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민 씨는 “검찰에서 빨리 수사하길 바란다”고 했지만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은 수사가 쉬워보이지 않는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십수억 원에 달하는 ‘스폰’을 제공했다고 주장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밝힌 바 있다. 회사가 2009년 9월에 압수수색을 당했는데 이 수사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씨의 무리한 기획수사였다고 했다. 민정수석실의 지시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열린우리당 자금책 역할을 했다고 지목하며 자백을 강요했지만 열린우리당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했다.

바로 이것이다. 검찰이 빨리 수사할 것 같지도 않고, 철저히 수사할 것 같지도 않은 게 바로 이 주장이다.

이국철 회장의 이 주장엔 중대한 문제가 담겨있다. 2009년 9월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넉 달이 흐른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검찰이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뒤를 캐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까지 검찰이 노무현 정권 때의 비리를 캔다는 소문과 보도는 적잖았다. 그 단적인 예가 김종익 씨의 경우다. 이른바 ‘쥐코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퍼날랐다는 이유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의해 사찰을 받은 김종익 씨는 이후 경찰 조사과정에서 이광재 전 의원과 같은 고향(평창)이고 노사모 회원이라는 이유로 전 정부와의 관련성을 심문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 때는 2008년 말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기점으로 ‘정치 수사’의 필요성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간주됐다. 한데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국철 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에도 ‘친노’의 뒤를 끊임없이 캐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더구나 그 몸통이 청와대라는 것이다. 일선 검찰의 ‘과잉 충성’이 아니라 청와대의 직접 지시에 의한 ‘기획 수사’였다는 것이다.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이 직접 ‘지시’를 내려 '친노'의 뒤를 캐게 했다는 것이다. 이국철 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청와대는 음험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었고, 검찰은 청와대에 완전히 예속돼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신재민 전 차관의 개인비리 의혹을 뛰어넘는 문제다. 신재민 전 차관이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대가’와 ‘용돈’을 받아 챙긴 것보다 훨씬 중한 정치적인 문제다. 따라서 진실이 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이국철 회장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니면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의 주장처럼 “황당한 내용”인지 명백히 가려야 한다.

정황은 갈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에도 ‘친노’를 캤다는 의혹이 던지는 충격파가 큰 만큼 가능성이 반감되는 것이 사실이다. ‘친노’의 뒤를 캐야 할 정치적 필요성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반감됐다고 보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정황이 있다. 검찰이 2009년 9월 15일 SLS 계열사 10여곳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검사 7명과 수사관 70명이 동원된(‘경향신문’ 보도) 정황이다. 검찰 압수수색의 직접 사유인 ‘횡령’ 사건(최종 기소 내용은 뇌물공여 및 분식회계)치고는 매머드급으로 수사가 진행된 것이다.

결국 진실은 수사를 통해 가려질 수밖에 없는데 한계가 있다. 수사주체는 어쩔 수 없이 검찰이다. 검찰이 제 식구의 일탈의혹을 캐야 하는 것이다. 그 뿐인가. 권재진 전 민정수석은 지금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고 있다. 검찰을 지휘하는 최고 자리에 앉아있다. 자칫하다간 '깡통 논란'만 커질 수 있다.

▲사진=이국철 SLS그룹 회장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결국은 하나보다. 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를 광복절 특사 명단에 포함시켰다는 보도가 다시 나오는 걸 보니 결국 하나보다. 

가당찮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이고 받아서도 안 되는 일이다.

정부는 노건평 특사 사유로 ‘전 정권과의 화해’를 운위하고 있지만 어림없다. 다른 건 몰라도 노건평 씨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만큼은 ‘화해’가 아니라 ‘단절’을 선택해야 한다.

노건평 씨가 저지른 범죄는 ‘권력형 비리’다. 국민이 가장 혐오하고 죄질이 가장 안 좋은 범죄다. 권력이 바뀌어도 어김없이 나타나는 고질병이자 앞으로도 재연 소지가 다분한 악성 범죄다. 재판부도 “로열패밀리가 됐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에는 애초 관심이 없었던” 점을 강하게 질타한 범죄다. 그래서 안 된다. 노건평 씨의 ‘권력형 비리’를 특별사면하면 권력형 비리의 근절 기반이 약화된다.


노건평 씨는 상징성도 없는 인물이다. 비록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이었다고는 하지만 그가 노무현 정부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인물은 아니다. 그에게 유죄를 선고한 2심 재판부의 표현을 빌리면 그는 “해가 떨어지면 동네 어귀에서 술을 마시며 신세 한탄을 하는 초라한 시골 늙은이”일 뿐만 아니라 "동생을 죽게 만든 못난 형"이다. 그래서 안 된다. 그는 ‘전 정권’을 대표하는 인물이 아니라 '전 정권'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인물이기에 '화해'의 상징이 될 수 없다. 

방법도 틀렸다. 정부가 추구하는 ‘전 정권과의 화해’는 봐주고 배려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전 정권의 중핵인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 수뢰자’의 멍에를 씌우려 했던 현 정부, 이런 현 정부에 대해 전 정권 인사들이 여전히 불만과 반발을 쏟아내고 있기에 일방적 ‘화해’는 성립될 수도, 먹혀들 수도 없다. ‘화해’해야 하는 본질적 사유를 놔두고 ‘단절’해야 하는 사건을 꺼내드는 처사가 애당초 잘못된 것이다.

정부가 정녕 ‘화해’를 원한다면 방향을 틀어야 한다. 일방적인 특사로 생색내려 할 게 아니라 원칙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무엇이 정당한 ‘청산’이었고 무엇이 부당한 ‘털기’였는지를 먼저, 스스로 가려내야 한다. 정권 출범과 동시에 친노 인사들 주변을 이 잡듯 뒤지는 것으로도 모자라 민간인 사찰까지 감행했던 과정에서 어떻게 일탈했고 어떻게 무리했는지를 스스로 고백해야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즉 지방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친노 인사 ‘털기’에 열중하다가 느닷없이 ‘화해’를 모색하는 이유를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

화해 당사자인 '전 정권' 인사들이 정치 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한 이것은 필요조건이다. 일방적이고 시혜적인 ‘화해’를 쌍방적이고 정상적인 ‘화해’로 승화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사진 출처=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민주당은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친노 인사들을 향해 “한나라당 2중대(송영길)”라고 각을 세웠지만 부질없다. 그런다고 뒤돌아 설 인사들이 아니다.

현실로 받아들이는 게 낫다. 이왕이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차라리 잘 된 일’로 받아들이는 게 낫다. 민주당이 아니라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 2중대”를 입에 올릴 만큼 깨끗하지도, 선명하지도 않은 게 첫째 이유다.

지역독점구도에 안주해 개혁 공천을 좌초시키는 민주당의 행태는 영남 패권주의에 안주하고 계파별로 쪼개져 공천 기싸움을 벌이는 한나라당의 행태와 닮았다. ‘비리 심판’을 운위하면서 성희롱 전력자를 복당시키는 민주당의 행태는 ‘클린 공천’을 주장하면서 비리 전력자의 공천배제 기준을 완화하는 한나라당의 행태와 닮았다.

그래서 달리 보지 않는다. 민주당이 국민참여당을 “한나라당 2중대”로 욕할 때 상당수 유권자는 민주당을 “짝퉁 한나라당”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심드렁하다. 상당수 유권자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갈등을 ‘그들끼리의 싸움’으로 치부하면서 편을 들지 않는다.


국민참여당의 출마자들이 “우리가 바로 노무현”이라고 선언한 게 둘째 이유다.

한 번은 거쳐야 할 관문이다. 노무현 정부 말기의 ‘혹평’과 노무현 서거 국면의 ‘추도’가 쌍곡선을 그리며 교차했던 지난 몇 년의 경험을 돌아보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노무현 정신’이 살아있는지, ‘노무현 가치’가 유용한 것인지, ‘노무현 정책’이 타당했는지 전면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더불어 심판해야 한다. 출마를 선언한 친노 인사들이 정말 ‘노무현’인지, 그들의 행태가 ‘노무현 계승’인지 ‘노무현 마케팅’인지 갈라야 한다. 

‘적전분열 아니냐’고 짜증 낼 일이 아니다. ‘어부지리를 안겨주지 않느냐’고 성화 부릴 일도 아니다.

길게 보면 ‘근원적 처방’이다. 이참에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을 동시에 저울에 올려놓고 심판하지 않으면 공전된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족보싸움’이 무한궤도 위에서 공전된다. 설령 지방선거 후 통합이 강제된다 해도 그건 억지춘양식 미봉에 불과하다. 차제에 걸러낼 건 걸러내는 게 낫다.

짧게 봐도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5+4협의체’가 도출한 룰을 따르면 된다. 후보단일화가 이뤄지는 곳은 그곳대로, ‘따로 완주’가 벌어지는 곳은 그곳대로 심판의 기회는 열려있다. 단일후보 경선과정에서 또는 투표소 기표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이든 국민참여당이든 어느 한쪽을 선택할 것이니까 그 양과 질을 재면 된다.

성찰 없는 반대는 대안을 도출하지도 지지를 끌어내지도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고 ‘족보’만 들여다보며 발밑은 살피지 않는 두 당의 행태를 상기하면 유권자가 할 일은 이것 밖에 없다.  성찰을 강제하는 것….

▲사진=국민참여당 시도지사 출마자들의 10일 공동기자회견 장면 ⓒ국민참여당

Posted by '토씨'


맞다. 일각의 분석처럼 여권이 초반 고삐를 쥔 게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토착ㆍ교육ㆍ권력형 비리의 발본색원을 주문하고, 사정기관이 대대적 사정에 나서고, 한나라당이 ‘클린 공천’을 내세우면서 전세를 뒤바꿔버렸다. 야권의 ‘비리 심판’ 프레임을 ‘비리 척결’로 뒤바꾼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성희롱 전력자인 우근민 전 제주지사를 비롯해 이른바 ‘비리 혐의자’ 공천을 계획하는 민주당의 행태를 한나라당이 집중 공격하면서 능동과 피동의 위치마저 바꿔버렸다.

그렇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여권이 야권 공세의 싹을 잘라버렸다고 득의만만해 할 단계도 아니고, 야권이 선수를 뺐겼다고 한탄할 단계도 아니다. 아직은 초반. 기껏해야 잽만 날리는 탐색전에 머물고 있다. 지방선거전이 중반에 돌입해 난타전을 벌이면 전세가 어찌 변할지 모른다.

막연한 가정이 아니다. 예정된 변수가 몸을 풀고 있다(우근민 공천 배제는 논쟁의 여지가 없으므로 배제한다).

4월 9일이 되면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온다. 바로 이것이 판을 흔든다. 서울시장 선거판을 흔들 뿐만 아니라 방방곡곡의 선거판을 흔든다. 프레임을 흔들고, 전선을 흔들고, 다른 후보를 흔든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면 여권이 치명상을 입는다. 여권의 ‘정치기획’ 혐의가 더욱 짙어지고 검찰의 ‘공정수사’ 문제가 더욱 부각된다. 사정 정당성이 손상을 입고 여권의 ‘비리 척결’ 구호 옥타브가 떨어진다. 여권의 프레임이 칠레 지진 급의 진도에 흔들리는 것이다.

더불어 확장된다. ‘비리’ 프레임이 ‘정권 심판’ 프레임과 결합해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이명박 정부의 사정 칼끝이 정치적 반대파를 겨냥하고 있(었)다는 점을 야권이 부각시키면서 ‘정권 심판’ 구호에 유용한 사례 하나가 추가된다.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면 지방선거전은 일방 독주로 흐른다. 야권이 법원 판결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반박해봤자 여권의 ‘비리 척결’ 화두에 말리는 결과만 빚기에 그렇다. 사정 칼끝이 야권 인사를 겨누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감을 줄여주기에 그렇다. 선거판과 사정판을 마구 뒤섞어버리는 것이다.

더불어 빠진다. 최대 격전지의 분위기가 빠지고, 민주당의 거점전략이 빛 바래고, ‘노무현 신원’을 꾀하려는 친노 세력의 부활전략이 힘을 잃는다. 나아가 유력 후보가 사라진 자리에서 야당 사이의 자리다툼을 격화시키면서 후보 단일화 동력을 끌어내린다.

이렇게 보니 확연하다. 능동과 피동의 위치가 또 한 번 뒤바뀌어 있다. 법원이 능동태고 정치권이 피동태다.

▲사진 출처=한명숙 전 총리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모른다. 한명숙 전 총리가 실제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수만 달러를 받았는지 여부는 확정할 수 없다. ‘받았다’는 검찰발 보도와 ‘안 받았다’는 당사자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옳다. 민주당과 친노 세력 등이 ‘한명숙 수사’와 ‘한명숙 보도’를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대응에 나서는 건 옳다. ‘팩트’가 아니라 ‘원칙’에 입각해 보면 옳다.

검찰 스스로 밝힌 적이 있다. ‘노무현 수사’ 파문 뒤끝에 이른바 ‘수사 공보준칙’이란 걸 만들고 있다며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피의사실은 원칙적으로 기소단계에서 공표하고, 오보 대응이나 공익에 부합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차장검사 또는 대변인의 구두 브리핑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고 했다.

‘한명숙 수사’와 ‘한명숙 보도’는 이 준칙에 맞지 않는다. 차장 검사나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은 오간 데 없고 익명 소식통의 ‘비공식 귀띔’만 흘러 다닌다. 관련 보도를 보면 곽영욱 전 사장의 진술 이외에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돼 있는데도 ‘흘리기’와 ‘받아쓰기’가 되풀이 된다. “검찰이 흘리고 언론이 부풀리는 추악한 정치공작”이란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갈음하고 나니까 걸린다. 이율배반의 흔적이 눈에 밟힌다.

지난달 18일이었다. 민주당이 특위를 하나 꾸렸다. 이름은 ‘한나라당 골프장 게이트 진상조사특별위원회’.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골프장 관련 업체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검찰발 보도’가 나온 후 꾸린 조직이었다.

주목하자. 특위 이름에 ‘게이트’라는 단어가 들어있다. 혐의를 확신하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피의자 범위를 넓히는 단어다.

맞지 않는다. ‘한명숙 수사’와 ‘한명숙 보도’를 성토한 민주당(친노 세력은 ‘공성진 의혹’에 대해 언급한 바 없으니 논외로 하자)의 논리에 맞지 않는다. 한명숙 전 총리나 공성진 최고위원 모두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받아야 하고 피의사실 공표금지 규정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인데도 한쪽의 혐의에 대해서는 ‘정치공작’이라고 하고 다른 쪽의 혐의에 대해서는 ‘게이트’라고 하니 맞지 않는다.

형식논리일지 모른다. 이 같은 지적은 생동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형해화 된 논리일지 모른다. 인지상정일지도 모른다. 안으로만 굽는 팔의 원리를 따르는 것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짚는 이유가 있다.

민주당이 벼른다. ‘한명숙 수사’와 ‘한명숙 보도’를 계기로 검찰개혁 논의에 다시 불을 지피겠다고 벼른다. ‘노무현 서거’ 때 제기했다가 흐지부지 된 검찰개혁 문제를 도마 위에 올리겠다고 다짐한다.

민주당이 추구하는 검찰 개혁 목표가 정치적 독립과 수사의 공정성이라면 검찰 개혁 방법 또한 그래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공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검찰 개혁 주장이 정략이 아닌 정도가 된다.

왜소 야당인 민주당이 자신들이 설정한 개혁 과제를 달성하는 데 이처럼 현실적인 방도는 없다.

▲사진 위=한명숙 전 총리 ⓒ한명숙 홈페이지
  사진 아래=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 ⓒ공성진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1.
‘인간 노무현’은 환생했습니다. 생전의 업에 따라 다음 세상에서의 생이 결정된다는 49재 기간 동안 노무현은 온전한 인간으로 환생했습니다. 어렵게 컸기에 비슷한 이웃을 끌어안을 줄 알았던 ‘어머니’ 같은 존재로 다시금 각인됐습니다.

‘정치인 노무현’도 부활했습니다. 49재 기간 동안 노무현은 올곧은 정치인으로 환생했습니다. 고난의 정치도정을 자신을 버리는 지혜로 이겨냈던 ‘바보 정치인’으로 다시금 평가됐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노무현’은 환생하지도, 부활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49재 기간 동안 그 누구도 쉬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노무현’의 공과를, ‘노무현 정부’의 공과를 함부로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슬픔이 물결치는 추모기간이니까 차가운 시각과 건조한 어투는 삼가야 한다고 모두가 여겼습니다.

2.
노무현을 영원히 떠나보내며 확인합니다. 이제는 아닙니다. 슬픔이 자리했던 가슴에 열정을 담고 눈물을 자아냈던 눈망울에 이성을 채워야 합니다. 그리고 평가해야 합니다. ‘대통령 노무현’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예단은 하지 않습니다. ‘대통령 노무현’에 대해 실패 또는 성공의 낙인을 미리 찍지 않습니다.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골방에 틀어박혀 개인적으로 ‘대통령 노무현’에 별점을 매기는 행위는 그리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함께 해야 합니다. 봉하마을에, 서울광장에, 대한문 앞에 모였던 모든 이들이 함께 해야 합니다. 그래야 삽니다. 다 함께 ‘대통령 노무현’을 평가해야 ‘노무현의 가치’를 계승하고 혁신하는 힘과 세력이 생깁니다. 

3.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아주 절박한 심정으로, 매우 긴요하다고 말하는 겁니다.

‘대통령 노무현’은 단 한 번도 진지하게 평가된 적이 없습니다. ‘대통령 노무현’의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실패’ ‘무능’ 심지어 ‘사기’라는 낙인을 찍었습니다. 그리곤 버렸습니다.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버림’이 ‘충분한 사유’를 동반한 것이라면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없었습니다. ‘충분한 사유’는 몇 개의 조각이었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전제해 놓고 그 가치에서 일탈한 ‘대통령 노무현’의 사례 몇 개를 얼기설기 엮은 것이었습니다.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전후 사정을 참작할 수 있었습니다. 대선과 총선에서 잇따라 참패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고, 느닷없이 켜진 촛불에 황망해 했습니다. 눈앞의 대사에 밀려 지난 대사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촛불이 스러진 뒤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안 됩니다. 이번에도 경황없이 흘려보내면 안 됩니다. ‘대통령 노무현’의 공과를 인상비평 영역에 남겨둬서는 안 됩니다. 


4.
‘대통령 노무현’의 ‘해원’을 위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원’엔 이미 주장이 깔려있습니다. ‘억울하다’는 주장, ‘부당하다’는 주장이 깔려있습니다. 나아가 ‘정당하다’는 주장 또한 스며있습니다.

‘해소’를 위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억울하다’ ‘정당하다’는 당사자의 주장과 ‘실패’ ‘무능’ ‘사기’라는 제3자의 주장이 엇갈리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입니다.

‘해체’를 위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억울하다’는 주장과 ‘실패’라는 평가 사이에서 팽팽하게 조성된 반목과 갈등을 해체하기 위해서입니다. 49재 기간동안 휴전상태에 있었던 이 반목과 갈등이 49재 이후에 격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5.
캐릭터에 의존한 정치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몇몇 ‘이미지 정치인’이 실증합니다. 순간적 인기는 끌지 몰라도 지속적 지지는 받지 못합니다.

‘노무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인간 노무현’의 캐릭터에 압도된 세력 단합과, ‘인간 노무현’의 캐릭터에 의존한 정치 모색은 일장춘몽으로 그치기 십상입니다. 민주당 내에서 ‘친노통합론’이 제기되고, 일부 친노 세력 내에서 ‘독자신당론’이 모색되지만 부질없습니다.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평가가 끝장을 보지 않는 한 그런 주장과 모색은 모두 공염불에 그치고 맙니다.

6.
국민은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 노무현’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을 여미면서 ‘민주시민’의 도리를 다 하고자 하지만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서성이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어느 세력인가를 지지하고 싶지만 대상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습니다.

‘민주’를 위해 ‘행동하는 양심’이 돼야 한다는 훈수는 타당하지만 그것이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승리하는 세력’이 되는 비전을 제시해야 훈수는 비로소 완결됩니다.

그러려면 성찰하고 극복해야 합니다. ‘대통령 노무현’에 붙어있는 ‘좌파 신자유주의’란 딱지를 걷어내야 합니다. 그 딱지에 스며있는 각인각색의 ‘진보 카테고리’를 하나로 통일시켜야 하고, 그 위에 ‘민주’를 결합시켜야 합니다.

‘인간 노무현’은 보내고 ‘대통령 노무현’은 불러내야 합니다. ‘인간 노무현’의 영면을 기원하면서 ‘대통령 노무현’의 불면상태를 끌어내야 합니다. 오늘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노무현 49’재에 부치는 발제문입니다.

▲사진 출처=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이명박 대통령이 지시했습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어긋남이 없도록 정중하게 모시라고 했습니다.

예우하지도 않았고 정중하게 모시지도 않았습니다. 경찰은 서울 덕수궁 앞에 차려진 임시 빈소용 천막을 걷어냈고 조문객의 앞길을 가로막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부했습니다.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원망하고 있습니다. 봉하마을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찢겨지고 한승수 총리,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정동영 의원 등의 조문이 가로막혔습니다.

헤아릴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후 청와대발 뉴스 가운데 하나가 ‘사회적 파장에 대한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고인에 대한 조문이 행여 제2의 촛불로 번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울먹이던 한 친노 인사가 울부짖었습니다. 정권과 검찰과 조중동을 향해 ‘당신들이 원한 게 이것이었냐’고 되물었습니다. 친노 인사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정치적 타살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닙니다. 이건 아닙니다. 정중하게 모셔야 하고 원망하지 말아야 합니다. 일단은 그래야 합니다.

가려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지낸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건 결코 개인사가 될 수 없습니다. 그건 정치적 사안이고 역사적 사건입니다. 더구나 정치적 타살 주장이 불거진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가려야 합니다. ‘정치적 타살’이라면 그 근거를 대고 책임을 물어야 하고, ‘정치적 타살’이 아니라면 그 역시 반론을 펴고 자중을 당부해야 합니다. 원망하는 마음도, 경계하는 마음도 아닌 얼음장 같이 차가운 마음으로 캐고 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추모할 때입니다. 예우를 다해 상여를 멜 때입니다. 일단은 그래야 합니다.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경건한 마음으로 고인을 보낼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사진=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쓰러져 있다(위)
          경찰이 덕수궁 앞 조문객을 가로막고 있다(아래) ⓒ오마이뉴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