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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말자. 부동산실명제 위반 의혹, 증여 의혹, 투기 의혹 등이 줄줄이 제기되지만 모두 건너뛰자. 아니라고 하지 않는가. 다른 곳도 아니고 청와대가 법적인 문제도, 도덕적인 문제도 없다고 하지 않는가. 그냥 받아들이라. 청와대를 안 믿으면 어딜 믿겠는가.

오히려 따를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에 살 내곡동 사저를 아들 시형 씨 명의로 사들이는 과정에서 선보인 ‘부동산테크’를 교본 삼아 학습할 일이다. 그럼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특히 재산 공개를 해야 하는 고위 공직자, 선거 출마를 앞둔 공직 후보자는 수능생이 ‘만점 문제집’ 보고 대학생이 ‘족보’ 보듯이 열심히 익힐 일이다.

재산이란 본디 다다익선인 법, 알짜배기이면서도 값이 싼 땅이나 집이 눈에 띄면 마음이 동하지 않을 수 없다. 한데 재산 공개를 앞두고 있고, 선거 출마로 검증대에 서게 되면 신경이 여간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땐 제3자를 내세우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제3자가 모양새는 ‘딱’이겠으나 미덥지가 않다면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직계존비속을 내세우라. 이렇게 제3자를 내세워 일단 땅이든 집이든 매입케 하라. 직계존비속을 내세우면 의심을 키우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들겠지만 기우다. 청와대도 그렇게 했다.

돈이 없다고? 제3자는 땅이든 집이든 사들일 돈이 없다고? 그럼 담보를 제공하라. 내가 갖고 있는 땅이든 집이든 상가든 제3자에게 담보로 제공하라. 내가 제공한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땅이든 집이든 사게 하라. 청와대가 이미 알려줬다. “제3자 담보 제공은 문제가 없으며 명의신탁에 해당되지 않아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 다음에 사들이면 된다. 고위 공직자 신분에서 벗어나 재산 공개를 하지 않아도 될 때, 또는 선거를 치러 검증대에 서지 않아도 될 때 제3자에게 다시 사들이면 된다. 그럼 청문회의 날선 질문 공세도 피해갈 수 있고,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뒤탈은 나지 않는다. 청와대가 이미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으니까 우회 매입이어도, 변칙 매입이어도, 편법 매입이어도 상관없다. 다른 곳도 아니고 청와대가 앞장서서 그렇게 했는데 누가 문제 삼겠는가.

이건 어쩌냐고? 시형 씨처럼 재산이 3656만 원 밖에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수천만 원이 될지도 모르는 취·등록세를 부담 지우느냐고? 시형 씨 같은 월급쟁이에게 어떻게 매달 250만 원 상당의 은행 이자를 부담 지우느냐고?

‘족보’를 열심히 외워도 돌발문제는 늘 나오는 법이라더니 이 말 그대로다. 도의상 취·등록세와 은행 이자를 보전해주면 되긴 하는데 이렇게 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증여에 해당하므로 법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걱정마시라. 방법은 있다. 제3자에게 다시 사들일 때 값을 좀 더 쳐주면 된다. 취·등록세와 은행 이자 모두 제3자가 일단 부담케 한 후 그 금액만큼 매입가를 올려주면 된다. 제3자가 그간 치른 노고가 고마우면 거기에 조금 더 얹어줘도 된다. 다운계약도 아니고 업계약인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다른 문제가 있다고? 나중에 값을 더 쳐서 사들인다 해도 그 기간 동안 제3자가 취·등록세와 은행 이자를 감당할 여지가 없으면 어떻게 하냐고? 은행대출을 ‘만땅’으로 받아 다른 데서 돈을 더 빌려 취·등록세와 은행이자를 조달할 수 없으면 어떻게 하냐고? 그러다가 차압  당하면 어떻게 하냐고?

어려울 것 하나 없다. 차용증 받고 빌려주면 된다. 내가 빌려주는 게 영 꺼림칙하면 친척을 앞세워 빌려주면 된다. 사적인 금전거래이니까 은행처럼 매달 꼬박꼬박 이자 챙겨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퉁’ 치기로 차용증에 적시하고 빌려주면 된다. 이 돈으로 취·등록세와 은행 이자를 내게 하면 된다. 

물론 완벽한 '부동산테크'는 아니다. 한 번 낼 취·등록세를 사실상 두 번 내는 손해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따로 얻는 무형의 이득을 고려하면.

▲사진=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사저로 쓰기 위해 아들 시형 씨 명의로 사들인 서울 내곡동 부지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이번에도 어김없다. 청와대가 또 다시 똑같은 말을 한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7개월 동안 로펌 대표로 있으면서 7억원의 급여를 받은 데 대해 청와대 측은 “내부 청문회에서도 들여다본 부분”이라고 한다.

예전에도 그랬다. 2009년 9.3개각 후 정운찬 총리 후보자와 이귀남 법무-임태희 노동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해 탈세, 위장전입, 병역기피 등의 의혹이 제기됐을 때 정정길 당시 대통령실장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2010년 8.8개각 후 김태호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신재민 문화-이재훈 지경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해 탈세, 위장전입, 투기 등의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문제점들은 검증과정에서 이미 짚어본 사안”이라고 했다.

뒤에 덧붙이는 말도 똑같다. 정정길 당시 대통령실장은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고,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청와대 측은 또 다시 “정동기 후보자가 잘 설명을 하면 납득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끝없이 되풀이 되는 청와대의 해명에 가장 먼저 들이댈 말은 물론 ‘잣대’다. 도대체 도덕성 잣대가 어떠하기에 저런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하지만 접자. 이미 많이 지적됐다.

달리 짚을 점이 있다. 속마음이다. ‘알았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청와대 해명에 담긴 의식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험심’이다. 좋게 말해 그렇고 나쁘게 말하면 ‘사행심’이다. 요행을 바란다는 점에서 그렇다.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청와대 해명엔 국민이 괜찮다고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깔려있다. 청와대의 도덕성 잣대에 맞춰 국민 눈높이를 낮춰줄 것을 바라는 마음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괜찮을 것이라고 낙관할 수 있겠는가.

‘사행심’이 표면에 드러난 청와대 의식이라면 ‘경시’는 청와대 의식의 저류다. 잘 하면 국민의 눈높이를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그렇고, 잘못 돼도 국민 여론을 돌파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덧없다. 이미 검증될 만큼 검증됐다. 다른 건 몰라도 인사와 도덕성에 관한 한 국민 눈높이는 항상 높았다. 돌파 대상은 국민 눈높이가 아니라 청와대의 요행수 인사였다.

그래서 한 마디 덧붙인다. 청와대는 학습 부진아이자 복권 중독자다. 실패에서 배우지 못한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학습 부진아다. ‘꽝’에 입맛 다시면서 또 다시 복권 긁는 사람과 같은 모습을 연출한다는 점에서 복권 중독자다.

▲사진=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이해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을 떠올리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한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부인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으니 이명박 대통령이 화를 내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아니면 말고 식 무책임한 발언이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 “의원이 아니었으면 구속감”이라는 청와대 참모의 말 또한 거칠지만 이해한다.

이해하기에 덧붙인다. 그럴수록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제 눈의 들보 말이다.

똑같다. 강기정 의원이 대통령 부인의 남상태 연임로비 의혹을 제기한 거나 조현오 경찰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의혹을 제기한 거나 성질이 똑같다. 전자는 대통령 부인을 상대로, 후자는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급’이 같다. 전자와 후자 모두 ‘검은돈’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내용물이 같고, 주장만 있고 근거는 없다는 점에서 신뢰지수 또한 같다. 두 사안은 복사판이다.

하지만 다르다. 똑같은 사안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은 판이하게 다르다. 강기정 의원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벼르면서도 조현오 청장에게는 임명장을 수여했다. 면책특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법적 보호망의 존폐까지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면책특권하고는 상관없는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정치적 면죄부를 부여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이중태도를 보이면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한다. 지켜보는 사람에게 이해는 구할지언정 동의는 얻지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 말대로 “아니면 말고 식 무책임한 발언이 더 이상 용납돼선 안(되는)” 풍토를 만들려면 지금이라도 잘못 꿴 첫단추를 다시 풀어야 한다. “의원이 아니었으면 구속감”이라고 말하는 그 배포로 조현오 청장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고소사건을 뒤로 미루는 검찰 태도에 한 마디 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에게 사과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두 달이 넘도록 말 한 마디 안 하고 있는 조현오 청장에게도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압박해야 한다. 나아가 지금이라도 조현오 청장의 진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작용을 부른다. 청와대가 팔을 안으로 굽히면 굽힐수록 맞은편 사람들도 팔을 안으로 굽힌다. 청와대가 강기정을 치면 민주당은 조현오를 때리고, 청와대가 징계를 요구하면 민주당은 해임을 촉구한다. 평행선에서 무한대치하는 양상을 자초하는 것이다.

면책특권제도 개선은 다음 일이다. 아니, 면책특권제도 개선은 먼 일이이다. 그건 헌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일이니까, 다시 말해 현재로선 가능하지 않은 일이니까 그렇다. 청와대가 지금 당장, 그리고 최대한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호흡을 고르는 것이다. 응징과 불공정의 기색을 지우고 중립적 위치에서 정치발전을 위한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야 면책특권 부작용에 대한 국민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국회의원의 진중한 발언태도를 유도할 수 있다. 

청와대가 호흡을 고르지 않고 거꾸로 열을 더 내면 정략적 측면이 부각된다. 강기정 의원 발언 파문으로 '대포폰 파문'에 물타기를 하고, 나아가 의정 주도권을 쥐어 예산국회를 돌파하려는 의도가 깔린 정치적 공세로 해석된다. 

▲사진=강기정 민주당 의원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이 완강하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하기를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은 낙오자 없이 모두를 그대로 임명하겠다는 쪽”이란다. “청문회에서 나온 일부 의혹들이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흠결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란다. 헌데 웬일인가? 청와대에서 다른 얘기가 흘러나온다. 후보자 한(두) 명 정도를 상징적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여론 추이를 주시하고 있단다.

한나라당도 비슷하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어제 말하기를 “법적 증명이 되지 않는 것을 가지고 청문위원이 설정한 시나리오에 억지로 후보자의 답변을 강제로 유인하려 하는 모습은 국민들을 실망시킬 뿐”이란다. ‘한방 먹이기’ 식의 여론몰이는 안 된다는 취지란다. 헌데 조사한단다. 후보자들에 대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해 후보자들의 임명 여부 결정에 반영하기로 했단다.

한마디로 ‘황당 시추에이션’이다. 앞말과 뒷말이 다르고, 공식입장과 암중모색이 다르다. 여론몰이는 안 된다면서 여론 추이를 살피고, 흠결이 없다면서 희생양 삼으려 한다.

그래도 정색은 하지 않으련다. 후보자에게 흠결이 없다거나 인사청문위원들이 여론몰이를 한다는 주장을 정치적 수사로 이해하면 되니까, 수세국면을 모면하기 위해 방탄용 맞주장을 펴는 것으로 치부하면 되니까 어리둥절해 할 필요까지는 없다.

헌데 난감하다. 이렇게 앞말을 쳐내고 나니까 문제점이 더 도드라진다. ‘황당’ 느낌이 지워진 자리에 ‘흥정’ 영상이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청와대나 한나라당 모두 ‘흥정’을 하려고 한다. 물결 거센 인당수에 심청이를 바치는 뱃사공처럼 희생양 한둘로 들끓는 민심을 식히려 한다. 흠결의 유무, 흠결의 정도가 아니라 여론의 온도에 따라 흥정거리를 고르려 한다. 여론몰이를 비판하더니 여론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필연이다. 한나라당이 주도해 만든 장관 청문회의 경우 기준이 없다.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에 ‘적격’ 또는 ‘부적격’ 의견을 달도록 해놨지만 ‘적격’과 ‘부적격’을 가르는 기준은 설정하지 않았다. 애당초 자의적이고 정파적인 해석의 길, 나아가 정쟁과 흥정의 여지를 활짝 열어놓은 것이다.

그래도 어려움은 없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스스로 밝히지 않았는가. '부적격'의 중요한 잣대로 ‘법적 증명’을 거론하지 않았는가. 이 기준에 따르면 흥정하고 말 게 없다. 위장전입을 시인한 후보자들은 주민등록법 위반 사실이 증명됐으니까 흥정 대상이 될 수 없고, 은행법 위반 사실을 시인한 김태호 총리 후보자 역시 흥정 대상이 될 수 없다. 나아가 김태호 후보자는 청문회의 근본취지를 부정하는 행위, 즉 말바꾸기를 통해 위증을 했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니까 더더욱 흥정대상이 될 수 없다.

실상이 이렇다. ‘흥정’은 애당초 성립될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흥정’을, 그것도 ‘한정판매’를 통해 ‘흥정’을 하려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황당 시추에이션’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김태호 총리 후보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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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로선 어쩔 수 없다. 지방선거에서 졌다고 냉큼 인적쇄신을 단행하고 세종시ㆍ4대강에 손을 대면 밑천이 바닥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말한 것처럼 7.28재보선이 문제다. 모두 8곳에서 치러지는 재보선, 미니 총선이 될 수밖에 없는 재보선, 또 한 번의 정권 심판장이 되게 돼 있는 재보선에서마저 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인적쇄신을 단행하고 세종시ㆍ4대강에 손을 댔는데도 또 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 때 가서 뭘 또 내놓겠는가.

가정상황보다는 실제상황에 가깝다. 7.28재보선이 치러지는 8곳의 면면을 보면 그렇다. 서울 1곳, 인천 1곳, 강원 3곳, 충남ㆍ북 각 1곳, 광주 1곳이다. 모두 야당 광역단체장을 배출한 곳이다. 그만큼 반MB정서가 강한 곳이다.

일단 진다고 보는 게 속 편하다. 7.28재보선에서도 여당이 패배할 것이라고 상정하고 정치 일정과 계획을 짜는 게 효율적이다. 인적쇄신을 하더라도 재보선이 끝난 다음에 하고, 정책기조를 바꾸더라도 재보선 결과를 본 다음에 하는 게 낫다. 그래야 지불하는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또 아는가. 청와대의 다짐처럼 중도실용을 전면에 내세워 여론몰이를 하면, 여권의 계획처럼 거물들을 대거 재보선에 내세워 선전을 하면 의외의 성과를 거둘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면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인적쇄신도 소폭으로 줄일 수 있고 정책기조도 큰 틀을 유지할 수 있다.

청와대로선 밑져야 본전인 게임이다. 그래서 일단 버티는 것이다. 여당 초선의원들의 정풍 수준의 쇄신 요구도, 야당의 내각 총사퇴 요구도 일단 못 들은 체 하는 것이다.

주목할 건 그 다음이다. 어차피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라면 7.28재보선 후 딱 한 번만 치르는 게 효율적이라는 청와대의 판단 기저에 깔려있는 또 다른 셈법이다. 7.28재보선을 ‘바닥’으로 설정하고 이후 상승장세를 꾀하는 또 다른 전략이다.

청와대가 이렇게 판단하는 데에는 두 개의 근거가 있다. 하나는 경제고 다른 하나는 의석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말하지 않았는가. “1분기 경제성장률이 7년 만에 최고”라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과 취약계층을 보듬는 친서민 기조를 어이갈 것”이라고. 이 말엔 기대가 깔려있다. 경제 성장 기조를 이어가면, 여기에 ‘친서민 이벤트’를 가미하면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때의 민심을 다시 조성할 수 있다는 기대다. 선거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수도권 화이트칼라층을 다시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기대다.

국회는 변하지 않았다. 지방권력은 야당에 내줬지만 의회권력은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 사실이 믿음을 키운다. 의제 설정권을 갖고 있는 청와대가 적당한 시기를 골라 선거 여파를 차단하는 거대 이슈를 터뜨리고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이를 뒷받침하면 청와대가 국정주도권을 다시 거머쥘 수 있다는 믿음이다. 터닝 포인트에서 회심의 일격을 가하면 내년까지 권력기반을 공고히 다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관건은 한나라당 의원들이다. 남유럽발 재정위기와 같은 외부변수를 제외하고 순전히 내부변수만을 살피면 관건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동요폭에 달려있다.

지방선거에서 직격탄을 맞은쪽은 친박이 아니라 친이다. MB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친이가 반MB 바람에 휘말려버렸다. 이들이 동요하면, 이들이 정권의 명운보다 금배지의 수명에 더 신경을 쓰는 상황이 연출되면 청와대가 꾀하는 ‘대반전’의 동력이 줄어든다. 그래서 필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친이를 확고히 틀어쥐어야 한다.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7.28재보선까지는 반MB 정서를 달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채질할 공산이 크기에 그렇다. 인적쇄신과 정책기조 변경에 ‘배째라’로 일관하면 반MB정서가 더 커지기에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정하지 못한다. 청와대가 친이에게 어떤 ‘시그널’을 보낼지 알 수 없기에, 친이의 쇄신 움직임이 용두사미로 끝난 게 한두 번이 아니기에 단정하지 못한다. 곪아가는 상처가 곧 터질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없다. 

▲사진=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이 6일 모임을 갖고 쇄신책을 논의하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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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모든 건 ‘소설’이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놓고 제기되는 각종 분석은 막연한 정황과 희미한 방증에 기댄 일방적인 추측에 불과하다. ‘북한의 소행일지 모른다’는 추측도 그렇고 ‘암초에 좌초됐을지 모른다’는 추측도 그렇다. 북한 (반)잠수정에 주목하는 시각도 그렇고, 해도에 표기되지 않은 암초를 주시하는 시각도 그렇다. 

잠깐 동안의 설레발일까? 이런 ‘소설’은 두 달 후, 즉 천안함이 인양돼 정밀 조사를 벌이면 끝날 흰소리에 불과한 것일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천안함을 인양하더라도 논란이 종식되지 않을지 모른다. 어뢰 공격에 의한 침몰 또는 좌초나 내부 폭발에 따른 침몰로 결론 나면 어느 한쪽이 치명상을 입겠지만 그게 아니라 기뢰 공격으로 인한 폭발로 결론 나면 상황은 더 꼬일지 모른다.

책임 소재를 가려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뢰가 북한 것인지 남한 것인지 가려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령도 해병 전역자들이 이미 말했다. 남한도 과거에 기뢰를 뿌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이 이미 말했다. 설령 기뢰에 의한 폭발이라 하더라도 조류에 폭발 흔적이 씻겨 나가고 기뢰 파편이 개펄에 묻혔을 가능성이 커서 책임 소재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면 최악의 상황이 연출된다. 논란은 공전되고 갈등은 증폭된다. 서로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눈에 쌍심지를 켜고,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면서 언성을 높일 게 분명하다. ‘팩트’를 둘러싼 논란이 이념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소설’은 잠깐 동안의 설레발이 아니다. 오히려 미구에 닥칠지 모를 ‘이념 내전’에 대비한 몸풀기에 가깝다. ‘~일지 모른다’는 화법에 ‘~라고 믿어라’는 메시지를 얹은 선전전이다. 이렇게 세력을 결집시켜 ‘이념 내전’의 형세를 유리하게 조성하려는 전초전이다.

가르지 말자. ‘이념 내전’의 성패가 어떻게 될지 점치지 말자. 의미가 없고 실익이 없다. 모두가 패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없다. 여든 야든, 보수든 진보든 자파 세력을 결집시킬지는 몰라도 국민 통합에서는 멀어지니까 그렇다. 결국은 소모전이라는 점에서 실익이 없다. 남남 갈등이 정부의 행동반경을 좁히고 그것이 가까이는 남북 경색을 심화시키고, 멀리는 6자회담 재개 움직임에 족쇄를 채울 수 있으니까 그렇다. 정부의 정보 통제와 대응 미숙을 질타하는 여론을 잠재우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마저 방기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그렇다.

▲사진=침몰하기 전의 천안함 모습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아이러니’란 말이 딱 맞다. ‘이율배반’이란 말도 딱 맞다. 청와대의 세종시 국민투표 검토 방침이 그렇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그랬단다. “중대결단을 할 수 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그랬단다. “대의민주주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국민투표(를) 선택할 수 있다”고. 추리자면 이런 말이 된다.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 중대결단, 즉 국민투표를 감행할 수도 있다는 말.

‘아이러니’라고 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 입으로 제 꼬리를 물기에 그렇다. 제 손으로 제 뺨을 때리기에 그렇다.

밀어붙일 때마다 읊조렸다. 감세법안, 미디어법, 4대강사업 등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사안을 밀어붙일 때마다 그들은 대의민주주의 원리를 들먹였다. 국회는 국민 대의기관이라고, 그 대의기관에서 다수결의 원리에 의해 결정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무조건 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곤 했다. 그들은 그렇게 주장하면서 직접민주주의의 아우성을 묵살했다.

그 때 그들의 논리에 의지하면 세종시 수정안 표류 또한 대의민주주의의 반영이자 다수결 원리의 투영이다. 그 때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대의기관의 다수가 미디어법을 찬성한 것이 정당하듯, 대의기관의 다수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것 또한 정당하다.

헌데 청와대는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애용하던 원리를 이제와선 썩은 칼자루 대하듯 한다. 그들이 신봉하는 ‘수의 논리’가 아무 이상 없이 작동하고 있는데도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고 개탄한다.

견강부회다. 청와대가 개탄하는 ‘작동불능상태’는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빚어지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야당은 빨리 내라고 한다. 정부가 마련한 세종시 수정 관련 법률안들을 국회에 빨리 제출해 빨리 결론짓자고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대의민주주의에 회부하지 않는다. 세종시 수정 법률안을 제출하지 않은 채 한나라당의 집안싸움에 목매달고 있다. 이렇게 대의민주주의를 피해가기 위해 암중모색하면서 입으론 대의민주주의 작동불능상태를 개탄한다.

독선이다. 청와대가 국민투표를 운운하는 데에는 선험적인 전제가 깔려있다. 세종시 원안은 글렀고 수정안은 옳다는 전제다. 청와대가 이중태도를 보이는 데에도 선험적인 전제가 깔려있다. 세종시 원안은 글렀고 감세법안과 미디어법은 옳다는 전제다. 바로 이런 전제 때문에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어떤 때는 대의기관의 권능과 다수결의 원리를 옹호하고 다른 때에는 대의민주주의의 작동불능상태를 개탄하는 것이다.

어쩔 수가 없다. 청와대의 이율배반 행태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일관성을 뽑아내려면 한 가지 방법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단어의 뜻을 재해석하는 것이다. 그들이 언급하는 ‘대의’를 ‘민심 대변’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청와대 대리’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래야 풀린다.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 사이에서 오락가락, 이율배반 행태를 거듭하며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이는 청와대의 진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아집' 말이다.

 ▲사진=이명박 대통령이 2월 25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