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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20 재벌2세들은 왜 흉기를 휘두를까? (2)
  2. 2009/09/09 정몽준의 색 바랜 흑백사진 두 장 (7)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쇠파이프(한화 측은 김 회장이 주먹만 휘둘렀다고 주장한다)였고, 최철원 전 M&M대표는 알루미늄 배트였다. 그리고 이번엔 공업용 칼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6촌동생인 박모 금동산업 대표가 업무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 박모 씨를 폭행하면서 공업용 칼을 집어던졌다고 한다.

각설하자. 노블리스 오블리주니 사회적 책임의식이니 하는 따위의 점잖은 ‘훈계’는 집어치우자. 애당초 기대하지 않았다.

관심사는 배면이다. 재벌2세들이 걸핏하면 흉기를 집어 드는 이유다. ‘보필’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어 숫적으로 우세한데도 흉기를 휘두르는 이유다. ‘싸움’의 법칙을 어기는 이유다.

힌트는 ‘저항’이다. 김승연 회장의 쇠파이프에 위협당한 사람은 김 회장의 아들을 폭행한 사람이고, 최철원 전 대표의 배트에 맞은 노동자는 인수합병에 저항한 사람이며, 박 대표의 칼부림 대상이 된 사람은 박 대표 측 주장에 의하면 업무 지시에 따르지 않은 사람이다.

재벌2세들이 보기에 이들은 ‘별종’이다. 넓게 보면 이들은 ‘NO맨’이다. ‘까라면 까야’ 하는데 ‘까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재벌2세들의 염장을 지르고 복장을 터지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이명박 정권 들어 유행하는 말로 하면 소통 대상이다. ‘까지’ 않는 연유를 묻고, ‘까게’ 만들 방법을 물어야 할 사람들이다. 헌데 재벌2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까지’ 않는 데 대해 소통을 시도하는 게 아니라 그냥 ‘깠다’. 흉기로….

여기서 파탄 현상을 본다. 소통에 능하지 않은, 아니 아예 소통 의사가 없는 재벌2세들의 진면목을 본다. 그들에게 소통은 ‘나와바리’ 간에나 이뤄지는 대화 양식이지 ‘나와바리’ 내에서 이뤄지는 대화 양식이 아니다. ‘나와바리’ 내에서의 소통은 오로지 상명하복일 뿐이며 그에 따르지 않는 사람은 징치의 대상이지 대화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기에 그들에게 흉기는 지휘봉이다. 지시와 명령에 따르지 않는 ‘꼬붕’에게 휘두르는 ‘빳다’이다. 그들은 그렇게 여긴다.

사실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조 설립 붐이 일었을 때 이미 나타난 현상이다. 숱한 재벌, 숱한 기업이 대화를 하려 하지 않고 구사대를 동원해 노조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려고 했던 행태의 잔영이다. 차이가 있다면 구조적 폭력이 개인화 되었다는 점 뿐이다.

아이러니 하지만 이렇게 보면 앞서 거론한 재벌2세들은 ‘부진아’다. 대다수 다른 재벌들이 그나마 ‘학습효과’를 통해 저강도 전략으로 돌 때 그마저도 따라가지 못한 ‘부진아’다. 시차에 적응하지 못하고 문화적 충격에 적응하지 못한 ‘부진아’다. 재벌의 특장으로 여겨지는 놀라운 환경 적응력조차 체득하지 못한 재벌답지 않은 재벌2세들이다.

▲사진=최철원 전 M&M 대표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1.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색 바랜 흑백사진 두 장을 꺼내들었습니다. 한국전쟁 때 부산에서 피란생활을 하던 사진, 그리고 얼마 후 서울로 올라와 찍은 사진입니다.

그는 흑백 사진 두 장을 내보이며 말했습니다. “어려웠던 이 시절에 가졌던 마음을 항상 간직하고, 평범한 가정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정부가 서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 정몽준 대표가 재벌 출신이라는 점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재벌 2세 이미지를 탈색하고 친서민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정몽준 대표는 사진첩을 뒤졌습니다.

2.
미안하지만 솔직히 말해야겠습니다.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정몽준 대표가 꺼내든 흑백사진 두 장을 보면서 ‘궁색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몽준 대표가 태어난 때는 1951년 10월입니다. 그 흑백사진이 찍히던 시절, 정몽준 대표는 강보에 싸인 젖먹이였습니다. 천지분간도 못했을 그 핏덩이 시절에 의지해 “어려운 가정”과의 정서적 유대를 구축하려고 하니 실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3.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출신’은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면서도 서민과 약자를 위해 한 평생 바친 사람이 적잖습니다. 정반대로 서민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면서도 그걸 콤플렉스로 여기며 일신의 영달에 몸 바친 사람도 적잖습니다.

‘출신’이, ‘과거’가 칸막이가 되는 경우도 적잖습니다. 불우한 가정환경 아래서 태어나 각고의 노력 끝에 자수성가를 이룬 사람들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칸막이입니다. ‘과거’에 대해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고 성공 신화를 절대화하는 사람들에게 간혹 나타나는 칸막이입니다.

달라진 사회경제적 환경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만을 내세웁니다. 똑같은 서민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면서도 자신처럼 자수성가를 이루지 못한 사람들을 낙오자로 간주합니다. 자수성가를 독선의 자양분으로 삼으면서 소통을 거부합니다.

자수성가 이데올로기에 빠진 사람에게 사회 시스템과 복지 체계는 별로 안중에 없습니다. 자신이 각고의 개인적 노력 끝에 성공을 일궜듯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다그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다그치면서 경쟁과 효율의 논리를 강제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강제하면서 독선과 아집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끔찍합니다. 이런 사람이 가장이 되면 가족이 힘들어집니다. 이런 사람이 국가 지도자가 되면 국민이 고달파집니다. 이해와 배려, 보호와 지원은 기대할 수 없고 경쟁과 평가, 훈계와 상벌이 강제되기 때문입니다.

4.
국민이 재벌 2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자수성가 이데올로기에 빠진 가부장과 똑같이 경쟁의 논리, 효율의 논리에 물들어 있을까봐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세상사를 적자생존의 경제논리로 바라볼까봐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기업형 슈퍼마켓이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키듯 경쟁과 효율의 논리가 복지를 초토화시킬까봐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정몽준 대표가 정치 지도자로 안착하려면 지워야 합니다. 색 바랜 사진 몇 장으로 ‘출신’을 지우려 할 게 아니라 자신의 시선에 “어려운 가정”의 실상을 천연색으로 담아야 합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고등어를 4만원 어치 살 게 아니라 인근 쪽방촌에서 4만원에 벌벌 떠는 서민들의 흑백 생활상을 살펴야 합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사진=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8일 취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