 농민은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 보기>
노파심에 다시 확인합니다. 이 편지 내용들은 60여년 전의 것입니다.

Posted by '토씨'

희한하다.

누가 봐도 분명한 기획성 기사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정중동 행보’ 또는 ‘물밑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기사다. 친박계 의원들 외에도 친이계 또는 중립 성향의 의원들을 ‘조용히’ 만나고 있다는 기사다.

근데 어찌 된 일일까? 이 기획성 기사가 여러 신문에 실렸다. <경향신문> <조선일보> <서울신문> <한국일보> 등이 오늘 일제히 보도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스킨십’을 강화하면서 ‘외연 확대’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당사자가 ‘정중동 행보’ ‘물밑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니 스스로 소문을 낸 것 같지는 않다. 언론플레이를 했을 리 만무하다.

알아봤더니 특별한 배경은 없다. <연합뉴스>가 기사거리가 별로 없는 일요일 오전의 특성을 살려 기획성 기사를 실었고, 각 신문이 역시 기사거리가 별로 없는 월요일자 신문에 맞춰 적당히 개작해 보도한 것일 뿐이다. 이른바 ‘땜질용’ 기사였던 것이다.

이렇게 덮고 넘기려고 하는데 왠지 켕긴다. 아무리 ‘땜질용’이라도 가치를 따지는 법이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기사를 마구잡이로 싣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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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기사 한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나경원 의원이 OBS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단다. “박근혜 전 대표 쪽으로 사람들이 모인다”고 했단다. 한나라당 안에서 세력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으로 듣기에 부족함이 없는 말이다.

맞아떨어진다. <연합뉴스>의 기사는 나경원 의원의 말을 뒷받침해주는 근거다. 나경원 의원이 세운 뼈대에 살을 붙이는 기사다. ‘땜질용’으로만 볼 게 아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는 격일까? 아니면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격일까? 어떤 것이든 좋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둘러보자.

나경원 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잘 나가는 의원이다. 한나라당의 제6정책조정위원장을 맡아 ‘맹활약’ 중이고 한나라당의 각종 이벤트에 빠지지 않고 얼굴을 내미는, 각광 받는 정치인이다. 주류 중에서도 주목 받는 정치인인 셈이다.

그런 나경원 의원이 주목하고 있다. 다시 말해 주류가 주목하고 있다. 한나라당 안에서 세력 재편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헌데 부인한다. 박근혜 전 대표쪽 사람들은 한사코 부인한다. 주류의 ‘세불리기’ 의심과 언론의 ‘외연확대’ 진단을 극구 부정한다. 그건 확대해석일 뿐이라고 한다.

어떤 것일까? 주류의 의심과 언론의 진단이 사실일까? 아니면 박근혜 전 대표쪽 사람들의 손사래가 진실 될까?

덧없다. 규명할 가치가 없다.

그건 숙명이다. 대권을 열망하는 정치인에게 ‘외연확대’는 일상이다. 그걸 특별하게 볼 일이 아니다. 주류에겐 심상치 않은 일일지 몰라도 국민이 보기엔 그냥 그런 일일 뿐이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외연확대’에 나섰다고 해서,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다. 미치는 영향이 없다.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는 말 그대로 ‘정중동’이다. 안으로는 부산한지 몰라도 밖으로는 일체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정치적인 발언도 하지 않는다. 정부의 국정에 대해, 한나라당의 의정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다. 그저 ‘원 오브 뎀’으로, 172분의 1의 발언권을 가진 평의원으로 ‘조용히’ 지내고 있을 뿐이다.

박근혜 전 대표쪽 사람들은 이런 행보를 ‘겸양’이라고 자평한다. 당직도, 정부직도 맡지 않은 박근혜 전 대표가 정치 현안마다 나서면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에게 누가 될 것이란 생각에 조용히 지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럴싸한 말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궁색하다.

공천 때 그랬고 복당 때 그랬다. 박근혜 전 대표쪽 사람들이 화를 냈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 ‘정치 파트너’로 대우하겠다고 하더니 이게 뭐냐고 따져 물었다. 말 했으면 지키라는 투였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면 자진해서 그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줘야 했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동반’한 적도 없고 ‘파트너십’을 발휘한 적도 없다.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들이 그랬다. 박근혜 전 대표가 친이계와 중립 성향 의원들을 만나고 젊은 교수들을 초빙해 복지분야 공부를 하는 것을 두고 “중진 의원으로서의 최소한의 활동일 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중진 의원으로서 활동을 방기하고 있다. 후배 의원들에게 밥을 사주는 것만 ‘중진 의원의 활동’으로 여기고 당무와 정무에 참여하는 것은 ‘중진 의원의 활동’으로 여기지 않는다. 정치 현안마다 나서는 것은 둘째 치고 한나라당의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 딱 한 번, 첫 번째 회의에 얼굴을 내민 게 전부였기에 하는 말이다.

몸을 사린다고 보는 게 옳다. 정치 현안마다 나서 정부와 ‘다른’ 얘기를 하면 권력의 견제를 받을 것이고 정부와 ‘같은’ 얘기를 하면 국민으로부터 도매금 취급을 받을지 모르기에 뒤에서 웅크리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때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발밑 다지기에 골몰하는 것으로 읽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덧없다. 규명할 가치가 없다. 박근혜 전 대표의 ‘외연확대’는 그 진실성 여부를 떠나 생산성이 없다. 지금 현재로서는….

▲사진=18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양정례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