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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노회한 정치인이다. 특정한 타이밍에 특정한 정보를 공개해 여권의 분열과 갈등을 유도하던 그다. 어디서 얻었는지 알토란같은 정보를 내세워 여권에 강도 높은 내상을 입히던 그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형님’을 공격했다. 어제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영일대군, 만사형통으로 불리며 국정 곳곳에서 대부 역할을 하는 사람이 누구였느냐”고 반문하면서 이상득 의원의 정계은퇴를 요구한 것이다.

우발적인 발언은 아니었다. 오히려 작정하고 한 말이었다. 보좌진이 작성한 연설문 초고에 없던 ‘형님’ 내용을 직접 써넣었다고 하니까 작심하고 공격한 것이었다. 그래서 궁금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박지원 원내대표가 왜 지금 이상득 의원을 특정해 직공에 나선 걸까?

박지원 원내대표가 연설 말미에 지난해 말 예산안 날치기 과정에서 문제가 된 ‘형님 예산’을 재론한 점이 눈길을 끌지만 이를 공격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 전략가이자 현실주의자인 박지원 원내대표의 면모와 지나간 버스를 지켜보면서 흘러간 옛노래나 읊는 행태는 어울리지 않는다.

눈길을 사로잡는 건 따로 있다. 국정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국정원의 ‘코미디 첩보전’이 새나간 배경이다. 일부 언론이 국정원 내부의 암투설을 보도했다. 원세훈 국정원장 취임 후 뒷전으로 밀린 이상득계가 반전을 노리고 관련 정보를 언론에 흘렸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도를 실마리 삼아 추론하면 박지원 원내대표의 ‘형님 공격’은 포석 깔기다. 다음 수를 보는 게 아니라 다다음 수를 내다보며 가하는 선제공격이다.  

국정원 사태의 끝이 ‘원세훈 퇴진’이라고 전제하면 야당 화력을 ‘원세훈 퇴진’에 집중시키는 건 생산성이 없다. 투입 대비 산출 효과가 떨어진다. 생산성이 없을뿐더러 자칫하다간 엉뚱한 사람들에게 어부지리를 줄 수도 있다. 이상득계 말이다. 이들이 ‘원세훈 퇴진’을 틈 타 국정원을 다시 장악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좋을 게 없다. 당장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는 점을 참조하고, 대선에 즈음해 국정원의 ‘활동력’이 배가된 전례를 상기하고, 이상득계의 정치적 배경을 고려하면 결코 반길 일이 아니다. 선거에 즈음해 국정원의 정치색이 짙어지면 야당에게 좋을 게 하나 없다.

따라서 이중전선을 펴야 한다. ‘원세훈 퇴진’ 전선을 폄과 동시에 ‘원세훈 이후’ 전선에 대비해야 한다. ‘원세훈 퇴진’ 요구가 이상득계의 활동공간을 넓혀주는 상황을 차단해야 하고, ‘원세훈 후임’ 인사가 정치적으로 흐르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그 고리가 바로 이상득 의원이다. 이상득 의원의 ‘대부 역할’을 부각시켜야만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폭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이다. ‘형님’을 침으로써 ‘동생’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국정원 사태로 선거 공간을 넓히려는 것이다.

추가로 제기될지 모른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의도가 정말 이것이라면 민주당 안팎에서, 그리고 국정원 안팎에서 암투설과 관련한 의혹과 전언이 잇따라 제기될지 모른다. 제2전선에서 뜨거운 첩보전과 공방전이 전개될지 모른다.

▲사진=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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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내 사찰 폭로 3인방의 행보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단면만 놓고 보면 변죽을 울리고 뒷북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애당초 사찰 배후로 이상득 의원을 지목하고 있었다면 진즉 제기했어야 한다. 민간인인 김종익 씨 사찰 파문이 불거졌을 때 ‘직공’을 했어야 한다. 그들이 정말 사찰을 근절하고자 했다면, 그 뿌리를 도려내고자 했다면 그랬어야 한다. 그래야 파장을 키우고 효과를 올릴 수 있었다. ‘권력다툼’ 이미지를 ‘인권유린’ 비난 여론으로 희석시켜야 싸움의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할 수 있었다.

헌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을 과녁 삼다가 그의 낙마가 공염불이 되고나서야 이상득 의원으로 과녁을 옮겼다. 버스는 지나갔는데 목소리는 더 키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달라진다. 단면이 아니라 맥락을 보면 관전평이 달라진다.  

그들은 ‘손발’을 솎아내면 ‘몸통’은 자연스레 결박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몸통’을 치는 건 벅찬 일이지만 ‘손발’을 묶는 건 가능하다고 예상했을 수 있다. 그렇게 국지전으로 풀고자 했으나 돌아온 답변이 영 신통치 않았기에 전면전을 벌이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돌아보면 그렇다. 어차피 강을 건넜다. ‘영감’과 ‘패륜’이란 험한 언사를 마다치 않을 만큼 친이계 내부의 갈등의 골은 깊고 넓어졌다. 친이 대 친박의 양분 구도가 친이 소장 대 친이 노장 대 친박의 3분 구도로 분화했다.

이 구도가 여권 내 차기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친이 소장파와 친박계가 화합할 수 없는 대척점에 서 있는 점, 그리고 친이 노장파가 자의든 타의든 별도 영역을 확보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친이 노장파의 부가가치는 상대적으로 더 올라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들이 친이 소장파와 친박계 간의 대권 쟁패의 열쇠를 쥐는 상황, 경우에 따라서는 친이 노장파가 지역기반이 겹치는 친박계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까지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다. 사찰 폭로 3인방을 위시한 친이 소장파 입장에서 보면 엉뚱한 결과다. 친박계든 친이 노장파든 사멸코자 하는 대상의 존재가치를 더 키우는 것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확전을 꾀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찰 폭로 3인방이 공세수위를 계속 끌어올리는 것이다. 휴전이 아니라 승전을 이끌어내기 위해 진검승부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언뜻 봐선 어렵다. 이들이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 관계자가 전하지 않았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이들의 행동에 대해 “왜 이러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고 하지 않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판관이 되어 친이 소장파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 '몸통'은 고사하고 '손발'조차 솎아내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른다. 사찰 폭로 3인방의 기세를 보건대 그들은 대통령의 ‘윤허’를 얻으려는 태도 뿐만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고자 하는 의지까지 공공연히 내보이고 있기에 그렇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기세로 대들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 지켜볼 일이다.

▲사진=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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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찰 파문을 보면서 드는 의문이 하나 있다. 왜 친박계가 잠잠할까 하는 의아심이다.

돌아가는 상황이 그렇다. 불법사찰의 주체가 넓어지고 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이어 국정원(정두언 사찰)이 등장하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정부의 모 기관’(정태근 사찰)까지 등장한다. 불법사찰의 대상 또한 넓어지고 있다. ‘친노’에서 ‘반 이상득파’로 대상이 넓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문제제기는 상식을 획득한다. 사정기관이 총동원되다시피 해 반 이상득파에 대해 불법사찰을 할 정도면 친박계에 대해서는 오죽했을까 라는 상식적인 의문을 제기하고도 남을 만하다.

정황도 있었다. 세종시 갈등이 꼭짓점에 이르렀던 지난 2월 홍사덕 의원은 “의원 누구에 대해 마치 무슨 흠이 있는 듯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위협을 한다”고 주장한 바 있고, 이성헌 의원도 “박근혜 전 대표가 모 종파의 스님과 식사를 한 뒤 정부기관에서 스님을 찾아와 내용을 캐물었다고 한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수도권의 한 친박 의원은 “나도 사정기관 쪽에서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친박 의원은 “세종시 원안 추진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4~5명의 의원들이 뒷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친박계는 입도 벙긋 안 한다. 사찰 당하고 핍박 받는 계파 이미지를 부각하고도 남을 법한데 입을 씻고 있다. 오히려 거꾸로다. 이성헌 의원이 불법사찰 내용을 민주당에 제보한 당사자로 김유환 총리실 정무실장을 지목하면서 힐난했다.

이유가 뭘까? 계파 수장마저 뒷조사를 당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으면서도, 그런 불법사찰을 근절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으면서도 강 건너 불구경 하는 이유가 뭘까?

말 그대로 강 건너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친이계 내부의, 자기네들끼리의 싸움이기 때문일 것이다. 불법사찰은 광범위했으나 불법사찰 파문은 친이계 내부 분란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친이계 내부의 수도권라인과 영남라인이 치고받고 하다가 양패구상할 때까지 지켜보는 게 쏠쏠하기 때문일 것이다.

좀 더 확대 해석한다면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불법사찰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쪽은 이상득 의원을 필두로 하는 영남라인인 반면 기세를 잡은 쪽은 수도권 라인이다. 친박계에 대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쪽이 궁지에 몰린 반면 상대적으로 강경한 쪽이 기세를 잡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친박계가 불법사찰 문제를 정면에서 거론해 파장을 키우면 결과적으로 경쟁그룹의 입지만 키워준다.

친박계로선 지켜보고 기다리는 게 낫다. 검찰이 수사한다고는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의 속살을 건드리는 것이기에 끝을 보기 힘들 것이라고 간주한다면 사생결단하는 것보다 어부지리를 취하는 게 정치적으로 이득이라고 판단할 만하다. 괜히 나섰다가 친박계의 뒷조사 내역이 시시콜콜 드러나는 것보다 그게 이윤을 백 배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할 만하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검찰이 끝을 보지 못한 문제이고, 그래서 특검제 도입 문제까지 나오면서 내연상태로 오래 지속될 문제가 불법사찰 건이라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친이계의 갈등과 분화를 지켜보다가 여의치 않으면 친박계가 주도권을 거머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친박계가 친이계와,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대회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법사찰 문제를 다시 꺼내들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이렇게 보면 불법사찰 문제는 친박계에게 꽃놀이패다. 아껴둘수록 쓰임새가 높아지는 꽃놀이패 말이다.

▲사진=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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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구 국세청 국장이 폭로 릴레이를 벌이는 것은 원한 때문이다. 한때 국세청 차장 후보로 거론되다가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으로 사실상 좌천된 것도 억울한데 정권 핵심부로부터 사퇴 종용을 받고 급기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까지 된 데 대한 앙갚음으로 폭로 릴레이를 벌이는 것이다. 민주당과 부인 홍혜경 씨에 의해 대리 전달되는 그의 주장을 종합하면 그렇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다. 안원구 국장의 폭로 내용을 사실로 전제해 놓고 여기에 상식을 대입하면 얼마든지 헤아릴 수 있다. 옳건 그르건 그의 심사는 헤아릴 수 있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다. 아무리 메우려 해도 메워지지 않는 빈 구멍이 있다.

안원구 국장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유임 로비를 벌인 인물이다. 경북 의성 출신으로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정통TK 관료로서 이명박 정부의 최고 실세인 이상득 의원과 독대까지 한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지난해 4월 좌천됐다. 충청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 끈이 없던 한상률 전 청장은 유임된 반면 막강 인맥을 자랑하던 안원구 국장은 좌천됐다. 왜였을까?

지금까지 나온 폭로 내용을 종합하면 한상률 전 청장의 ‘단독 플레이’ 같다. 유임 로비를 위해 정권 실세에게 10억원을 바치려던 한상률 전 청장이 3억만 보태달라는 자신의 요구를 박정하게 거절한 안원구 국장을 ‘팽’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식의 해석은 정합성이 떨어진다. 정권의 속성과 인사 풍토, 그리고 국세청의 위상을 고려하면 그렇다.

한상률 전 청장은 비록 유임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입지가 여전히 불안했다. 이런 한상률 전 청장이 정권 최고실세와 가까운 인물을, 그것도 4대 권력기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국세청의 핵심 요직에 있는 인물을 자기 맘대로 좌천시킨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상률 유임 로비를 결과적으로 성공시킨 안원구 국장의 파워를 감안해도 그렇다. 남의 유임 로비에는 발 벗고 나서면서 자신의 구명 로비를 포기했다는 것이 사리에 맞지 않는다.

그럼 뭘까? 한상률 전 청장의 ‘단독 플레이가’ 아니라 정권 실세의 ‘윤허’ 아래 진행된 ‘팽’일까? 그렇다면 그 배경이 뭘까? 정권 실세는 왜 하루아침에 안원구 국장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꾼 걸까?

일반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뒷조사’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참여정부 말기 포스코건설에 대한 세무조사를 관장하던 안원구 국장이 서울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대통령임을 알려주는 문건을 확보한 것을 계기로 안원구 국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뒷조사했다는 음해가 퍼졌고, 이게 화근이 돼 정권 눈 밖에 났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그럴 듯하다. 민주당의 폭로와 정두언 의원의 시인에 입각해 보더라도 그럴싸하다. 정두언 의원의 그랬다고 하지 않는가. 지난해 2월, 한상률 전 청장에게 ‘MB파일’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고 하지 않는가.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뒷조사’에 민감해하던 당시 분위기, 그리고 그 시점을 볼 때 안원구 국장의 좌천과 맥이 닿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니다. 이런 해석은 선후가 뒤바뀐 것이다.

안원구 국장의 폭로에 따르면 국세청 간부들이 ‘청와대 뜻’ 이라는 이유 등을 대며 사퇴를 종용한 시점은 올해 7월로, 안원구 국장이 좌천된 지 1년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여기서 의문이 싹튼다. 안원구 국장을 좌천할 즈음에 이미 그의 ‘뒷조사’ 음해가 돌았다면, 그래서 정권 눈밖에 났다면 왜 그때는 그냥 내버려 뒀을까? 올해 7월에는 전방위로 사퇴를 종용했는데 권력의 위세가 더 셌던 지난해 4월에는 왜 좌천 정도로 갈음했을까?

입막음용이었다는 분석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럴 거라면 좌천이 아니라 승진을 시켜 ‘자기 편’으로 만드는 게 안전하다. 그게 아니라면 정권 출범 직후의 그 막강한 위세로 압박하는 게 확실하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회유도 압박도 하지 않은 채 어정쩡하게 내버려 뒀다.

도대체 뭘까? 왜 안원구 국장을 어정쩡하게 내버려 뒀을까? 왜 1년 3개월 동안 국세청 내부에서 권력다툼이 전개되도록 방치했을까? 왜 사단이 날 여지를 남겨뒀을까?

두 가지 개연성이 있다.

하나. 안원구 국장이 좌천되던 즈음의 여권 역학구도가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다. 정두언 의원이 ‘MB파일’을 요구하던 시점은 이상득 의원과의 견제-갈등 구도가 고조됐던 시기다. 이 역학구도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한쪽에선 치고 다른 쪽에선 막으려는 힘의 균형관계가 사퇴가 아닌 좌천, 승진이 아닌 좌천을 낳았을 수 있다. 

둘. 청와대의 부주의 개연성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안팎에서 탄식이 나온단다. “안원구 국장이 무엇인가에 불만을 품었다면 잘 보듬어서 달랬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서 이런 일이 터졌다”고 후회한단다. 청와대의 이런 탄식에 따르면 가볍게 봤다는 얘기가 된다. 다른 데는 몰라도 청와대는 애초부터 안원구 국장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게 한상률 전 청장의 활동공간을 넓혀줬다는 얘기가 된다.

어느 것이든 상관없다. 앞서 제기한 의문이 두 가지 개연성 범주 안에서 해소될 수 있다면 안원구 폭로 릴레이에 뚫려 있는 구멍은 메울 수 있다. 그리고 폭로의 끝도 대충은 전망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좌천에 다른 요인이 작용했다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뒷조사’ 외에 다른 모종의 요인이 정권 실세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고, 이 요인이 안원구 국장에 대한 처리에 영향을 미쳤다면?

그럼 얘기가 달라진다. 안원구 폭로 릴레이에 뚫린 구멍은 더욱 커지고, 폭로의 끝은 그 누구도 예견할 수 없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이 또 터질지 아무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Posted by '토씨'

물음 1
물어보자. 이상득 의원이 언제 일선에 나선 적이 있었나? 정치와 당무의 전면에 나서서 공개적으로 감 놔라 대추 놔라 한 적이 있었나? 없다. 이상득 의원 스스로 얘기했다. 자신의 역할이 문제가 될 때마다 ‘나는 정치와 당무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곤 했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이상득 의원은 2선 후퇴를 선언하고 한나라당 인사들은 박수를 친다.

이것도 물어보자. 한나라당의 수도권 출마자들이 집단적으로 ‘이상득 불출마’를 요구했던 지난해 4월 총선 직전의 우려상황은 해소된 건가? 의원직 사퇴가 아니라 2선 후퇴만으로도 ‘형님정치’의 화근을 도려낼 수 있는 건가? 아니다. 그 때의 문제제기 핵심은 ‘대통령의 형’이라는 특수 신분을 갖고 있는 사람이 원내에 똬리를 틀면 사선이 창궐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이 우려를 기준 삼으면 확연해진다. 이상득 의원이 은퇴가 아니라 후퇴를 고수하는 한 화근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한나라당 인사들은 박수를 친다.

물음 2
물어보자. 한나라당 지도부가 사퇴하고 조기전당대회가 개최되면 청와대와 정부도 덩달아 쇄신하게 되는 건가? 청와대와 정부가 쇄신되면 국정쇄신은 저절로 따라오는 건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일해야 한다”며 경제살리기와 안보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한나라당 쇄신·소장파는 말이 없다. 도대체 국정의 어떤 요소를 쇄신하자는 건지, 그 목록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것도 물어보자. 청와대와 정부가 꿈쩍도 안 하면 어떻게 할 건가? 조기전당대회로 당 지도부를 새로 꾸린 뒤 ‘맞짱’을 뜨면서 청와대와 정부의 쇄신을 강제할 건가?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국면 전환용으로 인사를 하는 것은 3김시대의 유산”이라고 했고 “국민에게 이벤트나 쇼로 비칠 개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꿈쩍도 안 할 태세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한나라당 쇄신·소장파는 목소리를 더 높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럼 당이라도 먼저’라는 얘기를 꺼낸다.


질문 속에 답이 있다. 한나라당 쇄신 움직임엔 문제가 있다. 진정성도 결기도 없다.

이상득 의원의 자중 모드에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면 이참에 정계은퇴와 같은 결연한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한나라당 인사들조차 어정쩡한 해법을 문제 삼지 않는다.

소장·쇄신파의 쇄신 모드에 결기가 담겨 있었다면 이참에 국정 난맥의 실상을 공개했어야 한다. 어떤 장관이 어떤 정책을 잘못 폈고 어떤 청와대 참모가 어떤 조언을 잘못 했는지, 그 구체적 실상을 공개한 다음에 배수진을 쳤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총론만 펴고 각론은 제시하지 않는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한나라당 쇄신은 외발로 가는 자전거다.  

박근혜계는 팔짱 끼고 있다. 소장·쇄신파의 당 지도부 개편 주장을 박근혜를 흔들고 이재오의 진출로를 열어주는 꼼수로 규정하면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관전만 한다. 쇄신 움직임을 ‘그들만의 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사실이 증명한다. 쇄신 움직임을 이끄는 주체는 범이명박계다. 'MB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 쇄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당·정·청 쇄신을 운위하면서도 당·정·청의 정점에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문제점을 거론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쇄신 내용을 뭉뚱그리고 쇄신 행보를 갈짓자로 그리는 것이다.

거듭 확인할 수 있다. 범이명박계가 주도하는 쇄신의 목적은 혁신이 아니라 보완, 재건축이 아니라 리모델링이다. 쇄신이 아니라 ‘꽃단장’하려는 것이다.

▲사진=한나라당 쇄신특위 회의장면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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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황우여-최경환 의원이 지난 15일 이상득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단다. “출마하고 싶다”며 유불리를 물었단다.

이상득 의원이 직접 밝힌 내용이다. 자신이 원내대표 경선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목된 데 발끈해 스스로 공개한 일화다. “출마하고 안 하고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며 불개입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주장하면서 내놓은 비하인드 스토리다.

잘 읽자. 이상득 의원의 말에는 놓쳐서는 안 될 포인트가 숨겨져 있다. ‘보이지 않는 손’ 논란에 필적할 만한,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다.

“출마하니까 한 표 부탁한다”는 말은 어색하지 않다. 원내대표 경선이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거이니까 그렇게 전화를 거는 것 자체가 하나의 선거운동이다. 하지만 아니다. 황우여-최경환 의원은 그 말을 한 게 아니다. 한 표 부탁한 게 아니라 심기를 살폈다.

다른 사람이 아니다. 한 사람은 스스로 ‘중립’을 표방하는 의원이고 다른 한 사람은 자타가 공인하는 박근혜계다. 이런 두 사람이 이명박계의 최고 수장이자 현 정권의 최고 실세인 ‘영일대군’의 심기를 살폈다.

이게 뭘 뜻하는가? 한나라당 안에서 운위되는 쇄신론의 진정성이 희박하고 강도가 약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쇄신파가 그랬다. 당정청 시스템을 개편하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당정청 시스템 개편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선결돼야 하는 게 인적 개편이고 그 개편의 최종 목표는 이상득 의원이라는 사실을 대놓고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말한 사람은 쇄신파 중에서도 일부 극소수 의원에 불과했다. 한나라당의 쇄신 주장은 이처럼 어정쩡했다. 총론은 과격했으나 각론은 온유하기 이를 데 없었다.

거듭 확인한 것이다. 황우여-최경환 의원의 ‘전화 한 통’은 대외적으로 표방되는 쇄신 주장과는 달리 당내 질서와 분위기는 고착돼 있음을 방증한 것이다. 이명박계는 말할 것도 없고 비이명박계조차 권력의 힘에 의해 짜여진 당내 질서에 순응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 쇄신특위에서 무슨 말이 쏟아지든, 어떤 방안이 강구되든 그건 말잔치에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의 질서와 분위기가 쇄신 움직임을 상쇄시킬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씨앗도 황무지에선 싹을 틔우지 못하고, 아무리 좋은 보약도 체질에 맞지 않으면 독이 되는 법이기에 하는 말이다.

▲사진=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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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아픈 건 5대0의 스코어가 아니다. 이건 참을 수 있다. 그렇다고 원내과반의석이 무너지는 게 아니다. 따끔하긴 해도 뻐근하진 않다.

정작 아픈 건 조짐이다. 수도권이 흔들리는 조짐이 문제다. 인천 부평을에서 졌고 경기 시흥에서 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경기교육감 선거에서도 졌다. 추세는 분명 수도권의 이반이다.

수도권이 어떤 곳인가? 대선 때 '이명박 바람'을 일으킨 곳이다. 영남 지배력을 확장하는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할 진지이기도 하다. 바로 이 수도권이 흔들리고 있다.

주어를 바꿀 필요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한나라당이 아픈 게 아니라 이명박계가 아프다. 더 좁히면 이재오계가 아프다. 이재오계 입장에서 수도권의 이반은 자신들의 발밑을 살펴야 할 만큼 큰 위기다.

바로 이 점이 한나라당의 역학구도를 바꾼다. 이재오계의 응집과 이재오의 부상을 재촉하는 촉매제가 된다. 바로 이 점이 한나라당의 내홍을 더 고착화시킨다. 이재오계와 박근혜계의 갈등구도를 더 심화시킨다.

치유책을 다른 데서 찾을 수가 없다. 수도권이 이반하는 원인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견제심리 또는 심판의지 때문이라면 목청을 높여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국정 성과를 내놓으라고 다그치던지, 국정기조와 방향을 조정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모여야 하고, 구심점을 세워야 한다.

이재오계가 모여야 하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박근혜계에 대한 견제 필요성이다. 아니 절박성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다. '주이야박' '월박' 현상이 4.29재보선으로 더 심화될 수 있다. 10월 재보선을 거쳐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러면 세력이 약화되고 수도권 이반이란 외환에 세력 위축이란 내우가 겹친다. 이런 현상을 막으려면 모여야 하고, 구심점을 세워야 한다.

그렇다고 속단하지는 말자. 지금까지의 논리는 이재오계의 논리다. 한나라당 내 한 계파의 논리에 불과하다. 이 보다 더 힘이 센 논리가 따로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논리다.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에선 이재오계가 당내투쟁을 전면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면 한나라당의 결속력이 약화되고 국정 지지력이 저하된다.

바로 이 점이 규정한다. 다른 선택카드가 없다. 당내분란을 적당한 선에서 관리하는 데 현 지도체제만큼 적절한 카드는 없다. 영남 중진, 다시 말해 이상득계를 축으로 하는 현재의 지도체제는 이재오계를 달래고 박근혜계를 쓰다듬는 완충기제다. 같은 이명박계임을 내세워 이재오계를 다독거리고 같은 영남 출신임을 내세워 박근혜계를 어루만지는 완충기제다.

크게 흔들 수가 없다. 현 지도체제를 뒤엎는 대개편을 자청하면 이재오계와 박근혜계의 격돌을 자초한다. 그냥 두는 게 상책이다.

문제는 힘의 지속시간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권세로 언제까지 한나라당 내 계파논리를 억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리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참패가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되풀이된다면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보다 개인의 생존본능이 급팽창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계파별로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서는 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

다른 방법이 없다. 이런 현상을 사전에 방지하려면 국정성과를 하루 빨리 내놔야 하고 이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대공세를 예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29재보선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국정 추진력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에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히려 더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MB본색'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 국정에 속도를 붙일 수 있고, 그래야 대선 때의 지지층을 재결집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촛불집회 이후 1년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4.29재보선은 이명박 대통령에 경종을 울리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처지는 진군나팔을 불 것을 강요한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