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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기세가 무섭다. 대여 전면전을 선언하면서 말을 아끼지 않는다.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독재의 길로 들어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 형제들, 한줌의 정치세력들과 맞서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국회 상임위 활동을 전면 보이콧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궁금하다. 이 기세가 얼마나 갈까?

이렇게 묻는 이유가 있다. 민주당의 이전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르기 때문이다.

노무현 서거 국면에서 민주당은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이명박 정권을 규탄한다며 대통령의 사과를 비롯한 5대 요구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국회 일정에 응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다가 꼬리를 내렸다. 장외투쟁에 들어간 지 한달 여만인 7월 12일 전격 등원을 선언했다. 기세 좋게 내걸었던 5대 요구조건 어느 하나 실현된 게 없는데도 무조건 등원을 결정했다.

이때만이 아니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한 후에도 국회를 뛰쳐나갔다가 8월 27일 전격 등원 결정을 내렸다. 물론 이때도 빈손이었다.

이 탓에 민주당과 정세균 당시 대표는 신뢰를 잃었다. 말만 번지르르 하고 뒷심은 없는 ‘허약 정당’ ‘물 대표’로 낙인 찍혔다.

자칫하면 손학규 대표도 비슷한 처지에 빠진다. 지난해처럼 ‘전면 보이콧’을 ‘전격 참여’로 손바닥 뒤집듯 하면 손학규 대표 또한 ‘물 대표’란 낙인을 피할 수 없다. 아니, 한나라당 출신이란 점이 재부각되면서 ‘태생적 한계’가 거론될 가능성까지 있다.

막연한 가능성이 아니다. 오히려 현실에 가까운 가능성이다. 노무현 서거국면, 그리고 미디어법 국면에서의 ‘전면 투쟁’은 그나마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정 앞에서 직접 향을 피운 500만 명이 넘는 시민, 그리고 70%에 육박하는 국민이 민주당의 투쟁을 심정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민주당이 ‘전면 투쟁’을 선언한 직접적 계기인 청목회 후원금 의혹사건의 경우 60%(민주당 조사) 또는 70%(청와대 조사)에 가까운 국민이 검찰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나쁘면 나빴지 나을 게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손학규 대표는 ‘전면 투쟁’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


바로 이점을 의식했기 때문일까? 민주당은 국회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하면서도 장외로 뛰쳐나가진 않았다.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하면서도 예산결산특위는 보이콧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벼랑끝 싸움을 벌이지 않고, 여론 역풍을 자초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마찬가지다. 그래도 달라지는 건 별로 없다. 대포폰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고 검․경 수사권 분리 방안을 담은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한 만큼 평가 척도는 이것이 될 수밖에 없다. 기나긴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포폰 국정조사와 특검만은 반드시 따내야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이 악평을 면할 수 있다.

헌데 쉬워보이지 않는다. 손학규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명박 대통령과 그 형제들, 한줌의 정치세력들과 맞서지 않을 수 없(는)” 대포폰 의혹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구성되는 “어둠의 삼각권력”과 정면 대결을 벌여야만 하는 대포폰 의혹이다. 그만큼 여권, 아니 “삼각권력”의 저항이 결사적이지 않겠는가.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이 과연 이 저항을 뚫어낼 수 있을까?

손학규 대표는 취임 후 처음으로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손학규 민주당 대표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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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공소장’에는 구멍 하나가 크게 뚫려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부분이다.

검찰의 공소내용을 보면 산업자원부 고위간부들이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을 밀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돼 있다. 총리공관 오찬이 있기 한 달 전인 2006년 11월말에 이원걸 당시 2차관이 곽영욱 전 사장에게 “석탄공사 사장에 지원하라”고 전화했고, 담당과장이 직접 곽영욱 전 사장의 집을 찾았다는 것이다. 헌데 없다. 산자부 위간부들이 곽영욱 전 사장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직접적인 이유가 제시돼 있지 않다.

실마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한국일보’가 보도한 게 있다. 이원걸 전 2차관이 “정세균 당시 산자부 장관의 지시로 (곽영욱 전 사장에게)전화를 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밝혀졌다”고 단정하면서 이렇게 보도했다.

믿자. ‘한국일보’가 전한 내용을 사실로 전제하자. 그래도 풀리지 않는다. 정세균 대표의 지시로 산자부 고위간부들이 곽영욱 전 사장을 석탄공사 사장에 앉히기 위해 동분서주했다고 해서 한명숙 전 총리의 ‘역할’이 확정되는 건 아니다. 정세균 대표의 ‘지시’ 이전에 한명숙 전 총리의 부탁 또는 요청이 있었다는 게 확증되지 않는 한 산자부 고위간부들의 ‘동분서주’가 한명숙 전 총리의 인사 개입을 입증하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바로 이게 핵심 문제다. 한명숙 전 총리와 곽영욱 전 사장 사이에 인사 청탁과 금품 수수가 있었다는 검찰의 공소내용이 입증되려면 먼저 정세균 대표를 거쳐야 한다. 정세균 대표가 곽영욱 전 사장의 뒷배를 봐준 이유를 한명숙 전 총리의 ‘역할’ 범위 내에서 설명해야 한다. 아울러 정세균 대표의 ‘밀어주기’ 시점이 문제의 총리공관 오찬보다 한 달이나 앞섰던 점을 설명해야 한다.


관련 보도가 있다. “정세균 대표가 2006년 12월 20일 문제의 총리공관 오찬에 참석하기 전에 곽 전 사장을 따로 만난 적이 있(다)”는 ‘동아일보’ 보도다. ‘동아일보’의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인지 불투명하지만(정세균 대표는 곽영욱 전 사장을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 한다고 주장하고 있단다) 설령 사실이라 해도 핵심 문제를 설명하는 결정적 내용은 아니다. 2006년 12월 20일과 2006년 11월 말 사이의 시간적 간극을 메우는 데는 일정한 기여를 하는 보도이지만 정세균 대표의 ‘밀어주기’ 동기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관련 보도가 하나 더 있다. ‘조선일보’ 보도다. “곽 전 사장은 2005년 6월 대한통운 사장에서 물러난 뒤 한 전 총리에게 공기업 사장으로 가게 해달라고 수차례 부탁했(으며) 이에 한 전 총리는 2006년 산자부측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동아일보’가 설명하지 못한 핵심 문제, 즉 정세균 대표의 ‘밀어주기’ 동기가 어느 정도 설명된다. 기사의 “산자부측”을 “정세균”으로 바꾸면 일단 앞뒤는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특정하지 않았다. 한명숙 전 총리가 “산자부측”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구체적으로 전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예단하지는 말자. ‘한명숙 공소장’에 핵심 문제에 대한 설명이 빠져있다고 해서 검찰 수사가 부실하다고, 재판이 한명숙 전 총리에게 유리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속단하지 말자.

이런 말이 검찰에서 흘러나온다. “우리가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는지는 재판 과정에서 다 알게 될 것”이라는 말, 그리고 “산자부 차관과 과장이 무슨 이유로 누구의 지시를 받고 이런 일을 했는지는 재판 때 입증하겠다”는 말이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이해하면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못 밝힌’ 게 아니라 한명숙 전 총리측에 ‘힌트’를 주는 걸 꺼려 공소장에서 ‘안 밝힌’ 것이 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검찰이 쥔 패가 태산을 울린 서생 한 마리에 불과한지, 아니면 회심의 히든카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재판과정에서 추가로 밝히겠다고 하니 굳이 앞서서 판단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 점만 확인하자. ‘예상문제’가 될지 모르니 반드시 밑줄 쫙 그어야 하는 사안이다. 하나는 검찰 수사의 미완성을, 다른 하나는 검찰 수사의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첫째, 검찰은 정세균 대표를 조사하지 않았다. 소환 조사하지 않았고 서면 조사했다는 말도 없다. 근데 어떻게 자신할 수 있을까? 핵심 고리인 정세균 대표를 조사하지 않고 어떻게 한명숙 전 총리의 인사 개입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둘째, 다시 등장한다. 최초 보도 때 거명됐다가 한명숙 전 총리의 실명이 나오면서 쏙 들어갔던 두 인물, 즉 J씨와 K씨의 이니셜이 일부 언론에 의해 다시 거론되고 있다. 곽영욱 전 사장이 금품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세 명 가운데 두 명, 참여정부 때 입법부와 행정부에서 요직을 거쳤던 실세 두 명의 이름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게 뭘 뜻하는 걸까? 정세균 대표의 ‘밀어주기’ 동기를 제공한 다른 인물이라고 검찰(과 언론)이 의심하는 걸까? 아니면 한명숙 전 총리와는 별개로 앞으로 수사하겠다는 걸까?

▲사진=15일 열린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검찰과 수구언론 정치공작 규탄대회’에 참석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 ⓒ민주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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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직접적인 증거 또한 아니다.

한명숙 전 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을 만날 때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강동석 전 건교부 장관이 동석했다는 ‘한겨레’ 보도 역시 ‘정황’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하필이면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으로서 곽영욱 전 사장이던 희망하던 공기업(석탄공사와 남동발전)를 관할하던 정세균 대표가 왜 동석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커지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새롭지는 않다.

‘한명숙 공대위’의 양정철 대변인이 일찌감치 밝혔다. 한명숙 전 총리와 곽영욱 전 사장은 안면이 있던 관계로 몇 번 만난 적이 있다고, 하지만 일대일로 만날 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겨레’의 보도는 양정철 대변인의 이같은 주장을 뒤엎는 것은 아니다. 양정철 대변인의 주장처럼 가깝지 않은 사이였다면 한명숙 총리가 곽영욱 전 사장을 총리 공관으로까지 부를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 아울러 그런 자리에 당시 장관이던 사람까지 동석시켜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직접 증거는 아니다.

어차피 진실은 법원에서 가려질 수밖에 없다.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대로 검찰이 돈이 오간 직접적인 증거, 즉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어차피 최종 판단은 법원에 의해 내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눈길을 돌린다. ‘한명숙 사건’과 아주 유사한 다른 사건에 눈길을 돌린다.

한나라당의 박진 의원이 재판을 받고 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이고 있다.

흡사하다. 한쪽은 돈을 줬다고 주장하는데 다른 한쪽은 받은 일이 없다고 맞서는 면에서, 만난 건 사실이지만 돈이 오가지는 않았다는 항변이 나오는 면에서, 돈을 건넸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를 목격한 사람이 없다는 면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검찰이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기소했다는 면에서 두 사건은 쌍둥이처럼 닮아있다.

법원의 태도는 아주 신중하다. 원고와 피고가 팽팽히 맞서는 것을 보고 이례적으로 시연까지 연출했다. 돈을 줬다는 박연차 전 회장과 체격이 비슷한 사람을 골라 박진 의원을 만날 때 입었던 것과 같은 양복을 입히기까지 했다. 박연차 전 회장이 정말 2만 달러가 든 봉투를 양복 안주머니에 넣고 있었다면 폼새에서 티가 나지 않았겠느냐는 가설 위에 이렇게 재연극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이정표가 될지 모른다. 박진 의원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한명숙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의 참고사례가 될지 모른다. 법원 연출의 재연극이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지만 어차피 그 또한 정황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법원의 판단 잣대는 다른 데서 구할 것이다. 그것이 일부 언론이 보도하는 것처럼 뇌물 공여자의 진술의 일관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을 증거로 인정하는지 아니면 증거의 직접성을 중시하며 이런 진술과 정황을 배척하는지 지켜볼 일이지만 아무튼 하나의 창은 될 수 있다. 치열하고도 기나긴 법정 공방의 끝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창 말이다.

박진 의원에 대한 판결은 얼마 남지 않았다.

▲사진 출처=한명숙 전 총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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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국회의장이 어제 말했다. 민주당 의원 4명이 제출한 의원직 사퇴서가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어떤 분명한 정리가 있으면 좋겠다”며 “미국과 같이 중앙선관위에서 처리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오늘 말했다. 본회의 의결이나 국회의장 결재 없이도 선관위에 서면 신고하는 것으로 사퇴절차가 끝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된 사실을 환기시키면서 “이제 우리 국회도 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국회의원 못해먹겠다’는 의원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했다. “명색이 제1야당 대표(정세균), 법무장관을 지낸 4선 의원(천정배), 방송사 사장 출신 의원(최문순), 386 간판급 정치인(이광재)이 소신을 지키지 못하게 돼 정치 쇼를 했다는 비난을 듣게 해서야 될 일인가”라고 반문하며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받아들일까? 압박 대상 또는 조롱 대상이 된 4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미루어 짐작컨대 냉가슴 앓고 있을 것이다. 아무 말 못하고 가슴만 끓이고 있을 것이다.

사정이 그렇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다. ‘물려줘’ 하면 자신들의 행적이 정치 쇼가 되고, ‘처리해’ 하면 자신들의 신세가 끈 떨어진 연이 된다.

궁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대신 말하게 하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원인이 소멸됐으니까 의원직 사퇴서를 반려해’라고 말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광재 의원은 몰라도 정세균ㆍ천정배ㆍ최문순 의원의 경우엔 이렇게 하면 된다.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을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원천무효로 선언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해서 세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 원인을 소멸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면 개선장군이 된다. 자신들의 비분강개와 결기가 결국 승리를 일궈냈다고 자평하면서 개선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정반대 경우다. 헌재가 민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다. 이러면 ‘빼도 박도’ 못한다. 자신들이 썼던 의원직 사퇴서는 ‘정치적 유서’가 된다. 정세균 대표는 책임을 통감하는 차원에서, 다른 두 의원은 초심을 견지하는 차원에서 ‘고’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의원직 사퇴서 강행처리를 요구하거나 탈당을 강행(비례대표인 최문순 의원의 경우)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피박’이라도 면한다. ‘따블’로 돈을 토해내는 참사를 면한다. 안 그러면 ‘독박’을 쓴다. 황량한 상황에서 최고의 결기를 보이려던 의도가 역시 황량한 상황에서 최고의 기회주의로 낙인찍히게 된다.

이렇게 보니 분명하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입법권만 쥐라펴락 하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의 생명까지 좌우한다. 자주적이지 못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들도 안다. 자신들의 운명을 헌법재판소가 쥐고 있음을, 그 운명의 시간이 10월 29일로 잡혀 있음을 안다. 민주당 관계자가 말했다. 의원직 사퇴서 처리 문제에 대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날 때까지는 당의 입장 정리를 유보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될 것인가? 이들은 운명은….


▲사진=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 사건 공개변론에 참석하기에 앞서 천정배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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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한 의원이 말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수원장안 재선거 불출마 선언을 접하곤 “그가 진짜 ‘용꿈’을 꾸는 것 같다”고 했다.

맞다. 손학규 전 대표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수원장안 출마를 설득하러 찾아간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수차례 국회의원도 하고 대표까지 한 사람이…국회의원 한 번 더 하려고 하는 모습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내보인 바 있다. 정계를 은퇴할 생각이 아니라면 국회의원 하고 당 대표까지 한 그가 노릴 수 있는 자리는 대통령이다.

어떤 것일까? 손학규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이 ‘용꿈’을 예지몽으로 만들기 위한 방편이라면 시나리오를 어떻게 짜고 있는 걸까? 불출마 선언을 어떻게 대권으로 가는 레드카펫으로 만들겠다는 걸까? 힌트가 있다. 두 개다.

손학규 전 대표가 송영길 최고위원을 만나 얘기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 서민행보 노선 등에 대해 민주당이 너무 안이하고 관성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민주당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학규 전 대표가 불출마 선언문을 통해 밝혔다. 민주당이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한 해법을 가지기 전에는 국민의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없다며 “손학규가 나가 이겨서 민주당을 살린다는 생각에 공감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종합하면 이렇다. 손학규 전 대표는 민주당의 상태를 중증의 위기로 본다. 수원장안과 같은 소규모 전투에서 이긴다고 훌훌 털고 일어날 정도로 가벼운 위기가 아니라, ‘앰플주사’ 또는 ‘보약’으로 당장 기력을 회복할 정도의 경증이 아니라, ‘체력단련’과 ‘자기단련’을 해야 할 정도의 중증으로 본다.

손학규 전 대표의 이런 진단을 정국상황에 대입하면 그림이 나온다.

선거 전망은 밝지 않다. 민주당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껴야 할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 친서민 노선에 맥없이 당하는 처지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낙승은 가능하지 않다.

민주당에겐 불운이지만 손학규 전 대표에겐 행운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낙승하지 못하면 손학규 전 대표에게 판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공교롭게도 겹친다. 손학규 전 대표와 정세균 현 대표의 당내 지지기반이 겹친다. 수도권 386 의원을 중핵으로 한다는 점에서 겹친다. 

이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가 이른바 ‘진짜 중도실용’ 깃발을 높이 들고 민주당으로 입성하려면 핵심 지지기반의 동요가 선행돼야 한다. 핵심 지지기반이 정세균 대표로부터 떨어져 나와 다른 대안을 찾는 때를 맞춰야 한다. 그게 바로 위기가 폭발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는, 그런 상황 말이다.

판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손학규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으로 민주당은 김근태 전 의원을 안산상록을에 전략공천 하려던 계획을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내몰렸다. 더불어 수도권에서 재선거의 규모와 의미를 키우려던 민주당의 전략 또한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자칫하다간 ‘앰플주사’ ‘보약’까지 얻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이런 우려상황이 현실화 되면 키울 수 있다. 민주당은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져있다는 그의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다.

정반대의 상황, 즉 손학규 전 대표가 말한 “가능성 있는 병사를 장수로 만드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지만 그래도 그는 손해를 입지 않는다.

10월 재선거를 수수방관하지 않겠다고 했으니까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선거운동 지원은 할 것이다. 그럼 얻는다. 후배에게 기회를 넘겨주는 헌신적인 이미지를 획득한다. 이렇게 헌신적인 이미지를 획득하면서 ‘나홀로 출마’를 강행한 정동영 의원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병사’가 ‘장수’가 되면 파워도 충전한다. ‘병사’를 내보내고도 상대를 제압하는 자신의 무공을 뽐낼 수 있다. 

손학규 전 대표로선 전혀 밑질 게 없는 것이다.

▲사진=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손학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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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등원을 결정했다. 아무 조건을 달지 않는, 무조건 등원이다.

놀랍지 않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기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의원직 총사퇴를 떠벌리면서도 사퇴서를 국회의장한테 내지 않는 기묘한 모습에서 이미 알아봤다. 미디어법 강행 처리로 민주주의 조종이 울렸다고 규탄하면서도 지방을 돌며 제한적인 홍보전만 펴는 어정쩡한 모습에서 이미 알아봤다. 민주당은 성의 표시만 하려 했을 뿐, 사생결단할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등원은 시간 문제였다.

그래도 이것 하나는 짚고 넘어가야겠다.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 이런 시점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반드시 짚어야겠다.

헌재 심리는 언급하지 않겠다. 민주당이 자진해서 제기한 방송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한 헌재의 심리과정은 말하지 않겠다. 민주당이 헌재 결정에 거는 기대가 클수록 여론전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게 경험칙임에도 불구하고 거론하지 않겠다. 당위명제, 즉 ‘어떤 세력,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된 판단’을 능멸하는 주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절제하겠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이자 정치적인 문제다.

MBC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엄기영 사장 경질 가능성을 공공연히 밝히면서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YTN은 이미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배석규 대표이사가 보도국장을 일방적으로 경질하고 ‘돌발영상’ PD를 대기발령 조치한 데 대해 노조와 기자협회가 극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시점,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투쟁을 거둬들이면 어떻게 될까? 자명하다. 고립된다. MBC와 YTN 사원들이 회사 담장 안에 갇힌다. 민주당 스스로 병참선을 끊어버림으로써 민주당 스스로 규정한 ‘반민주세력’이 ‘민주언론’을 옥죄는 길을 넓혀주는 것이다.

민주당은 아니라고 한다. 국회에 등원한다고 해서 미디어법 원천무효 투쟁을 멈추는 건 아니라고 한다. 국회에 등원해도 원내외 병행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한다.

말은 좋지만 영양가는 없다. 민주당의 무조건 등원 결정 자체가 미디어법 원천무효 투쟁의 김을 뺀다. 미디어법 원천무효 장외투쟁이 역부족이라고 판단해 무조건 등원 결정을 내린 판에 힘을 다른 의안에 분산하면서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원내외 병행투쟁을 끌어내겠다는 건 몽상 아니면 변명이다.

민주당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미디어법 원천무효 투쟁을 물려야 할 만큼 긴박하고도 절박한 문제가 따로 있음을 찾는 것이다. 민주당이 회군할 수밖에 없는 이유,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찾는 것이다.

있을까? 그런 게 있을까? 물론 있다. 정세균 대표가 그러지 않았는가. 3대 위기, 즉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평화 위기 극복을 위해 원내외 병행투쟁을 벌이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대표적인 게 내년 예산안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4대강 사업비 때문에 복지예산 등이 깎이는 건 ‘오해’라며 밀어붙일 태세를 가다듬고 있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절대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외면할 수 없다. 민생과 직결되는 문제니까, 삶의 환경과 직결되는 문제니까 소홀히 다룰 수 없다. 미디어법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 사안 또한 엄청 중요하다.

이렇게 보니 이해할 여지가 생긴다. 이것도 챙겨야 하고 저것도 챙겨야 하는 민주당의 분주함과 번다함이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다.

근데 막힌다. 민주당의 처지는 이해하겠는데 민주당의 해법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애당초 그러지 않았는가. 소수 야당의 궁색한 처지 때문에 미디어법을 막지 못했다고, 그래서 국민의 힘을 얻기 위해 장외로 나간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궁색한 처지가 갑자기 달라지기라도 하는 건가? 내년 예산안을 둘러싼 공방에선 민주당의 궁색한 처지가 탄탄한 입지로 둔갑하기라도 하는 건가? 미디어법과는 달리 주도권을 쥐고 정부여당의 일방독주를 제어할 수 있는 건가? 장외투쟁을 스스로 접음으로써 의정주도권을 한나라당에 헌납하고서도 그걸 단번에 되찾을 수 있는 신묘한 비책이라도 숨겨둔 건가? 민주주의 위기 극복을 위한 싸움을 접은 마당에 서민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싸움만은 가열차게 전개할 수 있는 건가?

묻지 말자. 정세균 대표의 기자회견문을 두 번 세 번 정독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민주당의 무조건 등원은 ‘묻지마 등원’이다. 묻지 말라는데 꼬치고치 캐묻는 건 결례다.

Posted by '토씨'

“창을 베고 누워 아침을 기다렸다(침과대단·枕戈待旦)”고 했다. “지난 1년간 한시도 마음속의 갑옷을 벗어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대표 1년’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맞다. 민주당은 창을 베고 누웠고, 갑옷을 벗은 적이 없다. 하지만 그 창을 휘둘러 본 적도 없고, 상대 장수의 갑옷을 벗긴 적도 없다. 그저 갑옷 입고 창 벤 채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을 뿐이다.

박한 평가일지 모르겠다. ‘MB악법’ 저지에 혼신의 노력을 다 하는 민주당에게 ‘퍽치기’를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하련다. 노력만큼 성과가 없기에 어쩔 수 없다.

예를 하나 들자. ‘노무현 추모’ 정국이 한창일 때 민주당이 5대 요구조건이란 걸 내놨다. 대통령의 사과와 검찰총장 등의 경질, 특검과 국정조사 실시 등을 내걸며 이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6월 임시국회에 등원할 수 없다고 했다.

그 뒤로 어떻게 됐을까? ‘……’이다. 들어본 적이 없다. 민주당 지도부가 5대 요구조건을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걸 들은 기억이 없다. 어느새 없던 일이 돼 버렸다.

그 대신 끌려간다. 비정규직법 문제에 질질 끌려다니며 오락가락한다. 처음엔 해고대란은 없다며 비정규직법 유예 불가를 선언하더니 5인 연석회의에 가서는 ‘6개월 유예’를 제시하고, 다시 비정규직법 원안 고수로 유턴한다.

결과는 참담하다. 비정규직법 5인 연석회의에 참여함으로써 ‘등원 거부’ 전열은 사실상 무너졌고, 정국 화두는 비정규직법으로 옮아가 버렸다. 비정규직법 5인 연석회의에서 ‘6개월 유예’를 제시함으로써 논란의 축은 ‘원안 고수’에서 ‘시행 유예’로 이동해 버렸다. 한나라당의 정국 탈출 전략에 모터를 달아주고, 한나라당이 펼친 그물에 제 발로 걸어들어간 것이다.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이런 오류가 시정될 것 같지 않다.


정세균 대표가 말했다. 대표 임기 2년차의 정책노선으로 정부와의 ‘친서민’ 경쟁을 설정하면서 “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진검승부를 해 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를 ‘이벤트’로 규정하면서 이렇게 선언했다.

갇힌다. 민주당이 실제로 이런 노선을 걸으면 이명박 대통령의 프레임에 갇힌다. 청와대가 쳐놓은 ‘친서민’ 링에 올라 아웃복싱을 구사하면 잘해야 ‘아류’, 못하면 ‘반대만 일삼는 야당’으로 전락한다. 반대로 이명박 대통령은 앉은 자리에서 '친서민' 이미지를 획득한다. 

지금이 그렇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민주당은 고리를 걸지 못하고, 정국을 주도하지 못한다. 정국 전체를 관통할 큰 화두를 던지지 못하고 매번 개별정책에 갇혀버린다. 청와대와 여당이 설정한 프레임에 갇혀 ‘안티’ 행보만 반복한다. 그렇게 오락가락 하고 일희일비한다.

문제의 근원은 다른 데 있지 않다. 규모, 즉 ‘스몰야당’은 구실이 되지 못한다. 근원은 전략과 의지다. ‘민주주의 후퇴’와 ‘민생 파탄’을 관통하는 전선을 치지 못하고, 그 전선에서 지구전을 펼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게 문제다.

정세균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가 끝난 후에 친노 세력을 포함한 민주개혁진영의 연대와 통합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런 상태라면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다. ‘민주주의 후퇴’와 ‘민생 파탄’을 한 데 아우르는 전선 속에서, 싸우면서 구축하는 연대가 아닌 한 그건 이른바 ‘윗대가리들’ 만의 이합집산에 그칠 수밖에 없다.

지금 가장 긴요한 과제는 ‘민주주의 후퇴’와 ‘민생 파탄’ 때문에 길거리에 내몰리고 그 길거리에서마저 끌려가는 민초들을 끌어안는 것이다. 지금 가장 긴급한 과제는 아우성치는 민초들을 이끌 수 있는 비전, 즉 ‘싸움의 기술’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근원적인 과제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후퇴’ 현장과 ‘민생 파탄’ 현장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다시 말해 ‘개별 싸움’을 ‘전체 싸움’에 편입시킬 수 있는 ‘고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짜놓은 링 위에서 청와대가 설정한 프레임에 갇혀 허우적대는 게 아니라 선명하면서도 질기게 싸울 수 있는 자기 판을 짜는 것이다.

▲사진=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5일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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