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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대표가 사퇴하고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물러난다고 해서 바뀔까? 4대강사업을 중단하고 세종시 수정을 포기한다고 해서 바뀔까? 국정기조가 완전히 바뀔까? 바뀌지 않는다. 가지는 치겠지만 뿌리를 도려내지는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본심을 부각하고자 하는 말 또한 아니다. 어쩌면 그는 바뀔지 모른다. 본심은 몰라도 낯빛은 필요에 따라 바꿀지 모른다. 그래도 바뀌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세력, 이명박 대통령이 더더욱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세력이 바뀌지 않는 한 이명박 대통령의 본심은 바뀔 수 없다.

찬찬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여권이 지방선거에서 완패한 주된 이유는 두 가지다. 여론조사와 천안함이다. 전자는 오판을 불렀고 후자는 오용을 낳았다. 전자는 범보수표만 결집해도 선거 승리는 무난하다는 착각을 낳았고, 후자는 범보수표 결집을 위한 행동을 촉구했다.

하지만 달랐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넘나든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수도권에서 여당 후보들이 여유있게 승리할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도 ‘뻥’으로 드러났다. 50%를 넘나든 건 MB가 아니라 반MB였고, 차이를 보인 건 여야 후보의 지지율이 아니라 실제와 가상이었다. 

천안함 또한 달랐다. 대통령이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북한에 대한 응징에 들어가면 범보수표가 결집할 것이란 전망과 기대 또한 ‘뻥’으로 드러났다. 결집한 건 범보수표가 아니라 범민주표였고 분열한 건 범보수 내에서의 강과 온이었다.

이 점을 돌아보는 이유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에워싸고 있는 세력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가 이 두 현상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를 헛발질로 내몬 가장 큰 사유는 공포였다. 멀리는 미네르바와 ‘PD수첩’에 대한 수사부터 가까이는 천안함 유언비어 단속과 선관위의 선거쟁점 논의 금지가 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잘못했다가는 걸린다는 공포를 자아냈고, 이 공포가 야당표를 꼭꼭 숨게 만들었다. 천안함도 그랬다. 과도한 공세가 공포를 불렀다. 북한과 ‘친북좌파’에 대한 과도한 공세가 전쟁과 공안에 대한 공포를 불렀고, 이 공포가 거꾸로 안정과 평화 희구심리를 자극했다.

주목지점은 주체다. 이렇게 공포를 유발한 주체는 MB정부만이 아니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에워싸고 있고 MB정부를 떠받치고 있는 강경보수세력이 더 열성적인 주체였다. '광장'에 대한 적개심, 그리고 ‘레드’에 대한 적개심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MB정부에 ‘강경’을 주문했다. ‘촛불’에 데였고 ‘햇볕’에 탈수증 걸렸던 과거 경험을 적개심에 아로새겼던 이들이 ‘강경’을 주문했고 주도했던 것이다.

이들은 변하지 않는다. 선출된 권력이 아니어서 바뀌지 않고 직접 심판 받을 일이 없어서 바뀌지 않는다. ‘광장’을 억누르고 ‘레드’를 축출해야 자신들의 세력기반과 영업기반이 넓어지기에 바뀌지 않는다. 판이 바뀌고 정세가 바뀌면 자신들의 입지가 축소되기에 바뀌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들로부터 탈출하지 못한다. 정치적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진짜’ 중도실용노선을 채택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추진할 힘이 없기에 그렇다. 강경 보수세력을 버리고 온건 보수세력, 그리고 중도층에 기대어 ‘진짜’ 중도실용노선을 펴고 싶어도 온건ㆍ중도층의 세력이 미미하기에, 온건ㆍ중도층이 언제 또 표변할지 모르기에 힘을 얻을 수 없고 믿음을 키울 수 없다. 자칫하다간 권력기반이 일거에 허물어지는 불상사를 당할 수 있기에 모험할 수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쩔 수 없다. 미우나 고우나 ‘믿는 구석’에 더 의지할 수밖에 없다. 강경 보수세력의 등에 올라타 달릴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바뀌지 않는다. 냉전, 수구, 퇴행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기에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가 없다.

▲사진=이명박 대통령이 5월 24일 천안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전쟁기념관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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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씨'


환영한다. 유시민 전 장관이 단일후보가 된 것을, 친노 벨트가 완성된 것을, 지방선거 구도가 MB 대 친노로 짜인 것을 적극 환영한다.

잘 된 일이다. 친노 벨트 완성이 결과적으로 친노를 뺀 민주당이 경쟁력이 없다는 사실과 친노의 생명력이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는 점에서 분명 잘 된 일이다. 더불어 바람직한 일이다. MB 대 친노 구도가 결과적으로 지방선거 결과와 야권 재편 방향의 상관성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점에서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타격을 입는다. 친노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광역단체장 후보를 변변히 내지 못하는 허약체질이 도마 위에 오르는 걸 피할 수 없다. 나아가 이 같은 실상이 크게 두 갈래 도전을 불러올 것이다. 친노 벨트가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탈노’ 생존논리에 맞닥뜨리는 상황에, 반대의 경우라면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상당부분 친노에 내줘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친노는 심판대에 오른다. 한나라당이 ‘MB심판’의 맞구호로 ‘친노 심판’을 들고 나올 것이 뻔하기에 지방선거가 ‘친노 신임투표’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질 것이다. 지방선거 직전에 맞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가 친노 심판의 의미와 강도를 더욱 키울 것이다. 서거 1주기 ‘덕에’ 승리하는 경우와 서거 1주기에도 ‘불구하고’ 패배하는 경우가 극명히 갈리면서 ‘노무현식 진보’와 그 추종자들의 정치적 명운 또한 확연히 가를 것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정파와 세력의 관점에서 벗어나 가치와 노선의 관점에서 보면 지방선거 결과가 향후 야권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지대하다.

지방선거가 MB 대 친노 구도로 짜이면 동시에 검증대에 오른다. 이론과 구호 속에만 존재하는 진보는 논외로 하고, 정권을 잡고 정책으로 구체화 됐던 진보, 다시 말해 국민 앞에 실체를 보였던 유일무이한 진보가 다시 한 번 국민 평가를 받게 된다.

의미가 크다. ‘반노’ 정서 속에서 치러졌던 ‘노무현식 진보’에 대한 평가와는 달리 ‘반MB’ 정서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받게 되는 평가이기에 좀 더 객관성을 띨 것이다. ‘묻지마 반노 정서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그 반증을 ‘서거 추모’로 잡는 상황에서 받게 되는 평가이기에 좀 더 합리성을 띨 것이다.

그래서 환영하는 것이다. 민주당과 이른바 진보정당의 중간지대에 위치하면서 때론 야권 재편의 걸림돌로 때론 야권 재편의 대안으로 거론되던 요소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에 환영하는 것이다. 새로운 시작, 다른 시작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부여됐기에 환영하는 것이다.

▲사진=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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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빠진 풍선에는 더 많은 바람을 불어넣어야 한다. ‘개구리 왕눈이’에 나오는 투투처럼 양 볼을 최대한 부풀려서….

한나라당의 움직임이 그렇다. 조전혁 의원에 이어 김효재 의원이 전교조 명단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10여명의 의원이 동참 뜻을 밝힌 것도, 정두언 의원이 “조폭 판결에 대한 공동대처는 어설픈 수구좌파 판사의 무모한 도발에 대한 결연한 대응행위”라고 말한 것도 '바람넣기' 차원이다.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이 일찌감치 밝힌 적 있다. “전교조의 실상을 낱낱이 밝혀 이번 선거를 전교조 심판으로 몰아가겠다”고 대놓고 말한 적 있다. 헌데 법원이 바람을 빼버렸다. 전교조를 애드벌룬 삼아 투표소 위를 훨훨 날려던 한나라당의 선거전략에 찬물을 끼얹어버렸다.

그래서 나서는 것이다. 법원 때문에 쪼글쪼글해진 애드벌룬에 다시 바람을 넣기 위해 대동단결과 막말불사를 감행하는 것이다. 그래야 이슈가 되고, 갈등이 되고, 전교조 프레임이 살아나니까. 그래야 진보교육감 후보와 야당 광역단체장 후보와 결합하는 걸 차단하니까. 

헌데 문제가 있다. 한나라당은 하나만 보고 둘은 보지 못한다. 바람 빠진 풍선만 붙들고 구멍 뚫린 풍선은 보지 못한다.

조전혁 의원은 전교조 명단뿐만 아니라 교총 명단까지 함께 공개했는데 이게 화를 불렀다. 전교조에 이어 교총까지 법적대응 불사를 천명하게 만들어 다중전선을 긋고 말았다.

이러면 난감해진다. 판결을 내린 법관에게는 ‘수구좌파’라는 딱지를 붙인다 해도 교총에게까지 그런 딱지를 붙일 수는 없다. 전교조에게는 ‘뭐가 구려서 명단 공개를 꺼리느냐’고 공세를 편다 해도 교총에게까지 그런 공격을 가할 수는 없다. 한마디로 이념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보수 결집을 어렵게 만든다.

거기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자칫하다간 ‘독박’을 쓴다. 전교조를 과녁 삼으려던 한나라당이 되레 과녁이 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전교조 명단 공개가 ‘한나라당의 실상을 낱낱이 밝히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진보 교육감 후보의 활동공간을 넓혀주고 야당 광역단체장 후보는 그 열매를 따먹는 판을 연출할 수 있다. 꿀을 따려다 벌집 건드리는 꼴을 맞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알아야 한다. 바람 빠진 풍선엔 바람 넣으면 되지만 구멍 뚫린 풍선은 버리는 게 상책이다. 한나라당에게 지금 필요한 건 ‘무대포 정신’이 아니라 ‘무위의 태도’다. 순리, 즉 판결에 순응하는 태도 말이다.

Posted by '토씨'


말하지 않으련다. 4개 시민단체 협상대표들은 “깊은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지만 그런 말조차 하지 않으련다. 입만 아프다.

‘분노’가 관심과 애정의 변형된 감정이고 화해와 용서를 지향하는 감정이기에 그렇다. 더 이상 야당들에게 그런 감정을 가질 이유도, 여지도 없다. 이제는 끓는 감정을 치우고 차디찬 머리를 앞세워야 한다. 

전례가 없었다. 민주ㆍ진보를 자처하는 정치세력이 지금처럼 허약하고 무능하고 지리멸렬한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야권연대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 세력과 개별 대결하는 구도에서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어서 ‘근육강화제’를 처방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 거부했다. 진보신당에 이어 민주당과 국민참여당마저 복용을 거부했다.

달리 방법이 없다. 당사자들이 ‘자진’의 길을 선택한 마당이니 화타가 부활하고 허준이 환생해도 살려낼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베풀 수 있는 호의는 사망진단서를 발급해주는 일이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망 진단을 내림과 동시에 장기 적출을 시도해야 한다. 썩은 장기는 도려내 거름으로 삼고 멀쩡한 장기는 적출해 다른 생명체에 이식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야당들이 ‘나체쇼’를 벌인 덕분에 썩은 장기와 멀쩡한 장기를 가려내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기득권 온존구조와 허약한 리더십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연대 필요성보다 자기 밥그릇을 우선시하는 기득권 세력이 말초 단위가 아니라 중추 단위에 견고히 버티고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냈고 그 당의 지도부는 그런 중추조직 밑에서 옴짝달싹도 못함이 유감없이 보여줬다.

국민참여당은 기득권 편입열망과 허약한 경쟁력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지방선거를 통해 당의 존재감을 알려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광역후보 한 자리는 기필코 챙겨야 했던 다급함을 여실히 드러냈고, 거래품목이 없어 단 한 사람에 기대어 ‘투기 매매’를 해야 했던 옹색함을 여지없이 보여줬다(진보신당은 전에 언급한 바 있으므로 생략한다).

내과 처방도, 개별 처방도 더 이상 소용없다. 기존 야당의 존재와 경계를 인정하고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는 방법은 더 이상 ‘근원적 처방’이 아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후 지도부를 교체해봤자 소용없기에 더욱 그렇다. 당 대표직에 누가 앉든 견고한 기득권 온존구조를 깰 수 없고, 기득권 온존구조를 깨지 않는 한 당 대표직에 누가 앉든 체질개선은 달성될 수 없기에 그렇다.

국민참여당이 지방선거 후에도 ‘홀로 주행’을 해봤자 부질없기에 더욱 그렇다.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당의 존재이유를 설파하고 당의 역할을 넓힐 매개체를 확보하지 못한 채 간판을 유지해봤자 변두리 다방의 색 바랜 간판 신세를 면할 수 없기에 그렇다.

내과 처방이 아니라 외과 처방을 해야 한다. 개별 처방이 아니라 통합 처방을 해야 한다. 기득권 온존구조에 저항하는 민주 인사들을 추려내고, ‘소이’보다 ‘대동’을 우선시 하는 개혁 인사들을 추려내고, ‘구호’보다 ‘실질’을 숭상하는 진보 인사들을 추려내 다시 짜야 한다. 기존 질서 유지를 전제로 한 연대가 아니라 질서의 재정립을 목표로 한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새싹은 산불이 휩쓸고 간 둔덕에서 피어난다. 수풀과 나무가 우거진 곳에서는 씨 내릴 한 뼘 땅을 찾지 못해 고사하지만 산불이 휩쓸고 간 둔덕에서는 재가 되어 버린 수풀과 나무를 자양분 삼아 반드시 피어난다. 

Posted by '토씨'


추모는 아닐 것이다. 오늘 행한 특별연설은 ‘추모’였지만 내일로 예정된 3당 대표와의 회동, 그리고 이후 잇따를 전직 대통령, 군 원로, 종교지도자들과의 만남 내용이 ‘추모’는 아닐 것이다.

‘논의’라고 한다. 천안함 침몰 원인과 수습책을 논의한다고 한다.

근데 궁금하다. ‘논의’할 건더기가 없다. 지금으로선 수습책은 고사하고 원인을 설명하고 경청할 여지가 없다. 함수는 인양되지 않았고, 민군 합동조사단은 결론을 도출하지 않았다. 합동조사단이 ‘외부 폭발에 의한 침몰’이란 잠정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외부 폭발’이 어뢰에 의한 것인지 기뢰에 의한 것인지, 또 어뢰든 기뢰든 그것이 누구 것인지는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회동’ 계획을 근거로 청와대가 사고 원인에 대해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추정을 내놓고 있지만 근거가 약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추모 연설에서 언급하지 않았는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끝까지 밝혀낼 것”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은 분명 과거형이 아니라 미래형으로 말했다.

회동 시점이 이르다고 보는 이유가 이것이다. ‘원인’ 규명 속도가 더디고 ‘수습’ 여건이 성숙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도대체 뭘 ‘논의’한다는 건가.

그래도 동의한다. 대통령이 여야 3당 대표를 만나기로 한 건 잘한 일이다. 아울러 동의한다. 박선규 대변인의 설명처럼 “국민적 단합”이 중요한 이때에 “지도자들이 역할을 해 달라는 뜻을 전달”하려는 건 당위다. 

초점은 ‘협정’에 맞춰져야 한다. 일종의 신사협정이다. ‘원인’이 최종 규명될 때까지 정치권의 섣부른 추측과 몰아가기를 자제하자는 협정, 혹시라도 ‘원인’ 규명이 지방선거 전까지 완료되지 않으면 ‘천안함’을 '중립지대'에 남겨놓자는 협정 말이다. 이게 청와대가 설명한 “국민적 단합”의 방책이요, “지도자들의 역할”이다.

그러려면 정부부터 단속해야 한다. 군과 정보 관계자들이 익명의 그늘에 숨어 조각 정보를 잇따라 흘리는 일을 차단해야 하고, 어느 장관이 ‘북한 소행이라면’이란 단서를 달아 대책을 미리 언급하는 일을 단속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성을 획득한다. 대통령의 오늘 추모 연설과 내일 정당대표 회동이 ‘천안함 이슈’ 부각을 위한 정치 이벤트라는 삐딱한 시선을 걷어낸다.

그래야 효율성도 획득한다. “지도자들”이 아무리 머리 맞대고 손 맞잡는다 해도 소용없다. 언론이 군불을 때면, 그들이 예단에 사로잡혀 몰아가기를 하면 ‘국민적 논란’만 증폭되기에 공급선을 차단해야 한다. 특정 목적 하에 특정 언론에 특정 정보를 공급하는 정부 내 ‘나쁜 빨대’를 단속해야 “국민적 단합”의 효율성이 갖춰진다.

박선규 대변인이 지난 6일 “국회에서도 그렇고 여러 군데에서 안보위기상황을 맞아서 이른바 안보 기밀에 관한 상황들이 자꾸 흘러나가는 경향이 있고 무분별하게 자꾸 유포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는데 그건 ‘밖’을 향해 할 말이 아니라 ‘안’을 향해 던질 말이다.

▲사진=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4월 6일 여야 3당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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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아니라 여당 후보들이 먼저 설정한다. 그들이 나서 “한명숙 바람을 잠재울 후보는 나뿐”이라고 목청을 돋운다. 서울시장 선거구도를 ‘여 대 야’가 아니라 ‘한명숙 대 반한명숙’으로 짠다.

여당 후보들이 희한한 구호를 연발하는 이유는 수치에 있다. 최대 20%포인트 차까지 벌어졌던 오세훈-한명숙 지지율 격차가 법원의 무죄 선고 후에 한자리수로 좁혀졌다. 민노당 새세상연구소 조사에서는 4.5%포인트로 차로, ‘국민일보’ 조사에서는 7.5%포인트 차로 좁혀졌다(두 조사 모두 한명숙 전 총리가 야권 단일후보가 될 경우). 결국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한명숙 바람’을 지핀 것이다.

여기까지는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엎지른 물이니까 주워 담을 수 없다. 주워 담는 게 아니라 마른 행주로 훔치면 된다. 그러면 얼룩은 좀 남겠지만 물기는 없앨 수 있다. 시간도 충분하다. 법원의 1심 선고일인 4월 9일에서 지방선거일인 6월 2일까지는 두 달 가까운 시간이 가로놓여 있다. 자고 나면 새 소식이 쏟아지는 한국사회의 특성상 ‘한명숙 바람’을 잠재우기엔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다. 하지만 소용없다. 검찰이 ‘5만 달러’에 이어 ‘9억 원’을 꺼내드는 순간 행주마저 물범벅이 됐다.

사정이 그렇다. 검찰 수사에 발동기를 단다고 해도 불가능하다. 지방선거 전에 기소를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방선거 전에 1심 선고를 끌어낼 수는 없다. 

한명숙 전 총리는 느긋한 자세로 활용하면 된다. ‘한명숙 바람’이 잦아들라치면 ‘한명숙 수사’를 선풍기 삼아 꺼내들면 된다. ‘한명숙 무죄’를 무기 삼아 ‘한명숙 수사’에 물을 타면 된다. 그러면 ‘한명숙 바람’은 유지된다.

금상첨화일까? 한명숙 전 총리에게 호재가 되는 보도가 하나 더 나왔다. ‘9억 원’을 수사하는 주체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지만 사실은 그 전에 대검 중수부가 내사를 벌였다는 보도다. 서울중앙지검은 한명숙 전 총리에게 9억 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H사 채권단이 제보해 수사에 나섰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 전에 대검 중수부가 내사를 벌였다는 보도다. '한국일보' 보도다.  

이러면 이어갈 수 있다. ‘한명숙 수사’를 ‘노무현 수사’에 이어붙일 수 있다. ‘노무현 수사’를 벌였던 대검 중수부의 은밀한 ‘노무현 측근 내사’를 부각시켜 바람을 이어갈 수 있다.

그래서일 것이다. 여당 의원들이 또 하나의 희한한 장면을 연출하는 이유가, 야당이 아니라 여당 의원들이 먼저 나서서 ‘별건수사’를 비판하고 ‘수사중단’을 요구하는 게 그래서일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까 정정사항이 생겼다. 세간에서는 검찰의 ‘한명숙 5만 달러’ 기소를 지방선거용으로 읽지만 이것만은 아니다. ‘5만 달러’는 몰라도 ‘9억 원’은 아니다. 여당이 아니라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수사이니까 ‘9억 원’은 지방선거용이 아니다. 검찰이 ‘트로이 목마’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않는 한 ‘9억 원’을 지방선거와 연결 지을 수가 없다.

검찰의 ‘9억 원’은 ‘생계용’이다. ‘5만 달러’로 손상 난 검찰의 위신을 어떻게든 보전하려는 몸부림이다. ‘네 코’보다 ‘내 코’부터 살피는 자구책이다. 이런 행동이 정반대 상황, 즉 여당의 심기를 건드리고, 여당의 검찰 ‘개혁’에 가속도를 붙이고, 결과적으로 검찰의 처지에 악영향을 미칠지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이 꺼내들어야 하는 자위책이다.

▲사진=검찰 로고 ⓒ검찰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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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은 인기가 많다. 방송 시사토론의 단골 패널이자 각종 강연의 인기 연사다. 새로운 소통수단으로 떠오른 트위터 분야에서 최다의 팔로우어를 확보한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도통 오르지 않는다. ‘삼겹살 불판’ 발언으로 대중 앞에 혜성 같이 나타난 지 6년이 지났는데도, 진보신당 대표를 맡은 지 2년이 지났는데도 그의 지지율은 납작 엎드려 있다. 각종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엔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고, 서울시장 가상대결에선 한명숙 전 총리에 크게 밀리고 있다.

왜일까? 야권의 그 어느 정치인보다 노출이 잦고 인기가 많은데도 왜 노회찬 대표의 '키'는 자라지 않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 그는 ‘삽겹살’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재료인 ‘삽겹살’이 아니라 양념인 ‘기름장’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대중이 그를 알게 된 건 민노당 평의원이던 시절이다. 대중이 그를 확인한 건 진보신당 대표가 되고서다. 대중 앞에서의 그는 평의원이었고 군소정당의 대표였고, 대중은 그를 ‘감독’이 아니라 ‘해설자’로 간주했다.

대중이 그에게 환호하는 건 적절한 비유를 섞어 ‘바른 말’을 할 때다. 그의 ‘어록’을 통해 정치사회적 배설을 할 때다. 대중에게 전달되는 그의 말은 정치적 무게감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었고, 대중은 그에게 정치적 ‘행위’까지 갈구하지는 않았다.

노회찬 대표의 ‘미발육’을 입증하는 반증사례가 있다. 손학규와 정동영이다.

각종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두 사람은 꼭 이름 석자를 내민다. 한 사람은 ‘철새’ 전력이 문제 되고, 한 사람은 ‘지역주의 회귀’ 행태가 문제 되는데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모노톤의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노회찬 대표가 명함을 못 내미는 반면에 잡티가 묻은 이들은 한 자리를 차지한다. 최근 추세만 놓고 보면 노회찬 대표보다 노출도가 현저히 떨어지는데도 이들은 한 자리를 차지한다.

결국 힘이 ‘급’을 규정한다. 좋든 싫든 이들은 정치를 움직일 힘을 갖고 있다고, 이들의 정치적 ‘행위’ 여하에 따라 야권판이 달라지고 정치지형이 달라진다고 대중이 보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하면 노회찬 대표는 힘이 없다고, 그가 아무리 ‘바른 말’을 해도 경기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해설자’의 언변에 불과하다고 대중이 간주하는 것이다.

노회찬 대표가 질적 전환점을 돌파하지 않는 한, 다시 말해 자신의 위상을 ‘해설자’ 급에서 ‘감독’ 급으로 올리지 않는 한 그는 제자리를 맴맴 돌 수밖에 없다. 질 좋은 ‘기름장’ 취급은 받을지언정 ‘삽겹살’ 대접은 받지 못하는, 외화내빈의 신세를 면할 수 없다.

이랬어야 한다. 그가 ‘급’을 올리려면 ‘큰 물’로 갔어야 한다. 엎어지든 깨지든 그곳에서 힘을 키웠어야 한다. ‘기름장’ 신세를 우선 털어내고 ‘삼겹살’의 지위를 확보한 다음에 ‘국산’ 마크를 노렸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이탈했다. ‘큰 물’에서 이탈해 ‘웅덩이’에서 물장구치는 걸 선택했다. ‘당의 가치’ 명분에 밀려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포기했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게 거꾸로 ‘당의 가치’를 높이는 길일 수도 있는데 포기했다. 그나마 확보한 ‘자신의 가치’마저 깎일지 모른다는 우려감에 ‘도전’이 아니라 ‘방어’를 택한 것이다.

▲사진=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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