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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변석개에도 정도가 있다. 이건 낯뜨거울 정도다. 

청와대가 검토한단다. 인사검증 방법을 강화하기 위해 개각 전에 언론에 후보군을 공개해 여론검증을 받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단다.

안 그랬다. 8ㆍ8개각 직전엔 전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입을 잠갔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개각 하마평 보도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후보군) 이름이 돌아다니면 거명된 인사도 불편하고 기자들도 과도한 취재경쟁을 하는 것 같아”(청와대 춘추관장) 엠바고를 요청해 관철시켰다.

청와대는 불과 한 달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나쁘게 볼 것까지는 없다. 청와대의 엠바고 요청이 관철됐을 때 비판 여론이 적지 않았던 점을 상기하면 사필귀정쯤으로 이해해도 될 듯하다. 결국은 국민 여론을 경청하겠다는 뜻이니까 소통 모색쯤으로 받아들여도 될 듯하다.

하지만 아니다. 다른 걸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1년 전에도 그랬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낙마한 직후 청와대는 인사검증 방법을 강화하겠다면서 인사기획관 자리를 신설하고 후보자의 ‘자기 검증진술서’ 작성절차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바뀌지 않았다. 인사검증 방법을 강화하겠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인사검증 기준은 전혀 바꾸지 않았다. 그 증좌가 8ㆍ8개각이다. 천성관 파동에 견줘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지 않은 문제 인사를 내놓았다.

청와대는 시종일관이다. 인사검증 방안은 조변석개이지만 인사검증 기준은 시종일관이다.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문제점들은 검증과정에서 이미 다 짚어본 사안”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얘기, “(인사권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청와대는 인사검증 방법은 바꾸었을지언정 기준은 바꾼 적이 없다.

이런 상태에서 언론에 후보군을 미리 공개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문제점들”마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내치는 판인데.

물론 달라질지 모른다. 이번에 크게 데었으니까, 이명박 대통령 또한 “더 강화된 인사검증 기준을 만들라”고 지시했으니까 이번에야말로 인사검증 기준을 강화할지 모른다.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은 괜찮다는 류의 얘기는 더 이상 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막연한 예상이요 근거 없는 전망이다. 청와대 스스로 반증을 제시했다. 야당이 극력 반대하고 국민이 강하게 비판하는데도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해 인사검증 기준 강화는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는 점을 웅변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인사검증 방법만 운위하는 건 현실 오도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물론 상당수 언론까지 인사권자의 마인드는 문제 삼지 않고 인사검증 방법만 거론하고, 인사검증 실무자만 탓하는 건 왜곡이다. 깃털을 뽑아 몸통을 가리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사진=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임명장을 주기에 앞서 계급장을 달아주고 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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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대통령실장이 말했다. 어제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세미나에 나와 “(국회에서) 총리 (인준) 표결이 처리되면 나머지 장관들에 대해서는 인사권자가 여론과 후보 역량을 감안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 다오 장관 줄께’라고 제안한 것이다.

알 만하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입는 타격이 너무 크다. 국정수행에 차질을 빚고 정국구상이 헝클어진다. 나아가 레임덕을 부른다. 그래서 어떻게든 김태호 후보자만은 살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안 된다. 다른 여러 이유를 떠나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서 절대 안 된다.

지난해 7월이었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스폰서 의혹 등에 휘말리자 청와대가 내정을 철회하면서 밝혔다.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이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라면서 "검찰은 잘못을 저지르고 거짓말을 한 사람들을 조사하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다른 곳도 아닌 검찰이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내정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스폰을 받은 행위보다 스폰을 받은 행위를 부인하는 천성관 후보자의 언동을 더 크게 문제 삼은 것이다.

이것 때문이다. 김태호 후보자를 살려서는 안 되는 가장 큰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그를 살리면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원칙이 죽는다. 그러면 국민들의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깎인다.


김태호 후보자도 거짓말을 했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거짓말을 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골프를 친 시점에 대해 거짓말을 했고, 숙박비 93만원의 진실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다. 천성관 당시 후보자와 다를 바가 없다.

물론 다른 건 있다. 천성관은 검찰총장 후보자였고 김태호는 총리 후보자라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마찬가지다. 검찰총장은 “잘못을 저지르고 거짓말을 한 사람들을 조사하는 곳”이니까 거짓말을 하면 안 되지만 총리는 꼭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검찰총장보다 더 큰 진실성을 보여야 하는 자리가 총리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당연히 성립된다.

거짓말을 한 장소가 청문회장이기에 더욱 그렇다. 청문회장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곧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되니까 “받아들일 수 없다”. ‘총리 김태호’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며칠 전 청와대 참모진에게 당부했다. “더 엄격한 인사검증 기준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괜한 주문이다. 지금까지 치러진 수많은 청문회에서 이미 인사검증의 기준은 충분히 정립됐기에 괜한 주문이다. 그냥 차용하면 된다. 나아가 대통령이 먼저 지키면 자동으로 정립되는 기준이기에 괜한 주문이다. 천성관 후보자에게 적용한 인사원칙을 그냥 지키면 된다.

청와대는 ‘빅딜’을 모색할 게 아니라 ‘빅마우스’를 경계해야 한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청와대, 일언을 풍선껌으로 여기는 청와대로 비쳐지는 것부터 경계해야 한다. 

▲사진=김태호 총리 후보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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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분노합니다. 그리고 성토합니다. MBC ‘PD수첩’이 ‘검사와 스폰서’를 내보낸 다음날 하루에만 6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른바 ‘스폰서 검사’를 성토하는 글을 ‘아고라’에 올렸고, 수를 헤아리기 힘든 많은 사람들이 검찰 홈페이지를 다운시켰습니다.

새삼 묻습니다. 왜일까요? 왜 사람들은 ‘스폰서 검사’에 분노하는 걸까요?

새삼 묻는 이유가 있습니다. 새삼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꼴 저 꼴 다 봤습니다. 검찰에 관해서는 별꼴을 다 봤습니다. ‘검사와의 대화’를 통해 ‘순혈주의’를 봤고, 노무현ㆍ한명숙 수사를 통해 ‘정치 검찰’을 봤고, ‘삼성 X파일’을 통해 ‘떡검’을 봤고,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를 통해 ‘스폰서 검사’를 봤습니다.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PD수첩’에 의해 폭로된 ‘스폰서 검사’의 실상은 익히 보아온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굳이 다른 걸 찾자면 ‘떡검’에 ‘색검’ 사례가 추가됐다는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분노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하면서 ‘썩소’ 한 번 날리고 마는 게 아니라 대놓고 성토합니다.

도대체 왜일까요? 반복되는 자극에 둔감해지는 게 생리법칙인데 왜 사람들은 이런 생리법칙을 따르지 않는 걸까요?

개인적으로 한 마디 말에 주목합니다. 어느 지검장이 ‘PD수첩’의 취재를 받다가 내뱉었다는 막말 한 마디입니다

“네가 뭔데?”

이 막말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검장의 고압적인 자세가 국민 감정에 불을 질렀다고 보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 또한 지금 검사를 향해 ‘네가 뭔데?’를 묻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고압적인 자세가 아니라 진중한 자세로, 무시하면서가 아니라 고민하면서 이렇게 묻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단신뉴스가 하나 나온 적이 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시민과 공무원 138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법의식 실태조사 결과를 전하는 뉴스였습니다.

결과가 이율배반적이더군요.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응답률이 25.6%, ‘내가 법의 주인이다’는 응답률이 9.1%에 불과했는데도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법에 도움을 청할 것’이라는 응답률이 71.1%에 달했습니다.

이 모순된 수치가 모든 걸 설명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이 검사를 향해 던지는 ‘네가 뭔데?’라는 질문에 대한 답일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법을 불신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법 집행과 적용을 불신합니다. 그런데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먹과 권총에 호소하는 서부개척시대가 아니기에 어쩔 수 없이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불신하지만 기대합니다. 검사를 불신하면서도 검사에 의지합니다. 검사를 향해 ‘네가 뭔데?’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마음에 양가의 감정을 담습니다. 아주 위태롭게, 아주 처절하게 양가성을 유지합니다.

‘스폰서 검사’는 이 위태로운 양가성을 흔든 것인지 모릅니다. ‘역시나’를 예감하면서도 ‘혹시나’를 버리지 못하는 절절한 마음에 분탕질을 한 것인지 모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폰서 검사’에 분노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인지 모릅니다. 마지막 지푸라기마저 빼앗겼다는 느낌 때문일지 모릅니다.

부기 - 이렇게 보니 ‘스폰서’는 ‘불신’의 화신 같습니다. 일말의 기대라도 갖고 있었다면, 불신하면서도 일말의 믿음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비싼 돈 들여 술 사주고, ‘2차’ 보내고, 택시 잡아주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스폰서’는 검사에 대한 양가성조차 없었던 것이지요.

▲사진=검찰 로고 ⓒ검찰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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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근하게 저려오는 엉덩이와 무겁게 내려앉는 눈꺼풀과 사투를 벌이며 봤습니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쏟아지는 말과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대한민국은 정말 요지경 세상이라고 혼자 읊조리다가 떠올렸습니다. 정운찬 후보자의 뻣뻣한 모습을 보면서 고개 숙인 두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한 사람은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입니다. 검찰총장에 지명됐다가 ‘스폰서 검사’라는 오명을 쓰고 물러났던 사람입니다. 수십 년 지기 박모 석모 씨로부터 아파트 구입자금 15억여원을 빌리고 제네시스 승용차를 제공받았다는 의혹 등에 휩싸여 검찰총장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물러난 사람입니다.

정운찬 후보자 청문회를 보면서 천성관의 그림자를 봤습니다. 등장인물과 오간 액수가 다르지 사안의 성격은 다르지 않은 점을 확인하면서 천성관의 그림자를 확인했습니다.

강운태 민주당 의원이 물었습니다. Y모자 회장으로부터 용돈을 간혹 받지 않았냐고 물었습니다. 정운찬 후보자가 대답했습니다. “(Y모자 회장이) 너무 궁핍하게 살지 말라고 하면서 소액을 줬다”며 그 액수가 1천만원이라고 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이 ‘스폰서 총장’이라고 몰아붙이자 정운찬 후보자가 맞대응 했습니다. Y모자 회장과는 “형제와 다름없는 사이”라며 “스폰서 총장이라는 말을 빼달라”고 했습니다.

정운찬 후보자는 이리도 당당했습니다. 나중에 “죄송하다”며 몸을 낮추긴 했지만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마뜩치 않아 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고개를 숙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목을 뻣뻣이 세웠습니다.


다른 사람은 신태섭 전 동의대 교수입니다. 총장의 허가를 받지 않고 KBS 이사가 됐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해임됐던 사람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 점을 문제 삼아 동의대 측에 해임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일었던 사람입니다.

정운찬 후보자 청문회를 보면서 신태섭의 반면을 봤습니다. 정운찬 후보자가 맡은 자리와 그가 건너뛴 절차를 접하면서 신태섭의 반면을 봤습니다.

정운찬 후보자는 어겼습니다. 국가공무원인 서울대 교수가 겸직할 수 있는 자리는 사외이사에 국한된다는 법 규정을 어겼고, 교수 외의 다른 자리를 맡을 때는 총장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복무규정을 어겼습니다. 사기업인 ‘예스24’의 고문직을 스스럼없이 맡았습니다.

정운찬 후보자는 너무도 당당했습니다. 자신이 ‘예스24’로부터 받은 돈은 급여가 아니라 고문 수당이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총장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규정은 잘 알지 못했다고 버텼습니다. 자신이 그 회사의 고문직을 수락한 건 책을 보급하려는 마음 때문이었다며 이런 자신의 선의를 이해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석학’이라 해도 오밀조밀한 세상 사는법을 모두 통달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냉철한 이론가라 해도 무오류의 완벽주의를 구현할 수는 없습니다. 정운찬 후보자 말처럼 법과 규정은 잘 모른 채 선의로 생각해서 돈을 받고, 선의를 펼치려고 고문직을 맡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근데 어쩌죠? 이렇게 이해하려고 하니까 난감해집니다. 정운찬 후보자와 똑같은 또는 비슷한 이유로 고개를 떨궜던 두 사람은 어떡해야 하나요? 한 사람은 국민에게, 다른 사람은 정권 또는 학교측에 매타작을 당하고 길거리로 내쫓겼는데 이들의 ‘억울함’은 어떻게 보상해야 하나요?

정권이 바뀌면서 발생한 도덕성 이중잣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같은 정권 하에서 발생한 이중잣대 현상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사진=청문회에 출석한 정운찬 총리 후보자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새삼 발견합니다.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전하는 뉴스 밑에 달리는 댓글들을 보면서 확인합니다. 재투표와 대리투표 실상을 전하는 화면이 또렷한데도 해석의 문제로 몰고가는 한나라당의 태도를 술안주 삼는 사람들을 보면서 되새깁니다.

답답해 합니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 현실에 답답해 하고 힘겨워 합니다.

새삼 느낍니다. 미디어법 강행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이중성에 '혹시나'와 '역시나'를 교차시키는 국민의 마음을 읽으면서 새삼 느낍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총사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국민의 시선을 살피면서 새삼 느낍니다.

잡고 싶어 합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합니다.

힘겨워 합니다. 촛불을 들어도, 향불을 피워도, 시국선언을 해도 변하지 않는 현실에 힘겨워 합니다. 기막혀 합니다. 일보 후퇴는 해도 그것을 이보 독주를 위한 몸풀기쯤으로 여기는 정부를 보면서 답답해 합니다.

멀리 살필 필요가 없습니다. 천성관 파동이 증명합니다. 향불이 피워올랐을 때 한나라당은 국정쇄신을 주문했고, 그 핵심 과제로 인적쇄신을 지목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근원적 처방을 운위했고, 중도통합과 친서민을 표방했습니다. 이렇게 군불을 때운 다음에 내놓은 첫작품이 '천성관'이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어이없어 했고 분노했습니다.

천성관 파동이 커질 기미를 보이자 지체없이 낙마시켰습니다. 평소의 MB 인사스타일과는 달리 재빨리, 전폭적으로 국민의 비판 여론을 수용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어서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나섰습니다. 재투표와 대리투표의 블랙 코미디가 연출되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단숨에 밀어붙였습니다.

국민들이 답답해하고 힘겨워 하는 건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호소하고 비판하고 요구해도 변하지 않는 위정자, 변하지 않는 정치집단 때문입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을 씻지 못하면서도 박근혜 전 대표에게 눈을 돌렸고, 역시 '혹시나' 하는 마음을 거두지 못하면서 민주당을 바라봅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변모시킬 수만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그들을 바라봤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느낍니다. 민심의 저류가 용솟음 치지 못하면 고입니다. 고이면서 썩습니다. 정치적 허무주의와 패배주의가 민심을 휘감게 됩니다. 미련을 버리는 방법으로 외면을 선택하게 됩니다.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닙니다. 이렇게 정치적 허무주의가 유포되고, 이렇게 탈정치화가 가속되면 악순환에 빠집니다. 민심이 답답해하는 정치를 바꿀 동력을 잃게 되고, 답답해하고 힘겨워 하는 마음은 각질이 돼 버립니다. 영원히 침잠하는 건 없다고, 침잠하면 할수록 용솟음 치는 세기가 커진다고 굳게 믿지만 과정의 인내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절실합니다. 작은 성취가 절실할 때입니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문이 생동하는 모습을 실증할 수 있는, 작지만 귀중한 사례가 절실할 때입니다.

그것이 뭐든 상관없습니다. 그것이 헌법재판소의 '방송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수용'이든, 아니면 더 나아가 '미디어법 재개정'이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국민 스스로, 국민 힘으로 작지만 근본적인 성취를 이뤄냈음을 실감할 사례입니다.

Posted by '토씨'

‘중앙일보’가 대단한 발견을 했다고 자신한 모양이다. "검찰 안팎"의 "얘기"를 빌려 작성한 기사를 4면 머리로 올렸다.

기사의 뼈대는 ‘천성관 의혹’과 ‘노무현 사건’이 닮았다는 것이다. 스폰서와 가족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그렇단다. 그러면서 몇 가지 사례를 들었다. 이런 것들이다.

△‘노무현’은 15억원짜리 차용증과 100만 달러, 그리고 미국 부동산이 문제가 됐고 ‘천성관’은 부동산과 이에 따른 빚이 문제가 됐으며 △‘천성관’ 부인의 면세점 명품 쇼핑과 권양숙 씨의 1억원짜리 시계 선물이 닮았으며 △‘천성관’ 아들의 위장전입 및 신용카드 사용 의혹이 노건호 씨의 투자회사 의혹과 겹친다고 했다.

기가 막힌다. ‘중앙일보’가 다른 언론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 ‘창의적’ 발상을 감행한 점에서 기가 막히고, 그 ‘창의적’ 발상이 가치판단 영역이 아니라 사실판단 영역에서 감행됐다는 점에서 기가 막힌다. 그래서 다시 하련다. '중앙일보'가 '창의적'으로 판단한 사실과,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을 비교해보련다.


‘노무현’의 차용증과 ‘천성관’의 차용증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노무현’의 15억원짜리 차용증은 봉하마을 사저를 짓는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측이 자진 공개했을 뿐만 아니라 검찰 또한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반면에 ’천성관‘의 차용증은 의혹이 가시지 않은 것이다. 차용증 작성시점인 4월 20일을 기준으로 하면 ’천성관‘이 사업가 박모 씨로부터 진 빚은 15억 5천만원인데 차용증에는 8억원으로 기재돼 있기 때문이다.

‘명품’도 성격이 다르다. ‘천성관’ 부인의 ‘명품’은 사업가 박모 씨 등과 함께 제 발로 면세점에 가 구입한 것이고, 권양숙 씨의 ‘명품 시계’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노건평 씨의 부인에게 전달된 것(노무현 전 대통령 부산상고 동기의 증언)으로 권양숙 씨는 구경도 못해 본 것이다.

아들 행적은 비교할 필요조차 없다. 위장전입 및 신용카드 사용 의혹과 사업투자는 누가 봐도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그런데도 ‘중앙일보’가 '노건호 사업자금 출처'에 대한 의심에 기초해 '천성관' 아들의 씀씀이를 되살피면 의외의 가설만 도출된다. ‘천성관’ 아들의 과다한 씀씀이의 출처는 스폰서라는 가설 말이다. 앞서 언급하지 않은 '노무현'의 100만 달러와 미국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비교 결과가 이렇다. ‘중앙일보’의 ‘대단한 발견’은 등장배우의 면면만 보고 극 전개가 전혀 다른 두 영화를 본편과 속편으로 엮은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수박의 겉만 핧은 것이다.

이 대목에서 ‘중앙일보’에게 갈무리용 멘트를 날려야 하지만 참으련다. ‘중앙일보’의 ‘헛발질’이 내놓을 ‘창의적’ 결과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노무현‘과 닮은 ’천성관‘에 ‘노무현 수사’ 때 내보였던 것과 같은 준엄한 논조를 유지하려면 응당 ‘천성관’을 ‘노무현’과 동급으로 수사하라고 촉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건 자신들의 판단이 아니라 "검찰 안팎"의 판단을 전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판단하는 검찰이라면 마땅히 '천성관'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해야 하는 게 '노무현'에게 내보였던 '중앙일보'의 논조를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지켜보고자 하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진짜 이렇게 촉구하는지를….

Posted by '토씨'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던 걸까? 그래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갖가지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던 걸까? 그래서 인사 파동을 불렀던 걸까?

맞다. 결과를 보면 그렇다. 몇 가지 조회만 했어도 걸러낼 수 있는 사안까지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검증이 부실했는지가 아니라 검증을 했는지를 물어야 할 정도였다.

누구 책임일까?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파격인사’를, 이 ‘파격인사’를 통해 정국을 반전시키려 했던 ‘원대한’ 계획을 망가뜨린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인사검증 실무작업을 맡고 있는 청와대 민정라인일까?

단정할 수 없다. 응당 민정라인을 향해 눈을 흘겨야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그럴 수 없는 정황을 여기저기서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신문이 오늘 보도했다. ‘비선라인’을 통해 천성관 후보자가 추천됐다는 ‘설’을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천성관 후보자가 지방 근무 시절 알게 된 청와대 고위인사”가, “천성관 후보자와 먼 혈연관계에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 “권력기관의 고위 인사”가 천거했다는 ‘설’을 전했고, ‘한겨레’는 “천성관 후보자가 전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으며, ‘조선일보’ 또한 “천성관 후보자의 경우는 (비선라인을 통해 청와대로 직접 추천이 들어오는 경우) 아니냐는 얘기가 청와대 주변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물론 이런 보도를 믿고 의지할 수는 없다. 한결같이 ‘설’ 아니면 ‘알려졌다’는 단서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 눈을 뗄 수 없는 건 인사파동 이전, 즉 천성관 후보자 내정 직후에도 거의 똑같은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6월 23일(인터넷판 기준) 보도했다. “민정라인은 발표 직전까지 ‘깜짝카드’ 몰랐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도 보도했다. “청와대 비서진들이 처음에 천성관 내정자가 빠진 후보군을 보고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 천성관 내정자에 대한 검증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너무 잦다. ‘설’ 보도치고는, ‘전언’ 보도치고는 겹치는 빈도가 너무 잦다.

그래서 풀 수가 없다. 천성관 후보자 내정은 그 누구의 ‘작품’도 아니라는 가정을,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수제품’이라는 가정을 풀 수가 없다.

그래서 눈을 흘길 수 없다. 민정라인에게만 매타작을 가할 수 없다. ‘조선일보’가 이미 지적했다. “비선라인을 통해 추천이 들어올 경우 바로 대통령의 의중이 실릴 수 있고, 이 경우 공적인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궁금하다. 여러 언론의 ‘전언’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천성관 후보자의 어떤 ‘매력’에 매료됐던 걸까?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검찰총장에 지명한 것은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뿌듯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하는데,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의 어떤 점을 높이 산 걸까?

두 개의 보도가 있다. 천성관 후보자 내정 직후 나온 보도다.

‘한국일보’가 6월 23일 보도했다. 여러 요인 가운데 으뜸은 ‘공안’이라고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천성관 내정자를 선택한 이유는 검찰을 방패로 ‘공안 안전판’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며 천성관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으면서 “용산참사 관련 철거민들을 사법처리하고,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구속기소하고, 최근에는 MBC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한 점을 꼽았다.

MBC가 6월 21일 보도했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가 지난주 PD수첩 수사결과를 보고받고 천성관 검사장을 극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여러 보도가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면 인사파동의 진원지이자 책임자는 다름아닌 이명박 대통령이다. 천성관 후보자가 이명박 대통령의 뒷통수를 치기 이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제 발등을 찍은 것이다.
 

▲사진=지난 13일 열린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장면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