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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한나라당 쇄신특위 위원장이 그랬다. 지난 11일과 12일에 잇따라 말했다. “국정쇄신과 당 쇄신 중에 본질은 국정쇄신”이라고 했고, “자기 자신을 버리고 국민의 입장에서 당과 국정운영이 국민의 여망을 반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게끔 각오를 다졌으면 한다”고 했다. 국정 쇄신과 당 쇄신 사이에서 오락가락 한다는 비판이 비등하자 내놓은 발언이 이랬다.

근데 다르다. 이때의 말과 지금의 행동이 다르다.

쇄신특위가 미루기로 했단다. 쇄신안을 마련했지만 비정규직법 처리 문제가 매듭지어질 때까지 쇄신안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절차를 미루기로 했단다. “비정규직법 처리가 (여권의) 최대 현안이자 관심사”라는 이유 때문이란다. “여야가 비정규직법 처리를 두고 국회에서 치열하게 다투는 상황에서 쇄신특위가 당내 분란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이유란다.

어이없다. 쇄신특위의 궁극적 목표가 국정쇄신이라면서 최대 국정사안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한다. 당의 전열을 흐트러뜨려서는 안 된다는 ‘애당심’에 입각해 최대 국정 사안에 뒷짐 진다.

백번 양보하자. 말은 저렇게 해도 심저엔 크고 넓은 확신이 깔려있다고 인심 좋게 받아들이자. 비정규직법 처리를 놓고 여야3당과 양대노총이 5인 연석회의를 벌이고 있으니까, 이 테이블에서 합의를 도출하면 대화 타협 소통의 전형을 창출하는 거니까, 그러면 국정쇄신의 모범이 탄생하는 거니까 기대감에 부풀어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자.

그럼 이건 어떨까? 미디어법 말이다.

여론조사결과가 나왔다. 국민의 70% 이상이 미디어법의 일방처리에 반대하고, 국민의 60% 이상이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다(MBC 조사). 국정의 정책기조와 운영기조 모두 반대하는 게 “국민의 입장”이고, 국정의 정책기조와 운영기조 모두를 바꾸라는 게 “국민의 여망”이다.

그런데도 말이 없다. 한나라당 원내지도부가 미디어법을 6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재삼재사 다짐하는데도 일언반구 말이 없다.

혹시 개별 정책사안은 쇄신특위의 논의 사항이 아니어서 그럴까? 쇄신특위는 국정운영의 설계도를 그리고 당운영의 조감도를 그리는 일에만 몰두하는 기구여서 그럴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쇄신특위에서 ‘부자 감세’에 대해 논의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던 걸 보면….

어쩔 수 없이 묻는다. 눈 크게 뜨고 귀 활짝 연 다음에 묻는다.

‘원희룡 위원장님, 어디서 뭐 하세요?’

저기 멀리서 희끗하게 보인다. 원희룡 위원장의 뒷모습이 살짝 보인다.

쇄신특위가 설문조사를 했단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상대로 이명박 대통령의 이른바 ‘중도실용론’에 대한 의견을 물었단다. 그 결과 응답자의 88.1%가 ‘청와대의 중도실용주의 국정 운영기조 재정립’에 ‘공감’했단다. 이를 두고 쇄신특위는 “쇄신특위의 쇄신 방향 및 문제의식과 상당부분 일치했다”고 평가했단다.

 ▲사진=원희룡 의원이 지난 2일 쇄신특위 6차회의 결과를 브리핑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원희룡 의원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원희룡 의원은 비장했다. 한나라당이 4.29재보선에서 참패한 후 꾸린 쇄신특위 위원장을 맡은 후 그는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책임있는 대안 제시와 언행일치, 자기희생에서 부족한 게 많았던 점을 인정한다”며 “이번엔 모든 것을 걸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단했다. “주류측이 자기 쇄신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기 전당대회에)박근혜 전 대표의 참여 등 협력을 요구하는 것을 음모로 보는 친박 진영의 시각에도 일리가 있다”며 “진정한 국정 쇄신이 먼저 돼야 하고 전당대회는 그 뒤 생각할 수 있는 선택의 문제”라고 했다.

오래 가나 싶었다. 언행일치, 자기희생의 각오가 이번에는 견지되나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한 달 뒤인 6월 5일 원희룡 의원은 말을 바꾸었다. “쇄신특위의 첫 번째 목표는 청와대의 변화이고, 당도 스스로 의지를 보이는 차원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의례적으로 한 마디 걸친 다음에 이렇게 말했다. “당 지도부가 먼저 용단을 내리고 책임을 짐으로써 쇄신의 앞길을 열어줄 수 있는 밑거름이 돼야 한다”고 했다. 한 달 사이에 선과 후를 180도 뒤집은 것이다.

그리곤 물러섰다. 모든 것을 걸겠다더니 박희태 대표의 ‘대화합’ 한 마디를 꺼내자마자 원위치 했다. 당의 대화합을 위해 박근혜(계)를 당 대표로 추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박희태 대표의 말을 환영하면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한 달 전 자신이 스스로 ‘음모’ 소지가 있다고 했던 방안을 자발적으로 추인한 것이다.

쇄신파의 리더라는 사람이 보인 행적이 이렇다. 언행을 일치시키겠다고 다짐한 사람이 보인 족적이 이렇다. ‘과거는 묻지 마세요’ 식의 자세로 일관한다.


어쩌면 이상하게 볼 일이 아닌지 모른다. 지금은 국회의장이 된 김형오 의원의 4년 전 ‘자기비판’에 따르면 원희룡 의원의 행적은 ‘정상’인지 모른다. 원희룡 의원 본인이 가장 ‘한나라당스러운’ 인물인지 모른다.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2005년, 김형오 당시 의원이 분석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출신성분’을 토대로 당의 체질을 규정했다. 뼈대가 이랬다. 한나라당 의원 상당수는 고연령층에 서울대와 법조계· 학계· 관계 출신으로 ‘책상형’ 의원이 중심세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런 한나라당을 두고 일각에서는 ‘야성의 상실, 헝그리 정신 부족, 성장엔진 부재, 웰빙정당이라고 비판한다“고 했다.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김형오 의원이 진단 대상으로 삼은 ‘한나라당’을 ‘원희룡 의원’으로 대체해도 결론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지금까지 보인 모습, 그리고 ‘쇄신’을 입에 올린 최근 한 달여의 모습을 보면 그렇다.

▲사진=원희룡 의원이 지난 2일 쇄신특위 6차회의 결과를 브리핑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원희룡 의원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제 글에 대해 ‘댓글’을 달았습니다. 지난 24일 <미디어토씨>와 <프레시안>에 게재된 ‘원희룡의 바른말, 시원한데 허전하다’에 대한 ‘댓글’을 26일 ‘프레시안’에 기고했습니다. 문제를 먼저 제기한 제 입장에서 당사자인 원희룡 의원의 ‘댓글’에 성심성의껏 답변을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이 글을 싣습니다.


그렇습니까? ‘보수의 혁신’을 통해 한나라당을 환골탈태시키고 싶었다고요? 함께 하기 위해 혼자라도 먼저 시작해야 할 때가 많았다고요?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원희룡 의원이 제 글에 대한 ‘댓글’에서 밝힌 입장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점만 강조하겠습니다.

저는 원희룡 의원을 향해 “왜 한나라당에 있는가?”라고 질문한 적이 없습니다. “당과 맞지 않으면 떠나라”는 공격도 한 일이 없습니다. 원희룡 의원이 왜 한나라당에 입당했냐고 비판한 적은 더더욱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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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원희룡 의원의 자유의지에 속하는 문제입니다. 작금의 정치지형을 볼 때 원희룡 의원이 한나라당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보다 안에서 할 일이 더 많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판했고 당부했습니다. 한나라당 안에서 세를 모아 견제를 하라고, ‘과속 방지턱’의 역할을 하라고 부탁했습니다.

접점은 딱 하나입니다. 원희룡 의원과 제가 차분히 논의해야 할 주제는 이것입니다. “함께 하기 위해 혼자라도 먼저 시작하는 (일)”, 그 다음의 전략과 세력입니다.

원희룡 의원은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만이 한나라당을 거듭나게 만들 것”이라며 “대의명분을 세우고 치밀한 전략 위에서 힘과 세력을 조직해 현실에 굳게 발 디디고 서서 실효성 있게 문제를 풀어가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정치를 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좋습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원희룡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 그리고 애정 어린 비판을 하는 사람들이 바라는 게 바로 그것일 겁니다.

대전제에 대해서는 공감을 이룬 것 같으니 구체적인 사례를 갖고 얘기했으면 합니다. 원희룡 의원이 직접 거론한 YTN 문제입니다. 그에 대해 원희룡 의원이 세워야 할 전략과 조직해야 할 세력은 뭘까요?

대의명분은 논할 필요가 없습니다. 원희룡 의원 스스로 “경선 당시 특보라는, 소위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는 인사를 (YTN 사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고 저 또한 그런 지적에 동의합니다.

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을 넘은” 인사를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그것을 위한 전략이 뭘까요?

원희룡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전략이란 것을 제시했습니다. “자진사퇴가 가능하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했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원희룡 의원이 제시한 전략은 오직 이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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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이것이 전략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건 '제3자의 하나마나 한 훈수’라고 봅니다.

이렇게 되묻고 싶군요. 구본홍 YTN 사장이 자진사퇴할까요? 원희룡 의원은 그게 정말 가능하다고 믿는 건가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너무 순진합니다. 3선의 관록에 견주면 순진하다는 지적보다는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더 타당하겠네요.

구본홍 사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YTN 사원들이 사장실에 대못질을 하고 사옥 앞에서 출근저지를 하는데도 미동도 않고 있습니다. 구본홍 사장 본인의 입장에선 ‘수모’라면 ‘수모’일 수도 있는 일을 겪으면서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설령 구본홍 사장 본인이 자진 사퇴할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함부로 움직일 처지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원희룡 의원 스스로 쓴 표현, 즉 정부의 “방송장악” 전략에 따르면 YTN은 하나의 고비입니다. 이 고비를 넘지 못하면, YTN 사원과 국민의 반대에 막혀 뒤로 물러서면 다른 “방송장악” 구상도 흔들릴 테니까요.

제가 보기엔 구본홍 사장의 자진사퇴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도 그렇게 믿는다면 그건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거나 외면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희룡 의원이 “자진 사퇴”를 주장하며 내건 “가능하다면”이란 가정이 성립하지 않으면 그 다음 전략으로 뭘 제시할 건가요?

이렇게 말하는 게 더 낫겠네요. 구본홍 사장이 "자진 사퇴"하면 만사가 끝나는 건가요?  원희룡 의원은 “자진 사퇴”가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했지만 제가 보기엔 이 인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자진 사퇴”는 “가장 좋은 해법”이 아니라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왜냐고요? 원희룡 의원의 다른 말에 그 근거가 있습니다.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랬죠?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사퇴 압력에 대해 “KBS를 정상화 하고 언론 독립성을 살리는 방향에서 사장 교체를 주장하는 것은 몰라도 한나라당 정권 만들기에 앞장섰던 인사들이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이를 요구하는 식은 안 된다”고요.

상반된 두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는 발언으로 이해합니다만 아무래도 좋습니다. 원희룡 의원의 말에 따르면 “독립성”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당위이니까요. 이 점만 확인하고 말을 잇겠습니다.

YTN 사장 선임 문제는 곁가지입니다. 줄기는, 본질은 정권의 “방송장악” 욕심에 있습니다. 이런 욕심이 “선을 넘은” 인사를 부르고 있습니다. 이런 욕심이 YTN 뿐만 아니라 ‘스카이 라이프’와 '아리랑TV'에 특보 출신 사장을 앉혔고, KBS 사장을 몰아내려 합니다. 세간에선 이렇게 읽고 있습니다.

원희룡 의원이 전략을 세우고 세력을 조직화해야 할 문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자진 사퇴”와 같은 땜질식 처방을 무기력하게 읊조릴 게 아니라 정부와 한나라당의 방송정책에 대해 전면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그 방지책을 내놔야 합니다. 물론 이런 주장이 힘을 얻도록 세를 규합해야 겠지요.

원희룡 의원의 진단에 따르면 KBS는 약간 다를지 몰라도 종국적인 처방은 다르지 않을 겁니다. 정연주 사장을 쫓아내든 말든 “독립성”은 반드시 보장해야 하니까요.

어떻습니까? 행동에 나서 보시지요. 이참에 정부와 한나라당의 방송관련 법률안에 대해 총체적인 입장을 내놔 보시지요. 그 입장을 의원총회에 회부해 당론으로 채택해 달라고 원내대표에게 요청해 보시지요. 이런 요청이 힘을 받을 수 있도록 같은 당 동료의원들의 연서명을 받아 보시지요. 그게 원희룡 의원이 밝힌 “혼자라도 먼저 시작”하는 것이고, 뒤를 잇는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일 것입니다.

나아가 대안적 성격의 입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앓는 우리 방송의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방송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제도안을 입법화해 보시지요. 그게 아니라면 인사권자의 "선을 넘은" 인사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 보완책도 좋습니다. 물론 10명 이상의 의원 서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다른 당이 아니라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면 원희룡 의원의 문제의식이 세력을 조직화할 수 있는지, 나아가 원희룡 의원이 자평한대로 한나라당이 “꾸준히 변화해 왔(는지)”를 잴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원희룡 의원에게 문제제기를 한 게 바로 이것입니다. 원희룡 의원의 ‘댓글’에도 불구하고 애초의 문제제기를 거둘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원희룡 의원이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바른말’이 힘을 얻으려면, 그래서 한나라당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려면 원희룡 의원 먼저 ‘바른말’을 몸소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답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원희룡 의원이 제 ‘답글’에 대해 다시 입장을 밝혀주신다면 성심성의껏 ‘재답글’을 올리겠다는 약속을 드리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관련 글 보기>
‘원희룡의 바른말, 시원한데 허전하다’
‘김종배 님의 비판에 대한 댓글’

Posted by '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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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의원은 참 특이한 인물이다. 전혀 한나라당답지 않은 점에서 그렇다.

이건 ‘주관적 해석’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이다. 그의 어록에 나와 있다.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소신 발언을 아끼지 않은 기록이 분명히 기록돼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학법 어록’이다. 사학법의 이념성을 문제 삼으며 장외투쟁을 주도하던 박근혜 당시 대표의 행보를 두고 “병”이라고 대놓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 당시 대표로부터 “막말은 삼가야 한다”고 한 소리 들었고, 김용갑 당시 의원으로부터는 “당을 떠나라”고 요구받기도 했다.

‘쇠고기 어록’도 있다. 촛불이 뜨겁게 타오르던 지난 6월 2일에 “실질적인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곤란하다면 국회 결의를 통하든 실질적인 재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 원희룡 의원이 오늘 또 입을 열었다. “정부의 방송장악이란 있을 수 없다”며 “특히 YTN의 경우 과거 경선 당시 특보라는, 소위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는 (인사를 임명하는) 이것은 너무 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했다.

하나 같이 귀에 쏙 박힌다. 고비 때마다 국민의 정서와 요구를 대변한 것 같다. ‘미스터 바른말’이란 별명이라도 선사하고 싶을 정도다.

그럼 어떨까? 원희룡 의원은 소신 발언에 걸맞는 소신 행동을 했을까?

찾아볼 수가 없다. 언행을 일치시켰다는 기록을 찾기 어렵다. 한 마디 툭 던진 다음에 묵언잠행을 한 흔적은 있는데 소신을 관철시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기록은 찾기 힘들다.

대부분이 ‘개인 플레이’였고 그 ‘개인 플레이’의 양식은 ‘언론 플레이’였다. ‘사학법’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쇠고기’와 ‘방송’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개진한 것이었다.

자신의 소신을 관철시키기 위해 연판장을 돌리고 세를 규합하려 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새로 원내대표가 된 이재오 의원이 전격적으로 사학법 장외투쟁 중단을 선언하기 전까지 자신의 소신을 관철시키기 위해 당시 맡고 있던 최고위원직을 내던지고 ‘농성’을 했다는 류의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추가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두 주일여 동안 쇠고기 재협상을 관철시키기 위해 결의안 문안 작성에 들어갔다는 류의 소식을 접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원희룡 의원의 소신에 공감하면서도 기대를 갖지 않는다. 어느덧 3선의 중진이 되었건만 그의 말에서 정치적 중량감과 파괴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저 한 평의원의 인기 발언 정도로만 들린다.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냉소를 보내려는 게 아니다. 강조하고픈 건 원희룡 의원이 당사 밖에서 소신 발언을 할 정도로 사안이 엄중하다고 느낀다면 행동 역시 무겁고 결연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내부 사정이 그렇다. 한 때 당내 균형추 역할을 했던 소장파 모임들, 즉 ‘미래연대’나 ‘수요모임’이 2006년 지방선거를 끝으로 해체된 후 한나라당엔 견제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계파는 있을지언정 정책적 균형·견제집단은 없다.

이건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절대과반의석을 넘어설 정도로 한나라당의 몸집은 비대해졌다. 왜소한 야당의 힘만으로 견제하기엔 한나라당의 몸집이 너무 크다. 이런 한나라당에 정책의 균형추가 작동하지 않으면, 그래서 어느 한쪽으로 쏠려버리면 나라의 운명이 달라진다.

그래서 긴요하고 간절하다. 원희룡 의원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밖에 나가 ‘바른 말’ 한마디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안으로 파고들어 세를 규합하고 그 세를 ‘과속 방지턱’으로 기능하게 하는 것이다.

아마 모르진 않을 것이다. ‘개인 플레이’는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의안 가결 의석수를 훌쩍 넘긴 한나라당에게 ‘아웃사이더’ 한두 명쯤은 콧방귀 끼며 무시해도 되는 존재라는 사실을 원희룡 의원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더불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사진 제공=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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