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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참패했다. 반MBㆍ반한나라당 정서를 강화할 호재가 여럿 돌출됐는데도 패배했다. 후보 단일화를 이뤘는데도 주요 전략지역에서 패배했다.

민주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입을 열어봤자 곡소리 밖에 낼 수 없는 처지에 빠져버렸다. 어쩔 수 없다. 입을 꾹 다물고 몸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환골탈태에 나서는 것이다. 헌데 난감하다. 환골탈태를 하고 싶어도 할 여지가 별로 없다.

체질 변화는 불가능하다. 당 체질 성분인 의원 면면에 문제가 많지만 손 댈 수가 없다. 국민 손으로 뽑은 사람들이기에 가타부타 논할 수가 없다.

노선 변화는 효과가 없다. 진보 색채와 대여 선명투쟁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해봤자 곧이들을 국민은 많지 않다. 철마다 옷 바꿔 입는 것처럼 국면이 바뀔 때마다 ‘대안’과 ‘선명’ 사이에서 그네 타기를 했던 민주당이기에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을 판이다.

가장 현실적이고 폼 나는 방법은 지도부 교체인데 이 또한 한계가 뚜렷하다. 어차피 정세균ㆍ정동영ㆍ손학규 3파전으로 전개될 당 대표 경선이다. 자기들끼리야 치열하게 싸우겠지만 국민이 보기엔 밥과 나물의 싸움이다. 그네들끼리의 당권경쟁은 비빔밥에 밥을 더 넣을지 나물을 더 넣을지의 차원 밖에 되지 않는다. 별별 레시피를 다 써도 어차피 결과물은 비빔밥이다.

하긴 이렇게 짚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 쇄신결핍증이 중증에 이른 민주당에 특효처방을 주문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어차피 현실적인 방법은 소걸음이다. 한 발 한 발 내딛되 굳세게 내딛는 것이다. 문제는 누가 ‘소’ 역할을 할 것이냐는 점이다.


유일한 대안은 개혁 성향 의원들이다. 가뭄에 콩 나듯 여기저기에 산개해 있는 몇몇 의원들이 그나마 대안이다. 이들이 나서서 당 쇄신을 요구하고 당 밖 개혁세력과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당 체질 개선을 위한 문호 개방을 선창하고 문지기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당 노선 변화를 위한 선명투쟁을 주창하고 선봉대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헌데 이들은 뭉치지 않는다. 한나라당조차 중립파니 쇄신파니 해서 바람을 잡고 감초 역할을 하는 의원들이 뭉쳐 있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이조차도 하지 않는다. 개별 플레이를 하거나 주류 또는 비주류로 갈려 묻어가고 있다. 당 대표 경선 결과에 따라 당권 향배가 달라지고, 당권 향배에 따라 자신의 입지가 달라지는 점을 고려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주변 경계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래서 거듭 확인한다. 민주당의 쇄신결핍증이 중증에 이르렀음을 이들을 통해 거듭해서 확실하게 확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떨치지 못한다. 이들의 역할에 대한 마지막 미련을 끝끝내 버리지 못한다. 이마저 버리면 민주당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 게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것 외에도 다른 이유가 하나 있다.

공간이 열렸기 때문이다. 7.28재보선 참패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쇄신 공간이 활짝 열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과 비판은 적지 않았지만 결정적 계기는 없었다. 민주당이 2008년 총선 이후 치러진 각종 재보선에서 최소한 ‘기본’은 했기에 쇄신 움직임이 본격화할 계기와 동력은 완비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누가 봐도 명백한 민주당의 패배이니까 쇄신 깃발을 들 이유와 동기는 뚜렷하다.

지켜볼 일이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아니라 개혁 성향 의원들의 동태를 지켜볼 일이다.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민주당에 대한 기대치와 대처법이 달라진다.

▲ 민주당 최고의원회의 장면.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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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을은 7.28재보선의 전략지역이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나온다고 전제하면 그렇다.

이재오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더불어 이명박 정부의 핵심사업인 4대강 사업 전도사다. 그런 그를 누르면 대여 메시지가 선명해진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의 확고한 심판 의지를 또 한 번 전달할 수 있다.

그래서 민주당 안팎에서 개혁 공천을 거론한다. 이명박 정권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 상징성과 선명성이 큰 인물을 내세워 판을 키우고 선거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당한 주장인데도, 그리고 재보선이 코앞인데도 움직이지 않는다. 민주당 지도부는 쓰다 달다 말 한 마디 하지 않는다. 팔 걷어붙이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인물난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전에는 선거 승리를 보증하지 못하는 정당이었기에 후보군이 몸을 사렸지만 지금은 아니다. 반MB 표심이 확인됐기에 야당 후보도 한 번 해볼 만한 자리로 인식될 만하다. 민주당이 사람을 찾고자 하면 못 찾을 것도 없다.

다른 요인을 살펴야 한다. 다른 선거, 즉 당 대표 경선이다.


민주당 안에서 은평을 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인물들은 ‘준척’이다. 최고위원(장상ㆍ윤덕홍)과 상임고문(한광옥ㆍ정대철)이 각각 두 명이다. 한 표가 아쉬운 당 대표 후보로선 크지는 않지만 무시할 수도 없는 영향력을 지닌 인물들이다. 표를 모으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표를 갉아내는 데는 한 힘 쓸 수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과 척을 지면 좋을 게 없다. 앞장서서 이들의 배제를 주창하면 자신이 당 대표 경선에서 맨 먼저 배제될 수 있기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당선가능성이 문제가 되면 모르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두터운 반MB표심이 재보선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믿기에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다. 야권연대만이 승리를 담보하면 모르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절박하지 않다. 야권연대가 아니어도 당선될 수 있다고 믿기에 굳이 안달할 이유가 없다. 이럴 땐 좋은 게 좋은 거다.

형편이 이렇다. 민주당이 민심에 역행할 여지가 상존한다. 반MB 정서에 편승해 반표심 공천을 감행할 소지가 엄존한다.

방법은 달리 없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수밖에 없다. 제 머리 못 깎는 그들에게 바리캉을 드는 수밖에 없다. 누가 봐도 고개 끄덕일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인물을 당의 틀을 뛰어넘어 시민후보로 내세워야 한다. 이렇게 해서 민주당 내의 ‘거래’ 여지를 봉쇄하고 ‘역행’ 기미를 차단해야 한다. 나아가 이렇게 해서 민주당 전당대회를 진보논쟁으로 몰아가야 한다.

언제까지 밥상 차려주고 수저까지 쥐어줘야 하는지 갑갑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지금 당장은 이게 적정 해법이니까.

▲사진=민주당 지도부가 6.2지방선거 당선자들에게 꽃을 달고 있다.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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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랬나? 이명박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를 잘 모른다고.

요즘 여권에서 연출되는 장면을 보면 헛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를 알아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능수능란하게 요리한다. 반증이 한나라당의 최근 풍경이다.

어림잡아도 십수 명이다. 7월 열리는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하려는 의원들이 자천타천 십수 명에 달한다. 여기에 입각 대상자로 거론되는 의원들까지 합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대다수가 4말5초(40대 말에서 50대초) 의원이고 상당수가 쇄신을 주장하던 의원이다. 한순간에 쇄신 요구가 출마 저울질로, 부릅뜬 눈이 곁눈질로 바뀐 것이다.

모두가 안다. 한순간을 가른 건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시대를 주도하고 젊고 활력있는 정당으로 변모”할 것을 주문하자마자 한나라당 풍경이 이처럼 뒤바뀐 것이다.

여기서 추론할 수 있다. 한 마디 말만으로 살풍경을 진풍경으로 뒤바꿀 만큼 이명박 대통령의 힘은 여전히 세다. 힘이 셀뿐만 아니라 힘을 이용하는 방법도 안다. 도전을 충성으로 뒤바꿀 정도로 어느 타이밍에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다.

덕분에 이명박 대통령은 한숨 돌렸다. 쇄신 요구를 잦아들게 하고 청와대를 향한 공격도 멈추게 만들었다. 시간을 번 것이다. 시간을 벌었을 뿐만 아니라 여지도 벌었다. 버틸 여지다.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전망하는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돌고돌아 원점이다. 한나라당 쇄신파가 인적 개편 대상으로 삼았던 청와대 수석들이 거꾸로 중용될 가능성이 타진된다. 그들 또한 4말5초라는 이유로, 청와대 또한 “젊고 활력있는” 곳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재신임, 나아가 중용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런데도 말이 없다. 특정 수석의 교체를 주장하던 쇄신파 의원 그 누구도 ‘안 된다’고 사전에 차단하지 않는다.

너무 인색한 평가일까? 이명박 대통령의 충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공학적 차원에서만 바라보는 걸까? 이명박 대통령이 정말 세대교체를 통해 세력교체, 나아가 색깔교체를 이루려는 충정을 내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어림없다. 앞서 살핀 여권 풍경이 증명한다. 설령 세대교체를 이뤄도 세력교체와 색깔교체는 이뤄지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4말5초는 당 지도부를 장악해 쇄신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쇄신을 ‘집행’하는 차원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하지만 ‘뻥’이다. 그렇게 되기 위한 필요조건, 즉 당청의 수평적 관계가 성립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당이 냉온탕을 오가지 않는가. 4말5초가 주도해도 한나라당은 “젊고 활력있는” 정당으로 변모하기 어렵다.

하나 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버리지 않았다. 어차피 못 먹는 감인 세종시 하나만을 던졌을 뿐 나머지는 전혀 버리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처럼 국정기조를 고수하는 한 세력교체는 무의미하고 색깔교체는 무망하다. 어차피 여당은 대통령의 국정 성과에 의해 채색되고 평가받는다. 

이렇게 보면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박근혜 전 대표가 차라리 현실적이다.

당은 환골탈태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보면 그렇다. 어차피 환골탈태하지 못할 당, 어쩔 수 없이 이명박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해야 하는 당이라면 굳이 발을 담글 필요가 없다. 지방선거에서 여실히 확인된 반MB정서에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맡길 이유가 없다. 거꾸로 한 발짝, 아니 두 발짝 떨어져 MB색깔이 스며드는 것을 경계하면서 ‘이후’를 모색하는 게 현명하다. 그렇게 조심하면서 반MB정서를 ‘극MB’ 논리로 넘는 게 유리하다.

하나 추가하자. 똑같은 근거에서 파생되는 분석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세대교체론이 박근혜 전 대표를 거세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일각의 해석은 타당하지 않다. 이런 해석이 세대교체를 통한 당의 환골탈태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가정상황을 단서로 달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진=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이 지난 6일 모임을 갖고 쇄신 논의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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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주장이 의미심장하다. “원안이 배제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이 주장은 사실 새로울 게 없다. 어떤 이명박계 의원 지적처럼 “늘 하던 말”이다. 눈길을 끄는 건 그 다음 주장이다. “수정안으로 당론을 만드는 것은 엄밀히 말해 (기존) 당론을 뒤집는 것으로 그런 당론을 만든다면 반대한다”는 주장이다.

이 한 마디 말에 박근혜 전 대표의 의지와 전략이 모두 녹아있다. 세종시 수정 반대 강도를 ‘결사’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 이명박계의 공격로에 미리 바리케이드를 치겠다는 전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나라당 당헌 72조에 명시돼 있다. ‘의원총회 의결(당론 결정)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지만 당론 변경의 경우에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돼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바로 이 당헌을 고리로 건 것이다. 세종시를 둘러싼 이명박계와의 갈등 성격을 ‘정책’에서 ‘원칙’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더 엄밀히 말하면 싸움 룰을 꺼내듦으로써 싸움 판을 유리하게 조성한 것이다. 다시 확인한다. 박근혜 전 대표는 역시 ‘원칙 공주’다.

이명박계로선 난감하게 됐다. 박근혜 전 대표를 설득할 여지는 물론 어물쩍 처리할 여지마저 빼앗겨 버렸다.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이 수차례 밝혔던 사항, 즉 “한나라당 당론은 세종시 원안 추진”이라는 입장을 먼저 파기해야 수정 당론을 채택하고 국회 처리를 모색할 수 있는데 박근혜 전 대표가 자리 깔고 누워버렸으니 오도가도 못하게 돼 버렸다.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을 채우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박근혜계를 배제하고 당론을 변경하면 당헌 위반 행위가 돼 박근혜 전 대표에게 공격 빌미를 준다. 이명박계의 활로는 무엇인가?

섣불리 넘겨짚지는 말자.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계가 '플랜B' 마련에 착수했다고 한다. 세종시 수정 계획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차선책을 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해야 할 시점, 수정안 포기 이후 박근혜계와의 관계 설정 및 당 운영방안 등에 대해 물밑 논의에 들어갔다고 한다. 당사자인 이명박계조차 아직 뚜렷한 전략을 세우지 못했는데 굳이 앞장 서서 그림을 그릴 필요는 없다. 

다만 한 가지만 환기하자. 이명박계가 모색하는 세종시 수정 포기 시점과 관련된 문제다. 

한나라당 안팎에서 고개를 드는 '속도조절론'을 역이용하는 방식, 즉  시간을 끌면서 수정안 처리 여건을 성숙시키자는 이 주장의 맥락을 180도 뒤집어 퇴각 루트로 활용하는 방식을 모색하는 건 썩 좋은 카드가 아니다. 시간을 끌면 박근혜 전 대표의 ‘몽니’ 행태를 부각시키고 이명박계의 단합을 모색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보다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지방선거 태업 명분을 주는 문제 말이다. 님도 못 보고 뽕도 못 따기 십상인게 바로 '속도조절론'이다.

 ▲사진 출처=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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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말이 험하다. 과거를 들춰내고 속셈을 파헤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명박계와 박근혜계 모두 이렇게 감정대결을 마다하지 않는다. 내분에서 내전으로 치닫는다.

볼썽사납지만 이해한다. 단속해야 한다. 계파 내에서 이탈자가 나오면 전열이 헝클어진다. ‘아군’의 결속을 도모하려면 ‘적군’을 쳐야 한다. 

확인한다. 가족이 아니다. 이명박계와 박근혜계는 ‘한 지붕 두 가족’이 아니라 ‘피아’다. 싸움의 성격은 전면전이다. 승리와 패배의 경계선이 모호한 소모전이 아니라 한쪽은 완승하고 다른 쪽은 완패하는 사생결단의 승부다.

이것이 규정한다. 한나라당은 악순환 궤도에 올라섰다. 전장을 세종시에서 늪으로 옮겨 싸움을 계속해야 하는 무한전쟁에 빠져들었다.

여권 주류가 속도전을 꾀하는 사실, 세종시 수정안 마련을 연내로 앞당겨 조기에 사태 해결을 꿈꾸는 사실은 그리 중요치 않다. 그래도 2월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장 표결 안건에 오르는 건 2월 국회다.

이 점이 규정한다. 여권은 세종시 내전의 후유증을 치유한 계기를 확보할 수 없다. 2월에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당 지도부 개편과 분위기 쇄신을 꾀할 수 없다. 그때는 죽기살기로 세종시 수정안 처리에 매달려야 할 때다.

시점은 7월이다. 정몽준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7월에 전당대회를 열어 당 지도부를 개편해야 한다. 헌데 공교롭다. 그 전에 지방선거가 있고, 또 그 전에 세종시 수정안 국회 처리가 있다.

이게 문제다. 7월 전당대회가 순탄하게, 평화롭게 치러질 수 없는 이유가 이 일정에 담겨있다.


상기하자. 세종시 내전에서 무승부는 없다. 어느 한쪽은 다치게 돼 있다. 이 싸움의 성격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친다. 세종시 내전에서 패한 쪽이 지방선거 지원을 방기하거나, 정반대로  죽기살기로 공천에 매달려 패배를 벌충하려 할 것이다. 세종시 내전이 계파 논리 촉진제로 작용하는 것이다.

7월 전당대회는 이 와중에 열린다. 계파 논리가 정점에 도달했을 때, 상대 계파와의 공존보다는 자기 계파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다. 칼날 위에서 전당대회가 개최되는 것이다.

촉진제가 하나 더 있다. 터닝 포인트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 기반이 변곡점을 맞는 시점,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행보가 개시되는 시점에 전당대회가 열린다. 이 요인이 더욱 부채질 할 것이다. 칼날을 더욱 벼릴 것이다. 

원인과 결과는 이렇게 뒤섞여 있다. 계파 논리가 감정대결을 불사케 하고, 감정대결이 계파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 세종시 내전이 전당대회 승부를 규정하고, 전당대회 승부가 세종시 내전 지형을 조성하고 있다.

그래서 악순환 궤도에 올라섰다고 말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늪 속의 무한전쟁에 빠져들었다고 규정하는 것이다.

▲사진=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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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속내는 요점정리 사항이 아니다. 그건 얼추 드러났다. 원해서 가는 게 아니라 불려 가는 것이라고 대충 정리됐다. 측근인 진수희 의원이 그렇게 전했다. “이재오 위원장이 ‘대통령이 고심해서 부르셨으니 가야지’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상황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9월 조기전당대회는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이재오 위원장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은 10.28재보선에서 열외 처분을 받았다. 이재오 위원장이 당에 조기에 복귀할 길이 모두 막혀버린 것이다.

밑줄을 그어야 하는 대목은 이재오 위원장의 속내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의도다. 이 걸 읽어야 이재오 위원장의 정치적 좌표가 나온다.

힌트가 하나 있다.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친이계 의원’의 말이다. 그가 그랬다. “이명박 정부가 정국 추동력을 갖고 일을 제대로 해보려고 하는데 이 전 최고위원이 당에 복귀해서 혼란을 일으키지 말고 당에서 당분간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 달라는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한겨레)이라고 했다.

설득력이 강한 분석이다. 한나라당 내부 상황 및 정치 일정과 맞아떨어지는 분석이다.


집권 2기를 연 이명박 대통령이 정국 추동력을 갖고 일 하려고 하는 건 공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개각을 했고, 친서민ㆍ중도실용 이미지를 강화했다.

문제는 지방선거다. 내년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이런 구상과 계획은 흐트러진다. 집권 2기의 추동력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차기 권력의 추동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 

불상사를 막으려면 쳐내야 한다. 지방선거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가능한 한 많이 쳐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의 ‘유세 파업’을 막아야 하고, 선거를 틈 탄 공무원의 ‘준동’을 차단해야 한다. 헌데 쉽지가 않다. 이명박계 의원들이 추진하던 내년 2월 조기전당대회가 실현되면, 그리고 통합공무원노조의 활동이 본격화되면 차질이 생긴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카드는 이런 고심 끝에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재오 위원장을 당 밖에 붙잡아둠으로써 박근혜 전 대표와의 정면충돌을 방지하는 효과를 거두고, 이재오 위원장을 공무원사회 감시대에 앉힘으로써 공무원의 기강을 다잡는 효과를 챙기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임명장 한 장으로 ‘동시패션’ 또는 ‘일타쌍피’의 효과를 거두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분명하다. 이재오 위원장은 ‘벤치워머’다. 후반 막판에 원샷원킬을 기대하며 투입되는 ‘조커’다.

반론이 나올지 모르겠다. ‘여권 2인자’인 이재오 위원장을 ‘벤치워머’로, ‘조커’로만 보는 건 의도적 평가절하라는 반박이 나올지 모르겠다.

이런 반박에 대한 대답은 이미 나왔다.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친이계 의원’이 던진 “당분간”이란 말이다.

이재오 위원장에게 부여된 '조커' 역할은 한정된 것이다. 주전 투입을 앞두고 컨디션 조절하라고 부여된 부담없는 역할이다. 이재오 위원장은 주전으로 투입되게 돼 있다. 내년 7월, 지방선거가 끝난 후인 7월, 정몽준 대표의 임기가 만료되는 7월이다. 이 때가 되면 고려할 필요가 없다. 박근혜 전 대표와의 상생협력에 매달릴 필요가 없을뿐더러, 박근혜 전 대표와의 정면 대결을 피할 도리도 없다. 전당대회가 열리고, 거기서 당권을 놓고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한다. 어차피 박근혜계도 내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해서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년 7월의 대회전을 전제해 놓고 보면 국민권익위원장 자리는 부담이 없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자리이기에 상대적으로 이직에 대한 부담이 적다. '운기조식'을 위한 수련장인 것이다.  

▲사진=이재오 신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이재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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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복당시켜달라고 했다.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 당선자 전원을 일괄 복당시켜달라고 했다.

될까? 현재로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박근혜 전 대표의 말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그랬다. 친박연대 비례대표 공천 비리 의혹에 대해 "비례대표 문제에 대해서는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해서 그 결과에 따라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법적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게 문제다. 검찰의 수사 결과 한 점이라도 비리가 나오면 한나라당의 '복당 불가' 입장에 힘이 실린다. 당 이미지를 깎아내리면서까지 비리 집단을 통째로 받을만큼 한나라당은 절박하지 않다. 

그럼 한 점 의혹도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박근혜 전 대표의 말대로 "과잉수사, 표적수사, 야당탄압"으로 결론 나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마찬가지다.

비틀어 봐야 한다. 검찰의 "과잉수사, 표적수사, 야당탄압"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진행된 것이라면, 그리고 거기에 여권의 심중이 담긴 것이라면 얘기는 하나로 모아진다. 검찰이 과잉·표적 수사를 할 만큼 '탄압'의 의지가 강했다는 얘기가 된다. 친박연대를 받아들일 마음이 눈꼽만치도 없었다는 말이 된다.

이건 어떨까? 친박무소속연대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말처럼 선별 복당을 하는 건 어떨까? 친박연대는 제쳐놓고 친박무소속연대만 받아들이는 건 어떨까?

이 또한 가능하지 않다. 한나라당 의중 때문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잘랐다. "말도 안 되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했다.

어느 모로 보나 복당 가능성은 없다. 현재로선 그렇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박근혜 전 대표다. 그런데도 굳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공허한 주장을 했다. 정작 궁금한 건 바로 이것이다. 이유가 뭘까?

유일한 단서는 전당대회다. 박근혜 전 대표가 복당을 조건으로 내건 '전당대회 불출마'가 유일한 단서다.

두 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어차피 일괄 복당은 불가능한 일, 차라리 이걸 고리로 걸어 전당대회 출마 명분을 축적하려 했을 수 있다. 일괄 복당이 안 되면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추후 생각해 보겠다"며 여운을 남긴 걸 봐서도 이런 추측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위험이 너무 크다. 전당대회에 출마했다가 행여 대표직을 거머쥐지 못하면 이보다 더한 낭패가 없다. 친박세력 축출로 가뜩이나 좁아진 당내 입지가 더욱 오그라든다.

막연한 가능성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아무리 대중성을 갖고 있다고 해도 당내에선 소수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당선자라고 해야 30명 정도에 불과하다. 당원 투표로 이뤄지는 전당대회에서, 국회의원과 당원협의회위원장의 '동원'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 전당대회에서 '소수파'의 수장이 당권을 거머쥐기는 쉽지 않다.

다른 하나의 추측 역시 명분이다. 하지만 성격이 전혀 다른 명분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전당대회를 거쳐 새 지도부가 꾸려진 후를 대비한 명분 축적이다.

한나라당이 일괄 복당을 불허했는데도 박근혜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으면 이미지가 좋아진다. 인내와 화합의 이미지를 얻게 되고 계파 수장 이미지는 희석된다.

7월 전당대회를 치르고 나면 두 가지 상황이 함께 달라진다. 박근혜 전 대표와 각을 세웠던 강재섭 체제가 물러남으로써 새 지도부가 '과거사 청산'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18대 국회 원 구성이 마무리됨으로써 의정의 불안정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나라당으로선 마음을 조금 놓아도 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전략이 무엇이든 박근혜 전 대표가 반드시 얻게 되는 정치적 부수효과도 있다.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를 관리할 수 있다.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공천 의혹이 불거진 후 벌어지는 두 집단 간의 틈새를 메우면서 행동통일을 주문할 수 있다. 자신이 당에 머리를 숙여가면서까지 두 집단을 챙기려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 오늘 기자간담회처럼 좋은 수단은 없다.

둘러보니 그렇다. 어떤 경우이든 박근혜 전 대표가 잃을 건 없다. 현재의 과제 즉 친박연대와 친박무소속연대의 전열 유지를 꾀하면서, 미래의 상황 즉 7월 전당대회에서의 유동적 상황에 대비하는 데 꼭 필요했던 게 오늘의 주장이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