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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 사립고'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10/21 외고를 국제고로? 이건 또 뭔가? (2)
  2. 2009/10/20 조중동에게 묻는다 "어찌 하오리까?" (4)
  3. 2008/04/16 교육 자치한다고? 발 밑을 보라 (9)


태산명동에 서일필인가? 판이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정부가 외고를 국제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단다. 교과부가 다음 주 외부기관에 의뢰할 ‘외고 개편 연구용역’의 초기 구상 핵심내용이란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정말로 외고가 자율형 사립고가 아니라 국제고로 전환된다면 공염불이 된다. 외고발 사교육 요인을 제거하겠다는 애초 구상이 무너져버린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율형 사립고는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 중학교 내신 상위 50% 안에서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반면에 국제고는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내신 반영은 기본이고 영어시험이 추가된다.

여권 관계자는 입학 전형이 내신 위주로 바뀌어 사교육비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고, 영어 시험도 외고와는 달리 중학교 범위 내에서 출제돼 사교육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쓸데없는 소리다. 현실을 호도하는 소리에 가깝다.


사교육 논란의 핵심 문제는 출제 수준이 아니라 시험 유무다. 어떤 형태든 시험이 유지되는 한 사교육에 의지한 경쟁은 근절되지 않는다. 시험이 상대평가인 한 남보다 1점이라도 더 받아야 입학할 수 있기에 1점을 위한 과다 투자는 불가피하다. 내신이 예외일 수 없고 영어가 예외일 수 없다.

다른 문제도 있다. 국제고에서 영어 시험을 치르는 건 교육당국이 보증한 ‘자율권’이다. 그래서 맘대로 할 수 있다. 지금은 중학교 범위 내에서 출제한다지만 언제든 출제 수준을 높일 ‘자율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등이 추진하는 ‘자율형 사립고로의 전환’ 방안이 반쪽짜리인데도 공감을 산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사교육 유발 요인이 재생되고 변이될 여지를 차단하려 한 그 취지에 공감한 것이다.

헌데 교육당국은 이 ‘최소치’를 허물려 한다. 누구나 다 아는 현실을 짐짓 모른 체 하면서 고름이 번지는 환부에 파스를 붙이려고 한다.

평가는 이 정도로 갈음하고 시선을 돌리자. 추이다.

금은 이미 갔다. 외고 문제를 놓고 여권 내부, 보수세력 내부의 균열상이 분명히 드러났다. 보수정당 의원들은 외고를 아예 없애자 하고, 보수언론은 외고를 유지하자 하고, 보수정부는 국제고로 대충 ‘퉁’ 치려고 한다. 어떻게 될까? 여권 내부, 보수세력 내부의 이 균열상이 어떤 지각 변동을 야기할까?

다른 건 몰라도 하나는 확실하다. 친서민 정책이 도마 위에 오른다.

이명박 대통령을 위시한 여권 인사들은 교육문제를 운위할 때마다 ‘친서민’을 앞세웠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교육비 부담이 서민 가계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요인인 만큼 총리실이 중심이 돼서 좀 더 근원적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정운찬 총리에게 주문한 바 있고, 정두언 의원 역시 “외고의 자율형 사립고 전환은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서민을 따뜻하게 하자는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중도실용정책에 가장 부합하는 정책”이라고 말한 바 있다.

평가받을 것이다. 여권 인사들의 그 때 그 발언에 진정성이 담겼었던 것인지, 구현 의지가 있었던 것인지 어렵지 않게 가늠될 것이다. 외고의 향후 진로에 따라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지폐의 부피가 달라지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게 바로 서민이니까.

▲캡쳐=오늘자 조선일보 1면 머릿기사

Posted by '토씨'


예상대로다. 조중동은 외고 폐지-자율형 사립고로의 전환 방안에 반대한다.

사교육 유발이란 하나의 요인만 볼 게 아니라 교육 전반을 봐야 한다며 “수월성 교육을 통해 평준화의 폐해인 학력 저하를 줄이고 교육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해 온”(중앙일보) 점을 놓쳐선 안 된다고 한다. “과열 사교육이 문제라면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서는 게 먼저이지 다짜고짜 외고를 폐지하자는 주장부터 내놓는 것은”(조선일보) 부적절하다고 한다.

이해한다. 조중동은 그간 평등교육 주장에 맞서 수월성 교육을 옹호해온 언론이다. 이런 언론이 외고 폐지 방안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존중한다. 조중동의 주장에 대한 찬반 입장을 떠나 그들의 주장을 현실에 엄존하는 하나의 입장으로 존중한다. 그들의 주장을 배쳑 대상이 아니라 토론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래서 토론하려고 한다. 조중동이 주장하는 외고 폐지 반대 주장이 적합한 것인지를 놓고 토론하려고 한다. 하지만 할 수가 없다.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조중동은 주장만 펼 뿐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다. 단지 사교육 문제와 수월성 교육을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선택을 요구한다. 아니, 말이 잘못됐다. 조중동은 사교육 문제와 수월성 교육을 같은 반열에 올려놓은 게 아니다. 형식상으로는 맞세웠지만 내용상으로는 등급을 나눴다. 외고가 사교육을 유발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수월성 교육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외고 폐지는 안 된다는 그들의 논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들에게 사교육 문제는 부차적인 것이다.

그래도 인정할 수 있다. '조선일보' 지적처럼 과열 사교육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내놓는다면 조중동이 주장하는 수월성 교육을 인정할 수 있다. 교육문제에서 경쟁 요인을 완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글로벌 리더를 키운다는 주장을 마냥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인정할 수 있다.


헌데 없다. 조중동의 사설 어디를 뒤져봐도 사교육 해소를 위한 해법은 없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의 어제와 오늘자 사설에선 일언반구 말이 없다. “외고가 사교육비를 증가시킨 측면을 부정하기 어렵다”(동아일보)면서도 해법에 대해서는 전혀 말이 없다.

그나마 해법을 제시한 곳은 ‘조선일보’인데, 이 신문의 해법 또한 애매하고 모호하다.

‘조선일보’가 오늘자 사설에서 밝힌 해법은 영어듣기시험과 관련된 것인데 폐지하자는 것인지 완화하자는 것인지 주장이 모호하다. “외고의 언어듣기시험은 조기유학을 갔다 온 학생들 수준에 맞춘 고난도 시험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지적하면서도 “학교 교육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입시라면 곤란하다”는 수준에서 주장을 멈춰버린다.

표현은 모호하지만 해석은 분명하게 하자. ‘조선일보’의 주장을 영어듣기시험 폐지로 받아들이자. 그럴만한 정황이 있다.

‘조선일보’가 해법이라며 하나 추가한 게 있다. “저소득층에게 상당한 입학 쿼터를” 주고 “입학사정관제 방식의 입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고액의 과외를 받을 형편이 못 되는 아이들에게 외고의 문을 활짝 열어줄 방안”이라면서 제시한 것이다.

자세히 살필 필요도 없다. 같은 것이다. '조선일보'의 해법은 대원외고가 외고 폐지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입시 개선안과 같은 것이다. 이게 바로 정황이다. 대원외고는 영어듣기시험 폐지를 내세웠다.

그럼 어떨까? ‘조선일보’, 그리고 대원외고의 해법이 외고 폐지론을 제압하는 무기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 아니다. 

굳이 상술할 필요가 없다. 외고 폐지를 주도하는 정두언 의원이 이미 밝혔다. 외고는 영어듣기시험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게 아니라고, 그것 말고도 내신과 면접이 있다고, 따라서 이것을 놔두면 사교육은 결코 해소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짓이라는 지적이다.

저소득층에게 입학쿼터를 주는 방안도 그렇다. 이건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던져주는 짓과 같다. 사교육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사교육을 보완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사교육 경쟁에 뛰어든 중산층 이상 가정 자녀의 문제는 온존시킨 채 사교육 경쟁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저소득층 가정 자녀를 통해 과열 양상을 가리고자 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조중동은 방향을 잘못 잡았다. ‘도 아니면 모’인 문제에 ‘개나 걸’ 논법을 대입하는 바람에 자충수에 빠지고 말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영어듣기시험이다. 조중동이 그토록 강조하는 수월성 교육을 강화하려면, 이를 통해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려면 영어듣기시험을 폐지할 게 아니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 듣기시험을 영어로 한정할 게 아니라 제2외국어로 확대해야 한다.

그게 논리적으로 맞다. 그래야 수월성 교육이 만개하고 글로벌 인재 양성 성과가 커진다. 외국어에 덜 능통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수월하니까, 외국어 교육 수준을 높여야 글로벌 인재 양성이 수월해지니까 그렇다.

하지만 차마 이렇게 말하지 못한다. 이렇게 말하면 과열된 사교육 바람을 감내하라는 얘기로 연결되니까, 결국은 외고 폐해론을 강화시키니까….

두고 볼 일이다. 조중동이 이 자충수에서 어떻게 벗어나는지, 강변 또는 순응의 외길 외에 제3의 길을 여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지켜 볼 일이다.

▲사진=서울지역 외고 합동설명회 장면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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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치동에 있는 한 입시학원 모습 ⓒ오마이뉴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 자율화라고 했지만 크게 보면 교육 자치다.

흐름이 그렇다. 초·중·고교 자율화만 추진하는 게 아니다. 대학입시 업무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넘기기로 했다. 올 하반기에는 특수목적고 설립 시 교육감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사전협의하는 제도를 없앨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다시 정리할 필요가 없다. 일상적인 학교 운영과 입시 업무에서 손을 떼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좋다. 교육 자치를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다. 사실 중앙정부가 시어머니 노릇 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교육의 대계를 짜는 게 아니라 0교시 수업이나 심야 보충학습과 같은 시시콜콜한 문제에 개입해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건 교육 자치의 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국가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동의할 수 있다. 과정에서 나타날 시행착오를 감수할 마음도 다질 수 있다.

조건만 갖춰지면 그렇다. 교육 자치를 구두선으로 읊조리는 게 아니라 뿌리내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가면서 추진하는 것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럼 조건이 뭘까? 교육 자치를 실현시키는 조건이 뭘까?

1. 무엇보다 앞서는 조건은 교육감의 대표성이다.

교육 자치의 사령탑이 교육감이라는 건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교육감이 어떤 교육철학을 갖고 있고, 어떤 교육 정책을 펴는지를 교육 수요자가 정확히 알아야 하고, 교육감은 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수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소통의 통로가 바로 교육감 직선제다.

현실은 어떨까? 지난해 2월 부산에서 처음으로 치러진 교육감 직선제의 투표율은 15.3%였다. 지방선거와 총선을 막론하고 광역시도 단위 선거 가운데 최저를 기록한 투표율이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울산·충북·경남·제주 교육감 선거에선 모두 기호 2번이 당선됐다. 정당 추천이 아니어서 가나다 순으로 기호를 붙였는데도 모두 기호 2번이 당선됐다. 선거운동기간 내내 1등을 해보지 못한 군소 후보가 이명박 후보와 똑같은 기호 2번을 배정받아 당선된 사례도 있다.

2. 교육 자치가 살려면 지방이 '자력갱생'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 국립대가 지방 교육의 중심축이 돼야 하고, 지방 기업이 지방대 졸업생의 스펀지가 돼야 한다.

현실은 어떨까? 굳이 여러 수치를 들먹일 필요가 없다. 지방 국립대마저 정원 미달에 시달린다는 얘기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방 국립대 수석 졸업생마저 취업을 못했다는 얘기도 구문이다.

지방 기업도 좋지 않다. 영세 중소업체 중심으로 편제돼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내일의 상황도 밝지 않다.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이고, 정부는 수도권 규제를 풀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방자치단체가 나선다. 시민 혈세로 기숙학원을 지어 우등생을 몰아넣고 서울 명문대 입시공부를 지원한다. 이렇게 해서 서울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면 시장·군수 재선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

3. 앞서 열거한 조건이 교육 자치의 '충분조건'이라면 중앙정부가 개입 의사를 완전히 접는 건 '필요조건'이다. 그래야 지방교육 행정이 눈치를 살피지 않고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다.

현실은 어떨까?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대선 후보 시절 자율형 사립고를 150개 만들겠다고 했다. 특목고 사전협의제 폐지를 추진하는 중앙정부의 수반이 자율형 사립고 150개 설립을 공약으로 내건 것이다. 교육감이 알아서 판단할 일을 대통령이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내민 셈이다.

이 사례만 있는 게 아니다. 대학입시 업무를 총괄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낙하산 설이 돌고 있다고 <한국일보>가 보도한 바 있다. 대선 때 이명박 후보 비서실 네트워크팀장을 지냈고, 인수위 시절 사회교육문화분과위원을 지낸 김모 교수를 청와대가 낙점했다는 설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볼 일이지만 중앙정부가 마음을 비우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뉴스임은 분명하다.

이 세 가지 조건만 추려도 정부의 교육 자치정책에 우려를 금할 수 없는 이유를 구성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서울 명문대를 향한 갈망을 버리지 못하는 한 교육감의 교육정책이 입시 위주, 성적 위주로 흐를 건 너무나 자명하다. 교육감 직선제는 입시몰입정책을 추인하고 강화하는 통로로 변질되고, 이에 힘입은 교육감은 더욱 입시 드라이브를 걸 것이다.

학부모는 박수 칠 것이다. 형편이 좋은 극렬 학부모는 자식을 우등반과 서울대 진학반에 넣기 위해 치맛바람을 일으킬 것이고, 생업에 바빠 자식 돌보기 힘든 학부모는 0교시와 심야보충학습에 자식을 맡겨 한시름 덜려 할 것이다.

학생만 죽어나가는 현실이 고착화되면서 교육 자치가 입시몰입교육 자치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해지는 것이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