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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이란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낙마가 화를 복으로 뒤바꾸는 계기가 될 거란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화가 복이 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그랬다. “오히려 ‘공정한 사회’의 동력을 마련하게 됐다”고.

그래서 나아간단다. 계기를 결과로 굳힐 거란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공정사회 기준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아마도 기득권자에게 매우 불편스럽고 고통스러운 일” “어쩌면 정부ㆍ여당이 먼저 많은 고통과 피해를 볼 수 있(는 일)” 일지 모른다고.

어떨까?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이 사정 드라이브를 뜻한다는 일반적 관측이 맞다면 어떻게 될까? ‘공정한 사회’를 강제하기 위해 사정 드라이브를 걸면 정말 청와대에 복이 될까?

맞다. 복이 된다. 사정을 원칙대로 진행한다면, 오로지 사정만 진행한다면 복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사정을 원칙대로 진행하려면 이명박 대통령의 말처럼 ‘자기편’부터 쳐야 한다. 정부ㆍ여당은 물론 이명박 정부의 주된 지지기반인 기득권자 또한 먼저, 호되게 쳐야 한다. 헌데 난감하다. 그럴수록 사정 추진력이 빠진다. 원칙적인 사정이 핵심 지지기반의 이완과 이탈을 불러 정권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그 뿐인가. 대통령 친형의 ‘사찰 몸통’ 논란이 불거졌고, 대통령 친구의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로비 연루 의혹이 불거졌다. 이를 피하면 원칙이 무너지고 이를 돌파하면 정권 기반이 흔들린다.

물론 방법은 있다. ‘집토끼’의 이완과 이탈을 감수하는 대신 ‘산토끼’의 폭넓은 지지를 끌어내 정권 기반을 다시 다지면 된다. 높은 도덕성을 앞세우고 사정의 엄중함을 내세워 국민 지지를 끌어내면 된다. 하지만 다수 국민이 진심으로 지지를 보내기에는 보고 겪은 게 너무 많다. “공정사회 기준을 철저히 지키(지 않는)” 모습을 너무 자주 목격했다.

이렇게 보면 청와대의 전화위복론은 과장된 것이다. 청와대를 향한 민심을 과대평가한 데서 비롯된 일방적 희망이다.


사정만 진행되지도 않는다. 검찰과 경찰이 본격적으로 사정 드라이브를 걸 즈음에 또 한 번의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총리는 물론 외교ㆍ문화ㆍ지경부 장관 후보자(문화ㆍ지경부 장관을 새로 지명할지 미지수이지만)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자리가 총리직이다 보니, G20 정상회의가 코앞이다 보니 미룰 수가 없다. 어차피 10월 초가 되면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된다.

국정감사도 있다. 정부의 공정한 정책과 공정한 인사를 검증하게 될 국정감사 역시 10월 초부터 열리게 돼 있다. 정부의 각종 정책과 인사가 ‘공정’의 잣대 위에 올려지게 돼 있다.

여기서 다시 삐끗하면 공염불이 된다. ‘공정한 사회’ 구호도, 사정 드라이브도 빛이 바랜다. “공정한 사회의 기준”도 ‘원칙적인 사정’도 이율배반 현상 앞에서 힘을 잃는다.

이렇게 보면 청와대의 전화위복론은 무모한 것이다. 앞에 놓여 있는 정치일정을 고려치 않은 모험수다.

어쩌면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전망이 맞을지 모른다. 청와대의 “공정한 사회” 구호가 “현 정부의 굴레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는 그의 진단을 두고 하는 말만이 아니다. “시의적으로 적절하다”는 그의 또 다른 평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공정한 사회” 구호를 앞세운 청와대의 전화위복론은 “시의적으로 적절하다”. 국정감사와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까지만 적절하다. 사정이 지지기반의 동요를 가져오기 전까지만 적절하다. 정리해서 말하면 시한부로 적절하다. 잇따른 낙마사태로 궁지에 몰린 처지를 벗어나기 위한 원포인트 이벤트로만 적절하다.

▲사진=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장ㆍ차관 워크숍. 이명박 대통령은 워크숍 모두발언에서 ‘공정한 사회’를 21번 언급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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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이 완강하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하기를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은 낙오자 없이 모두를 그대로 임명하겠다는 쪽”이란다. “청문회에서 나온 일부 의혹들이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흠결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란다. 헌데 웬일인가? 청와대에서 다른 얘기가 흘러나온다. 후보자 한(두) 명 정도를 상징적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여론 추이를 주시하고 있단다.

한나라당도 비슷하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어제 말하기를 “법적 증명이 되지 않는 것을 가지고 청문위원이 설정한 시나리오에 억지로 후보자의 답변을 강제로 유인하려 하는 모습은 국민들을 실망시킬 뿐”이란다. ‘한방 먹이기’ 식의 여론몰이는 안 된다는 취지란다. 헌데 조사한단다. 후보자들에 대한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해 후보자들의 임명 여부 결정에 반영하기로 했단다.

한마디로 ‘황당 시추에이션’이다. 앞말과 뒷말이 다르고, 공식입장과 암중모색이 다르다. 여론몰이는 안 된다면서 여론 추이를 살피고, 흠결이 없다면서 희생양 삼으려 한다.

그래도 정색은 하지 않으련다. 후보자에게 흠결이 없다거나 인사청문위원들이 여론몰이를 한다는 주장을 정치적 수사로 이해하면 되니까, 수세국면을 모면하기 위해 방탄용 맞주장을 펴는 것으로 치부하면 되니까 어리둥절해 할 필요까지는 없다.

헌데 난감하다. 이렇게 앞말을 쳐내고 나니까 문제점이 더 도드라진다. ‘황당’ 느낌이 지워진 자리에 ‘흥정’ 영상이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청와대나 한나라당 모두 ‘흥정’을 하려고 한다. 물결 거센 인당수에 심청이를 바치는 뱃사공처럼 희생양 한둘로 들끓는 민심을 식히려 한다. 흠결의 유무, 흠결의 정도가 아니라 여론의 온도에 따라 흥정거리를 고르려 한다. 여론몰이를 비판하더니 여론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필연이다. 한나라당이 주도해 만든 장관 청문회의 경우 기준이 없다.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에 ‘적격’ 또는 ‘부적격’ 의견을 달도록 해놨지만 ‘적격’과 ‘부적격’을 가르는 기준은 설정하지 않았다. 애당초 자의적이고 정파적인 해석의 길, 나아가 정쟁과 흥정의 여지를 활짝 열어놓은 것이다.

그래도 어려움은 없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스스로 밝히지 않았는가. '부적격'의 중요한 잣대로 ‘법적 증명’을 거론하지 않았는가. 이 기준에 따르면 흥정하고 말 게 없다. 위장전입을 시인한 후보자들은 주민등록법 위반 사실이 증명됐으니까 흥정 대상이 될 수 없고, 은행법 위반 사실을 시인한 김태호 총리 후보자 역시 흥정 대상이 될 수 없다. 나아가 김태호 후보자는 청문회의 근본취지를 부정하는 행위, 즉 말바꾸기를 통해 위증을 했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니까 더더욱 흥정대상이 될 수 없다.

실상이 이렇다. ‘흥정’은 애당초 성립될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흥정’을, 그것도 ‘한정판매’를 통해 ‘흥정’을 하려고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황당 시추에이션’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김태호 총리 후보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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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전입? 별 게 아닌 모양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말했다. “부동산 투기 등의 악의적 목적이 없는 위장전입은 과거의 기준으로 이해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액면 그대로 이해하자. 선의적 목적의 위장전입은 양해할 수 있는 사안이다. 자식 사랑이 넘쳐 내 새끼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불가피하게 행한 위장전입이 그런 경우다.

왜 아니겠는가. 자식을 위해서는 불구덩이에도 뛰어드는 게 부모 마음인데 그까짓 위장전입이 대수겠는가. 내 새끼 장래가 걸린 문제라면 위장전입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할 수 있다.

과거 회귀도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자식 사랑법’이다. 고교 평준화가 이뤄졌지만 명문고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른바 SKY 진학자를 다수 배출하는 학교는 분명히 있다. 외고나 자사고 뿐만 아니라 일반고에도 있다. 그래서 고교등급제 적용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내 새끼를 명문고에 보내는 건 부모의 도리를 넘어 의무에 가깝다.

그래서 작심했다. 나도 한 번 해보기로 작정했다. 남들 다 한다는 위장전입. 나라고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대상지는 일찌감치 정했다. 때마침 ‘한국일보’가 보도한 게 있다. 서울 강남 외곽지역 중학교에서 서울 서초구 소재 명문 고교에 학생들을 진학시키기 위해 중3을 대상으로 위장전입 비결을 가르친다고 한다. 그래, 대상지는 서울 서초구다.


헌데 이게 생각처럼 간단치가 않다. 시뮬레이션을 하고 또 해도 방법이 나오지 않는다.

위장전입을 하려면 받아주는 집주인이 있어야 한다. 서초구에 집 한 채 갖고 있는 지인이 꼭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없다. 휴대폰에 전화번호가 저장된 지인 명단을 훑어도, 색 바랜 옛날 전화번호부를 뒤져도 서초구에 내 집 갖고 있는 지인을 찾을 수가 없다. 사회에서 오가다 만난 한두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다. 실정법인 주민등록법 위반 범죄의 공범이 돼 달라고 요구할 만큼 막역한 사이가 아니다.

고민 고민 하던 차에 부동산 중개업소가 생각났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지 않았나.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이니라’라는 신념을 몸소 실천하다보면 용케 한 곳이 호응할지 모를 일이다. 물론 비용은 조금 들 것이다. 중개업소엔 용역비를 지급해야 할 것이고, 집 주인에겐 주민등록지 제공비를 줘야 할 것이다. 아끼면 안 된다. 이 정도 비용까지 지불하지 않고 교육 노른자위 땅에 터 잡으려고 하는 건 도둑 심보다.

헌데 켕긴다. 행여 쇠고랑 차는 게 아닐까 걱정된다. 재수 없게 준법의식이 투철한 중개업소를 만나면 곧장 신고와 처벌이 뒤따른다. 위장전입을 시도했다가 입건된 사람만 2007년에 1500명을 헤아린다고 하지 않는가. 게다가 이명박 정부가 기초법질서 확립을 줄기차게 외치고 있지 않은가. 만만치가 않다. 자칫하다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나도 청문회에 설 만큼 고관대작이면, 그래서 청문회 자리에서 ‘미안합니다’ 한 마디 하고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언감생심이다. 애당초 가능치가 않다. 인생을 걸어야 한다. 1천만원 벌금은 여기저기서 꿔서 메운다 해도 징역형을 받으면 사회적으로 매장된다. 더불어 끔찍이 사랑하는 내 새끼 가슴에 멍을 새긴다. .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일찌감치 찬 물 마시고 꿈 깨야겠다. 위장전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돈 있고 ‘빽’있는 사람만이 감행할 수 있는 고난도 작업이다.

예나 지금이나 위장전입은 아무나 하는 ‘관행’이 아니다.

▲캡쳐=‘한국일보’ 15일자 1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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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언론이 묻는다. 왜 이명박 정부 들어 고위 공직자의 위장전입 사례가 줄을 잇느냐고, 왜 참여정부 때 낙마 사유가 됐던 위장전입이 이명박 정부에서는 별 일 아닌 것으로 치부되느냐고 묻는다.

물을 만하다. 한두 명이 아니다. 정운찬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임태희 노동ㆍ이귀남 법무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이 확인됐거나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도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했고 얼마 전에는 김준규 검찰총장 또한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나라당의 안상수 원내대표는 별 일 아니라고 치부한다. “성인군자나 결점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보통 사람은 어느 정도 결점이 있다”며 “조그마한 결점을 끄집어내서 침소봉대하고 흠집 내는 청문회는 이제 지양돼야 한다”고 비판한다.

이러니 묻는 것이다. 왜 사례가 줄을 잇느냐고 캐묻고 왜 책임을 묻지 않느냐고 따져 묻는 것이다.

하지만 소용없다. 이렇게 물어봤자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청와대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긴다. 위장전입 정도는 결격사유가 아닌 것으로 치부한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례다. 두 딸의 진학을 위해 서울 반포동 지인의 집에 위장전입했던 김준규 검찰총장이 밝힌 일화가 근거다.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에서 이런 잘못을 밝혔다”고 고백한 그의 말이 증거다. 청와대는 위장전입 사실을 알고도 인선을 강행했다.

다른 때가 아니었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낙마한 직후였다. 인사검증 최고책임자인 정동기 당시 민정수석의 사표까지 받은 직후였다. 인사검증에 만전을 기하던 이 때에 청와대는 위장전입 사실을 그냥 넘겼다.

청와대의 기준이 이렇다면 위장전입한 총리ㆍ장관 후보자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어차피 장관은 인준 표결을 거치지 않는다. 인사청문은 통과의례일 뿐이다. 임명장 수여는 인사청문과는 상관없이 청와대 맘에 달려있다. 인준 표결을 거쳐야 하는 총리 후보자의 경우 야당이 단합해 반대표를 던질 수 있지만 그래봤자 소용없다. 야당의 의석수를 모두 합해도 한나라당 의석수에 미치지 못한다. 어떤 경우라도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캐묻는 게 소용없고, 책임을 묻는 게 부질없다.

차라리 돌려야 한다. 정 묻고자 한다면 다른 걸 물어야 한다. 총리ㆍ장관 후보자에게 물을 게 아니라 청와대에게 물어야 한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내정을 철회한 직후였다.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현 홍보수석)이 나서서 엄하게 말했다. “대통령이 주창하는 중도실용, 친서민 행보의 핵심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며 “우리 사회 고위 공직자는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 말에 기대어 물어야 한다. 위장전입을 ‘고위 공직자가 보여야 하는 모든 모범’에서 예외로 취급하는 이유를 물어야 한다. 위장전입을 ‘노블레스 오블리주’ ‘친서민’과는 별개로 취급하는 이유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이런 기묘한 잣대를 꺼내드는 이유가 이명박 대통령이 자녀들의 초등학교 입학 때문에 위장전입을 한 사실을 인정했던 대선 때의 경험 때문인지를 물어야 한다.

 ▲사진=8월 17일 열린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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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했다. 상황 파악을 잘 하고 처신하라는 속담이다. 헌데 무시한다. 차명진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 44명은 이 속담을 비웃는다.

‘수도권의 계획과 관리에 관한 법안’을 오늘 발의하기로 했다. 수도권 과밀 억제를 위해 제정된 ‘수도권 정비계획법’을 폐지하고, 수도권 개발계획의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수도권 광역단체장에게 대폭 이양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불난 집에 휘발유 끼얹는 격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문제로 들끓는 대전충남지역 민심에 이중가격을 가하는 꼴이다.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가 될 대전충남지역에서 자폭을 감행하는 셈이다. 그래서 이해할 수 없다.

혹시 이런 걸까? 대전충남지역 만큼이나 격전이 벌어질 곳이 수도권이니까, 대전충남지역보다 표밭이 넓은 곳이 수도권이니까 우선 이 곳부터 챙기자는 셈법일까? 법안 발의에 참여한 수도권 의원들의 정치적 이해가 최우선적으로 반영된 걸까?

익히 보아온 모습이기에 능히 도출할 분석이지만 이번엔 다르다. 상황이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다.


심대평 총리 카드 무산 이후, 그리고 정운찬 총리 내정자의 ‘원점 복귀 불능, 원안 추진 불가’ 입장 표명 이후 행복도시 문제가 정기국회 최대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공조해 정기국회의 최우선 쟁점으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 여파를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갈 것을 꾀하고 있다. 굳이 이런 상황에서 불을 지를 이유가 없다.

또 하나 있다. 수도권 의원들의 ‘궐기’가 감행될 만큼 여권이 느슨하지가 않다. 오히려 청와대의 국정장악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에 정치적 부담을 주는 시도를 일부 의원들이 독자적으로 감행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다르게 봐야 한다. 최소한 청와대의 용인 또는 방조 하에 수도권 의원들이 길 닦기에 나선 것으로 봐야 한다. 이렇게 보는 정황이 몇 가지 있다.

▲심대평 총리 카드가 무산된 후 청와대와 자유선진당이 진실게임을 벌일 때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가 ‘중앙일보’ 기자에게 말했다. 행복도시 문제에 대해 “정부 입장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이 말을 뒤집어 읽을 수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정부기관 이전 고시까지 마친 문제인데도 정부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재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원안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총리직 제안을 받은 정운찬 내정자가 조언을 구한 김종인 전 의원이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대통령이 (행복도시 축소에) 집착하는데 그걸 하지 못하겠다면 같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했다.

‘프레시안’은 김종인 전 의원의 이 말을 이렇게 해석했다. “(행복도시 문제 등에 대해) 정운찬 내정자의 입장에 대한 청와대의 사전 단속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풀이했다.

▲이렇게 에둘러 갈 필요가 없다. 아주 직접적인 말이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가 ‘조선일보’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가 그랬다. “솔직히 세종시(행복도시)를 계획대로 건설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는 비효율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년 선거나 국정 지지도 등을 생각하면 수정안을 낼 수가 없다”고 했다.

정황들이 말한다. 청와대는 이미 입장을 세웠다. 행복도시를 축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다만, 정치적 여파를 고려해 결행 시기를 고민해왔을 뿐이다. 가급적 지방선거를 피해가는 방법을 강구해왔을 뿐이다.

이렇게 보면 결코 ‘돌출’이 아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수도권 규제완화법 발의를 돌출행동으로 볼 수 없다. 오히려 청와대의 입장에 부응하고, 청와대의 방침에 복무하는 시도로 읽어야 한다.

감행 시기도 달리 읽을 필요가 없다. 청와대 입장에서 가장 좋은 시기는 지방선거 이후겠지만 택일은 이미 물 건너갔다. 행복도시 문제는 이미 정기국회의 최대쟁점이 돼 버렸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온다. 여권 주류 일각에서 “이왕 불거진 이상 정면으로 돌파하자”는 얘기가 나온다(‘조선일보’ 보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수도권 규제완화법 발의는 강대강 전술의 일환으로 읽어야 한다. 정운찬 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 나아가 정기국회 내내 쟁점이 될 행복도시 문제에 밀리지 않기 위해 선수를 치고 맞불을 놓은 것으로 읽어야 한다. 돌파를 위한 포석 또는 타협을 위한 포석으로 읽어야 한다.

▲사진=행복도시에 들어설 예정인 중앙청사 조감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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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안이 벙벙하다. 어떻게 이런 사람을 검찰 총수에 앉힐 생각을 했는지 의아할 정도다.

너무 많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쏟아진 의혹이 너무 많다. 그 중엔 위법 행위로 밝혀진 사실도 있고, 부적절 처신이라고 비난 받을 행적도 많다.

그는 두 가지 법률을 위반했다. 아들을 서울 강남의 좋은 고교로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을 해 주민등록법을 위반했고, 전세자금 변통 등을 위해 동생과 처가로부터 8억원을 빌리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아 증여세법을 위반했다(특수관계인으로부터 1억원 이상을 무상으로 빌리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법치’의 최고 사령탑 후보가 ‘기초 법질서’를 위반한 것이다.

그는 ‘반서민’ 행보를 보였다. 하객 200명 기준 이용료가 8천만원인 6성급 호텔 가든 또는 1인당 식대가 최하 5만 5천원인 6성급 호텔 가든에서 아들 결혼식을 치렀으면서도 그곳을 ‘조그만 교외’라고 했다. 부인은 수백만원 어치의 명품 쇼핑을 했으며, 아들은 자신의 총급여보다 많은 돈을 신용카드로 긁었다. 서울 이문동 골목시장을 누빈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와는 180도 다른 행적을 보인 것이다.

이런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면 영이 서지 않고 면이 서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처럼 여기는 ‘법치’의 영이 서지 않고, 이명박 대통령이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친서민’의 면이 서지 않는다. 청와대가 설정한 국정 운영의 투 트랙이 상처를 입는 것이다.

몰랐던 걸까? 인사 검증과정에서 채 거르지 못한 걸까? 인정할 수 없다. 그렇게 보기엔 사례가 너무 많다. 문제될 게 뻔한 사례를 너무 많이 놓쳤다.

다르게 봐야 한다. 인사 검증 과정이 부실했던 게 아니라 인사 검증 의지가 박약했던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럴 만한 정황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을 표방한 시점은 6월 22일이었고,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내정한 시점은 6월 21일이었다. ‘노무현 서거’ 여파에 부심하던 청와대가, ‘근원적 처방’을 예고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하루의 시간차를 두고 내놓은 회심의 반전카드가 바로 이것이었다.

합리와 상식의 범주에서 인사검증작업을 벌였다면 걸렀어야 마땅했다. ‘노무현 서거’ 때문에 내상을 입은 ‘법치’와 검찰의 위신을 고려했어야 마땅했고, ‘친서민’에 부응하는 청렴성을 감안했어야 마땅했다.

천성관 후보자가 지금도 시빗거리가 되고 있는 ‘용산참사’와 ‘PD수첩’ 수사의 최고 사령탑이었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그것을 관점과 견해 차 쯤으로 치부하며 무시했을 것이라 치더라도 ‘기초 법질서’ 준수 여부와 ‘친서민적 청렴성’은 십분 고려했어야 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안통’의 ‘전과(?)’만 높이 사고 나머지 요인은 무시해버리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공안’을 얻으려다 ‘법치’와 ‘친서민’ 모두를 저당잡히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다른 방법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고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군 기강과 사기를 위해 마속을 벴던 공명의 심정으로 철회해야 한다.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의 검찰총장 내정을 물려야 한다.

상황이 그렇게 몰려있다. 천성관이 죽으면 MB가 살고, 천성관이 살면 MB가 다친다. 

▲사진=국회 법사위의 13일 인사청문회에 나온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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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물었다. “이번 개각으로 내각과 청와대 개편이 사실상 끝난 것이냐”고 물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답변했다. “그렇게 보면 된다”고 했다.

놓치지 말자. 이 한 마디가 여권 기상도를 재는 포인트다.

청와대의 '개각 완료' 선언은 한나라당에겐 절망의 소리다. 그토록 염원하던 입각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버리는 매정한 소리다. 바로 이 한 마디가 한나라당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한나라당을 '이완'의 늪으로 밀어넣을 것이다.

청와대가 박정하게 나오면 이명박계의 ‘염치’가 줄어든다. 당 안에서 ‘대통령의 뜻’을 강제할 ‘염치’가 엷어지게 됐고 더불어 당내 지배력도 약화된다. 

청와대가 야박하게 나오면 박근혜계의 ‘명분’은 늘어난다. 대통령이 먼저 ‘옆에서 구경이나 하라’고 하니 그렇게 하면 된다. 방조자로, 관전자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

빨리 올지 모른다. 이완현상이 의외로 앞당겨질지 모른다. 인사청문회가 계기가 될지 모른다. 행여 인사청문 과정에서 도덕성 문제라도 불거지면 구실이 생긴다. 박근혜계는 청와대에 ‘충성’할 수 없는 이유가 생기고, 이명박계는 그런 박근혜계를 다그칠 수 없는 이유가 생긴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2차 입법전쟁의 전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스쳐 지나가는 권태기라면 그래도 낫다. 잠깐 동안의 실망감이라면 어떻게든 추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어차피 더 이상의 개각은 없다. 앞으로 상당 기간 한나라당 인사가 ‘당근’을 선사받을 일은 없다. 적어도 이명박 정부가 ‘돌파’를 감행하는 올 한 해 동안은 ‘당근’ 시즌이 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게 문제다. 올해를 넘겨 내년이 되면 ‘당근’의 값어치가 떨어진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그 때가 되면 입각의 후광효과가 사라진다. 지금 입각하면 성과를 쌓아 이력서에 한 줄 더 써넣을 수 있지만 내년 이후가 되면 이런 부가가치가 사라진다. 성과를 쌓을 기회보다는 정권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고된 기간으로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한가하게 입각할 형편이 안 된다. 2010년의 지방선거, 2012년의 총선을 염두에 둔다면 2010년 이후 입각은 정치적 일정에서 이탈하는 것을 뜻한다. 장관 자리에 만족할 사람이면 모를까 더 큰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늦은 입각’을 ‘뒤떨어진 출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스스로 ‘자기 효용’을 낮춰버렸다. 한나라당 인사들에게 각자도생의 길을 열어주고 말았다. 청와대의 요구가 아니라 정치의 논리, 여론의 요구를 따라가도록 등을 떠밀고 말았다.

‘진격로’만 응시한 나머지 ‘디딤판’을 살펴보지 않은 것이다.

▲사진=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19일 정례회동 장면 ⓒ청와대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