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아픈 건 5대0의 스코어가 아니다. 이건 참을 수 있다. 그렇다고 원내과반의석이 무너지는 게 아니다. 따끔하긴 해도 뻐근하진 않다.
정작 아픈 건 조짐이다. 수도권이 흔들리는 조짐이 문제다. 인천 부평을에서 졌고 경기 시흥에서 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경기교육감 선거에서도 졌다. 추세는 분명 수도권의 이반이다.
수도권이 어떤 곳인가? 대선 때 '이명박 바람'을 일으킨 곳이다. 영남 지배력을 확장하는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할 진지이기도 하다. 바로 이 수도권이 흔들리고 있다.
주어를 바꿀 필요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한나라당이 아픈 게 아니라 이명박계가 아프다. 더 좁히면 이재오계가 아프다. 이재오계 입장에서 수도권의 이반은 자신들의 발밑을 살펴야 할 만큼 큰 위기다.
바로 이 점이 한나라당의 역학구도를 바꾼다. 이재오계의 응집과 이재오의 부상을 재촉하는 촉매제가 된다. 바로 이 점이 한나라당의 내홍을 더 고착화시킨다. 이재오계와 박근혜계의 갈등구도를 더 심화시킨다.
치유책을 다른 데서 찾을 수가 없다. 수도권이 이반하는 원인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제심리 또는 심판의지 때문이라면 목청을 높여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국정 성과를 내놓으라고 다그치던지, 국정기조와 방향을 조정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모여야 하고, 구심점을 세워야 한다.
이재오계가 모여야 하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박근혜계에 대한 견제 필요성이다. 아니 절박성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다. '주이야박' '월박' 현상이 4.29재보선으로 더 심화될 수 있다. 10월 재보선을 거쳐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러면 세력이 약화되고 수도권 이반이란 외환에 세력 위축이란 내우가 겹친다. 이런 현상을 막으려면 모여야 하고, 구심점을 세워야 한다.
그렇다고 속단하지는 말자. 지금까지의 논리는 이재오계의 논리다. 한나라당 내 한 계파의 논리에 불과하다. 이 보다 더 힘이 센 논리가 따로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논리다.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에선 이재오계가 당내투쟁을 전면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면 한나라당의 결속력이 약화되고 국정 지지력이 저하된다.
바로 이 점이 규정한다. 다른 선택카드가 없다. 당내분란을 적당한 선에서 관리하는 데 현 지도체제만큼 적절한 카드는 없다. 영남 중진, 다시 말해 이상득계를 축으로 하는 현재의 지도체제는 이재오계를 달래고 박근혜계를 쓰다듬는 완충기제다. 같은 이명박계임을 내세워 이재오계를 다독거리고 같은 영남 출신임을 내세워 박근혜계를 어루만지는 완충기제다.
크게 흔들 수가 없다. 현 지도체제를 뒤엎는 대개편을 자청하면 이재오계와 박근혜계의 격돌을 자초한다. 그냥 두는 게 상책이다.
문제는 힘의 지속시간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권세로 언제까지 한나라당 내 계파논리를 억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리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참패가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되풀이된다면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보다 개인의 생존본능이 급팽창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계파별로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서는 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
다른 방법이 없다. 이런 현상을 사전에 방지하려면 국정성과를 하루 빨리 내놔야 하고 이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대공세를 예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29재보선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국정 추진력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히려 더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MB본색'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 국정에 속도를 붙일 수 있고, 그래야 대선 때의 지지층을 재결집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촛불집회 이후 1년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4.29재보선은 이명박 대통령에 경종을 울리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처지는 진군나팔을 불 것을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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