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금지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신빈곤층’이란 용어를 쓰지 말라고 정부 부처에 지시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청와대가 밝히는 명목상의 이유는 이렇습니다. “(용어가)계층화해버리는 의미가 있어 일시적·한시적인 것임을 강조하는 쪽으로 대체키로 했다”는 것입니다.
‘국민일보’가 진단한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신빈곤층이란 용어가)현 정부 들어 갑자기 빈곤층이 양산된 듯한 인상을 심어줘 가뜩이나 떨어진 국정지지도가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신빈곤층이) 현 정부 들어 양산된 듯한” 것이 ‘인상’일까요? 아니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까요?
대선 때 ‘잃어버린 10년’ 동안 양극화가 심화되고 민생이 도탄에 빠졌다며 747기에 ‘국민성공시대’라는 애드벌룬을 실어 올린 사람이 바로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신빈곤층’이란 용어를 선도적으로 사용한 사람도 바로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이 사실에 견줘보면 될 겁니다. ‘신빈곤층’의 본래 뜻이 ‘몰락한 중산층’이란 점을 감안하면 될 겁니다. 그러면 답이 금방 나옵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닙니다. 뛰는 환율에다가 물가 인상으로 부도 난 중소기업 사장과 그 직원들입니다. 악덕 기업주들이 경제 위기를 틈 타 임금을 삭감하는 통에 가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살던 집을 내놓은 사람들입니다. 구멍가게라도 열어 가계를 유지하려다가 돈이 돌지 않아 폐업한 자영업자들입니다.
‘신빈곤층’은 747공약이 불시착하면서 생겨난 이재민들입니다. 현 정부가 줄여버린 사회복지 예산 때문에 삶이 더 피폐해지는 약자들입니다.
관두렵니다. 말꼬리 잡기 같으니까 그만 두렵니다. 대신 주목합니다. “(신빈곤층이)일시적·한시적인 것임을 강조”하고자 하는 청와대의 의지가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기를 기대합니다. ‘신빈곤층’이 하나의 계층으로 고착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청와대의 희망이 제대로 실현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겁니다. 서울 양천구청의 공무원들이 장애인 수당과 저소득층 자녀 장학금을 횡령하는 행태, 충남의 한 면사무소 복지담당 공무원이 돈을 꿔달라는 노파를 삽으로 내치려 죽이는 행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겁니다. 실질임금은 물론 명목임금마저 마이너스 인상으로 돌아서는 판인데도 우리 최저생계비가 지나치게 높다고 버젓이 얘기하는 어느 장관의 입도 단속해야 할 겁니다.
도합 수조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놓은 30대 그룹이 대졸초임을 최대 28% 깎기로 결의하는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할 겁니다. 그렇게 깎은 돈으로 정규직을 더 많이 채용하는 게 아니라 인턴 몇몇을 3개월 또는 6개월간 채용하며 눈가림 생색만 내려는 행태에 쐐기를 박아야 할 겁니다.
이건 ‘기초작업’입니다. 현 정부의 진정성을 그나마 국민에게 호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신빈곤층’이란 용어에 대해 사용 금지령을 내린 청와대의 조치를 국민이 ‘정치놀음’이 아니라 ‘노심초사’로 받아들이게 하는 ‘터닦기 공사’입니다.
추경 편성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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