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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꼼수’라고도 하고, ‘선거용’이라고도 한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개성공단 방문이 잇달아 터져 나오는 측근비리를 덮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고, 10.26재보선에서 여당에 유리한 판을 조성하기 위한 ‘선거용’이라는 것이다.

과잉분석이다. 이런 분석은 ‘개꿈’을 ‘돼지꿈’으로 해몽하는 것과 같다. 

돌아보면 안다. 북한 이슈는 더 이상 국내 정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2000년 4월 국민회의가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사실을 총선 사흘 전 공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2010년 6월 한나라당이 천안함 사건을 지방선거에 접목시키려다가 역시 역풍을 맞았다. 현실이 이렇다. 더 이상 ‘북풍’은 없다. 국민은 북한을 ‘평화 관리’ 차원에서 접근하지 정치의 한 요소로 생각하지 않는다.

백 번 양보해서 홍준표 대표의 개성공단 방문이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고 간주하더라도 한나라당에 도움 될 게 없다. 홍준표 대표가 개성에서 북한 당국자를 만난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남북관계 진전에 도움이 되는 합의를 도출한다 해도 한나라당에 득보다는 실이 크다.

홍준표 대표 스스로 말했다. 개성공단 방문을 ‘실무방문’으로 의미 축소한 이유에 대해 “너무 세게 나가면 보수층이 반발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의 말 그대로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보수세력에게 홍준표 대표의 ‘과속’은 못마땅한 ‘경거망동’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진보·중도세력이 예뻐하지도 않는다. 앞서 말한대로 홍준표 대표가 ‘너무 세게 나가면’ 그 행보에 깔린 정략적 의도를 읽으려 할 테니까.

그냥 지켜봐도 된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러 간다는 그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켜봐도 된다. 

어차피 가는 거라면 박수 쳐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잘 하면 하나의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홍준표 대표의 개성공단 방문을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 홍준표 대표가 본인 입으로 말했다. 천안함·연평도 문제 때문에 정치군사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풀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으니까 “남북 경협과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남북간 신뢰를 구축해 보자는 뜻”이라고 했다. 이 말을 디딤돌 삼으면 꼬일대로 꼬인 남북 교류에 돌파구를 만들 수도 있다.

이치가 그렇지 않은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정치적 의미가 따라붙는 집권여당 대표조차 정경분리, 관민분리 차원의 남북 교류는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판에 정치적 위상과 의미가 없는 순수 민간 영역의 남북 교류를 정부당국이 무슨 명분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 남북간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남북 경협과 인도적 지원은 무조건 풀라고 정부당국에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

그래도 무시하면 어떡하냐고? 민간의 방북 신청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으면 어떡하냐고? 이럴 때는 응당 이명박 정권의 ‘엿가락 행정’을 질타해야 한다. 민간 교류마저 자의적으로 해석해 엿장수 식으로 대처하는 행태를 문제 삼아야 한다. 홍준표 대표의 개성공단 방문이란 좋은 본보기가 있지 않은가.

이렇게 보면 홍준표 대표는 ‘혈전 용해제’다. 남북을 잇는 대동맥과 정부당국과 민간부문을 연결하는 소통로에 켜켜이 쌓인 혈전을 푸는 용해제다.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국민이 하기 나름에 따라…

▲사진=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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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생물이라더니 말 그대로다. 여권이 희한하게 돌아간다. 음지와 양지가 뒤바뀌고 칼자루와 칼날이 스와핑을 한다.

4.29재보선 직후만 해도 이명박계가 궁지에 몰리는 줄 알았다. 4.29재보선에 나타난 민심이 MB국정에 경고를 보내고 여권 분열에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되면서 당연히 여권 주류인 이명박계가 칼날 위에 설 것으로 예상했다.

헌데 아니다. 이명박계가 칼자루를 쥐고 흔든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 하나로 원샷원킬의 결정력을 발휘한다. 중립 성향 의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보수 언론의 선창을 장단 삼아 ‘탕평’을 읊조린다.

박근혜계는 졸지에 궁지에 몰려버렸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받을 수도 없고, 안 받을 수 없는 난감한 처지에 빠져버렸다. 받으면 이명박 대통령과 공동운명체로 묶여야 하고, 안 받으면 계파의 이익을 위해 사보타지를 불사하는 기회주의 집단으로 내몰려야 한다.

판세가 역전된 건 여권 내 계파 갈등만이 아니다.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부상함과 동시에 국정기조 변화 요구는 부차적인 문제로 격하되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선택에 따라 여권의 운명이 판가름 나는 것 같은 가상상황이 관중을 끌어모으면서 국민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국정기조는 관심 밖 사안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 계파 입장에서 보면 전화위복의 계기를 단단히 잡은 셈이다.

박근혜계가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거부하면 공세를 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포용력 부족’ 비판을 잠재우면서 박근혜계의 일탈행동을 제어할 힘과 명분을 얻는다. 박근혜계가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접수해도 공세를 펼 수 있다. 여권 내 분란요인을 제거하면서 국정과 의정 추진력을 배가할 수 있다.

비용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박근혜계가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수용하고, 이에 따라 권력을 분점해야 하는 상황, 다시 말해 권력 누수가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은 크게 염려 안 해도 된다.

쇄신특위가 결과물을 내놓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한 달이 될 수도 있고 몇 달이 될 수도 있다. 이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전개될지, 어떤 판이 열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정치는 생물 아닌가. 지금의 '쇄신' 목소리 볼륨이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록 계속 유지된다고 볼 근거는 없다. 

행여 이런 상황이 연출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최종 추인하는 주체는 최고위원회다. 이명박계가 다수를 점하고 있는 최고위원회가 쇄신안을 첨삭할 수 있다. 이 최고위원회가 건재하다. 박희태 대표 체제를 존속시키기로 한 만큼 최고위원회를 정점으로 한 당내 지분구도는 바뀌지 않는다.

본질이 이렇다. 국민은 국정쇄신을 요구했지만 이명박계는 정치게임을 벌이고 있다. 손해는 안 보고 생색만 내는 게임 말이다.

▲사진 =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6일 조찬회동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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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바꿔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쇄신도 단행할 수 없고 화합도 모색할 수 없다. MB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화합의 징표로 박근혜계 인사를 원내대표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턱없다. 한나라당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은 당정청 쇄신을 주장하지만 가당치 않다. 이러면 죽는다. MB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박근혜계 인사를 원내대표로 올리자는 주장은 의정 추진력을 약화시키자는 얘기와 같다. 입법절차와 국민적 공감대를 누차 강조한 박근혜 전 대표의 언행을 볼 때 그렇고, MB와의 차별화를 모색해야 하는 박근혜계의 입지를 봐서도 그렇다. ‘돌격, 앞으로’를 외칠 박근혜계가 아니다. 오히려 원내 자율성을 모색할 공산이 크다. 이러면 6월 국회의 최대 난제인 미디어법 개정을 장담할 수 없고, 그에 비례해서 MB정부의 국정 추진력은 떨어진다.

국정기조를 바꾸고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의 인적 쇄신을 단행하자는 주장은 후진기어를 넣자는 얘기와 같다. 인적 쇄신 조치를 단행하면 국정의 연속성이 흔들리면서 ‘경제살리기’에 올인 하려는 MB정부의 올해 하반기 국정전략이 흔들린다. 4.29재보선으로 기세가 오른 야당에 인사 청문회란 판을 열어주면서 국정의 가속력이 떨어진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MB입장에서 보면 지금은 밀어붙일 때이지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거꾸로 보면 판이 보인다. 단합을 일찍 모색하고 쇄신을 조기에 추진하면 ‘약발’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인다.

어차피 6월 국회를 거쳐야 한다. 밀어붙이기 국정이 최고점에 오를 시점이 6월 국회라면 민심의 반발이 최고점에 오를 시점도 이 때다. ‘경제살리기’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시점이 올해 하반기라면 민생이 바닥을 찍기를 고대하는 시점도 이때다.

초기 처방은 실패했다. 백신을 투여할 단계는 흘려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어설프게 ‘약’을 처방했다가 이마저 실패하면 ‘병’이 중증에 접어든다. 막연한 가정이 아니다. 현실화할 가능성이 농후한 시나리오다.

10월에 또 재보선이 열린다. 전국에 고르게 퍼졌던 4.29재보선과는 달리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치러지는 선거다. ‘이명박 바람’의 진원지였다가 ‘이명박 비판’의 본거지가 되고 있는 수도권에서 10월 재보선이 치러지면, 그래서 한나라당이 또 다시 참패하면 MB정권이 치명상을 입는다.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의 풍향계 역할을 할 것이 확실한 10월 재보선에서마저 참패하면 수도권에 기반을 둔 한나라당 주류세력의 동요가 극심해지고 그에 비례해 당내 구심력은 약화된다.

이게 문제다. 10월 재보선 전에 화합과 쇄신을 단행해 '약발'이 먹힌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가 상존하는 게 문제다. 밀어붙이기 국정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화합과 쇄신을 추진하면 '약발'은 상쇄된다. 국정도 건지지 못하고 이벤트도 효과 보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빚을 수 있다.

화합이 여권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마지막 방책이라면, 그리고 쇄신이 민심 방향을 되돌리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면 아끼고 아껴야 한다. MB정부의 위기가 극심해졌을 때, 이벤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을 때 써야 한다. 6월 국회의 여파가 가라앉을 때,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을 때 ‘약’이 아니라 ‘주사’를 놔야 한다. 그렇게 위기를 수습해야 한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밀어붙이기를 끝낼 때가 아니고 한나라당에 ‘쉬어’를 구령할 때가 아니다.

▲사진 =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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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은 왜 전주덕진에 출마하려는 걸까?

아무리 헤아려도 납득할 수 없다. 보고 또 봐도 ‘대선 후보’ 경력과 ‘299분의 1’ 위상이 어울리지 않는다. 온갖 비난으로 얼룩질 이미지와 금배지 하나가 선사할 호사가 ‘등가’라고 볼 근거 또한 없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정동영은 왜 전주덕진 출마를 고집하는 걸까?

하나 있다. 다르게 볼 단서다.

심심치 않게 들린다. 친노세력이 독자정당 건설을 꾀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디데이를 올해 가을로 잡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동교동계 일각도 움직인다고 한다. 한 인사를 중심으로 여름쯤에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새어나온다.

가정하자. 이런 ‘설’을 사실로 가정하자. 아니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고 가정하자. 그럼 어떻게 될까? 정동영 전 의장의 입지는 어떻게 될까? 귀국하지 않은 채, 원내에 진출하지 않은 채 이런 움직임을 수수방관하면 어떻게 될까?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 지역기반도 잃고 조직기반도 잃는다. 전직 대선후보의 위상이 쪼그라들고 주도권을 빼앗긴 채 정치적 유랑자의 신세로 전락한다.

반면에 전주덕진에서 금배지를 따 민주당에 똬리를 틀면 두 가지를 얻는다. 호남의 대표주자라는 정치적 자산과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꾀하는 세력을 분열주의집단으로 내몰 정치적 명분을 얻는다.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정동영 전 의장의 전주덕진 출마를 선제조치로, 민주당의 분열상에 대비하기 위해 진지를 구축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멈추자. 여기까지다. 다음에 할 말은 흔한 소리다. 이해한다고 해서 인정하는 건 아니다.


그래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본질은 계파 싸움이다. 어느 계파가 야당의 주도권을 쥘 것인가를 다투는 전형적인 땅따먹기 싸움에 불과하다. 누가 먼저 시동을 거느냐만 다를 뿐 ‘그들만의 리그’라는 본질에선 다를 바가 없다.

어떤 이들은 옹호할지 모른다. 정동영 전 의장의 선제조치가 민주당의 분열상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전직 대선후보의 위상으로 누르고 현직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제어하면 민주당 중심의 야당 정비가 용이할 것이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부질없다. 행여 이런 상황이 연출돼도 그건 외형상의 정비에 불과하다. 그렇게 외형을 틀어막는다고 해서 야당이 본궤도에 오른다고 볼 근거는 전혀 없다.

그럴 것이었다면 이미 올랐어야 한다. 외형상 구민주당계와 열린우리당계가, 친노계와 반노계가 한 데 어우러진 민주당의 지지율이 한참 전에 올랐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전통적 지지층’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유는 다 안다. 심판이 끝난 세력의 연합에 불과하다는 사실, 심판의 골격이 잡혔는데도 이를 구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 이유다. ‘전통적 지지층’이, 그리고 반MB정서를 공유하는 국민이 원하는 건 ‘양적 팽창’이 아니라 ‘질적 전환’이다.

이게 해법일지 모른다. 정동영 전 의장의 전주덕진 출마를 제어하고 나아가 민주당의 분열상을 통제할 방법으로 ‘개혁 공천’을 감행하는 게 해법일지 모른다. 전주 덕진과 완산갑, 그리고 인천부평을 공천에서 ‘새로운 질’을 담보한 개혁적인 인사를 전략공천하는 게 묘수일지 모른다. 그렇게 시동을 걺으로써 지역과 계파 우선의 출마논리에 쐐기를 박고 지역과 계파 우선의 신접살림에 찬 물을 끼얹는 게 나을지 모른다.

하지만 걸린다. 그렇게 밀어붙이기엔 정세균 체제가 너무 허약하다. 관철시킬 힘이 약할뿐더러 ‘개혁’을 입에 올릴 만큼 선명하지도 못하다. 그래서 변질될 수 있다. 정세균 체제가 ‘개혁 공천’을 감행해도 ‘개혁을 가장한 기득권 지키기 공천’으로 공격당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인물로 밀어붙이면, 그 누구도 ‘개혁적 인사’임을 부정할 수 없는 사람을을 내세우면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도 커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한 사람치고 그렇게 평가될만한 사람은 없다.

답을 찾기 어렵다. 민주당의 상태는 중증이고, 정동영의 전주덕진 출마는 중증에서 비롯된 합병증세라고 진단 내리는 건 어렵지 않지만 다음 대목에 이르면 말이 막힌다. 아무리 둘러봐도 처방전을 찾을 수 없다. 속 시원히 민주당을 깨고 백지상태에서 선명개혁야당을 새로 건설해야 한다는 얘기를 꺼내는 건 어렵지 않으나 그 맹아가 될 세력을 찾을 길이 없다.

▲사진=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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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 보자. 정동영 씨의 4.29재보선 출마 선언이 민주당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심각한 내홍을 겪을 것이다. 당내 일부 인사가 대놓고 출마 반대를 언급했던 점을 감안하면 조용히 넘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동영의 공천을 놓고 갑론을박과 계파싸움이 극심하게 전개될 것이다.

어떨까? 민주당의 이런 모습이 재보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런 모습이 민주당에 ‘정치 이벤트’가 될 수 있을까? 민주당에 대한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결과적으로 투표율과 지지율을 동반상승시킬까?

맞을 것이다. ‘정동영 내홍’이 언론의 촉각을 자극하고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킬 것만은 확실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민주당이 거둬들일 수 있는 ‘소출’은 이게 전부다. 그 다음부터는 앉은 자리에서 맥없이 당해야 한다. 손해 보는 장사인 걸 뻔히 알면서도 감수해야 한다.

민주당이 지지고 볶을수록 한나라당에 대한 관심은 반감된다. 더불어 이명박 정부 중간심판이란 4.29재보선의 전선 성격이 흐려진다. 그 대신 점증할 것이다. 한나라당에 불만 못잖게 민주당에 대한 염증이 확산되면서 유권자들이 아예 고개를 돌려버리는 현상을 낳을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가 그렇게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은 바닥을 기고 ‘무당파’의 비율은 높아지는 추세다. 민주당의 ‘정동영 내홍’은 이런 추세에 엔진을 달아줄 공산이 크다.

민주당이 계파와 신구가 얽혀 멱살잡이를 하면 할수록 반MB연합전선에 대한 요구는 줄어든다. 민주당이 '흘러간 인물'을 공천하면 진보정당 안에서 반론이 제기된다.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민주당, 열린우리당의 흔적을 지우지 못한 민주당과 과연 손을 잡아야 하느냐는 반문이 나온다. 강화될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의 염증이 점증하면 진보정당 내에서의 이런 반대 목소리 또한 커질 것이다.

이러면 ‘상황 끝’이다. 지지율이 한나라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민주당이다. 게다가 투표율이 구조적으로 저조할 수밖에 없는 재보선이다. 돌출변수 없이 치러도 ‘MB 중간심판’이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는 재보선이다. 이런 판에 내홍과 분열을 야기할 ‘정동영 변수’가 돌출됐으니 그 누가 4.29재보선에서의 야당 압승을 장담할 수 있겠는가.

혹자는 그래도 거둬들이지 않는다. 정동영과 같은 ‘거물 정치인’이 출마하면 재보선에 대한 국민 관심도를 올리고 투표율을 올릴 것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한다.

맞다. 하나의 조건만 추가되면 그럴 것이다. ‘거물끼리의 대결’이 추가된다면 그럴 것이다. 예를 들어 정동영 씨가 인천 부평을에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맞붙는 상황이 연출된다면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건은 추가되지 않는다. 박희태 대표의 인천 부평을 출마는 ‘없던 일’이 되고 있다. 게다가 정동영 씨가 출마하려는 곳은 수도권이 아니라 호남이다. 길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도 ‘정동영 당선’을 예측하는 그곳에서 가볍게 몸을 풀려는 것이다.

이건 ‘빅매치’가 아니다.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재보선 판을 키우는 그런 매치가 아니다. 개인의 안위만이 담보되는 ‘호신용 승부’일 뿐이다. 조직의 안녕을 해치는 ‘내란성 싸움’일 뿐이다.

▲사진=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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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전운이 감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7일 이후 직권상정 가능성을 시사하고 고흥길 문방위원장은 26일 미디어관련법 상정을 예고한다. 파국으로 내달리고 있는 것이다.

근데 이상하다. 한나라당 안에서 다른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이 말했다. “(미디어 관련법을)상정만 해준다면 2월 중에는 처리하지 않겠다는 수정제안도 (민주당이)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한나라당의 3선 중진인 권영세 의원이 말했다. “괜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법안은 뒤로 미루고 한나라당이 경제에 올인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또 있다. 여권 실세인 이상득 의원이 지난 8일 이명박계 비공개 모임에서 했다는 말이다. “앞으로 100일이 국정을 판가름한다”고 했다.

종합하면 이렇다. 한나라당은 전투태세를 갖추지 못했다. 당내 이견이 공공연히 표출될 정도로 집안 단속에 실패하고 있다. 초재기에 몰려있는 것도 아니다. 꼭 2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절박감도 없다. 오히려 앞으로 100일을 내다볼 정도다.

그럼 뭔가? 성동격서 전략일까? 야당의 말초신경을 미디어 관련법에 집중시킨 다음에 다른 쟁점법안을 처리하려는 걸까?

가능하지 않다. 한나라당이 이렇게 처리하도록 야당이 방치한다면 그건 거래 또는 전략의 기본도 모르는 행위다. 열세 야당이 강구할 수밖에 없는 연계전략 카드를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다. 이렇게 상상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오히려 이 점에 착목할 필요가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경고했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할 경우 지난해 12월 외통위 사태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상임위 활동 전면 보이콧을 경고한 것이다.

야당이 이렇게 나오면 쟁점법안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상임위가 사실상 마비되고 법안 심의는 중단된다. 결국 기댈 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뿐인데 이조차 불투명하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은 국민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할 때만 할 것”이라고 선을 그어버렸다.


그래서 궁금하다. 한나라당은 도대체 뭘 어쩌자는 것인가? 당장 처리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미디어 관련법으로 전운을 고조시키는 이유가 뭘까?

그게 고리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입장에서도 미디어 관련법이 고리이기 때문이다.

의장 직권상정 카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한나라당이 강구할 묘책은 따로 없다. 오로지 하나, 쟁점법안에 대한 일괄타결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변해야 한다. 핵심 쟁점인 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입장을 조정해야 한다. 야당이 내세우고 국민이 그렇게 바라볼 정도로 ‘등가교환’의 모양새를 만들어줘야 하고 그러려면 최소한 미디어 관련법에서 양보안을 내놔야 한다. 철회 또는 대폭 수정 카드를 내놓고 금산분리와 출총제 같은 ‘경제법안’을 따내야 한다.

민주당 입장도 마찬가지다. 의석수가 절대 열세인 자신들 입장에서 일괄타결을 통해 주고받기를 하는 것 자체가 성과다. 그래서 굳이 마다 할 이유가 없다. 다만 한 가지가 걸린다. 거래품목이다, 사문화 되다시피 한 출총제를 내주는 것까지는 강구할 수 있어도 금산분리마저 맥없이 내주면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 경제민주화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지지층의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역풍을 피하려면 분산시켜야 한다. 관전자의 눈길을 상징효과가 큰 쪽으로 돌려야 한다.

맞아떨어진다. 미디어관련법을 놓고 전운이 고조되면 극적 효과는 배가된다. 한나라당의 ‘양보’는 대승적 결단이 되고 민주당의 ‘거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된다.

문제는 시기다. 일괄타결을 이룰 시기를 언제로 잡느냐가 중요하다. 당기면 잡음이 나온다. 여야 모두 ‘너무 쉽게 내줬다’는 내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미루는 게 좋다. 가급적 2월 국회 이후로 미루는 게 좋다. 이왕이면 4월 재보선 쟁점이 되지 않도록 멀찌감치 미루는 게 좋다.

근데 난감하다.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 사이에 몇 가지 변수가 돌출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원내 지도부가 바뀐다. 누가 원내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타결의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

재보선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행여 어느 한 당이 참패를 하는 상황이 빚어지면 정국지형이 바뀌고 이해의 균형관계가 깨진다.

여야 모두 일괄타결의 불가피성을 인정한다면 남는 문제는 결국 시기다. 어떤 시기에 어떤 모양새를 연출하며 일괄타결을 이뤄낼지가 관건이다. 무작정 당기지도 않고 마냥 미루지도 않는, 절묘한 타이밍을 잡아내는 게 관건이다.

물론 단편적일 수 있다. 이런 진단과 전망이 반쪽짜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상수, 바로 청와대의 희망과 욕심을 살피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뜨뜻미지근한’ 홍준표 체제 대신 강성 원내 지도부를 세운 다음에 입법전쟁을 재촉발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한나라당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생각이 없는 건 아닌 모양이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그랬다. 4월 재보선 출마 여부를 묻는 ‘전북도민일보’ 기자에게 “지금 상황에서 출마에 대한 뜻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하면서도 여운을 남겼단다. “때가 되면 참모들과 의견을 나눌 생각이며 무엇보다 지역 내 어른들과도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단다.

주목하자. “지역 내 어른들과 상의할 것”이라는 말에 주목하자. 그 지역이 어디일까? 전주 덕진이다. 민주당 김세웅 의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벌금 500만원을 받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는 순간 무주공산이 되는 곳이다. 18대 총선 전까지 정동영 전 의장의 텃밭이었던 곳이다. 

땅 짚고 헤엄치기다. 정동영 전 의장이 출마를 결심하는 순간 금배지는 따 논 당상이 된다.


너무 쉽다. 너무 안이하다. 정동영 전 의장이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나던 그 때의 영상에 대비하면 지켜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너무 게으르다.

명색이 대선 후보였던 그다. 4.9총선에서 민주당의 부활에 헌신하겠다며 정치적 연고가 없는 지역(서울 동작)에 출마했던 그다. 1년 전의 위상과 반 년 전의 다짐에 견줘보면 정동영 전 의장의 전주 덕진 출마는 기회주의 행태에 가깝다. 제 한 몸 편하자고 꽃가마 타려는 행태와 같다.

자신의 깜냥을 평의원 정도로 스스로 격하시키고자 한다면 굳이 토를 달 생각은 없다. 정치에 입문한 이래 줄곧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던 그의 이력을 잘 알기에 ‘조명발’ 향수병이 있으리라 짐작도 한다.

하지만 토를 안 달 수가 없다. 그가 재보선에 출마하면, 그가 원내에 진입하면 일개 평의원으로 머물 것이 아니기에 토를 달지 않을 수가 없다.

민주당의 최대 고민은 ‘스타’가 없다는 것이다. 당 지지율이 요지부동인 상태에서 ‘스타’조차 보유하지 못해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있는 게 최대 문제다. 이런 민주당에 정동영은 유혹거리다. 민주당의 어느 누구보다 지명도가 앞서는 그 아닌가.

조건이 갖춰질 수 있다. 4월 재보선에서 행여 민주당이 패배하면 정세균 체제가 흔들린다. 가뜩이나 정체성 없는 지도부라고 욕을 먹는데 여기에 ‘이명박 실정’의 반사이익조차 수확하지 못하면 정세균 체제는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다.

전주 덕진에서 재기한 정동영 전 의장이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면 당을 접수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과거 정동영계로 분류됐던 의원 상당수가 아직 당내에 포진해 있으니 세를 규합해 당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다.

그 뿐인가. 재보선 후에 당을 거머쥐면 2010년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당내 세력기반을 넓히고 나아가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바로 이게 문제다. 이런 뻔한 행로를 정동영의 경쟁자들이 모를 리 없다. 손학규․김근태 같은 인물들이 두 눈 멀건이 뜨고 정동영 전 의장이 민주당을 접수하는 걸 지켜볼 리 만무하다. 대응하지 않을 수 없고, 재보선 출마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되겠는가. 상황이 이렇게 흐르면 민주당의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물어볼 필요가 없다. 복고정당이 된다. 한 물 간 옛스타들이 떼로 나와 흘러간 노래를 부르는 그 겨울의 찻집이 되기 십상이다.

지지할 리 만무다. 국민이 이런 민주당을 지지할 리 없다. 이미 심판은 끝났다. 그런 민주당에 대한 심판은 지난 대선과 총선을 통해 가혹하게 내려졌다. 굳이 또 한 번 심판하라고 한다면 그 결과는 부관참시가 될 공산이 크다.

정동영 전 의장이 ‘때’를 강조했으니 되받자. 지금은 때가 아니다. 정동영 전 의장이 나설 때가 아니다. 기다린다고 해서 ‘때’가 자연히 도래할 가능성도 없다. 김대중․노무현의 우산 밑에서 감초 역할로 정치적 입지를 다졌던 과거의 행적과는 전혀 다른 리더십을 갈고 닦지 않는 한, 유창한 언변을 무기 삼아 지명도에 안주하는 행태를 버리지 못하는 한 앞으로도 ‘때’는 오지 않는다.

정동영 전 의장이 진정 살고자 한다면 죽고자 해야 한다. 지명도를 버리고 안식처를 접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 정동영'에 배어 있는 시퍼런 멍자국을 지울 수 있다.

정동영 전 의장이 살고자 하기에, 죽는 길로 가고자 하기에 던지는 말이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