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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역 출연료’ 주셨나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논란과 관련해 행정안전부가 특별 인사감사를 벌인 결과 외교부가 응시요건과 시험 절차 등 채용관리 전반에 걸쳐 공정성과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응시자가 장관의 딸이라는 점을 미리 안 인사담장자는 시험위원이 될 수 없는데도 한충희 인사기획관이 서류 및 면접 시험위원으로 직접 참여했으며, 한 인사기획관과 또 다른 시험위원인 본부대사는 유 장관 딸에게 20점 만점에 가까운 19점을 몰아준 사실을 밝혀낸 겁니다. 또 어학 우대요건을 ‘토플 또는 텝스’에서 ‘텝스’ 만으로 바꾸고, 응시자격에 업무 유관성이 있는 변호사를 빼는 대신 ‘석사 뒤 2년 경력자’를 추가해 유 장관 딸에게 유리하도록 바꾼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통상 공고기간이 10~15일인데도 26일로 늘려 8월 11일 접수를 마감했습니다. 접수 마감일은 유 장관 딸이 어학 성적표를 받은 다음날입니다. <기사 보기>
결국 들러리가 된 다른 응시자에게 ‘단역 출연료’ 주셨나요?

수해 지원과 연계?
북한이 지난달 8일 경제수역 침범을 이유로 나포한 55대승호와 선원 7명을 오늘 송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측 조선적십자회가 어제 개성공단관리위를 통해 통보한 건데요.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선원) 본인들이 행위 엄중성을 인정하고 다시는 그런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과 남조선 적십자사가 관대히 용서해 돌려보내 줄 것을 요청해 온 점을 고려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사 보기>
‘남조선 적십자사’가 100억원 규모의 대북 수해구호지원을 제안한 바 있죠?

국정원에 웬 00라인?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원 2차장에 민병환 국정원 국장, 3차장에 김남수 국정원 국장, 기획조정실장에 목영만 행안부 차관보를 임명했습니다. 이번에 교체된 김주성 기조실장은 경북 출신으로 이상득 의원의 코오롱 후배인 반면에 신임 목영만 기조실장은 서울시 공무원 출신으로 서울시 부시장을 지낸 원세훈 국정원장과 함께 일한 인물입니다. 또 국내 담당인 민병환 2차장 역시 원세훈 원장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입니다. 이 때문에 이상득 라인이 물러나고 원세훈 친정체제가 구축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에 그만둔 박성도 2차장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으로부터 “경선 때 박근혜 TF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인물입니다. <기사 보기>
국정원 인사에 ‘00라인’ 얘기 나오는 것 자체가 문제.

아무리 살펴도 연관성 없는데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가 이상업 전 국정원 2차장이 최대 주주였던 유성금속의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상업 전 차장을 앞세운 작전세력이 2007년 9월 유성금속 주식 145만여주와 경영권을 인수한 뒤 주가를 조작해 시세 차익을 얻은 의혹이 있다는 금감원 통보에 따라 수사에 나선 것입니다. 유성금속 주가는 이상업 전 차장 등이 경영권을 인수했다고 공시한 직후 한때 300%나 뛰어올랐다가 이들이 경영권에서 손을 뗀 뒤 급락했습니다. <기사 보기>
국정원 차장과 금속업체, 아무리 살펴도 연관성이 없는데 주식시장은 뭘 보고 기대했을까?

아, 이게 ‘공정한 사회’구나
광복절 특사 때 사면복권 된 전직 부장판사 하모 씨와 전직 변호사 배모 씨가 변호사 등록신청을 냈으나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이 신청을 자진 철회토록 권고하기로 했습니다. 서울변호사회 관계자는 “복권이 됐지만 최근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국민감정 등을 고려할 때 변호사 개업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변호사 활동이 5년간 금지되지만 복권될 경우 변호사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무원 재직 때 직무 관련 범죄로 기소되거나 징계를 받아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기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는 신청자는 변협이 등록을 거부할 수 있게 돼 있는데요. 하씨와 배씨는 피고인에게서 수천만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각각 징역 8월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된 바 있습니다. <기사 보기>
아, 이게 ‘공정한 사회’이구나. 그럼 광복절 특사는? 아무리 봐도 공정하지가 않네.

나를 밟고 가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광장 이용을 신고제로 전환하는 조례 개정안의 재의를 시의회에 요구했습니다. “이번 조례 개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예상치 못한 갈등 가능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요구한 겁니다. 오 시장의 재의 요구에 따라 서울시의회가 원안대로 조례 개정안을 확정하려면 본회의에서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지만 민주당 의원만 3분의 2가 넘는 79명이어서 원안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 보기>
나를 밟고 가라. 그럼 ‘면피’는 하니까.

법전 뒤져보세요
오모 씨가 지난 2월 한 달 동안 인천의 한 PC방에서 6~7차례나 검문을 당했습니다. 검문을 거부하자 경찰서 동행을 강요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오씨가 해당 경찰서 청문감사실에 항의해 “다중이용시설에서 불심검문을 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는 재발 방지약속을 얻어냈습니다. 하지만 오씨는 그 이후에도 같은 PC방에서 검문을 당했습니다. 경찰관은 자신의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고 소속과 이름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오씨는 결국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냈고, 국가인권위는 “불심검문 때 적법절차를 위반하고 진술거부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해당 지구대장에게 서면경고를 하고 직무교육을 시키라고 관할 경찰서장에게 권고했습니다. 인권위 조사과정에서 경찰관들은 “PC방에서 나이가 들고 점잖아 보이는 사람은 제외하고 나머지 젊은 사람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불심검문을 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는데요. 국가인권위는 이를 권한남용으로 규정했습니다. <기사 보기>
법전 다시 읽어보세요. 어디에 젊은 사람만 검문하라고 나와있는지.

찔렸나?
민주당이 5일 당 윤리위 전체회의를 열어 이강수 전북 고창군수 제명을 결정했습니다. 이 군수는 이에 반발해 탈당계를 냈습니다. 이 군수는 군 계약직원 김모 씨에게 누드 사진을 찍어보라는 등의 발언을 해 국가인권위로부터 성희롱 행위라는 결정을 받은 바 있습니다. <기사 보기>
강용석 의원 제명 결정 보고 찔렸나?

남과 비교하는 건 ‘초딩’ 짓인데
이기수 고려대 총장이 한 강의에서 “고려대는 국민이 세운 민립대학”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서울대와 연세대, 이화여대를 비하했습니다. 이 총장은 서울대에 대해 “해방된 뒤 국립대학이었지 그 전에는 일본이 침략을 위한 방편으로 만든 관립대학”이라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킬 수 있는 대학은 사립대학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사립대는)고려대 아니면 연세대인데 연세대는 기독교 대학이지 대한민국 대학이 아니다”라며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기독교 교리를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만든 대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기사 보기>
남과 비교해서 나를 치켜세우는 건 ‘초딩’이 하는 짓인데.

처벌 받으면 바보
최저임금 위반업체가 2007년 4072곳, 2008년 9965곳, 2009년 1만 4896곳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가 나타나는 이유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입니다. 최저임금법 제28조에 ‘최저임금 미지급 등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형사처벌 건수는 2007년 8건, 2008년 8건, 2009년 6건에 불과했습니다. <기사 보기>
위반업체 1만 5천곳에 형사처벌 6곳. 처벌 받으면 바보라는 얘기.

Posted by '토씨'


중국 판단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17량짜리 북한 여객 열차가 오늘 새벽 5시 20분경에 중국 단둥에 도착했으며, 단둥지역 호텔들은 중국 공안의 지침에 따라 투숙객들을 내보내고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랴오닝성 성장 등이 어제 단둥의 기차역을 방문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영빈관인 댜오위타이가 일주일 동안 다른 손님을 받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도 있네요. <기사 보기>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에 가서 천안함 얘기를 하면? 중국 판단이 어떻게 나올까?

타임오프, 킥오프
근로시간면제심의위가 찬성 9, 반대 1, 기권 5로 타임오프를 최종 의결했습니다. 노조원수 50명 미만 사업장의 전임자 수는 0.5명, 50~99명은 1명, 1만~1만4999명은 14명으로 정했으며, 1만 5천명 이상은 14명을 보장하고 추가 조합원 3천명당 1명씩 추가하되 4만명 이상 사업장의 전임자 수는 24명으로 제한했습니다. 근면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부칙이 정한 타임오프 논의시한인 지난달 30일 전체회의를 시작했으나 자정을 넘겨 새벽 2시 55분에 의결했는데요. 이 때문에 민주노총은 협상 무효를 선언하고 법개정 투쟁 돌입을 선언했습니다. <기사 보기>
타임오프가 투쟁 킥오프 부르네.

경기침체 탓이라지만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업장이 2007년 4072곳에서 2009년 1만 4896곳으로 2.7배 증가했습니다. 경기침체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되는데요.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4110원입니다. <기사 보기>
아무리 경기침체 탓이라지만 그래도 ‘간을 빼먹는’ 얌체짓은 좀….

전통음식 전도사?
경기 고양시의원에 출마하려는 김혜연 진보신당 예비후보가 지난달 28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가지면서 지인들과 나눠먹기 위해 유부초밥을 준비했는데요. 때마침 들른 선관위 직원들이 “공직선거법에 김밥만 제공 가능하다고 나와 있어 유부초밥은 안 된다”고 해 부랴부랴 김을 사와 유부초밥 재료로 유부김밥을 만들어 먹었다고 합니다. <기사 보기>
좋게 생각합시다. 우리 전통음식 장려 차원으로….

공무원은 유권자 아닌가?
정부가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4대강사업 홍보를 중단하라’는 선관위의 요청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가 이달부터 4대강 사업과 관련된 TVㆍ라디오ㆍ신문 광고를 중단하기로 했으며, 홍보물 배포와 국민 교육 및 각종 행사도 중단키로 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정책 설명회와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 기자회견 등은 계속하기로 했으며, 공사구간별 시공업체들의 홍보활동도 업계 자율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기사 보기>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은 유권자 아닌가?

관선이사 정조준?
서울동부지검이 세종대 전 시설과장 등이 학교 시설공사와 학생회관 신축공사에서 시공업체와 짜고 공사비를 과다 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학교 공금을 빼돌린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합니다. 관선이사 시절 5년간의 학교 건물 관리비가 전체 지출액의 6.6%에 달하는 69억 2900만원으로, 전체 지출규모가 세종대보다 500억원 가량 많은 서울지역 모 사립대의 0.7% 10억 700만원보다 훨씬 많다는 겁니다. 한 예로 세종대는 2005년 6월 진관홀 냉난방 공사 때 외부 견적서에는 3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 6억 2700만원을 썼다고 합니다. <기사 보기>
포인트를 '관선이사‘에 두던데, 관선이사 면면이 함세웅 신부, 박재승 변호사 등등.

실현하면 박수 작렬
D건설이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아파트 재건축 수주에 뛰어들면서 조합원들에게 174%의 무상지분율(조합원이 추가부담금 없이 넓혀갈 수 있는 면적비율)에 3.3제곱미터당 일반분양가 1605만원을 제시했습니다. 이 안대로라면 사업비를 포함해 1500억원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인데요. 통상 사업비가 1천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500억원으로 건축 연면적 28만 5171제곱미터를 짓겠다는 것으로 평당 건축비가 58만원에 불과합니다. <기사 보기>
평당 건축비 58만원! 실현하면 박수 작렬.

인권의 기본은
국가인권위가 지난달 12일 전원위에서 북한인권법안 제정촉구, 민간재단 설립반대, 인권위 내에 북한기록보존소 설치 의견을 국회에 공식표명하기로 의결했는데요. 현병철 위원장이 이에 앞선 지난 2월 비슷한 내용을 국회에 보고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일부 인권위원들이 “현병철 위원장이 인권위 독립성을 스스로 포기하고 절차마저 무시했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사 보기>
인권위원장이 인권위원 의사를 초월해? 인권의 기본은 상호존중인데.

Posted by '토씨'

1.
한 청년이 죽었습니다. 한 청년이 가족과 연락이 끊긴 지 50여일 만에, 가출신고가 접수된 지 40여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한강 밤섬 모래사장에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29살의 정모 씨입니다. 고려대 정경대에 입학했다가 비싼 등록금 때문에 휴학-복학-자퇴-재입학-자퇴를 반복했던 정씨입니다. 결국은 대학생활을 접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정씨입니다. 농사짓는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 없어 아르바이트를 하며 월 11만원짜리 고시원에서 새우잠을 자던 정씨입니다. 아르바이트마저 끊겨 월세를 내지 못하던 정씨입니다. 자신의 미니홈피에 “내 인생, 나, 어쩌다 요모양 요꼴”이라는 글을 남긴 정씨입니다.

그런 정씨가 심하게 부패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설 연휴 때 가족이 기다리던 고향을 등지고 어딘가로 사라졌던 정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자살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2.
대학교 3학년 때이니까 1986년의 일이군요. 소주 2병을 들고 학교 뒷산에 올랐습니다. 발 아래로 펼쳐진 캠퍼스를 보면서 눈물을 안주 삼아 ‘병나발’을 불었습니다.

추가등록 마감일이었습니다. 이날까지 등록금을 내지 못하면 미등록 제적 되는 마감일이었습니다. 마련할 길이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주는 근로장학금에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을 모두 합해도 등록금을 채울 수 없었습니다.

집이나 일가친지 모두 살림이 빠듯했기에 손을 벌릴 수 없었고, 대학생 신분에 돈 애기를 꺼낼 직장인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동아리방에 돌아와 짐을 싸고 있었습니다. 2년 반의 흔적이 묻어있는 물건을 라면박스에 담고 있었습니다. 그 때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친구였지만 그리 친하진 않았습니다. 같은 과 같은 학번이었지만 ‘노는 물’이 달랐던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도서관에서 책에 묻혀 살았고, 저는 주로 교문 앞 또는 거리에서 ‘달리기’에 열중하며 살았습니다.

친구는 학교 앞 다방에 가서 잠깐 얘기를 하자고 했지만 별로 내키지 않았습니다. 살갑지도 않은데다가 누구와 노닥거릴 기분이 아니었으니까요.

마지못해 따라갔습니다. 막무가내로 팔을 잡아끄는 친구를 따라 어두컴컴한 지하 다방 구석 소파에 앉았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친구가 흰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나는 무서움을 많이 타는 놈이지만 그래도 미안한 감정은 갖고 살아간다”며 흰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15만원이 들어있더군요. 제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든 액수였습니다. 미처 채우지 못해 ‘병나발’을 불게 만든 꼭 그만큼의 돈이었습니다.

친구가 말을 이었습니다. 도서관에 파묻혀 산 덕분에 받은 장학금이라고, 장학금 받지 않은 것으로 시치미 떼고 집에서 타 온 돈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장학금 받은 기분만 만끽하면 된다고, 이 돈은 다른 데 쓰였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왜 그 대상이 저여야 하는지 의아했고, 친구가 그동안 저를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궁금했지만 말을 풀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미 초재기에 들어간 추가등록 마감에 맞추기 위해 학교에 뛰어들어가야 했습니다. “고맙다”는 말만 남기고, “꼭 갚을게”란 빈말만 남기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3.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 때 한 학기 등록금이 55만원이었습니다.

몸을 열심히 굴리면 벌 수 있었습니다. 아르바이트에 여유시간을 모두 쏟아부으면 어렵게 어렵게 등록금을 장만할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노가다’는 기본이었고 사무보조에 교내 토플특강 강사 보조 일까지 닥치는대로 ‘섭렵’했습니다. ‘범죄형 얼굴’을 무릅쓰고 웨이터까지 했으니까요.

그 당시 ‘노가다’ 일당이 1만 5천원이었습니다.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한 달 꼬박 웨이터 일을 하면 10만원을 손에 쥘 수가 있었습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한 달에 10만원 벌이는 가능했고 그렇게 여섯 달을 모으면 한 학기 등록금은 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웬만한 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이 사오백 만원 합니다. 간단히 계산하면 한 달에 100만원 가까운 돈을 벌어야 등록금을 겨우 맞출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대학생 신분으로 매달 100만원 가까운 돈을 버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올해 최저임금을 기준 삼아 산출하면 시급은 4000원입니다. 하루 4시간씩 서빙알바를 하든 주유알바를 하든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50만원이 되지 않습니다.

그만 하겠습니다. 세상이 다 아는 얘기, 길게 주절 댈 필요가 없겠죠.

4.
접었습니다. 친구들 만나 자식 얘기 나오면 으레 하던 얘기를 어느 순간부터 접었습니다.

한 때 그랬습니다. “내 자식놈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입학금만 주고 끝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식 부양 의무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끝”이라고 했습니다. 제 경험이 그러했으니까 제 자식놈도 그렇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또 바랐습니다. 그렇게 살면서 자립심을 키우고 세상물정을 알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입이 간질거려도 밖으로 꺼내지 않습니다.

압니다. 제 자식놈이 그렇게 살려면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고, 대학 졸업과 동시에 빚쟁이가 되어야 하고, 대출 상환 때문에 허리를 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압니다. 그래서 말하지 못합니다.

다른 말도 꺼내지 못합니다. “부양 끝” 시점을 조정하다고 해서 부양 의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합니다. 자식놈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무슨 수를 쓰든 등록금을 대주겠노라고 분명히 말하지 못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게 그렇고, 경제 돌아가는 게 그렇습니다. 살얼음판 위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처지에 십 년 후 일을 얘기한다는 게 가당찮아 보입니다.

5.
저를 ‘사지’에서 꺼내준 그 친구는 대기업에 들어갔다가 얼마 전 퇴사해 ‘보험맨’이 됐습니다.

말을 하지 않더군요. 저에게 생명보험회사 명함을 건네면서도 회사에서 잘린 건지, 아니면 제 발로 나온 건지 도통 얘기를 하지 않더군요.

내가 들 만한 보험이 뭐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보은’이 될 리 없었지만 시늉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인적사항과 병력을 적어간 친구가 며칠 뒤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너는 보험가입이 안 된다면서 제가 오래 전부터 앓고 있는 질병을 말하더군요.

그 때가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날 연락한 후로 친구는 1년 넘게 연락을 않고 있습니다. 저 또한 바쁘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피우고 있구요.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경제난 때문에 들었던 보험마저 해약한다는데 친구는 어찌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토씨'

1.
무심결에 신문지면을 넘기는데 기사 하나가 눈길을 잡아 끌었습니다.

“얘들아, 신발 작아 발 아프다는데 못 사줘 미안해”

올해 27세의 주부 이모 씨(광주광역시 광산구 신창동)가 이런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을 맸다고 합니다. 3개월 전 사업에 실패한 남편과 이혼해 식당일을 하며 7살과 5살짜리 두 아들을 키우던 주부라고 합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결국 세상을 등지고 자식을 져버렸다고 합니다.

‘또 다시 시작되는 건가.’

10년 전 외환위기 때의 영상이 떠올랐습니다. 사업실패(또는 해고)→가정 해체→생활고→자살(또는 노숙)로 이어지는 그 끔찍한 패턴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해당 경찰서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자세한 얘기를 안 해 주더군요. 남편이 어떤 사업을 하다가 어떻게 실패했는지, 이 씨의 시신을 발견한 언니는 뭐라고 했는지, 가정사는 어땠는지 일체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다그칠 수가 없더군요. 그건 사생활에 해당하는 문제니까 알려줄 리도 없고 알권리를 강변할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겨우 조각 정보 몇 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두 아들에게 남긴 유서에 신발을 사 주려고 돈을 모으고 있었다는 내용도 함께 적혀 있더랍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두 아들이 엄마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했는지 멍한 표정만 짓더랍니다.

2.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메이커 신발이라 해도 한 켤레에 2∼3만원입니다. 그 신발을 사줄 돈이 없어 조금씩 모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몇 만원조차 채 모으지 못하고 “미안해”라는 말을 남기고 아이들 곁을 떠났습니다.

식당일을 했다고 합니다. 친척이 운영하는 식당일을 도우며 상가건물 2층의 조그만 방에서 지내왔다고 합니다. 대충 압니다. 뼈빠지게 식당일을 해서 손에 쥐는 돈이 얼마인지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적으면 칠팔십 만 원, 많아야 백 일이십 만 원입니다. 세 식구 먹고살기엔 참으로 빠듯한 수입입니다.

이씨의 경우만이 아닙니다. 대개가 그렇습니다. 일반가정의 평균 월소득(2000년 기준)이 159만 6000원인 반면에 모자가정은 78만 3000원(부자가정은 93만 9000원)에 불과합니다. 한부모가정의 빈곤율이 일반가정보다 3배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3.
정부는 이런 가정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8세 이하 아동에게 양육비를 지원하고 학비와 급식비도 지원한다고 합니다. 영구임대아파트 입주 우선권도 부여하고 전월세 지원도 해준다고 합니다. 자립할 수 있도록 복지자금도 빌려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속빈강정입니다. 만8세 이하 아동에게 지급되는 양육비는 월 5만원입니다. 영구임대아파트 입주 우선대상자로 지정해준다고 하지만 공급되는 영구임대아파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할뿐더러 임대보증금이 없으면 입주할 수가 없습니다. 복지자금은 재산상태를 보고 빌려주는데 사업실패와 이혼 등의 여파로 허덕이는 한부모가정의 그것이 좋을 리 없습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는 게 무의미할지도 모릅니다. 가짓수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핵심은 삶의 줄기를 세워주는 것입니다. 주거와 소득이 안정될 수 있도록 밀어주는 일입니다.

실태가 어떨까요?

광주광역시에 물었습니다. 모자가정에 대한 주거지원이 어느 정도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대답은 이랬습니다. 광주광역시가 집계한 모자가정은 3099세대, 이 가운데 ‘모자원’으로 불리는 임시생활시설(이곳은 한시적인 생활시설로 최장 5년 밖에 거주할 수 없습니다)에 입주한 모자가정은 22세대입니다. 또 영구임대아파트에 입주한 모자가정은 355세대입니다. 모두 합해도 전체 모자가정의 10% 정도만이 주거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소득은 어떨까요? 각설하고 한 가지 사실만 확인하겠습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말했습니다. 지난 7일 국정감사를 받는 자리에서 “최저임금이 우리 경제수준에 비해 가파르게 올라갔다”고 말했습니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라갔다”는 말에 모든 게 담겨있습니다. 어떤 제도를 어떻게 손보든 최저임금의 상승폭을 제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겁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으로 3770원, 내년 4000원입니다. 하루 10시간 일해야 3만 7770원, 4만원을 손에 쥐는데 이게 가파르다고, 높다고 정부는 말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돈가뭄에 아우성치고, 대기업 주변에선 채용 취소에 감원 얘기가 흘러다니고, 자영업자는 줄줄이 간판을 내리는 판국에 비정규직의 마지막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노동부 장관은 말하고 있습니다. 

4.
여운이 가시지 않습니다. 이씨가 두 아들에게 모진 마음으로 토한 외마디가 메아리칩니다.

“미안해.”

둘러봅니다. 우리 사회는, 우리 정부는 이씨에게, 이씨의 철부지 두 아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요?

▲사진=생활고에 비관해 자살한 주부 이모 씨의 사연을 전한 <경향신문>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