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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이 똑같다. 보수언론과 진보언론 모두 청와대를 비판한다. 심대평 총리 카드가 무산된 데에는 청와대의 책임이 적잖다고 입을 모은다.

서툴렀다고 한다.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를 총리로 기용하려면 사전작업에 공을 들였어야 한다고 한다. 명색이 정당 대표인 사람을 기용하려면 정책연합과 같은 청사진을 내놓고 정상적인 통로를 통해 협상을 벌였어야 한다고 한다.

일탈했다고 한다. 심대평 총리 카드는 지역주의 연합에 다름 아니라고 한다. 통합형 개각 효과를 극대화하고, 충청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지역주의 세력과 무분별하게 연합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한다.

덤터기를 썼다고 한다. 심대평 대표의 탈당으로 선진창조모임의 원내교섭단체 지위가 상실되는 바람에 한나라당은 완충장치를 잃은 채 민주당과 가파른 대립을 벌이게 됐다고 한다.

이런 비판을 종합하면 결론은 쉽게 나온다. 청와대는 손해를 봤다. 혹을 떼려다가 혹을 붙이게 됐다. 통합형 개각은 김이 샜고, 정치적 노림수는 자충수가 됐다.

근데 왜일까? 켕긴다. 너무 단선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저 살피지 않은 이면이 있는 것 같다. 이런 것이다.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심대평 대표의 탈당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다. 대전충남지역 일부 기초단체장들이 심대평 대표와 행동을 같이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하니까 이미지만 상처를 입은 게 아니라 조직이 약화되는 결과도 안게 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심대평 대표가 탈당 선언을 하면서 이회창 총재에게 각을 분명히 세웠기 때문에 ‘배후 기습’에도 대비해야 한다. 세력은 약해졌는데 전선은 이중으로 쳐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청와대, 나아가 한나라당에게 두 가지 기회를 만들어준다. 맹주가 사라진 틈을 비집고 진군로를 열 기회를 열어주고, 이게 아니더라도 거중 조정의 기회를 만들어준다. 

자유선진당 단독 구도가 되든, ‘심대평당’과의 경쟁 구도가 되든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어느 당이든 대전충남 지역에서 지배주주의 지위를 잃고 소액주주가 되기 때문에 중앙정치 무대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은 반감된다. 이런 처지를 극복하고 다시 지역 맹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지역 민심에 ‘전리품’을 내놔야 한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지원이나 산업경제적 지원과 같은 정책을 끌어내야 한다. 이게 골칫거리가 된다. 대전충남지역에 대한 지원 권한을 갖고 있는 곳은 청와대와 한나라당, 따라서 이들의 행보에 보조를 맞춰야 전리품을 챙길 수 있다. 자유선진당이나 ‘심대평당’은 이전보다 더 확실히 한나라당에 협조해야 하고, 한나라당은 자유선진당(과 ‘심대평당’)을 쥐락펴략 할 여지가 그만큼 많아진다. 

실상이 이렇다. 당장은 손해 같지만 길게는 이익이 될 수도 있는 게 심대평 총리 카드 무산이다. 대전충남지역의 이익과 직결되는 정책을 잘 조율하면 의외의 큰 소득을 얻을 수도 있다. 물론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야박하고, 수도권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하는 정책을 펴면 민주당의 입지를 넓혀주는 결과를 빚겠지만 이런 극단적 상황을 배제하면 조율 기술에 따라 충청 지역을 관리할 수 있다.

근데 문제가 있다. 이런 분석과 전망 또한 단선적이다. ‘전칭’의 오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들여다보면 안다. 대전충남지역에서 반MB 정서가 유포되는 동안에도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호감은 사그러들지 않았다. 그래서 분석했다. 일각에서 ‘심대평 총리’ 카드에 친박근혜 정서를 희석시키기 위한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봤다. 이명박 대통령이 ‘충청 총리’를 기용하고 충청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음으로써 반MB 정서와 함께 친박근혜 정서를 줄이려 한 것으로 봤다. 대전충남지역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어깨를 겨룰 MB직계 인사를 키우려 한 것으로 봤다.

이게 무산됐다. 대전충남지역 민심을 MB에게로 향하게 할 매개를 잃어버렸다. 설령 청와대가 충청지원책을 내놔도 그 효과를 정치적으로 쓸어 담을 채집통을 잃어버렸다. 대전충남지역에서 MB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이끌 결정적 계기를 잃어버렸다.

기묘한 현상을 빚을지 모른다. 이런 사정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어부지리를 챙겨줄지 모른다. 청와대가 정책면에서 충청 지지를 이끌어내더라도 그보다 더 큰 정치적 지지를 박근혜 전 대표가 챙기는 결과를 빚을지 모른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상황이 연출될지 모른다. 이회창이라는 걸림돌이 왜소해진 상태에서 정부의 충청 지원책을 뒷바람 삼으면 지지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사진=탈당 선언한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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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최대 관심사는 파장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반대표’ 발언이 미디어법 대치국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주목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 미루자.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 이후가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는 작업을 잠시 미루고 그의 발언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를 먼저 복기하자. ‘이전’을 먼저 살펴야 ‘이후’를 내다볼 수 있다.

‘이전’에서 주로 살펴야 하는 건 박근혜 전 대표의 심기다.

박근혜 전 대표는 불쾌하다.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파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못마땅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다면 반대표를 행사하기 위해 참석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덧붙인 말이 방증한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가 오늘 (의원총회에) 출석하진 않았지만 (20일) 표결엔 참여한다는 전언을 받았다”고 말한 데 대해 “(본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대놓고 반박한 것이 입증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불쾌한 건 이것만이 아니다. 자신은 물론 자신의 계파까지 들러리 세우려는 청와대에 대한 불쾌감도 강하다. 지난 16일 박근혜계 인사들의 입각 가능성에 대해 “친박 대표로 가는 것도, 친박과 상의해서 가는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게 방증한다. 김무성․최경환 의원 등의 입각설에 대해 “개인이 결정하는, 개인적인 일일 뿐”이라고 의미 축소한 게 입증한다.

또 하나 주목할 게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불쾌한 심기 외에 그런 불쾌감을 표출하는 방식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다. 필요 이상으로 세다. ‘되로 받고 말로 주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전언’을 단순 부인하면 될 것을 ‘반대표’ 행사 경고까지 섞어 뭉개버리고, 아직은 ‘설’에 불과한 박근혜계 인사의 입각 가능성에 대해 칼로 무 자르는 듯 한다.

왜일까? 박근혜 전 대표는 왜 이렇게 거칠게 나오는 걸까?


‘이전’에 현상이 있었다. 박근혜계 인사들이 흔들리는 현상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표 본인은 총리 기용 가능성을 일언지하에 부정했는데도 박근혜계 중진들은 입각에 강한 애착을 보인 적이 있다.

‘이전’에 또 다른 현상이 있었다. 박근혜계를 옥죄려는 현상이 있었다. 자유선진당과의 연대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기반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정치 보폭을 넓히면서 박근혜 전 대표와의 정면대결 불사 의지를 표명한 바 있었다.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응을 위기감의 발로로 읽어야 한다. 내부 단속을 위해 외부 갈등을 유발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미디어법을 고리로 이명박 대통령과 전선을 그으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미디어법은 그만한 가치를 갖고 있다. 미디어법을 고리로 이명박 대통령과 전선을 치면 기대할 수 있다. 위상이 올라가는 것을, ‘여당 속의 야당 총수’ ‘정치 조정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대중적 지지기반을 넓히는 것을, 더불어 박근혜계 인사들의 ‘고개 들기’가 수그러드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다른 수입도 챙길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미디어법은 일개 법률이 아니다. 미디어법은 ‘MB입법’의 최종판이자 국면전환의 시발점이다. 미디어법을 처리해야 8월 개각을 국민통합 조치로 치장할 수 있다. 정반대다. 박근혜 전 대표가 미디어법 처리에 제동을 걸면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추진하려는 집권기반 강화 계획이 차질을 빚고, 연동돼 추진돼야 하는 한나라당 정비 계획도 영향을 받는다. 이명박계로선 박근혜계 조이기의 강도와 속도를 조절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단정하지는 말자. 박근혜 전 대표의 대응에 계파 논리가 깔려있다고 해서 그가 끝까지 비타협적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예단하지는 말자. 예단할 수 없는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째, 미디어법은 방편이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미디어법은 계파를 엄호하기 위한 바람막이이지 기어코 정복해야 할 고지가 아니다.

막연한 추측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미 말한 바 있다. 3월 2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던 국회 로텐더홀에 나타나 “한나라당은 할 만큼 했다.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논의) 시기를 못 박는 것 정도는 야당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기를 정하지 않고 무한정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 때의 발언에 진심을 담았다면 지난 15일 발언, 그리고 어제 발언엔 거품을 얹었다고 봐야 한다. 여야 합의를 종용하고 ‘반대표’ 행사를 경고한 발언 말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미디어법을 방편으로 설정한다면 언제든 바꿀 수 있다. 미디어법에 대한 입장을 야구공 바꾸듯 수시로 바꿀 수 있다. 상황 변동을 이유로 들면서….

둘째, 미디어법은 목적이다. 청와대에게 미디어법은 매듭을 짓고 새출발을 선포하는 계기다. 그래서 포기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표의 '게임'에 말리면 모든 게 헝클어진다. 그래서 강수를 둘 수 있다. '못 먹어도 고'를 선택할 수 있다.

허황된 돌진이 아니다. 기반이 어느 정도는 돼 있다. 박근혜계 중진들조차 이번 6월 국회 회기 내에 미디어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거든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반대표' 행사를 경고했는데도 그것이 '끝끝내 반대'를 뜻하는 건 아니라고 주석을 단 바 있다.

청와대가 이렇게 작정하면 박근혜 전 대표의 '작심'이 변수가 아니라 박근혜계의 분열이 변수가 된다. 박근혜 전 대표가 게임의 주체가 아니라 게임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사진=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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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충남지사는 또 왜 그럴까? 김문수 경기지사가 정부와 각을 세우는 이유는 이미 짚은 바 있으니까 논외로 하자("'김문수 '도발' 속내? '손학규'를 보라" 참조). 이완구 충남지사는 왜 나서는 걸까?

김문수 경기지사가 정부의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에 포문을 연 지 열흘 쯤 뒤에 이완구 지사도 공격을 개시했다. 지난 5일 충남을 찾은 한나라당 지도부 앞에서 ‘충청홀대론’을 격하게 폈고 박순자 최고위원과는 하이톤으로 설전을 주고받기까지 했다.

그러더니 이번엔 김문수 경기지사를 향해 거침없는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한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지도자의 덕목’을 거론하며 “실망했다”고 쏘아붙였고, 정부정책을 따르라고 충고했다.

일각에서는 이완구 지사의 이런 행보를 ‘꿈’과 연결 짓는다. 김종필 씨가 정계를 은퇴한 후 무주공산이 된 충청의 맹주가 되려는 ‘꿈’을 안고 ‘충청인 대변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럴 듯하다. 이완구 지사가 박순자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인 직후 지역 민심이 “속이 다 후련하다” “이런 강한 분이 대권 도전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대전일보>가 전한 걸 보면 상당히 근거 있는 분석 같다.

하지만 아니다. 그렇게 단정하기엔 충청 지역의 사정이 간단치 않다.

정우택 충북지사가 7월 21일에, 박성효 대전시장이 지난 13일에 자유선진당을 찾았다. 지난 12일에는 대전·충남·충북 3개 광역단체가 자유선진당과 정책협의회를 열기도 했다. 한나라당 소속의 충청권 광역단체장 3명이 자유선진당을 찾아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이유가 있다. 자유선진당이 4.19총선에서 충청(특히 대전·충남)지역을 휩쓸다시피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충청 장악력을 더 확장하고 있다. 자유선진당이 ‘충청당’으로, 이회창 총재가 ‘충청 맹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 때문에 한나라당 안에서는 2010년 지방선거 때 충청지역 지자체장이 대거 자유선진당으로 ‘투항’할지 모른다는 괴담이 돌고 있다. 8월 5일 한나라당 지도부가 충남을 찾은 연유도 여기에 있다.

이완구 지사가 이런 현상을 읽지 못할 리 없다. 그가 ‘충청홀대론’을 펴는 이유는 위기감의 발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호연지기’로 볼 게 아니다. 오히려 ‘궁여지책’으로 보는 게 맞다. 한나라당 안팎에서 돈다는 ‘충청 괴담’에 따르면 이완구 지사는 ‘충청 맹주’는 고사하고 지사직 연임조차 장담할 수 없다. 그의 말대로 정부여당이 충청을 홀대하는 한, 그리고 그가 한나라당 간판을 유지하는 한 그렇다.

방법은 달리 없다. 신한국당에서 자민련으로, 다시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그다. 또 한번 당적을 옮기는 건 멋쩍다. 정면돌파를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오히려 그게 부가가치를 키울지 모른다. 당적을 다시 옮기면 편안한 안식처는 보장받을지 모르지만 정치적 디딤돌은 얻을 수 없다. 그냥 고만고만한 정치인으로, 충남지사로 연명하는 게 전부일지 모른다.

하지만 한나라당 소속으로 자유선진당의 방벽을 타고 넘을 수만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건 예선전에서 금메달 후보를 누른 것과 같다. 그 뒤에는 탄탄대로가 열린다.

관건은 자유선진당의 벽을 넘을 수 있는 비책이다. 어지간한 힘으로는 자유선진당의 충청 조직을 누를 수 없고, 웬만한 기상으로는 이회창 총재의 위상을 넘을 수 없다. 비전절기를 확보하는 건 절박하고도 필수적이다.

그래서 감행한다. 실리전과 여론전의 양동작전을 편다.

정부여당 앞에서 ‘충청홀대론’을 폄으로써 실리를 최대한 끌어내려 한다. ‘충청 몫’을 최대한으로 키워 충남도청 쇼윈도에 전시하려 한다. ‘충청 발전’의 상징이 돼 버린 행복도시에 ‘딴죽’을 거는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맞장’을 뜸으로써 이미지를 제고하려 한다. 지역 민심을 누구보다 앞장서 헤아리고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이완구 지사는 지금 ‘공세적 방어전’을 펴고 있는 것이다.

▲사진=이완구 충남지사 ⓒ충남도청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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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빌려써야 할까? 아니면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충무공의 말을 끌어와야 할까? 아무래도 좋다. 몇 사람의 모양새가 딱 이 꼴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살고자 충청도로 낙향했다. 그곳을 석권하면 정치권의 제3주주가 될 것이라고, 그러면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튼실해질 거라고 생각해 선영 곁으로 정치적 거처를 옮겼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역시 살고자 대구로 내려갔다. 지원유세를 하지 않고 칩거에 들어가면 한나라당이 고전을 면치 못할 거라고 생각해 스스로 주거제한의 길을 택했다. 비록 말은 못하지만 곁에서 따뜻한 시선 한 번 건네면 친박·무소속 연대가 힘을 받을 거라고, 그러면 자신의 정치적 파괴력이 과시될 거라고 생각해 자진해서 연금의 길을 택했다.

결과는 어떨까? 모른다. 아직 총선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중간평가라고 하자.

안 좋다. 그것도 아주 안 좋다.

이회창·박근혜, 전국구 스타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로

여러 여론조사 결과가 말한다. 자유선진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기 힘들다고 전망한다. 이런 예측이 현실화 되면 어떻게 될까? 자민련 꼴이 난다. 언론에 고정출연할 수 없게 되고 국회에선 들러리가 되기 십상이다. 거대정당이 아쉬울 때만 찾아와 사탕 하나 건네는 서러운 처지로 전락한다.

친박·무소속 연대는 더 심하다. 독자적인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불가능하다고 여론조사 결과가 전망한다. 이들 또한 원내교섭단체를 꿈꾸지 않는다. 한나라당에 복당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여의치가 않다. 자유선진당이 비교섭단체에 머물고 친박·무소속 연대 또한 한 자리수 의석에 머문다는 전망은 한나라당의 의석이 반비례해서 늘어난다는 얘기로 연결된다. 아쉬울 게 없는 한나라당이 이들을 받아들일 리 없다.

어차피 공동운명체가 돼 버렸다. 자유선진당과 이회창 총재를 떼어서 얘기할 수 없다. 자유선진당이 '객'이 된다면 이회창 총재 역시 '주변인'에 머물 수밖에 없다. 친박·무소속 연대가 '방랑자'가 된다면 박근혜 전 대표는 '부평초'가 되기 쉽다.

단지 의석수만 갖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이회창 총재가 충청에 머묾으로써, 박근혜 전 대표가 대구에 울타리를 침으로써 전국성을 상실하게 됐다. 전국구 스타에서 특정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이미지가 좁혀지게 됐다.

필연이다. 살려고 방어하다보니 후진하게 됐고 그래서 갇히게 됐다. 스스로 위리안치의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지역색 조장해 '배척' 자초하는 강재섭

한 명 더 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다.

그 또한 살려고 발버둥 친다. 부산에 가서 "여러분은 10년을 참아왔다"고 말하고, 대구에 가서 "15년 동안 엄청난 핍박을 당했다"고 말한다.

'우리가 남이가'는 생존을 위한 서라운드 사운드다. 한나라당 석권과 친박·무소속 연대 견제를 노린 입체음향이다. 그래야 산다. 한나라당이 석권해야 자신의 공적이 평가되고, 친박·무소속 연대가 죽어야 박근혜 전 대표와 '맞짱' 떴던 자신의 등급이 올라간다. 하지만 마찬가지다. 그 역시 영남에 갇힐 수밖에 없다.

다른 게 하나 있긴 하다. 이회창·박근혜 씨와는 달리 대놓고 지역색을 조장함으로써 그에 비례해 타지역을 배척하는 결과를 떠안게 됐다. 멀리 떨어진 지역은 거론할 필요가 없다. 대구에 가서 YS정권도 TK를 핍박한 정권이라고 했으니 PK조차 품지 못할 수 있다.

보수 3인방의 정치적 행로가 이렇다. 살고자 발버둥 치지만 몸만 더 깊이 빨려들어간다. 정치적 늪에서 허우적 대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은 '프레시안'에 게재된 것입니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