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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면 날마다 보는 장면이 아니다. 그래서 이채롭고 흥미롭다.

친박계 모임인 ‘여의포럼’ 소속 의원 10여명이 15일 만났단다. 바로 그 날 박근혜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는데도 이들은 출마를 설득하자고 입을 모았단다. 한 발 더 나아가 연판장을 돌리자는 의견까지 나왔단다.

왜일까? 박근혜 전 대표의 한 마디 한 마디를 행동강령 삼던 친박 의원들이 왜 ‘항명’에 가까운 모습을 연출하는 걸까?

화합을 내걸고 위기 탈출을 호소하는 목소리들이 많지만 귀를 트이게 하는 말은 따로 있다. 한 친박 의원이 말했단다. “박 전 대표가 이번에 당권을 잡지 않으면 2012년 총선에서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단다.

솔직한 이 말 덕분에 공연히 두뇌 노동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말 그대로다. 다급한 것이다. 당과 정권의 위기상황이 아니라 자신들의 금배지 위기상황이 의식되는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표를 탈출구 삼으려고 하는 것이다. ‘대권 행보 지원’을 조건으로 정치 어음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헌데 어쩌랴. 친박 의원들이 금배지가 염려되는 만큼 박근혜 전 대표는 ‘용꿈’이 염려된다. 그게 ‘일장춘몽’으로 끝날까봐 몸을 사린다.


여실히 확인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반MB 정서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를 똑똑히 목도했다.

쉬 가실 정서가 아니다. 역대 대통령의 지지도 사이클을 봐도 그렇고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가 30%대로 떨어졌다는 최근의 여론조사결과를 봐도 그렇다. 야당과 국민의 국정기조 변화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의 ‘초지일관’을 추가하면 더욱 그렇다.

방법은 달리 없다. 박근혜 전 대표가 반MB 물결 속에서 ‘꿈은 이루어진다’고 되뇌이려면 거리를 둬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과는 무관하게 박근혜 전 대표 스스로 ‘국정의 동반자’를 사양해야 한다.

‘정동영의 경우’가 웅변한다. 대선은 총선과는 달리 인물 선거이기 때문에 ‘전임’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정설을 뒤엎은 ‘정동영의 경우’가 시사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에 실패한 후 반노 정서의 직격탄을 맞았던 ‘정동영의 경우’가 증명한다. 가장 무난한 수는 피하는 것이다.

물론 다른 방법이 있긴 하다. 당 대표직을 거머쥔 뒤 제 갈 길을 가는 것이다. 당청의 수평적 관계를 몸소 구축하면서 할 말 다 하는 여당 대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어쩌면 도움이 될지 모른다. 대구 달성군수 선거에서 뜻하지 상처를 입은 점을 고려할 때, 그리고 최근들어 자신의 지지율이 하향추세인 점을 감안할 때 이 방법이 좀 더 확실할지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울 때마다 지지율이 올랐던 전례에 비춰볼 때 그렇다.

하지만 위험하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정을 맞을지 모른다. 너무 일찍 고개를 들면 아직까지는 싱싱한 권력의 힘이 쪼아댈지 모른다. 게다가 아직까지 대오를 유지하는 친이계가 '뒤에서 총질을 해댈지' 모른다. 대통령이 위에서 쪼고 친이계가 밑에서 치받는 바람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 ‘물 대표’란 불명예만 얻는다. 대선후보 경선을 위해 체력을 비축해야 할 때에 방전 직전까지 내몰리는 것이다. 

그래도 돌파할 수 있다. 그런 모습을 '억압'과 '저항'의 이미지로 묘사하면 ‘영광의 상처’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어찌 할 도리가 없다.

할 말이 없다. 세종시 수정안이 폐기되면 딱히 청와대를 향해 낼 다른 목소리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치적 기반이 겹치고 이념의 뿌리가 같기에 크게 다른 게 없다. 그래서 제 할 말 다 하는 ‘비MB 대표’ 이미지를 구축하기 힘들다. 반MB 표심을 넘는 게 아니라 그 표심에 휩쓸릴 공산이 커지는 것이다. 이 점을 의식해 작위적으로 각을 세우기도 어렵다. 그러면 보수 표심을 잃는다.  

아무리 둘러봐도 길이 없다. 그래서 가만히 있는 것이다. 길이 없을 때는 걷지 않는 게 상책이니까.

어떤 친박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더 이상 ‘침묵의 동굴’에 갇혀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지만 표현이 틀렸다. 박근혜 전 대표가 기거하는 ‘동굴’은 ‘침묵의 동굴’이 아니라 ‘은신의 동굴’이다. 때를 기다리면서 은거하는 동굴 말이다.

▲사진=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2008년 1월 회동 장면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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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로선 어쩔 수 없다. 지방선거에서 졌다고 냉큼 인적쇄신을 단행하고 세종시ㆍ4대강에 손을 대면 밑천이 바닥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말한 것처럼 7.28재보선이 문제다. 모두 8곳에서 치러지는 재보선, 미니 총선이 될 수밖에 없는 재보선, 또 한 번의 정권 심판장이 되게 돼 있는 재보선에서마저 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인적쇄신을 단행하고 세종시ㆍ4대강에 손을 댔는데도 또 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때 가서 뭘 또 내놓겠는가.

가정상황보다는 실제상황에 가깝다. 7.28재보선이 치러지는 8곳의 면면을 보면 그렇다. 서울 1곳, 인천 1곳, 강원 3곳, 충남ㆍ북 각 1곳, 광주 1곳이다. 모두 야당 광역단체장을 배출한 곳이다. 그만큼 반MB정서가 강한 곳이다.

일단 진다고 보는 게 속 편하다. 7.28재보선에서도 여당이 패배할 것이라고 상정하고 정치 일정과 계획을 짜는 게 효율적이다. 인적쇄신을 하더라도 재보선이 끝난 다음에 하고, 정책기조를 바꾸더라도 재보선 결과를 본 다음에 하는 게 낫다. 그래야 지불하는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또 아는가. 청와대의 다짐처럼 중도실용을 전면에 내세워 여론몰이를 하면, 여권의 계획처럼 거물들을 대거 재보선에 내세워 선전을 하면 의외의 성과를 거둘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인적쇄신도 소폭으로 줄일 수 있고 정책기조도 큰 틀을 유지할 수 있다.

청와대로선 밑져야 본전인 게임이다. 그래서 일단 버티는 것이다. 여당 초선의원들의 정풍 수준의 쇄신 요구도, 야당의 내각 총사퇴 요구도 일단 못 들은 체 하는 것이다.

주목할 건 그 다음이다. 어차피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라면 7.28재보선 후 딱 한 번만 치르는 게 효율적이라는 청와대의 판단 기저에 깔려있는 또 다른 셈법이다. 7.28재보선을 ‘바닥’으로 설정하고 이후 상승장세를 꾀하는 또 다른 전략이다.

청와대가 이렇게 판단하는 데에는 두 개의 근거가 있다. 하나는 경제고 다른 하나는 의석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말하지 않았는가. “1분기 경제성장률이 7년 만에 최고”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과 취약계층을 보듬는 친서민 기조를 어이갈 것”이라고. 이 말엔 기대가 깔려있다. 경제 성장 기조를 이어가면, 여기에 ‘친서민 이벤트’를 가미하면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때의 민심을 다시 조성할 수 있다는 기대다.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수도권 화이트칼라층을 다시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기대다.

국회는 변하지 않았다. 지방권력은 야당에 내줬지만 의회권력은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 사실이 믿음을 키운다. 의제 설정권을 갖고 있는 청와대가 적당한 시기를 골라 선거 여파를 차단하는 거대 이슈를 터뜨리고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이를 뒷받침하면 청와대가 국정주도권을 다시 거머쥘 수 있다는 믿음이다. 터닝 포인트에서 회심의 일격을 가하면 내년까지 권력기반을 공고히 다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관건은 한나라당 의원들이다. 남유럽발 재정위기와 같은 외부변수를 제외하고 순전히 내부변수만을 살피면 관건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동요폭에 달려있다.

지방선거에서 직격탄을 맞은쪽은 친박이 아니라 친이다. MB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친이가 반MB 바람에 휘말려버렸다. 이들이 동요하면, 이들이 정권의 명운보다 금배지의 수명에 더 신경을 쓰는 상황이 연출되면 청와대가 꾀하는 ‘대반전’의 동력이 줄어든다. 그래서 필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친이를 확고히 틀어쥐어야 한다.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7.28재보선까지는 반MB 정서를 달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채질할 공산이 크기에 그렇다. 인적쇄신과 정책기조 변경에 ‘배째라’로 일관하면 반MB정서가 더 커지기에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정하지 못한다. 청와대가 친이에게 어떤 ‘시그널’을 보낼지 알 수 없기에, 친이의 쇄신 움직임이 용두사미로 끝난 게 한두 번이 아니기에 단정하지 못한다. 곪아가는 상처가 곧 터질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없다. 

▲사진=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이 6일 모임을 갖고 쇄신책을 논의하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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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용필 씨가 읊었다. '묻지 마라'고,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고. 마찬가지다.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회의장 문을 잠그려(열려고)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절박한 친이(친박)의 단호한 외침을 듣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그건 관심사가 아니다. 국가 중대사에 대한 거대 여당의 주장을 가감 없이 들어야 할 권리가 국민에게 있다는 원칙론에도 불구하고 관심사가 아니다. 이미 다 아니까,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듣고 또 들은 주장이니까 의원총회장 문이 닫히든 열리든 대수는 아니다.

관심사는 따로 있다. 표범인지 하이에나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행태다. 상대의 약점을 찾아 한나라당 안팎을 어슬렁거리는 친이-친박의 행태다.


친박계인 홍사덕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이 주장했다. 청와대가 친박 의원들 뒷조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친이계인 정몽준 대표가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회동 제안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양쪽 모두 의원총회가 열리기 직전 또는 의원총회 모두에 이렇게 입을 열었다.

타격전이다. 세종시에 대한 입장을 펴는 게 아니라 상대 진영의 약점을 파고든다는 점에서 정치적 타격전이다. 논리의 허점을 파고드는 게 아니라 약점의 틈새를 벌리려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선전전이다.

태세가 이렇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다'는 각오다.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 하기에 '빛나는 불꽃처럼 타올라야' 한다는 의지다. 친이-친박 모두 이렇게 사생결단의 태세로 나온다. 공존의 토대 위에서 공론을 펴는 게 아니라 퇴치를 목표로 공격을 가한다. 토론이 아니라 토벌을 꾀한다.

그래서 관건이 아니다. 의원총회의 결과는 관건이 될 수 없다.

홍사덕 의원을 비롯한 몇몇 친박 의원들이 ‘뒷조사’ 주장을 내놓는 순간 저지선이 형성됐다. 행여 당론이 변경되는 일이 발생한다 해도 그건 공작의 결과이기에 승복할 수 없다고 주장할 디딤돌이 만들어졌다.

정몽준 대표가 ‘박근혜의 회동 제안 거부’ 사실을 전하는 순간 과녁이 설정됐다. 끝까지 친박이 당론 변경을 거부하면 그걸 ‘박근혜의 독선과 아집’의 소산으로 몰아붙일 빌미가 갖춰졌다.

타격전은 계속 전개될 수밖에 없다. 의원총회장 안팎의 격돌은 몸풀기에 불과하니까, 본게임은 국회 상임위 회의실과 본회의장에서 펼쳐지니까 적어도 두 달 이상은 끝없는 타격전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친이-친박의 격돌은 기술전이 아니라 체력전이다. 현란한 논리가 승부를 가르는 게 아니라 튼실한 맷집이 성패를 가른다. 상대의 진을 빼 논리를 펼칠 여력을 빼앗는 쪽이 고지에 오르는 지구전이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 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다 해도 '오늘도 배낭을 매고' 오르지 않을 수 없는 소모전이다. 

 ▲사진=어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 모습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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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친박계인 홍사덕 의원이 말렸단다. 기자회견을 열어 7개 기관의 세종시 이전 방안을 제시하려는 김무성 의원에게 “(절충안 제시는 해법이) 안 되니 하지 말라”고 했단다.

굳이 홍사덕 의원의 만류를 인용할 필요도 없다. 박근혜 전 대표의 기세로 볼 때 어떤 절충안을 내놔도 씨알이 안 먹힐 것이라는 점은 정치 문외한도 아는 일이다.

그런데도 김무성 의원은 감행했다. 자신의 절충안을 제시하며 박근혜 전 대표에게 “기존의 관성에 젖어 바로 거부하지 말고 고민해 달라”고 했다. 간절히 호소하는 모습으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이유가 뭘까? 김무성 의원이 ‘해봤자’인 얘기를 ‘호소체’로 펼친 이유가 뭘까? 계파의 외면을 받을 걸 뻔히 알면서 계파의 논리에 반기를 든 이유가 뭘까?


결론을 내리기 전에 먼저 ‘이후’를 짚자. 박근혜 전 대표로부터 “한마디로 가치가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 당한 것은 물론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는 면박까지 당한 김무성 의원이 펼칠 ‘이후’ 행보를 가늠하자. 그래야 그의 ‘이유’를 읽을 수 있다.

김무성 의원이 그랬단다. “제2의 수정안을 성안해서 동조하는 의원들의 서명을 받고 호소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단다. 그럴 수도 있다. 자신의 간절한 '호소'를 박근혜 전 대표가 내쳤다고 주장하면서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될까? 김무성 의원이 계획대로 행보를 그으면 어떤 양상이 연출될까?

중도파가 동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친이와 친박의 정면대결을 원치 않는 중도파가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결집하면서 중간지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결집과정에서 각양각색의 절충안과 충돌할 수도 있고, 자신의 절충안이 퇴짜 맞을 수도 있지만(그가 제시한 헌법기관 이전은 국회가 강제할 사안이 아니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건 중요치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절충안 성안의 주도권을 쥔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중도파 남경필 의원이 말한 게 있다. “내용의 현실성은 의문시 되지만 절충안이 제시되고 토론이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친이계 또한 지지 또는 묵인할 공산이 크다. 어차피 세종시 수정안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게 불가능하다면 김무성 의원이 주도하는 절충안을 타협책으로 채택해 돌파를 모색할 수 있다. 설령 절충안마저 관철시키지 못해도 정치적으로 밑지지는 않는다. ‘오죽했으면 김무성 의원조차 저럴까’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 박근혜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몽준 대표가 말한 게 있다. “검토해 보겠다”고.

‘이후’ 양상이 실제로 이렇게 전개되면 김무성 의원은 세력을 얻고 몸값과 위상을 올린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 도약을 꾀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쪼개지는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박근혜의 빈자리를 메우는 대체자로서 각광 받을 것이고, 한나라당 틀이 유지돼도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당내 조정자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김무성 의원으로선 한 번 해 볼만한 시도다. 밑져야 본전이니까 그렇다. 지난해 5월 원내대표 추대를 계기로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던 점을 상기하고, 박근혜 전 대표 입에서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는 말이 튀어나온 걸 감안하면 그렇다. 그가 친박의 계파원으로 남아봤자 얻을 소득은 거의 없으니까.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자립과 도약을 꾀하는 게 나을지 모르니까. 그로선 ‘용꿈’은 아니더라도 ‘돼지꿈’ 정도는 꿀 여지와 이유가 있다고 판단할 만하다.   

▲사진=기자회견 하는 김무성 의원 ⓒ김무성 의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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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총회는 열릴 것이다. 한나라당 당헌에 소속 의원 10분의 1 이상인 17명의 의원이 소집을 요구하면 의원총회를 열도록 돼 있으니 피해갈 도리가 없다. 이미 그보다 더 많은 의원들이 소집을 요구하고 있으니 이번 주든 다음 주든 의원총회는 열리게 돼 있다.

궁금한 건 소집 여부가 아니라 소집 이후다. 과연 그 자리에서 당론 변경을 밀어붙이려고 할지가 관심사다.

위험하다. 언론의 ‘계가’에 따르면 친이계의 의석수는 최대로 잡아도 95석, 당론 변경 가결 의석수인 113석(재적 의원 3분의 2)에 턱없이 모자란다. 여기에 중도파로 분류되는 20여명의 의원을 끌어들인다 해도 당론 변경은 아슬아슬하다. 두세 명만 친이계의 ‘기대’를 져버리면 당론 변경 시도는 불발탄이 된다. 

그래서 주목한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의총 소집 요구에 따를 것이라면서 덧붙인 말이다. “당론을 결정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좋은 해법을 찾아보자는 것인데 친박계도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안상수 원내대표의 말에 따르면 의원총회 용도는 ‘간보기’다. 당론 변경 표결은 둘째 치고 토론조차 원천봉쇄하는 친박계의 대오를 깨뜨릴 여지가 있는지를 재기 위한 것이다. 세종시 수정 관련 법률안이 오늘로 입법예고 기간을 끝내고 공청회 무대에 올라가는 일정에 맞춰 ‘장외 토론’과 ‘장내 토론 거부’를 대비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친박계를 반민주적 행태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의원총회 소집 날짜가 곧 시험일은 아니다. 기껏해야 예비 소집일 정도의 의미 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하염없이 간만 보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 시점에는 죽이든 밥이든 결정해야 한다. 빠르면 정부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는 3월초에, 늦으면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되는 4월 초ㆍ중순에 당론 변경을 시도하지 않을 수 없다. 

가능할지도 모른다. 중도파를 끌어들여 당론 변경 가결 요인을 채울지 모른다. 그래도 소용없다. 당론 변경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 전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찬성 버튼을 누른다 해도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에 40석 가까이 모자란다. 당론 변경이 끝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주목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한나라당 당직자들에게 했다는 말이다. “생각이 달라도 당에서 정해지면 따라가야 민주주의”라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에 따르면 당론 변경 용도는 ‘손보기’다. 당론에 따르지 않는 친박계의 해당행위를 징치하기 위한 것이다. 민주적인 의사결정 결과에 따르지 않는 친박계의 반민주적 행태를 징계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친이계와 친박계의 대충돌 시점은 당론 변경 이후가 된다. 그 때를 기점으로 친박계의 ‘원칙’과 친이계의 ‘당론’이, 친박계의 ‘신뢰’와 친이계의 ‘민주’가 대혼전에 들어간다.

물론 당론이 변경돼야 가능한 일이지만….

 ▲사진=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2일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만나고 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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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이 날 것으로 보는 건 속단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강도’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고 해서 그것이 분당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뒷모습’을 보면 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강도론’에 대해 청와대가 ‘오해’라고 진화하지 않았는가. 박근혜 전 대표의 ‘강도론’에 대해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이 ‘일반론’이라고 해명하지 않았는가. 양쪽 모두 확전을 원치 않는다.

돌려놓고 봐도 그렇다. 분당의 양태는 축출 아니면 탈당이다. 친이계가 친박계를 내쫓거나 친박계가 당을 박차고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명분이 없다. 친이계나 친박계 모두 그런 행동을 감행할 만큼의 명분을 축적하지 못했다.


세종시 그 자체는 명분이 되지 못한다. 세종시가 정책 영역에서 정치 영역으로 전화하지 않는 한 그건 분당의 명분이 되지 못한다. 여권을 감싸고 있는 보수세력이 그러지 않는가. 왜 그것 하나 대화와 토론으로 조정하지 못하냐고 힐난하지 않는가. 분당 이후 필연적으로 불게 될 정통성 논란의 주관객은 아직 편을 갈라 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필요조건은 세종시가 정치 갈등의 한복판에 서는 경우다. 세종시에 대한 찬반 입장이 아니라 세종시로 인해 파생된 정치적 갈등이 극에 이르는 경우다. 이 정치 싸움에서 밀리면 한쪽의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극한상황에 몰리는 경우다. 그래서 보수세력이 ‘정당방위’로 양해하는 경우다.

정운찬 총리 해임건의안이 예가 될 것이다. 야당이 제출한 해임건의안에 친박이 떼로 찬성표를 던지는 경우가 표본이 될 것이다. 이러면 세종시는 정책 사안에서 벗어나 이명박 정권의 명운을 가르는 정치 요인이 되고, 친이계는 어쩔 수 없이 퇴로없는 역공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 친박계 의원 중 대다수가 해임건의안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점 때문만이 아니다. 다른 진단 요인이 있다.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정운찬 총리가 ‘조건부 용퇴’를 검토하고 있다고, 세종시 수정안이 4월 국회에서 통과되면 총리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그렇게 해서 세종시를 자신의 대권가도 카펫으로 삼으려 한다는 정치권 일각의 의심을 불식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잘 읽을 필요가 있다. 정운찬 총리의 ‘조건부 용퇴’ 검토 소식엔 두 가지 함의가 내포돼 있다. 하나는 친박계를 달래고자 하는 의도다. 좋게 해석하면 자신의 몸을 용광로에 던져 여권 화합의 ‘에밀레종’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좁게 해석하면 끝까지 내달리지는 않겠다는 의도다. 다른 하나는 ‘무조건 용퇴’로 버전을 변경할 여지다. ‘조건부 용퇴’에 정운찬 총리의 위상이 ‘원 포인트 총리’라는 판단이 내재돼 있다면 정반대의 상황, 즉 세종시 수정안이 4월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책임을 지고 물러날 여지까지 깔고 있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

정운찬 총리가 실제로 ‘조건부 용퇴’ 입장을 밝힌다면, 그리고 정치권이 그 입장에 깔린 함의를 읽는다면 해임건의안은 급속히 힘을 잃을 수도 있다. 무를 베지도 못한 채 칼집에 도로 들어가는 칼의 신세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다른 요인이 있긴 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했다는 말이다. “어느 시대든 크든 작든 장애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장애를 핑계 삼아 하지 않으면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말이다. 이 말에 녹아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끝까지 돌격’이라면 정운찬 총리의 ‘조건부 용퇴’ 입장은 ‘연필로 쓴 낙서’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의 행동이 ‘입’에서 ‘발’로 바뀌지 않는 한, 친박 의원 대다수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사정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감정 온도가 아무리 상승해도 임계점을 돌파하지 않는 한 분당의 결정적 계기는 창출되지 않는다. 주전자 물이 아무리 데워져도 기화점을 돌파하지 않는 한 그건 여전히 액체다. 미지근하든 뜨뜻하든 그냥 물인 것이다.

▲사진=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난해 9월 16일 청와대 회동 장면 ⓒ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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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이쯤 되면 ‘뻥정치’라 불러도 무방하다. 이명박계나 야당 모두 어차피 안 될 일에 머리를 박고 있다. 한쪽은 세종시 국민투표 실시를, 다른 쪽은 정운찬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을 주장하지만 연목구어다.

세종시 문제의 경우 국민투표 대상인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에 해당되는지 의문일뿐더러 국민투표에 부친다고 가결될 것이라는 보장 또한 없다. 세종시를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시키려면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노무현 프레임’ 하에서 치러진 2007년 대선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했다. 그가 기록한 득표율은 48.7%. 그때가 이랬는데 사실상 이명박 정권 중간심판 성격을 띠게 될, 다시 말해 ‘이명박 프레임’ 하에서 치러질 국민투표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원 대열에서 이탈할 것이란 점을 빼고 보더라도 그렇다.

이명박계는 세종시 수정안에 호의적인 수도권 표심에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지만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수도권 표심이 세종시 원안보다는 수정안에 약간 기운 건 사실이지만 그 차가 그리 크지 않다. 기껏해야 5% 안팎이다. 이 정도의 차는 또 하나의 요인, 즉 이명박 정권 견제ㆍ심판 심리로 상쇄하고도 남을 수 있다.

누가 봐도 모험이다. 야당과 박근혜계가 합심해 세종시 반대운동을 펼 게 뻔한 국민투표에 이명박 정권의 명운을 건다는 건 도박이다. 그래서 실현가능성이 없다.

정운찬 총리 해임건의안도 그렇다. 현실적으로 국회의사당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없다. ‘조선일보’가 조사했다. 박근혜계 의원 46명을 대상으로 해임건의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반대하는 의원이 32명에 달했다. 이 상태에서 해임건의안을 표결에 부쳐봤자 가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야5당의 의석을 끌어모으고 여기에 ‘조선일보’ 조사에 ‘찬성’ 또는 ‘유보’ 의견을 표명한 박근혜계 의원 14명을 합해봤자 통과 요건에 ‘여유있게’ 모자란다. 

아무리 셈을 해도 수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친박연대’ 의원 전원과 무소속 의원 전원이 가세하면 통과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는 모양이지만 일장춘몽이 되기 십상이다. 무소속 의원 중 친야 성향은 거의 없다. ‘친박연대’의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박근혜 전 대표가 대놓고 ‘해임’을 외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는 ‘아웃복서’지 ‘인파이터’가 아니다.

그래서 궁금하다. 이명박계와 야당이 이런 사정을 짐짓 모른 체 하면서 국민투표와 해임건의안을 외치는 저의가 뭘까? 변곡점 확보 차원이다. 양쪽 모두 자기의 카드를 갖고 터닝 포인트를 찍고자 하는 것이다. 소구점 설정 차원이다. 양쪽 모두 설 여론시장을 앞두고 킬러 콘텐츠를 선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이명박계는 빠져나와야 한다. 한나라당 당론 변경 후 국회 표결을 시도하려던 계획이 박근혜계의 결사저지로 물거품이 돼버린 난감한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종시 관련법안 국회 표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뉘앙스를 짙게 풍기며 국회 밖에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세종시 문제를 털고 가든 이어 가든 그 주체와 무대는 국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야당은 끌고가야 한다. 세종시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이명박 정권의 활동반경을 좁히고, 여권의 지방선거 전열을 흐트러뜨려야 한다. 그러려면 소재가 필요하다. 어차피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데다가 길면 한 달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게 세종시 관련 법률안이기에 다른 불쏘시개가 필요하다.

이렇게 보니 자명하다. 이명박계와 야당의 ‘뻥정치’엔 나름대로의 ‘셈정치’가 작동하고 있다.  
 

▲사진=여야 원내대표회담 장면 ⓒ민주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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