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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월에 고려대 출신의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검찰총장 임명장을 준 데 이어 어제는 경북 영일 출신의 이강덕 경기경찰청장을 서울경찰청장으로 임명했다. 경찰청장 다음으로 높은 자리에 ‘영포라인’ 인사를 앉힌 것이다.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다. 언론은 이강덕 서울경찰청장이 내년 초에 경찰청장에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청와대가 얼마 전 조현오 경찰청장을 내리고 이강덕 청장을 앉히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전언, 그리고 조현오 경찰청장의 내년 총선 출마설이 근거다.

이렇게 되면 검찰과 경찰 조직은 이른바 ‘고소영’에 의해 장악된다. 대통령의 직계부대에 의해 대한민국의 검경이 장악된다.

시선은 곱지 않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한나라당마저 반응이 싸늘하다. 한나라당의 핵심 관계자가 그랬단다. 이강덕 서울경찰청장 인사를 보고 “정말 한숨이 나오더라”며 “아직도 청와대가 정신을 못 차렸다”고 한탄했단다. 아마도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 초기에 ‘고소영’ 인사를 남발하다가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았던 점을 환기시키는 것 같다.

하지만 꼭 그렇게 볼 일만은 아니다. 핵심 관계자가 우려하는 상황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농후하지만 그래도 가를 건 갈라야 한다. 차원이 다르다. 청와대가 정신을 못 차려서 그런 게 아니라 너무 절박해서 그런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정권 말기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알 수 없는 시기다. 뜻하지 않게 권력형 비리가 터져 나올 수도 있고, 정권에 대한 국민의 비판의식이 뜨겁게 분출될 수도 있다. 이런 가정상황을 염두에 두면 청와대가 믿고 의지할 데라곤 검경 밖에 없다.

한상대 검찰총장의 행로가 방증한다. 그는 지난 8월 12일 취임식 자리에서 ‘3대 전쟁’을 선포하면서 그 대상 가운데 하나로 ‘종북좌익세력’을 꼽았다. 경우에 따라 공안몰이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힐 만한 발언을 대놓고 했다.

이강덕 서울경찰청장의 행로도 비슷할 수 있다. 촛불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는 청와대에게 박원순 서울시장은 우려의 대상일 수 있다. 수도 서울의 한복판, 청와대의 코앞인 서울광장을  정권 비판 세력에게 개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려면 ‘확실한 공권력’은 필수다.

이렇게 보니 ‘고소영’이 달리 보인다. 정권 초기와 정권 말기의 그들 역할이 크게 바뀌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전위대’였다. 정권 초기의 ‘고소영’은 ‘노무현의 말뚝’을 뽑고 ‘이명박의 앞길’을 여는 ‘전위대’였다. 하지만 정권 말기의 ‘고소영’은 ‘수비대’다. ‘이명박의 퇴로’를 보호하는 ‘수비대’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성’을 쌓고 있는 것이다. 외부의 침탈을 허락하지 않는 ‘명박산성’을 쌓기 위해 ‘고소영’을 ‘친위수비대’로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다. 오히려 그런 ‘고소영’ 인사가 ‘명박산성’에 구멍을 낸다. 정권 초기의 ‘고소영’ 데자뷰를 연출함으로써 국민의 반감을 야기한다. 촛불시위 때의 ‘명박산성’이 그러했던 것처럼 불필요한 반발을 야기한다. ‘철벽’을 구축하려다가 ‘모래성’만 쌓게 되는 것이다.

▲사진=2008년 촛불시위 때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 세워졌던 '명박산성'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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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도청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리면서 이렇게 밝혔다. 도청 당사자로 지목된 KBS 장모 기자와 도청 녹취록을 공개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수사를 했으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뚜렷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할 말이 없다. 어쩌겠는가. 증거가 없다는데.

이게 수사 원칙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일찍이 일갈하지 않았는가. 8월 중순 민주당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사건의 경우 기소의견을 검찰에 송치하기는 어렵다”고. 우리 경찰은 참으로 원칙적이다. 오로지 정도만을 걷는다.

인천 장례식장 칼부림사건 이후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찰이 127명의 ‘조폭’을 검거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엘리베이터 문을 오래 잡고 있다는 이유로 폭력을 휘두른 사람과 같은 단순 폭행범 23명이 127명의 ‘조폭’에 포함돼 있는 데 대해 “법적 구성요건보다는 공포와 폭력을 사용해 사회와 민생에 해악을 끼치는 모든 경우에까지 확대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 또한 할 말이 없다. 어쩌겠는가. 민생을 챙겨주겠다는데.

이게 경찰의 존재 이유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일찍이 일갈하지 않았는가. 경찰의 고유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질서보호라며 “조폭 문제를 다룰 때 인권을 앞세우면 국민의 피해가 너무 크다”고. 우리 경찰은 말 그대로 민중의 지팡이다. 오로지 국민만을 섬긴다.

한데 이상하다. 경찰의 조치 하나하나를 떼어놓고 보면 고개 끄덕여지는데 한 데 모아놓으니 영 어색하다. 흔히 말하는 ‘구성의 모순’이 보름달처럼 떠오른다.

누가 봐도 뻔한 도청사건에 대해서까지 인권을 존중하고 수사 원칙을 견지하는 경찰이 조폭(이 아닌 단순 폭행범)에 대해서만큼은 인권을 고려치 않고 ‘법적 구성요건’조차 무시하는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질서보호를 위해서 그런다고 이해해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길거리에만 질서가 있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에도 엄연히 질서가 있는 법이니까.

막무가내로 나서는 조폭에 대해서는 총기를 과감히 사용하겠다고 벼르는 경찰이 ‘배째라’로 나선 한선교 의원에 대해서만큼은 강제구인권조차 행사하지 않은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국회의원은 회기 중에 구인할 수 없다는 경찰의 설명을 그대로 믿으려 했지만 아니다. 지난 7월에 국회가 열리지 않았고, 따라서 얼마든지 구인할 수 있었다고 하니까.

도대체 무슨 연유로 경찰은 모순에 빠진 걸까? 앞 다르고 뒤 다른 행태, 야누스와 같은 면모를 거침없이 내보인 걸까?

힘의 차이로 이해해야 하나? KBS와 한나라당은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 크고 힘 있는 존재, 반면에 조폭은 골목에서나 힘쓰는 그저그런 존재. 이런 힘의 차이가 경찰의 태도 차이를 낳았다고 봐야 하나? 

이렇게 보려니 하나가 걸린다. 민주당의 존재다. 경찰은 민주당을 어떻게 보고 있는 걸까?

▲사진=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조현오 경찰청장과 경찰청 간부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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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이 거칠게 말했다. “1980년대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분들이 직업적 혁명가, 직업운동가로 나서 온갖 사회적인 이슈에 개입하고 있다”며 “(이들을) 점차 줄여가야 안정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판사들이 중심을 잡고 제대로 판결해야 하고 정치인도 엄정한 법 집행을 하는 경찰에 시비를 걸면 안 된다”고 했다.

이쯤 되면 전방위 공격이다. 법질서를 강조하면서도 법을 제정하는 정치인들과 법을 적용하는 판사들까지 싸잡아 비판했으니 전방위 공격이라 평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래도 상관없다. 조현오 청장이 뭐라고 주장하든 아무 상관없다. 그건 그 사람만의 생각일 뿐이니까 그냥 ‘아, 그러세요?’ 하고 넘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그가 내민 숫자다. 이른바 “이슈를 불문하고 반정부·반사회 성향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숫자다. 조현오 청장은 이들이 “한때 13만명까지 올라갔으나 2008년 촛불시위 때 8만명까지 줄었고, 지금은 2만 5000명 수준”이라고 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숫자를 내밀었을까? 알 길이 없다. 조현오 청장은 그냥 숫자만 내밀고 그 산출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니까 알 도리가 없다.

그래서 추정해 본다. 혹시 과거 시위 전력자들의 숫자를 갖고 산출한 걸까? 그럴 수가 없다. 과거 시위 전력자들 합계라면 숫자가 늘면 늘었지 줄 수가 없다. 과거 시위 전력이 사라질 수는 없으니까. 그럼 뭘까?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당시(1980년대) 활동한 진보세력이 현재도 직업운동가로 노동계에 침투해 정치를 이념화하고 있고, 환경 무상급식 국방 등 각종 사회문제에 개입하고 있다”는 말이다.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이적단체 회원들도 있다”는 말이다.

조현오 청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이해하면 추적해 왔다는 얘기가 된다. “당시 활동한 진보세력”이 지금 뭐 하고 있는지 세밀히 체크해 왔다는 얘기가 된다. 숫자의 감소 추이까지 언급한 걸 보면 꾸준히 관찰해 왔다는 얘기가 된다. 완곡하게 말하면 동향 감시, 거칠게 말하면 사찰을 해왔다는 얘기가 된다.

조현오 청장이 언급한 ‘이적단체’가 뭘 말하는지 모호하지만, 백 번 양보해 이적단체 회원의 범죄 혐의점을 찾기 위해 동향을 감시하는 걸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이건 중대한 문제다. 너무 많다. 모두가 이적단체 회원이라고 보기에는 2만 5000명이라는 숫자가 너무 많다. 행여 그 2만 5000명 가운데 이적단체 회원이 아닌 사람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면, 단지 자신의 사상과 양심에 따라 진보 이념을 수용하고 각종 사회이슈에 적극 나서는 사람들마저 경찰의 동향 감시 또는 사찰 대상이 되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노동운동이나 사회단체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까지 한 데 묶어 말한 것이라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자신의 정치사회적 신념에 따라 행하는 활동을 불온시 하면서 지켜보고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사상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처사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처사다.

조현오 청장은 답해야 한다. 그가 입에 올린 숫자의 산출근거가 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더불어 그가 일방적으로 규정한 ‘반정부·반사회 성향’이 뭔지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5공 때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건 아니라고 확인하고 싶기에 묻는 것이다. 기본권을 유린하는 망동이 되살아나는 건 아니라고 확인하고 싶기에 요구하는 것이다.

▲사진=조현오 경찰청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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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말할 필요가 없다.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이미 말했다. “사소한 접대나 친소관계에 따른 온정적 업무 처리도 부패로 인식되고 있다”며 “부패에 의한 공무 처리가 만연한 사회는 가장 전형적인 불공정한 사회”라고 했다.

김영란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경찰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함바집’ 브로커 유상봉 씨를 만난 41명의 경찰 간부는 말할 것도 없다. 그 수장인 조현오 경찰청장 또한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한데 입을 뗀다. 그것도 아주 과감하게 뗀다. 조 청장이 “(유씨와 접촉한 경찰간부) 대다수가 청탁을 거절한 사람이고, 금품을 받았더라도 관행에 비춰 볼 때 수사나 징계 대상자는 한 명도 없다”고 강조한다. 어이없는 주장이다. 김영란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그렇다.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와중에 경찰청장이란 사람이 수사 대상자가 한 명도 없다고 선을 긋는 것부터가 부적절하다. 검찰 수사 물타기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언사고, 부하들 감싸기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언사다. 더 간단히 말하면 김영란 위원장이 말한 “친소관계에 따른 온정적 업무 처리”로 간주되기에 충분한 언사다. ‘관행’ 운운한 것도 그렇다. 그에겐 대수롭지 않은 관행이었는지 모르지만 김영란 위원장에겐 명백한 부패다. ‘사소한 접대’ 또한 부패라고 분명히 규정하지 않았는가.

따질 게 더 있다. 조현오 청장은 경찰간부들을 유상봉 씨에게 뭔가를 받은 ‘수동태’로 묘사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유상봉 씨에게 뭔가를 준 ‘능동태’일 수도 있다. 김영란 위원장이 언급한 ‘부패에 의한 공무처리’의 ‘주역’일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경찰간부 두 사람이 자진신고 한 바 있다. 유상봉 씨로부터 ‘건설현장 소장을 만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사람은 이런 청탁을 거절했다고 밝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수사는커녕 조사조차 거치지 않은 일방 진술이다. 설령 두 사람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다 해도 끝이 아니다. 그래봤자 41분의 2이다. 유상봉 씨와 접촉한 나머지 경찰간부 39명이 똑같은 청탁을 받았을 개연성, 이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청탁을 받아들였을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유상봉 씨의 부탁을 받고 무려 25명의 경찰간부를 소개해준 마당에 경찰간부가 건설현장 소장 한 명을 소개해 주는 게 큰 대수였겠느냐는 상식적 의문까지 더 하면 더더욱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확실하게 캐고 깨끗하게 처리해야 한다. 경찰이 접대를 받고 했든, 친소관계에 따른 온정주의 때문에 했든 유상봉씨를 거들어주고 막아줬다면 그건 명백한 ‘불공정’이다. 4억원의 사기를 당해 유상봉 씨를 고소했는데도 경찰이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는 한 식당업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건 명백한 ‘편파’다.

사실 이렇게 따지는 게 한가한 짓인지도 모른다.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쓰다듬는 건지도 모른다.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밝혔다. “2003년 서울시 정무부시장 시절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사람의 부탁’으로 유상봉 씨를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허남식 부산시장도 밝혔다. “누군가 ‘만나보라’는 전화를 해 (유상봉 씨를)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대한민국 제1도시의 부시장이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사람”, 제2도시의 시장이 일거에 내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경찰간부 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이 높은 누군가가 어두운 곳에 웅크리고 있다. 하지만 그가 누군지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함바집’은 아직 문도 열지 않았다.

※이 글은 오늘자 ‘경향신문’의 ‘시론’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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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을 떠올리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한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부인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으니 이명박 대통령이 화를 내는 건 충분히 이해한다. “아니면 말고 식 무책임한 발언이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 “의원이 아니었으면 구속감”이라는 청와대 참모의 말 또한 거칠지만 이해한다.

이해하기에 덧붙인다. 그럴수록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제 눈의 들보 말이다.

똑같다. 강기정 의원이 대통령 부인의 남상태 연임로비 의혹을 제기한 거나 조현오 경찰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의혹을 제기한 거나 성질이 똑같다. 전자는 대통령 부인을 상대로, 후자는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급’이 같다. 전자와 후자 모두 ‘검은돈’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내용물이 같고, 주장만 있고 근거는 없다는 점에서 신뢰지수 또한 같다. 두 사안은 복사판이다.

하지만 다르다. 똑같은 사안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은 판이하게 다르다. 강기정 의원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벼르면서도 조현오 청장에게는 임명장을 수여했다. 면책특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는 법적 보호망의 존폐까지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면책특권하고는 상관없는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정치적 면죄부를 부여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이중태도를 보이면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한다. 지켜보는 사람에게 이해는 구할지언정 동의는 얻지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 말대로 “아니면 말고 식 무책임한 발언이 더 이상 용납돼선 안(되는)” 풍토를 만들려면 지금이라도 잘못 꿴 첫단추를 다시 풀어야 한다. “의원이 아니었으면 구속감”이라고 말하는 그 배포로 조현오 청장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고소사건을 뒤로 미루는 검찰 태도에 한 마디 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유족에게 사과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두 달이 넘도록 말 한 마디 안 하고 있는 조현오 청장에게도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압박해야 한다. 나아가 지금이라도 조현오 청장의 진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반작용을 부른다. 청와대가 팔을 안으로 굽히면 굽힐수록 맞은편 사람들도 팔을 안으로 굽힌다. 청와대가 강기정을 치면 민주당은 조현오를 때리고, 청와대가 징계를 요구하면 민주당은 해임을 촉구한다. 평행선에서 무한대치하는 양상을 자초하는 것이다.

면책특권제도 개선은 다음 일이다. 아니, 면책특권제도 개선은 먼 일이이다. 그건 헌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일이니까, 다시 말해 현재로선 가능하지 않은 일이니까 그렇다. 청와대가 지금 당장, 그리고 최대한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호흡을 고르는 것이다. 응징과 불공정의 기색을 지우고 중립적 위치에서 정치발전을 위한 진정성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야 면책특권 부작용에 대한 국민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국회의원의 진중한 발언태도를 유도할 수 있다. 

청와대가 호흡을 고르지 않고 거꾸로 열을 더 내면 정략적 측면이 부각된다. 강기정 의원 발언 파문으로 '대포폰 파문'에 물타기를 하고, 나아가 의정 주도권을 쥐어 예산국회를 돌파하려는 의도가 깔린 정치적 공세로 해석된다. 

▲사진=강기정 민주당 의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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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석 외교부 2차관 내정자를 보면서 조현오 경찰청장을 떠올린다. 더 좁혀 말하면 민동석 씨를 외교부 2차관에 내정한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를 보면서 조현오 경찰청장 임명을 강행한 이전의 대통령 처사를 반추한다. 생뚱맞은 애기 같지만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민동석 2차관 내정은 부당하다. “(민동석 내정자는) 쇠고기 협상 이후 온갖 어려움과 개인적 불이익 속에서도 소신을 지킨 사람”이라는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의 평가에 기초하면 그렇다. “대한민국에 정의가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민동석 내정자 본인의 소감에 기초하면 그렇다. “대통령이 이번에 ‘촛불’에 대해 확실하게 ‘도장’을 찍고 넘어가고 싶었던 것 같다”는 청와대 참모의 전언에 기초하면 그렇다. 종합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민동석 2차관 내정을 계기로 자신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의 명예를 회복하려고 하는 것인데, 바로 이게 부당하다.

생각은 자유다. 쇠고기 협상은 정당했고 ‘촛불’은 부당했으며, 민동석 내정자는 물론 대통령 자신 또한 ‘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자유다. 하지만 그 생각은 뇌리에서 맴돌 때만 자유다. 개인의 그런 ‘자유로운 생각’에 ‘도장’을 찍고자 한다면, 더구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도장’을 찍고자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통령이 현직에 있는 동안 대통령의 명예와 직결되는 사안을 재평가하려고 하면 샛길로 빠진다.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한 채 재평가가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된다. 

이건 상식이다. 현대 민주주의 원리에 입각해 볼 때 상식일 뿐 아니라 전제왕조였던 조선의 전통에 견줘 봐도 상식이다. 조선 임금은 특정 사안에 대한 재평가는 고사하고 사초조차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재평가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당대가 아니라 후대에, 정치영역이 아니라 학문영역에서 이뤄져야 할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기본 상식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백 번 양보해 당대의 재평가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부당하다. 민동석 내정자가 자신과 쇠고기 협상의 명예를 회복하는 결정적이고 상징적인 디딤돌로 삼은 게 ‘PD수첩’이다. 이 프로그램과의 법정다툼에서 이겨 명예를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헌데 끝나지 않았다. ‘PD수첩’ 소송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 받으려면 한참은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홀로 달린다. 재평가의 단초가 될 수 있는 법원 판결에 아랑곳하지 않고 민동석 2차관 내정이라는 정치적 행위로 역사적 의미를 임의적으로 부여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 또한 부당하다.

그래서 묻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역리 인사를 감행한 이유를 묻는다. 그래서 떠올린다. 역리 인사 곡절을 살필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현오 경찰청장을 떠올린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한 사람이다. 근거를 대지도 못하는 차명계좌를 운운해 고인을 욕보인 사람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사람을 요직에 앉힘으로써 전대 대통령의 명예에는 아랑곳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훼손행위를 묵인했다.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 후대를 장식할 대통령마저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역사적 객관성 이전에 정치적 필요성을 우선시하면 어떻게 될까? 이명박 대통령이 후대를 믿지 못하고, 당대의 현상이 되풀이 될 개연성을 의식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사진=민동석 외교통상부 제2차관 내정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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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때까지는 이해했다. 한나라당이 ‘노무현 특검’을 운위하는 이유가 조현오 경찰청장의 ‘무사통과’를 위해서였다고, 임명장 수여를 위한 정치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였다고 이해했다.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도 이해했다. 그가 애매모호한 말로 ‘노무현 차명계좌’가 있는 것처럼 말한 이유가 쌓인 감정이 많아서라고, ‘노무현 서거’로 불명예 퇴진한 자신의 처지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했다.

하지만 이것만은 이해하지 못한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후보자’ 딱지를 뗀 지금 이 순간까지도 한나라당이 ‘노무현 특검’을 매만지는 이유를 도통 헤아리지 못한다.

아무리 둘러봐도 한나라당에 득 될 게 없다. ‘노무현 특검’을 운위해서 한나라당이 정치적으로 유리한 지형을 조성할 여지가 없다. 오히려 격화시킨다. 정치적 논란을 격화시키고, ‘노무현 서거’ 때 조문한 500만명이 넘는 유권자들을 자극한다. 벌집 쑤시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멈추지 않는다. 왜일까?

혹시 믿는 걸까? ‘노무현 차명계좌’가 정말 있다고 믿는 걸까? ‘노무현 특검’을 통해 차명계좌 존재 사실만 확인하면 일거에 ‘정치적 잔당’을 정리할 수 있다고 믿는 걸까? '노무현 수사'와 '노무현 서거'를 둘러싼 논란을 완전 종식시킬 수 있다고 믿는 걸까?

한나라당이 정말 그렇게 기대한다면 나중에 입맛 다시게 될 공산이 크다. “노무현 차명계좌는 없다”는 검찰 쪽 발언에 기대어 하는 전망만은 아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의 말 또한 한나라당의 기대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조현오 경찰청장의 차명계좌 발언은) 틀린 것도 맞는 것도 아니다. 꼭 차명계좌라고 하긴 그렇지만 실제로 이상한 돈의 흐름이 나왔다면 틀린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말이 그대로 수사 결과로 나타나면 난투극이 벌어진다. ‘사실’ 규명이 ‘해석’ 싸움으로 변질된다. “이상한 돈의 흐름”을 차명계좌로 볼지 말지를 놓고 극심한 대립이 벌어진다. 정파가 제 각각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틀렸다”고 주장하고 “맞다”고 주장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더불어 ‘의도’를 둘러싼 공방이 전개된다. 차명계좌 존재 여부를 가리기 위한 특검이 전면 재수사에 나섰다는 논란이 일면서 수사에 개입된 정치적 의도를 둘러싸고 격한 공방이 오가게 된다.

국민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을 특검이 내놓지 못하는 한, 또는 국민 누가 봐도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주관적 평가’를 특검이 내놓는 한 한나라당은 정치적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한 당사자로 지목된다.

특검까지 거론하며 멀리 내다 볼 필요도 없다. 어차피 검찰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수사 때 벌어질 일이다. 수사 핵심은 ‘허위사실’ 여부고, ‘허위사실’을 가르는 기준은 ‘노무현 차명계좌’ 유무다. 물론 검찰이 조현오 경찰청장의 ‘차명계좌 발언 근거’ 유무만 살피면 에둘러 갈 수도 있겠지만 검찰이 은연중에 적극성을 띤다면 사실상 재수사가 되고 그럼 특검제 하의 난투극과 비슷한 싸움판이 먼저 벌어진다. 아니 더 거세질지 모른다. 형식상 독립 수사를 하는 특검과 달리 이명박 정부에 속한 검찰이 벌이는 재수사이니까. 정치적 의도와 수사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더 거세게 전개될 수 있다.

난투극이 벌어지면 한나라당은 본전을 건지지 못한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한나라당은 양패구상의 화를 피할 수 없다.

▲사진=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