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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다급한가 보다. ‘쇄신’ 얘기만 나오면 감초처럼 등장하는 원희룡 의원은 그렇다쳐도 이명박 정권의 실세라는 이재오 의원까지 ‘객토’를 주장하고 나섰으니 살기 위한 몸부림이 참으로 처절해 보인다. 하지만 부질없다.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

한나라당 안에서 쇄신을 주장하는 이들이 우선 목표로 삼는 게 지도부 교체다. 홍준표 대표를 끌어내리고 새 얼굴로 단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굴까? 그런 대임을 맡을 만한 사람이 누굴까? 한 사람 밖에 없다. 박근혜 의원이다.

서울시장 보선을 통해 확인했다. 민심의 줄기는 반MB다. 이 민심의 줄기를 되돌리려면 ‘도토리’로는 안 된다. 존재감도 없고 영향력도 없는, 그저 그런 인물에게 당 간판을 맡겨봤자 별무소용이다. ‘맞짱’ 뜰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맞짱’ 뜨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어야만 한다. 그런 인물은 박근혜 의원 밖에 없다. 하지만 박근혜 의원은 나서지 않는다. 나설 수도 없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입은 상처 때문만은 아니다. 꽤 아픈 상처임에 틀림없지만 그래도 견딜만 하다. 한나라당 안에 대항마가 없으니까 ‘반창고’를 붙이면 세균 침입은 막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내년 총선에서 더 큰 상처를 입으면 처방을 받을 필요조차 없게 된다. 그걸로 끝이다.

반문이 나올지 모르겠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의원이 총선에 전력투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문, 그러려면 스스로 앞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문 말이다. 맞다. 박근혜 의원 입장에서 내년 총선을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는 점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게 박근혜 전진배치론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주도’와 ‘지원’은 다르다. 박근혜 의원이 사실상 당권을 장악하고 내년 총선을 주도하는 것과 ‘리베로’의 역할로 총선을 지원하는 것은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크다. 총선의 결과에서 차이가 나는 게 아니라 총선 이후에 차이가 난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 즉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패배하는 상황을 가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가능성이 현실화 될 경우의 대처법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지금으로선 반반이지만 안철수 교수가 총선 즈음에 대권 행보를 시작하는 상황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려면 몸을 가볍게 해야 한다. 총선을 거치는 동안 녹초가 되어 이후에 싸워보지도 못하고 주저앉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려면 운기조식을 해야 한다. ‘올인’이 아니라 ‘본전치기’를 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행여 모른다. 총선 승리를 자신한다면 다르게 움직일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세론에 콘크리트를 치고, 안철수 기대론에 초를 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집 팔고 땅 팔아 ‘올인’에 나설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시금 확인했다. 반MB의 본산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다. 박근혜 대세론이 가장 먹혀들지 않는 곳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다. 한데 공교롭게도 내년 총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곳은 이곳이다. 박근혜 의원이 나경원 후보를 지원하면서 직접 보고 느낀 결과가 이것이다.

혹시 모른다. 박근혜 의원이 앞뒤 재고 양옆 힐끗거리다가 공천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불상사가 발생할까봐 적극 움직일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자파 세력을 넓히고, 그걸 대선 기반 삼기 위해 동분서주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거듭 확인했다. 서울시장 보선으로 박근혜 대세론에 상처를 입었는데도 오히려 그의 위치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대안은 없는 상태에서 위기감만 커지다보니 박근혜 의원을 바라보는 의원들의 눈빛이 더욱 간절해지고 있다.

박근혜 의원이 고려할 건 그런 문제가 아니다. 괜히 앞에 나서 이명박 대통령과 ‘맞짱’ 떴다가 집토끼를 잃는 어리석음을 경계할 때이다. 대세론이 흔들릴수록, 외환에 시달릴수록 더 믿고 의지해야 하는 건 일단 집안 식구다. 이명박 대통령과 잘못 ‘맞짱’ 떴다가 외환에 내우까지 겹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차별화를 하더라도 조용하게 함으로써 보수파의 반발을 제어해야 한다. 차별화를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정책을 통해 함으로써 중도파에 한 발 걸쳐야 한다.

보고 또 봐도 확실하다. 박근혜 의원이 지금 택할 수 있는 카드는 ‘못 먹어도 고’가 아니라 ‘써봤자 3점’ 전략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나라당 의원 몇몇이 박근혜 전진배치론을 전제로 당 쇄신을 주장하는 건 둘 중 하나다. 정치적 생명에 위협을 느껴 앞뒤 안 재고 투정하는 것이거나, 틈을 타서 자신의 정치적 체급을 올리기 위해서다. 뭘 모르거나, 음흉하거나, 둘 중 하나다.

▲사진=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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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볼 멘 소리가 터져나온다. 한나라당 친이계인 신지호 의원이 주민투표 패배와 관련해 “친박근혜계도 사실상 (투표 지원에) 손을 놓고 있었던 만큼 개표 무산 ‘책임론’에 휩싸이게 될 것”(중앙일보)이라고 했고, 한 여권 관계자도 “박 전 대표의 말 한 마디가 아쉬웠다”(조선일보)고 했다.

이런 눈초리 때문일까? 일각에선 주민투표 패배가 계파 갈등을 재연시킬지 모른다고 전망한다. 친이계가 친박계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친박계가 이를 맞받아치면서 갈등의 골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섣부른 예단이다.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박근혜 의원을 향한 볼 멘 소리가 근거이다. 계파 갈등이 불거지기 힘든 이유가 그 볼 멘 소리에 그대로 담겨있다.

여권 일각의 볼 멘 소리엔 전제가 깔려있다. 박근혜 의원이 나서기만 하면 판을 흔들 수 있다는 전제 말이다. 이런 기대와 믿음이 원망으로 변한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박근혜 의원을 향한 기대를 키운 것이며,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은 데 따른 공복감이 볼 멘 소리로 표출된 것이다. 실상이 이렇다면 오래 갈 수 없다. 박근혜 의원을 향해 마냥 볼 멘 소리를 늘어놓을 수가 없다. 무턱대고 박근혜 의원과의 연을 싹둑 자를 수가 없다.

한나라당의 코가 석 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기다리고 있고,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그리 밝게 보지 않는 선거들이다. 이런 선거판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면 박근혜 의원을 구명줄 삼아야 한다. 박근혜 의원의 지원유세를 끌어내야 한다. 이런 판에 어떻게 각을 세우겠는가. 처지가 궁색하면 목소리는 가늘어지게 돼 있다.

변수가 하나 있긴 하다. 시점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실시 시점에 따라 박근혜 의원의 선택이 달라지고, 그에 따른 친이계의 정서가 달라진다.

보궐선거가 내년 총선과 함께 치러지면 문제는 없다. 박근혜 의원 자신이 선거판에 뛰어드는 시점을 내년 총선으로 잡고 있다고 하니까 아무 문제가 없다. 친이계가 아쉬운 소리를 하기 전에 박근혜 의원이 알아서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보궐선거가 10월 26일에 치러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10월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면 홍준표 체제는 물론 이명박 정권의 명운마저 흔들리기에 결사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이기려 할 것이고, 그에 비례해서 박근혜 의원을 향한 눈빛의 농도도 짙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의원이 또 다시 ‘나 몰라라’ 하면 그 땐 정말 친이계의 정서가 원망을 넘어 분노로 치달을지 모른다. 개인의 대선 행보만 위하고 당의 명운은 뒷전으로 밀어놓는 박근혜 의원에 반감을 키울지 모른다.

그럴 공산이 크다. 박근혜 의원 입장에선 10월 보궐선거 한복판에 서는 게 부담스럽다. 거듭 확인했다. 주민투표를 통해 서울 민심이 얼마나 사나운지 거듭 확인했다. 게다가 공지의 사실이다. 박근혜 의원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곳이 서울이라는 사실은 공지의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함부로 뛰어들었다가 덤터기를 쓰면 박근혜 대세론이 치명상을 입는다. 그의 지원유세가 한나라당에겐 ‘무조건 남는 장사’일지 몰라도 박근혜 의원에겐 ‘잘해야 본전’이다. 그래서 도박을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래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의원이 또 다시 ‘나 몰라라’ 해도 친이계는 대놓고 도발할 수 없다. 속에서 울분이 끓어도 대놓고 공격할 수가 없다. 친이계에게 종착점은 내년 총선이다. 보궐선거의 승패는 당의 문제이지만 총선에서의 승패는 개인의 문제다. 그래서 더 절박하다. 단 한 표가 아쉽고, 단 한 번의 지원유세가 절실하다. 이런 판에 누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지푸라기’를 싹둑 자르겠는가.

어차피 상투 잡힌 쪽은 친이계다. 상투 잡힌 채 주먹 휘두르면 슬랩스틱 코미디와 비슷한 장면만 연출한다.

▲박근혜 캐리커쳐=손문상 화백

Posted by '토씨'


‘꿈보다 해몽’이라더니 이 말 그대로다. 자화자찬이 도를 넘는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2월국회 등원 선언을 두고 그 측근들이 내놓은 말이 듣기 민망할 정도다. “손 대표가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해 통 크게 결단한 것”이란다. “자신의 리더십에 흠집이 나더라도 대의를 앞세우고 지면서 이기겠다는 손학규식 스타일”이란다.

이 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는 1년 반 전으로 돌아가면 안다. 노무현 서거 뒤끝에 보인 민주당의 행적이 비교사례다. 

국회를 뛰쳐나갔다. 국민의 절절한 애도 행렬을 보고 힘을 얻었는지 국회를 뛰쳐나가 5대 조건이란 걸 내걸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는 물론 특검제 도입과 국정조사 실시까지 아우른 조건이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청와대가 꿈쩍 않고 한나라당이 까딱 않자 미디어법 날치기를 막아야 한다며 제 발로 국회에 걸어 들어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날치기한 데 대해 국민 여론이 들끓자 기세 좋게 장외로 나가더니 제 발로 걸어 들어간다. 대통령 사과 조건 하나 따내지 못한 채 빈손으로 들어간다.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막고, 구제역과 전셋값 대책을 세우고, 서민복지예산을 확보하고, 친수구역특별법과 서울대법인화법을 원상복구하기 위해 국회로 들어간단다.

붕어빵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등원 결정은 ‘손학규식 스타일’이 아니라 ‘민주당식 스타일’이다. ‘통 크게 결단’한 게 아니라 ‘예정된 결과’다. 예나 지금이나 처음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던 것이다.


다른 게 하나 있긴 하다. 요구조건은 다섯 개에서 한 개로 줄어든 반면, 등원 명분은 한 개에서 대여섯 개로 늘어난 것이다. 깜냥은 그대로인데 말발만 더 세운 것이다.

이쯤 해두자. 말해 봤자 입만 아프다. 손학규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 말, 즉 “이제 일말의 기대조차 접겠다”는 그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래도 명색이 제1야당이니까.

그래서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한다. 민주당의 개혁 필요성, 그리고 개혁 방안이다.

2009년에도, 2010년에도 민주당의 장외투쟁 여건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고 노무현 대통령 애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때였고, 예산안 날치기 비난 여론이 들끓던 때였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빈손을 털어야 했던 가장 결정적 이유는 내부 사정에 있다. 장외투쟁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의원들 때문에 깃발을 들 수도 없고, 대오를 유지할 수도 없었던 내부 사정에 있다. 평균연령 최고령의 ‘연로 정당’, 광장보다 지역구를 좋아하는 ‘애향 의원’, 국민에게 호소하는 것보다 관료에게 호통 치는 걸 선호하는 ‘고소집착증’이 민주당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게 이유다. 민주당 간판이 정세균에서 손학규로 바뀌어도 ‘민주당식 스타일’이 전혀 개선되지 않는 이유다. 진열품이 그대로인 상태에선 간판을 바꿔 달아봤자 소용없다. 체질을 개선하지 않는 한 민주당에게 어떤 처방을 내려도, 어떤 비판을 퍼부어도 부질없다.

욕해봤자 누워 침뱉기다. 민주당 의원들의 면면을, 민주당의 체질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유권자들이니까. 욕할 게 아니라 가다듬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누구를 떨어뜨리고 누구를 붙여야 할지 표심을 가다듬어야 한다.

▲사진=손학규 민주당 대표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1.

결국 밝혀졌네요.

LG텔레콤의 티저광고였습니다.

서울과 부산의 주요지역 400곳에 이상한 광고판이 내걸렸었죠? 노란색 물음표 모양의 표지판에 깨진 모니터 그림과 함께 '다음·네이버는 어디로 갔을까'란 문구가 새겨진 광고판이었는데요. 알고 보니 LG텔레콤의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알리기 위한 티저광고였습니다.

선거판에서도 비슷한 광고가 있었습니다.

전북 전주의 한 건물 외벽에 지난 2월부터 대형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현수막에는 아무 내용이 없이 큼지막한 물음표만 새겨져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는데요. 알고 보니 이곳에 출마한 한 후보 측이 내건 티저광고였습니다.

2.

총선을 떠올립니다. 두 건의 티저광고가 이번 총선과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후보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국회의원 한명 한명이 걸어다니는 헌법기관이니까 내 지역에 출마한 후보가 누구인지 그 인물 됨됨이를 살피고 소신과 철학을 살펴 투표하라고 하는데 난감합니다.

후보가 내거는 공약 대부분이 지역 개발 공약인데 실현 가능성을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소속 정당의 정책과 배치되는 공약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투표를 해야 합니다. 투표는 민주 시민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하니까요.

고민에 빠집니다. 투표는 해야겠는데 뭘 보고 후보를 선택하죠?

능력을 어떻게 재야할까요? 학력일까요? 이게 기준이라면 역대 국회가 욕먹을 일은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의 국회의원이 내로라하는 명문대 출신이었으니까요.

경력일까요? 이 또한 전폭 신뢰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름만 걸쳤던 직함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얼굴일까요? 허우대 멀쩡하고 훤하게 생긴 외모가 기준일까요? 이건 코미디겠죠. 잘 생긴 사람이 일도 잘 하는 게 법칙이라면 대한민국은 벌써 초일류 선진국이 돼 있어야 합니다. 성형술로 따지면 세계에서 손꼽히는 나라니까요.

정당으로 눈을 돌려보지만 어두침침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이슈가 없는 선거입니다. 여와 야가 안정과 견제를 주장하지만 지극히 추상적입니다. 안정과 견제의 두 개념은 구체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약이 모호한 선거입니다. 각 당이 저마다 공약을 한아름 내놓긴 했는데 대개가 구두선에 그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예민한 사안은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3.

다시 티저광고를 떠올립니다. 광고판과 현수막에 큼지막하게 새겨졌던 물음표를 떠올립니다.

우리 가슴에도 물음표가 새겨져 있습니다. 투표장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씻기지 않는 물음표입니다. 그래도 영원히 남겨둘 물음표는 아닙니다. 기표용지를 받아 드는 순간에 어떻게든 지우개로 지워야 하는 물음표입니다.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각 정당의 지나온 족적과 후보의 선거공보를 답안지 삼아 채점해야 합니다.

투표는 상대평가입니다. 어차피 '좀 더 나은'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입니다. 채점자는 당연히 나 자신입니다. 나만의 잣대로 평가하면 됩니다.

티저선거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후보의 소신과 철학, 정당의 정책 이전에 나의 소신과 정견을 곧추세우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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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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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고 한다. 이번 총선은 여느 총선과는 달리 인물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정당 대결 구도로 전개됐던 이전 총선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고 한다.

논거는 두 개다. 영남 지역에서 친박무소속연대 후보들이 선전하는 게 하나이고, 수도권에서 접전을 벌이는 게 다른 하나다. 무소속이 선전하는 건 정당 뒷배가 희미해졌다는 반증이라고 하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건 유권자가 후보 사이에서 방황하는 증좌라고 한다.

정당 대결이 아니라 인물 대결이라고 하는데…

그럴까? 유권자는 정말 정당 틀에서 벗어나 인물 됨됨이를 보고 평가하는 걸까? 동의하기 어렵다. 거꾸로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정당 대결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영남에서 인물 대결 양상이 나타나는 건 맞다. 하지만 제한된 범위 안에서의 인물 대결이다.

무소속은 한나라당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하고, 한나라당은 복당은 안 된다고 한다. 한 지붕 아래서 두 가족이 싸우는 셈이다. 다른 당 후보 간의 싸움이 아니라 한 지붕 두 형제의 싸움이다. 그래서 느긋하다. 영남 유권자가 인물을 찬찬히 뜯어볼 여유를 갖는다. 한 후보에 마음을 준다고 해서 그 집안에 등을 돌리는 게 아니다.

수도권은 양상이 약간 다르다. 영남과는 달리 한나라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가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대비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현격한 지지율 차이에 비춰보면 초접전 양상은 이례적이다. 이번 총선이 인물 대결로 치닫고 있다는 얘기가 이래서 나온다.

하지만 잘 볼 필요가 있다. 반박근거로 삼을 두 개의 요소가 있다.

입지가 다르다. 민주당 후보와 한나라당 후보의 입지가 다르다. 민주당 후보는 대개가 '현역'이다. 2004년 총선 때 당선된 뒤 4년간 지역구를 관리해온 기득권 후보다. 반면에 한나라당 후보 상당수는 '신인'이다. 중앙 정치에 얼굴을 내민 적이 별로 없고 언론에 얼굴이 팔린 적도 많지 않은 인물들이다.

추세가 다르다. 선거 초반과 선거 막판의 추세가 다르다. 초반만 해도 민주당 후보가 앞서가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상당수 지역구가 오차범위 내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조합하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민주당 후보의 입지와 한나라당 후보의 따라잡기 추세를 조합하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민주당의 기득권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자명하다. 현재의 정당 지지율이 그대로 작용하고 있다. 현역 프리미엄을 발휘하기에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너무 낮고, 신인의 악조건이 굴레로 작용하기에는 한나라당의 뒷배가 너무 화려하다.

바람은 부는데 바람소리는 나지 않는다

차이가 있긴 하다. 이전 총선에 비해 이번 총선은 바람이 불지 않는다. 한 정당이 이슈를 선점하고 바람을 일으키지 못한다.

아니 표현이 잘못 됐다. 바람은 불고 있다. 한나라당 약진이 뚜렷한 걸 보면 그렇다. 다만 바람소리가 나지 않을 뿐이다.

바람이 부는데도 바람소리가 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많아야 50%대 초반에 그칠 것이라는 투표율, 전체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 부동층이 그 이유다. 벌판에서 싸우는 게 아니고 각자 자기 안방에서 싸운다. 그러니 흙먼지 날릴 일이 없고 돌풍이 불 까닭이 없다.

새 지지층을 발굴하는 선거가 아니라 기존 지지층을 다지는 선거다. 바람을 일으키는 선거가 아니라 바람을 안 맞는 선거다.

그래서 나타난다. 한나라당이 파죽지세로 내달리는데도 말발굽 소리가 나지 않는 현상, 한 당이 완승하고 다른 당이 완패하고 있는데도 정당대결처럼 비쳐지지 않는 현상이 그래서 나타난다.

일종의 착시현상인 셈이다.

▶이 글은 '프레시안'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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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1.

여야 구분이 없습니다. 모두가 똑같습니다. 당 따로 후보 따로, 전국 따로 지역 따로 입니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도심지 재개발·재건축을 반대합니다. 집값을 폭등시킬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유세현장에 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뉴타운 개발을 소리 높여 외칩니다. 한나라당 후보만이 아닙니다. 민주당 후보 또한 그렇게 외칩니다.

한나라당은 대운하를 총선 공약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일부 지역에 가면 대운하를 구호 삼아 제창합니다. 한나라당 후보가 대운하 건설을 열창합니다. 대운하 노선에 포함된 곳에서 벌어지는 풍경입니다.

2.

누구 탓일까요?

빈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들의 폭주를 탓해야 할까요? 맞습니다. 안면 몰수하고, 앞뒤 재지 않고, 양심 팽개치고 표만 된다면 '팥으로 메주를 쑬 수 있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 후보들의 철면피 행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핵심은 '표가 된다면'이라는 가정에 있습니다. 아니, 가정이 아닙니다. 이미 확인한 현실입니다.

표가 됩니다. 개발 공약을 내걸면 표가 모입니다. 지역 유권자의 기대치를 높이고 자신의 선호도를 높입니다. 후보자의 빈 공약에 유권자가 춤추고, 유권자의 춤사위에 후보자가 장단을 맞춥니다. 유권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입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닭이나 달걀이나, 개구리나 올챙이나 어차피 한 계통입니다.

3.

나쁘게 볼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선거의 순기능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유권자가 언제 주인 대접 받고 살아왔나요? 선거 때나 겨우 큰 절 한번 받아보는 게 우리 유권자 처지입니다.

지역 개발도 마찬가지죠. 개발 두 글자만 나오면 예산 타령에 날 새는지 모르는 게 우리 행정입니다.

선거가 소화제가 될 수 있습니다. 체증을 시원하게 해소해주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을 국회의원 후보에게 알려 관심을 갖고 풀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4.

단서가 있습니다. 공공의 복리에 부합하는 개발이어야 합니다. 그 개발 사업이 지역민 전체에게 고루 혜택을 주는 공공 개발이어야 합니다.

아닙니다. 뉴타운이나 대운하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집값이 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집주인들은 웃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굴이 굳어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세입자입니다. 덩달아 전세값이 뛸테니까요.

그 뿐인가요. 한 구 전체를 뉴타운으로 통째 개발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래서 갈등이 잉태됩니다. 뉴타운 예정지구와 소외 지구가 갈등을 하고 소외지구는 다시 개발을 강제합니다. 집주인들끼리 반목합니다.

땅값이 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땅주인들은 쾌재를 부릅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일부입니다. 대운하 노선에 걸쳐있는 땅의 상당부분(많은 곳은 절반이라더군요)이 이미 외지인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땅 속에서 금맥을 기가 막히게 찾는 '꾼'들입니다.

그 뿐인가요. 쫓겨납니다. 땅이 편입되고 그곳에 시멘트가 발라지면 평생 한 자리에서 모 심고 꼴 베던 농군들이 타지로 밀려납니다.

5.

어폐가 있네요.

모두는 아닙니다. 집주인들끼리 반목하고 집주인과 세입자의 처지가 다르다는 얘기는 표가 갈린다는 얘기로 연결됩니다. 외지에서 온 '꾼'들이 개발이익을 쓸어 담고 땅주인은 타지로 밀린다는 얘기 역시 표가 갈린다는 얘기로 연결됩니다. 역시 모두는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하지 않습니다. 후보의 지상과제는 '모든 표'가 아닙니다. '더 많은 표'입니다. 그래서 타깃을 분명히 합니다. 광고마케팅이 구매력이 높은 계층을 타깃으로 삼듯 후보는 표 응집력이 높은 일부를 타깃으로 삼습니다.

민의는 자연스레 갈라집니다. 갈라져 선택됩니다. 민의가 후보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후보가 민의를 골라잡습니다.

6.

꿈 깰 필요가 있습니다.

빈 공약은 유권자를 허탈하게 만듭니다. 찢겨진 선거 벽보처럼 급팽창한 꿈에 구멍이 뚫립니다.

행여 공약이 실현된다 해도 모두가 혜택을 받는 건 아닙니다. 일부의 피해가 다른 일부의 이익으로 돌아갑니다. 일부에게 내려진 돈벼락 뒤로 다른 일부의 아우성이 천둥처럼 울려 퍼집니다.

Posted by '토씨'

참 맥빠지는 선거입니다. 그래서 재미가 없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언론과 호사가들이 '초박빙' '경합' 등등의 수사를 동원하며 선거판이 역동적인 것처럼 묘사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신기루입니다.

실체는 부동입니다. 전체 판세가 엎치락뒤치락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한나라당의 승리는 기정사실입니다. '초박빙' 또는 '경합'은 한나라당 전공규모를 결정하는 하위 요소에 지나지 않습니다.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 알파일 뿐이지요.

이치는 간단합니다. 전체 판세가 요지부동인 건 전체 표심이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걸리는 게 있습니다. 한나라당 지지율은 계속 빠지고 있고 민주당 지지율은 게걸음이나 완만하게 오르고 있습니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부동층이 늘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면 표심이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착시의 결과물입니다.

요동치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빠지고 부동층이 늘어도 선거판이 요동치지 않습니다.

배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간 표심'이 갈 곳 몰라 서성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한나라당 지지층도, 민주당 지지층도 아닙니다. 늘 중간 자리에서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따라 지지정당을 달리해왔던 유권자들입니다. 그래서 파괴력이 컸죠. 이들이 무리지어 움직이면 힘의 균형이 완전히 깨졌으니까요.

이들이 배회하고 있습니다. 대선 때 '덜 미운' 사람을 골라 한나라당에 몸을 의지했던 이들이 갈등을 느끼고 있습니다. 덜 미워 고르긴 했는데 그렇다고 애정이 샘솟지도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미움의 정도가 '덜'에서 '더'로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곳에 의탁하지 않습니다. 민주당에 의탁하지 않고 진보정당에 의탁하지 않습니다. 민주당은 무력하고, 진보정당은 분열해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역시 미운 존재입니다.

부동층이 늘어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고운 사람이 하나 없는데 누굴 응시하겠습니까. 등을 돌릴 밖에요.

부동(浮動)이 부동(不動)을 연출합니다. 썰물현상을 만들어냅니다. 역세권의 유동인구를 감소시키면서 동태상황을 정태상황으로 바꿉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분명합니다. 이문을 많이 남기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손해를 덜 보는 게 지상과제입니다.

자명합니다. 이 경쟁을 가르는 요소는 '단골'입니다. '단골'이 '기본'을 좌우합니다. 한나라당이 친박연대에 민감해하고, 민주당이 통합을 급조했던 이유가 이것입니다.

하지만 대세는 이미 갈렸습니다. 한나라당은 단골을 관리해왔고 민주당은 단골을 놓쳤습니다. 한 곳은 간판을 유지했고 한 곳은 수없이 바꿔달았습니다.

눈을 들어 전체를 조망하면 암울합니다. 두 거대 정당이 본전치기 단골장사를 하는 건 정치의 위기를 상징합니다. 썰물을 밀물로 역전시킬 새 상품 새 가치를 만들지 못한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떠납니다. 배회하다 못해 아예 짐을 꾸립니다.

선관위 조사 결과 적극적 투표 의사를 갖고 있는 유권자가 63.4%에 불과했습니다. 투표 의사와 투표 참여에 10%포인트 정도의 차이가 난다고 하니까 실제 투표율은 50%대 초반에 불과할 겁니다.

선진 모형이라고 얘기하기 겸연쩍습니다. 먹고 살만해서 개인화 되고, 그래서 정치에서 눈을 돌린다고 보기 민망합니다. 오히려 뛰는 물가에 늘어나는 실업률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에 등을 돌린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정치는 퇴조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