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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4/29 '포식자'는 '용산'을 기억하지 않는다 (10)
  2. 2008/09/23 <조선일보> 전망대로만 된다면야… (45)

#1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악에 받혀 1년 넘게 싸우던 철거민 아주머니가 울었습니다. 서울 성수동에서 지하 셋방에 살다가 재건축 바람에 등 떠밀린 철거민 아주머니가 이주비 보상(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이주비도 지급하지 않습니다) 등을 강하게 주장하다가 끝내 눈물을 훔쳤습니다. 집주인 얘기가 나온 대목에서였습니다.

재건축이 확정되는 순간 닦달하더랍니다. 재건축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교회를 같이 다니던 집사님이었답니다. 그랬던 집주인이 이사 가겠다고 각서를 쓰라고 요구하며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오더랍니다.

“세입자 주제에 나가라면 나가지 골치 아프게 하냐고 저녁마다 찾아와 싸웠어요. 애들 보는 앞에서…(눈물)…애들 보는 앞에서 우니까 애들이 엄마 울지 말라고…(눈물)….”

철거민 아주머니는 끝내 말을 맺지 못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3년 넘게 나가던 교회도 괜히 못 나가게 됐다며 폐건물 한 켠에 마련된 철거민 숙소 방바닥만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2
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고 합니다.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정치권의 제도정비 약속은 없던 일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잊혀지고 있다고 합니다. 희생자들의 장례를 치르지도 못했건만 분향소를 찾는 발길이 잦아들고 있다고 합니다.

당연한 현상인지 모릅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 상당수도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국민 일부는 불편해 합니다. ‘용산참사’를 기억하지 않으려 하고 잊히기를 기대합니다. 성수동 철거민 아주머니 가슴에 대못을 박았던 집주인들은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분명히 목격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박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똑똑히 목도했습니다. 총선 후보들의 뉴타운 공약에 춤을 췄습니다. 욕망을 자극하는 정치권의 장단에 맞춰 욕망의 춤사위를 펼쳤습니다.

지난 3월 31일 어느 뉴타운 재개발 조합은 조합 임원들에게 74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세입자수를 3350명에서 2200명으로 줄여 120억원을 아꼈고, 이주기간을 4개월 단축해 128억원을 줄였다는 등의 이유로 거액의 보너스를 쥐어주려 했습니다(이 의결은 일주일 뒤 일부 조합원의 반발과 여론의 비난에 못 이겨 철회됐습니다).

정치권이 굳이 나설 이유가 없습니다. 세입자들은 언제 자기 지역구를 뜰지 모르는 철새 유권자인 반면에 집주인들은 지역구에 터 잡고 살아가는 텃새 유권자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표심에까지 영향을 미칠 유력한 전파자입니다. 줄을 서 있습니다. 이런 집주인들이 차고 넘칩니다.

어리석은 짓입니다. 이런 유권자들과 척을 지면서 세입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만드는 건 정말 어리석은 짓입니다. 세입자에 욕 먹어봤자 귀가 잠깐 아플 뿐이지만 집주인에게 욕 먹으면 낙선을 각오해야 합니다.

#3
‘용산참사’는 기억되지 않습니다. 기억할 필요도 없습니다.

‘용산’은 정글입니다. 적자생존의 법칙이 지배하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희생된 사람들과 이곳에서 쫓겨난 세입자는 초식동물입니다. 포식자의 멈추지 않는 식욕을 채워주는 슬픈 초식동물입니다.

초식동물의 시체를 거름 삼아 초원의 풀이 자라고, 그 풀을 엄폐물 삼아 육식동물이 또 다른 먹잇감을 노리듯  ‘용산’의 폐허 위로 초고층 아파트가 오르면 잊을 겁니다. 위풍당당한 초고층 아파트 사이로 또 다른 욕망(특목고 설립과 같은)을 잉태하면서 하늘을 쳐다볼 겁니다. 발 밑에 슬픈 초식동물의 비명이 묻혀있다는 사실을 새까맣게 잊은 채….

▲사진=한 시민이 ‘용산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분향하고 있다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종부세 완화에 찬성할 수 있다. 완화가 아니라 폐지를 한다고 해도 군말 할 생각이 없다. <조선일보>가 내놓은 전망대로만 된다면 순순히 정부와 여당의 결정에 따를 용의가 있다.

<조선일보>가 그랬다. “이번 조치로 인해 저가 주택 수요가 줄고 ‘고가 1주택’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부세 완화 조치로 “가구에 따라 적게는 몇백만원, 많게는 몇천만원의 부담이 사라지면서 고가 주택 보유 성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삼 확인했다. “‘1가구 1주택’ 시대가 정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종부세 완화에다가 “앞으로 3년 이상 보유, 3년 거주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세 부담도 대폭 줄어드는” 요인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얼마나 쾌청한 전망인가? 돈 많은 사람들이 1주택에 만족하면 투기가 사라진다. 더불어 저가주택 가격이 투기요인 때문에 상승하는 일도 없어진다. 그만큼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도 넓어진다.

이렇게만 된다면 돈 많은 사람들이 99칸 기와집에서 살든 100평짜리 펜트하우스에서 살든 관여할 일이 아니다. <조선일보>의 전망과 예상이 현실화하기만 한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근데 그럴 것 같지가 않다.

종부세를 도입한 취지 가운데 하나가 투기 차단이었다. 과세기준을 기준시가 6억원 이상으로 정하고, 세대별 합산과세를 했던 이유가 그것이었다. 한 가구가 필요 이상으로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투기 목적으로 사들인 여러 주택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환수하기 위해서였다.

근데 이 게 풀린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종부세 완화 조치에 따라 투기 차단 장치가 풀린다. 과세기준을 9억원으로 올리고 세율을 3분의 1로 깎아주면 주택 보유 여지가 두세 채에서 서너 채로 넓어진다.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다. 종부세 완화 조치는 투기의 필요조건을 갖춰주는 것이다.

물론 충분조건까지 풀세트로 갖춰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조선일보>도 거론한 것처럼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이고,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투기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할 수는 없다. 더구나 주택대출 규제는 아직 풀리지 않았고 금리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하지만 이런 요소가 어느 순간 가신다면, 그래서 투기의 충분조건까지 갖춰진다면 종부세 완화가 기폭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고가 1주택’을 선호하는 경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저가 다주택’까지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현상을 촉발할 수 있다.

이 분석은 지극히 평범한 것이다. 어려운 경제이론을 들먹일 필요도 없는, 한국 땅에서 이사 몇번 다녀본 사람이면 누구나 터득했음직한 경험칙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전혀 엉뚱한 전망을 내놨다.

왜일까? <조선일보>는 왜 현실과는 한참 괴리된 전망을 내놓은 걸까?

기본 설정이 다르다. <조선일보> 해당 기사 어디에도 ‘투기’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기사 행간을 지배하는 개념은 ‘주거’다. 따라서 부동산 거래의 성격도 실소유로 규정돼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투기’ 요인을 <조선일보>는 논하지 않는다.

토를 달지는 않겠다. 필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효용이 없어서다. 남들 다 아는 얘기다.

이 점만 확인하고 마무리하자.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전국민의 절반 가량이 셋방살이를 한다고 전했다. 전국의 주택 가운데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는 자가주택 비율은 55.6%, 서울의 자가주택 비율은 44.6%라고 했다.

분석도 곁들였다. 투자나 임대수입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시했다. 자가주택 비율이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대전(52.0%)은 행정복합도시 영향으로 투자 목적의 수요가 유입된 데 따른 것이고, 경기지역에서 자가주택 비율이 가장 낮은 과천(39.2%)은 재건축을 바라보는 투기수요가 많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의 보도를 간단하게 갈무리하면 이런 얘기가 된다.

‘‘투자’ 또는 ‘투기’ 수요가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있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