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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이나 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외고 문제를 당과 정부에만 맡겨두지 말라”며 “청와대가 능동적으로, 주도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단다.

당연한 지시다. 상황론으로 봐도 그렇고, 원칙론으로 봐도 그렇다.

외고 문제를 놓고 당과 정부가 엇박자를 내는 건 공지의 사실이다. 한나라당 일각의 의지는 강력한데 교과부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외고 폐지를 주창하는데 교과부는 외고 존속 또는 국제고로의 전환을 모색한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관제탑 역할을 자임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국정의 최종 책임을 청와대가 져야 한다는 원칙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 점에서 ‘조선일보’의 ‘견제’는 타당하지 않다.

이 신문이 보도했다. 청와대의 움직임을 ‘드라이’하게 전하면서 그에 대한 지적을 ‘꼼곰하게’ 처리했다. “청와대의 개입에 대해 비판론도 적지 않다”며 “불과 2년 전 외고 폐지 정책에 반대했고 ‘자율과 경쟁’을 내세워 엘리트 교육을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가 사교육비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정책의 근본 기조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론도 나온다”고 했다. “하나의 친서민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한다. ‘조선일보’의 지적을, 조중동의 일관된 ‘외고 폐지 반대’ 논조를 주목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청와대는 외고 문제를 가속 페달 삼아 친서민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가 그렇게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친서민 정책의 다음번 이슈 중 하나로 30-40대 학부모의 관심이 많은 외고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헌데 보수 세력은 마뜩치 않다. ‘조선일보’가 전한 반대론의 구절들, 즉 “정책의 근본 기조”를 거론하고 “친서민 포퓰리즘”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수 세력은 외고 폐지를 정체성의 문제로 본다. 보수 정권의 정체성을 버리고 대중과 영합하는 배신 행위로 간주한다.

보수 세력의 시각이 이렇다면 그들이 펼칠 행동은 비타협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당과 교과부를 오가며 전개된 지엽적 논란이었기에 점잖게 대응했지만 청와대가 나서서 논란에 종지부를 찌고 정책방향을 결정하면, 그리고 그 방향이 외고 폐지면 날선 공격을 불사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곤란해진다. 이렇게 '집토끼‘가 가출해버리면 ‘친서민’을 화승총 삼아 벌이던 ‘산토끼 사냥’이 공염불이 된다. 플러스마이너스 제로가 된다.

물론 우회로가 없는 건 아니다. 양다리를 걸치는 방법이 남아 있다. ‘산토끼’도 잡고 ‘집토끼’도 다독이는 양면 전략, 즉 외고를 존속시키되 입시제도만 손보는 식의 방안, 또는 외고를 국제고로 전환하는 식의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22일 전국 5490명을 대상으로 ARS조사한 결과를 봐도 여지는 있다. 응답자의 55.5%가 외고 전환에 대해 찬성하면서도 전환 형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특성화고(28.0%)-자율형ㆍ자립형사립고(23.3%)-일반 인문계고(22.2%)-국제고(21.6%)로 의견이 갈렸다. 보기 문항에 일부 문제(자율형 사립고는 추첨으로, 자립형 사립고는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하는데도 한묶음으로 처리한 것)가 있지만 아무튼 갈렸다.

하지만 양다리 걸치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뾰족수라고 생각했던 게 자충수가 되기 십상이다.

이미 막아버렸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그런 우회로에 바리케이드를 쳐버렸다. 외고 해법의 핵심은 학생을 시험이 아니라 추첨으로 선발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어버렸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쳐놓은 이 바리케이드를 타고 넘는다 해도 다른 장벽이 기다린다. 야당과 서민의 극렬한 반발이다. 외고 폐지의 대안은 일반고로의 전환이라면서도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의 ‘추첨 선발’을 최소한의 절충책으로 받아들여온 야당과 서민이 이명박 정부의 ‘기만성’을 문제 삼는다. 외고 문제만이 아니라 친서민 정책 전반의 ‘기만성’을 문제 삼는다.

여건이 그렇게 조성돼 있다. 상징성이 크고 민감성이 큰 외고 문제를 건드리는 순간, 그리고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외고의 핵심 문제로 사교육을 부각시킨 순간 여건은 그렇게 조성됐다. 외고문제는 친서민 정책의 진정성을 재는 가장 유효한 잣대가 돼 버렸다.

어쩔 것인가? 청와대는 딜레마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갈림길에 선 청와대의 선택이 궁금하다.

 ▲사진=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27일 ‘외고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고 있다.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교육단체가 비판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 정보공시 내용에 고교 유형별 합격자 수를 포함시키려는 것에 대해 ‘학교 서열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한다. “특목고 출신 학생들이 많이 입학한 대학을 좋은 대학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고, 좋은 대학을 많이 보낸 학교가 역시 좋은 고교로 인식될 우려가 크다”고 한다.

판에 박힌 비판이다. 맞지만 효용은 적은 비판이다.

현실이 된 지 오래다. 대학교가 SKY대학과 비 SKY대학으로 갈린 지 이미 오래고, 서울 소재 대학과 비 서울소재 대학으로 나뉜 지 오래다. 대학 서열화 심화를 운위하는 게 낯설 정도로 대학은 이미 일렬종대로 늘어서 있다. 고교도 마찬가지다. 특목고와 자사고가 일반고 위에서 훨훨 날고 있다는 건 코흘리개 초등학생도 안다.

교육단체 관계자의 말 속에도 이런 현실이 그대로 녹아있다. “특목고 출신 학생들이 많이 입학한 대학을 좋은 대학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다”는 말에는 특목고는 ‘좋은 고교’라는 현실적 인식이 전제돼 있고, “좋은 대학을 많이 보낸 학교가 좋은 고교로 인식될 우려가 크다”는 말에는 ‘좋은 대학’이 이미 선험적으로 전제돼 있다.

달라질 건 별로 없다. 대학 정보공시 내용에 고교 유형별 합격자 수를 포함시킨다고 해서 특목고와 일반고의 간극이 더 넓어질 것도, SKY대학과 비 SKY대학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도 없다. 간극과 격차는 이미 넓어질 만큼 넓어져 있고 벌어질 만큼 벌어져 있다.

오히려 도움이 될지 모른다. 대학이 고교 유형별 합격자 수를 공개하면 특목고 우대, 나아가 고교등급제 적용 여부를 파헤칠 수 있는 실마리를 확보할지 모른다. 각 대학이 정말로 특목고를 우대한다면 고교 유형별 합격자 수를 공개하지 않은 것보다 공개하는 게 제어와 단속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

우려할 건 따로 있다. 일반고 내에서의 격차와 서열이 심화되는 경우다. 대학 정보공시 내용에 고교 유형별 합격자 수가 아니라 고교별 합격자 수가 포함되는 경우다.

이런 현상이 빚어지면 갈 데가 없어진다. 고교가 ‘특수’와 ‘일반’으로 나뉜 것으로도 모자라 ‘일반’ 이 다시 등급별로 매겨지면 내 자식이 비빌 수 있는 언덕이 아예 사라져 버린다.

교과부는 물론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대학 정보공시 내용에는 물론 고교 정보공시 내용에도 출신 고교별, 진학 대학별 학생 수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용없다. 마침표만 찍지 않았지 문장은 이미 완성됐다. 고교선택제를 도입하기로 했고, 고교 학생별 수능 원점수를 국회의원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이번에는 고교별로 교원평가 결과의 지표별 평균점수도 공개할 계획이다.

이런 방안이 시행되면 열어준다. 어느 일반고가 더 우수한지를 한 눈에 꿸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특목고에 못 간 한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더불어 일반고 서열화를 심화시킬 길을 열어준다.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백번이 아니라 천번은 양보해야 겠지만 아무튼 이해할 수 있다. 학생과 학부모가 조금이라도 ‘좋은 일반고’를 선택하려는 움직임을 정당한 권리 행사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한 가지 문제만 선결하면 통 크게 양해할 수 있다.

위장전입이다. ‘좋은 일반고’ 근처에 집 한 채 갖고 있는 사람을 지인으로 두지 않은 사람은 꿈꾸기 힘든 위장전입, 거꾸로 말해 ‘빽’ 있고 ‘연줄’ 있는 사람만이 시도할 수 있는 위장전입을 ‘발본색원’ 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장관 청문회 때마다 문제가 되는 위장전입을 정권이 나서서 근절할 수 있다면 양해할 수 있다.

어차피 ‘뺑뺑이’다. 특목고가 아닌 일반고에 가야 하는 학생은 ‘뺑뺑이’를 통해 ‘좋은 일반고’를 배정받기도 하고 ‘나쁜 일반고’를 배정받기도 한다. 고교선택제가 시행돼도 이 시스템은 변하지 않는다.

이런 ‘뺑뺑이’ 시스템에서 자행되는 위장전입은 ‘상위등급’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가로채는 행위다. ‘좋은 일반고’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새치기 하는 행위다.

사교육비가 없어 내 자식을 특목고에 못 보내는 것도 억울한데 ‘빽’ 없고 ‘연줄’ 없어 내 자식을 ‘좋은 일반고’에도 못 보낸다면 부모 가슴이 어떻겠는가. 피멍으로도 모자라 검버섯이 필 것이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