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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수십년 동안 새로운 체제가 오지 않는 한 우리는 G20의 멤버가 될 것이다. 어떤 글로벌 이슈를 논의할 때도 한국을 빼고는 할 수 없는 그런 위치에 왔다”고 했습니다.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위대한 대한민국”이 됐습니다. “남이 짜놓은 국제질서의 틀 속에서 수동적인 역할에 만족했던 우리가 새로운 틀과 판을 짜는 나라가 된 것”입니다.

마땅히 바꿔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주역이 됐으니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도 이명박 대통령의 주문대로 “변방적 사고에서 중심적 사고로” 바꿔야 합니다. ‘위대한 국민’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근데 웬일일까요? 자꾸 ‘호사다마’란 말이 떠오릅니다. 방정맞은 생각이라고 고개를 도리질해도 영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

1996년 10월 11월이었습니다. 이 때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됐습니다. 선진국들만 가입이 허용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 확정되는 순간 우리나라는 세계 일류국가가 되었습니다. 김영삼 정부가 그렇게 선언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고 분명히 선언했습니다.

지금도 기억이 또렷합니다. OECD 가입은 큰 결실로 인식됐습니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주창했던 ‘세계화’ 구호가 일군 알찬 결실로 평가됐습니다.

하지만 1년을 가지 못했습니다. 이듬해 우리나라에 외환위기가 닥쳤고 수많은 직장인과 자영업자가 길거리로 내몰렸고, 수많은 가정이 파괴됐습니다. ‘세계화’ 구호가 거품 꺼지듯 쇠퇴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본격적으로 대두했습니다. 이런 광경을 지켜본 외국사람들은 “한국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고 비아냥댔습니다.

이번에는 다를까요? 10여년 전의 ‘장밋빛 신기루’와는 다르게 정말 ‘빅 코리아’를 열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빅맨’이 될 수 있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확인합니다. 대통령의 벅찬 선언으로도 채우지 못한 추상성을 극복하기 위해 주위를 살피며 구체적 증좌를 살핍니다. ‘G(roup)20'의 구체적 증거를 찾아봅니다.

근데 어찌된 일이죠? 이런 게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변방적 삶’과 ‘중심적 삶’이 확연히 구분돼 있습니다. ‘위대한 대한국민’이 G2로 나뉘어 있습니다.

▲사진=이명박 대통령이 9월 30일 G20 정상회의 유치 국민보고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


1면 : 오늘 당장 금융시장이 걱정인데 청와대는 “달러 부족 거의 해결”
3면 : 오락가락 당국자 말-“외환위기와 다르다” 열흘 만에 “그때보다 더 어렵다”
       경제학 교과서와 다르게 가는 한국
       과거 정부 위기관리는-대통령 탄핵정국서 주가 반등시킨 ‘성명 500자’
4면 : “당정협의, 되는 일도 없고 리더도 없고…”
5면 : 한국은 “단계적 조치” 뒷북 우려 일본은 “건곤일척” 선제적 대응
6면 : “DJ때는 실력 위주”…“MB는 인연중시”
       “인적쇄신 할 거면 당장 하고 안 할 거면 안 한다 선언해야”
사설 : 새 리더십으로 용감하게 국가 위기를 이겨내자

다른 신문이 아니다. 바로 ‘중앙일보’다. 이 신문이 오늘자에서 쏟아낸 기사들이다.

사실 새로운 내용은 별로 없다. ‘중앙일보’가 맹성토한 이명박 정부의 경제리더십은 여러 경제전문가와 언론이 지적했던 문제들을 재정리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강도가 세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리더십과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그것을 직접 비교하는 ‘파격’까지 감행했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면식도 없던 이규성·이헌재 씨를 각각 재정경제부 장관과 금융감독위원장에 임명한 반면 이명박 정부는 “시장보다는 인연을 중시하는” 인사를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 탄핵사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시장에 대한)메시지가 절제됐고, 단호했고, 일관됐”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는 “일사불란한 정부의 메시지 전달 기능이 실종됐다”고 꼬집었다.

단단히 뿔이 났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돌아가는 경제상황이, 대처하는 경제리더십이 갑갑하고 한심해 작심하고 성토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그래서 액면 그대로 이해해도 된다. ‘중앙일보’ 스스로 “분명 위기”라고 규정한 현재의 경제상황을 풀기 위해 경제리더십을 새로 짜자고 제안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된다.

아시아 외환위기 때 일본 미쓰비시종합상사 등이 거액의 달러화를 차입해 달러 가뭄에 시달리는 일본 은행들에 공급한 예를 들면서 대기업 역할론을 주창하고 “지금 한가하게 금산분리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사설 한 구절이 눈에 거슬리지만 덮어도 된다. ‘불 난 집에서 고구마 구워먹기’ 의혹을 야기할 수 있는 구절이지만 흘려도 된다. 사설 이외의 기사에서 금산분리를 끼워넣으려는 시도가 보이지 않는 점에 비춰 곁가지 주장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해도 된다.

그럼 이건 어떨까? 새 경제리더십 구축이 거부되거나 지지부진하면 어떻게 될까?

‘동아일보’는 청와대가 연말 개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중앙일보’는 그조차 부족하다고 하니 묻는 것이다. “일러야 올 연말에나 가동될 인적 쇄신 프로그램을 놓고 ‘현 상황의 위중함을 모르는 한가한 발상”이라는 한나라당 내부의 비판을 힘주어 전하니 묻는 것이다. 나아가 ’조선일보‘는 인적 쇄신 요구에 청와대가 “꿈쩍 않는(다)”고 전하기에 묻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엔 답이 없다. 하지만 ’조선일보‘엔 실마리가 있다. 위중하다는 현 상황의 경제외적인 측면이 ’조선일보‘ 기사에 담겨있다.

“경제상황 악화가 자칫 정권적 차원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자칫 제2의 촛불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 안에서 그런 우려가 퍼지고 있다고 한다. 코스피지수 1000이 붕괴된 지난 24일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전화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교체를 주장하는 전화가 한나라당에 쇄도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민원국이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대외비’로 만들어 당 지도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조합할 수 있다. ‘조선일보’가 전한 ‘한나라당의 우려’와 ‘중앙일보’가 주장한 ‘지금 당장 교체’를 조합할 수 있다. 그럼 이런 얘기가 된다.

경제상황 악화가 정권적 차원의 위기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려면 차단해야 한다. 경제상황 악화 요인 가운데 정치적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인사 요인을 제거함으로써 경제상황 악화를 세계경제 충격파에 따른 불가항력적 사태로 설명해야 한다.

그러려면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새 경제리더십 구축이 뒷북을 치면, 경제상황 악화가 더 심해졌을 때 인사를 하면 늦는다. 오히려 그런 인사가 이명박 정부의 ‘뒷북 행정’을, ‘무능’을 상징하는 요인이 돼 정권적 차원의 위기를 부채질할 수 있다.

이해할 만하다. ‘중앙일보’가 ‘지금 당장’을 촉구하는 연유를 헤아릴 만하다.

하지만 어쩌랴. 이명박 정부로서도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경제상황 악화가 일단락되지 않은 게 무엇보다 크다. 경제상황이 ‘체념’을 야기하든 ‘희망’을 유발하든 어떻게든 일단락 돼야 인적 쇄신을 강구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경제상황 악화가 계속 진행되면 달리 손 쓸 수가 없다. 새 경제리더십을 구축하려 해도 쉽지가 않다.

아무리 짧게 잡아도 20여일이 소모된다. 새 장관을 내정하고 국회 청문회를 거치는 데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 동안의 행정공백을 어찌할 것인가.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다. 장관 청문회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MB노믹스의 성토장이 될 가능성을 막을 수 없다.

굳은 결심으로 이런 난관에 맞선다 해도 그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행정공백이 자칫 ‘뒷북 조치’로 이어지면, 새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칫 청문회에서 말실수를 하면 그 여파가 고스란히 시장에 미치고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명박 정부로선 강구할 비책이 없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현재로선 정치적 지지층의 비판과 이반이 나타나더라도 어쩔 수가 없다. 정치적 지지층은 고사하고 집권 여당마저 중앙당사에 내걸었던 현수막(이명박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경제 반드시 살리겠습니다'란 문구가 새겨진 현수막)을 내리는데도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경향신문 기사 참조). 정치적 측면만 놓고 보면 그렇다.

Posted by '토씨'

10월 10일 금요일 오후 3시경. 한창 붐벼야 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상가는 한산하다. 한 시간 가량 지켜봐도 외국 손님을 구경할 수 없다.

다른 곳은 몰라도 서울 남대문시장 액세서리 도매상가는 붐벼야 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 환율에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나와도 이곳에선 환호성이 울려야 한다.

IMF외환위기 때 그랬다. 환율이 1800원대까지 치솟으며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수십 만 명의 직장인이 거리로 내몰렸을 때 남대문시장 액세서리 상가는 호황을 누렸다. 수출에 효자노릇을 한다고 언론에 대서특필되기까지 했다.

이곳의 특성이 그렇다. 매출의 80∼90%를 외국 손님이 올려준다. 에이전트를 끼고 들어오는 바이어나 보따리상이 이곳에서 물건을 떼어간다. 한두 나라가 아니다. 육대주 손님이 모두 이곳에서 액세서리를 사간다.

이런 외국손님에게 환율 상승은 호재다. 900원대이던 환율이 1300원대까지 올랐으니 상품을 40%가량 싸게 살 수 있지 않은가. 이보다 더 좋은 호재는 없다.

환율 치솟는데 외국 손님 발길 끊어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삼호상가 운영회장을 맡고 있는 박종대 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자신들도 그렇게 기대했는데 현실은 영 딴판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상가에 입점한 점포의 60%가 적자를 보고 있고 나머지 40%의 점포 중 20∼30%도 겨우 현상유지를 할 정도라고 한다.

엄살이 아니다. 액세서리의 마진폭은 대략 20∼30%. 월 매출이 1000만 원은 돼야 200만∼300만 원의 이문을 챙길 수 있고, 그래야 월 100만 원 정도의 점포 유지비와 월 100만 원 정도의 운영비(식비·교통비·잡비)를 댈 수 있다. 집에 돈을 가져가는 건 아예 빼고 계산한 것이다. 겨우 적자를 면하려면 월 1000만 원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점포는 전체의 50%가 되지 않는다. 오랜 장사로 단골거래처를 여럿 확보한 점포만이 겨우 버틴다. 21년째 액세서리 장사를 하는 박종대 회장 같은 경우다.

왜일까? 왜 통념과 상식과 예상을 깨고 액세서리 상가가 불황에 허덕이는 걸까?

박종대 씨는 주저하지 않고 하나를 꼽는다. 환율이다. 환율 그 자체가 아니라 환율장세가 문제라고 한다. 자고나면 수십 원씩 등락하는 환율장세가, 하루에 100원 넘게 널뛰는 환율장세가 외국 손님의 발길을 막고 있다고 한다.

이해가 되지 않아 멀뚱히 쳐다보니 박종대 씨가 알아서 부연한다.

에이전트를 끼고 들어오는 바이어는 큰 손이다. 보통 수억 원씩 물건을 주문한다. 문제는 주문 시점과 결제 시점이 하루 이틀 차이가 나는 점이다. 이 하루 이틀 사이에 환율이 100원, 200원씩 등락을 거듭하니 불안한 것이다. 잘 하면 그만큼 이문을 보지만 잘못하면 그만큼 손해를 본다.

보따리상은 ‘큰 손’ 바이어와는 달리 즉석에서 주문하고 결제하지만 역시 환율장세에 민감하다. 이들은 보통 달러를 남대문시장에 와서 환전한다. 곳곳에 자리한 환전상들을 통해 달러를 내주고 원화를 산다. 전 날의 종가로 환전하는 게 아니다. 환전하는 그 순간의 가격으로 돈을 바꾼다. 환전상들이 수시로 ‘전주’에 전화를 걸어 원화 가격을 체크하고 그에 맞게 환전을 해준다. 그러니 이들 역시 불안하다. 타이밍을 잘 못 맞추면 타격이 크다. 아무리 보따리상이라고 하지만 이들도 한 번 사갈 때 수만 달러, 수천만 원씩을 사간다. 타이밍을 잘 못 맞추면 앉은 자리에서 수백만 원을 날려야 하는 것이다.

이게 원인이다. 한국 환율시장이 앉은 자리에서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을 배팅하게 몰아가니 버틸 수가 없다. 차라리 발을 안 담그는 게 낫다. 한국 환율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환율 등락폭이 많아야 이삼 원, 삼사 원에 불과할 때까지 기다린다.

이 때문에 한 달에 두 번씩 들어오던 일본 바이어는 한 달에 한 번으로, 다시 두 달에 한 번으로 방문횟수를 줄인다. 석 달에 한 번씩 들어오던 아프리카 보따리상은 방문주기를 6개월로 늘린다.

꼭 그만큼 매출이 줄어드니 늘어나는 건 물량과 한숨이다. 상인들끼리 자조 섞인 다짐을 한다곤 한다. “100만 원 ‘오더’를 과거의 1000만 원 ‘오더’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단다.

원재료 값은 줄줄이 인상

박종대 회장의 설명을 들으니 얼추 머리 속이 정돈된다. 하지만 말끔하지는 않다. 상인이 그 정도의 모험도 감수하지 않나? 아무리 환율장세가 널뛴다 해도 900원대 시절보다는 훨씬 좋은 환경 아닌가?

박종대 회장 이렇게 되묻는다.

“그 나라 환율은 가만히 있나요?”

우리나라 환율만 오르는 게 아니라고 한다. 브라질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환율 상승폭이 더 컸다고 한다. 그 뒤로 브라질 손님은 발길을 끊다시피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환율 덕을 봐 상품을 싸게 사가도 자기 나라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비싸게 팔아야 하니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고 한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불황도 한몫 하고 있다고 한다. 액세서리는 기호품 또는 사치품에 해당한다. 경기가 곤두박질 쳐 지갑이 얇아지면 제일 먼저 지출을 줄이는 품목이 바로 액세서리라고 한다.

할 말이 없다. 어서 빨리 환율시장이 안정되기를 바란다고, 액세서리 수출만 갖고 보면 최적의 가격대라는 1300원대가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격려성 말을 건네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환율시장 안정이야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말해줄 수 있지만 ‘환율 1300원’을 덕담으로 건넬 수는 없다. 그게 현실로 고착되면 우리 경제 주름살이 깊어진다.

찰나의 정적이 너무 무거워 화제를 돌린다.

“원가 절감 같은 방법은 없을까요?”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박종대 회장이 숫자를 들이민다. ‘라인스톤’이란 게 있단다. 큐빅 비슷한 것으로 액세서리 보석 대용으로 들어가는 물질이란다. 이게 20% 올랐다고 한다. 주석 값도 올랐고 도금비도 금과 은 가격이 뛰면서 30% 올랐단다. 이 모두가 환율 탓이라고 한다. ‘라인스톤’도 금과 은도 모두 수입하는 것이라고 한다.

삼중고다. 환율이 삼면에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내수시장은 죽은 지 이미 오래

그럼 어떨까? 환율 여파를 덜 타는 내수시장은 어떨까?

박종대 회장이 허허롭게 웃는다. 애당초 기대도 안 한다는 투로 몇 가지 사례를 들려준다.

육칠 년 전까지만 해도 내수시장이 쏠쏠했다. 부산과 대구의 경우 지역 도매상만 각 20곳에 달했다. 서울역·강남터미널·부천·부평 지하상가의 경우 액세서리 소매상가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지금, 지역 도매상도 소매 상가도 남아있지 않다. 모두가 문을 닫았다. 경기가 하강하고 지역 경제가 죽으면서 소매상이 하나 둘 문을 닫았고 그 여파로 지역 도매상마저 간판을 내렸다.

“어떤 학자가 그랬다고 하데요.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되면 액세서리 시장이 죽는다고…. 그래서 무슨 말인가 하고 들어봤더니 논리가 참 간단하더만요. 먹고 살만해지면 액세서리가 아니라 ‘주얼리’로 소비 패턴이 넘어간다는 거예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아니, 무슨 파티에 가는 것도 아니고 학교 가고 직장 가면서 진짜 보석 차고 가는 여자가 얼마나 있답니까?”

박종대 회장의 결론은 간단하고 명쾌하다. 경기 탓이라는 거다. 경기가 곤두박질치면서 액세서리 내수시장이 바닥에서 몇 년째 기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답이 없다. 빛이 보이지 않는다. 터널 끝이 어디인지 좀체 가늠할 수가 없다.

▲사진 위=서울 남대문 삼호상가 내부. 손님이 거의 없다.
▲사진 아래=박종대 삼호상가 운영회장

Posted by '토씨'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잘리지 않는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여야 가리지 않고 그의 인책론을 펴고 있지만 이런 요구가 지금 당장 관철될 가능성은 없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미국에서 시작해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는 금융위기가 언제 어떻게 한국에 영향을 줄지 내다보기 어렵다. 범위를 예상할 수 없다. 금융에서 시작한 위기가 실물경제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끼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게 이유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만수 장관을 즉각 자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비상대책을 써야 한다. 경우에 따라 물불 안 가리고 가용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그러려면 여야의 동의나 여론의 호응 여부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위기를 진화하는 데 진력할 ‘악역’이 필요하다.

비상수단을 준비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외환위기의 책임을, 경제실정의 책임을 누군가에게 물어야 한다. 그러려면 이명박 대통령을 대신해 정치공세와 여론질타를 온몸으로 받아낼 ‘제물’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강만수 장관이다.


명분은 있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고사를 들면 그만이다. 경제가 비상상황인데 경제수장을 바꿔 행정공백을 자초해야 겠느냐고 반문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버티면 된다.

마냥 버티는 게 아니다. 길어봤자 연말까지다. 이때까지 버티면서 급한 불을 끄면 된다.

그래야 맞아떨어진다. 그렇게 해야 청와대가 짜놓은 일정표가 헝클어지지 않는다. 연말 개각을 통해 국정 분위기를 일신하려던 계획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물을지 모르겠다. 왜 연말이냐고? 왜 ‘터닝 포인트’를 연말로 단정하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제시할 수 있는 근거는 두 가지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말이 첫째 근거다. 그가 제기한 바 있다. 연말 여권 개편론을 주장한 바 있다. 여러 사람이 물었다. 연말 여권 개편론이 개인 의견인지 청와대와의 교감 아래 나온 주장인지를 물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즉답은 하지 않았다. 다만 청와대에 가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사실만 언급했다.

여권의 정황이 둘째 근거다. 청와대나 한나라당 모두 가을 정기국회를 별러왔다. 정기국회에서 ‘좌파 10년’의 흔적을 지우고 MB노믹스의 기초를 닦으려 했다. 야당이 반대하건 여론이 비판하건 아랑곳하지 않고 돌파하려고 했다. 그렇게 ‘전쟁’을 치른 후 평시체제로 돌아가려고 했다.

연말까지다. 이 두 가지 근거에 기초하면 강만수 장관의 수명은 연말까지 연장된다고 전망할 수 있다.

돌려 말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근거를 기초로 다른 점을 추가로 제기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 부여된 시간 역시 연말까지다. 이때까지 외환 불안을 잠재우고 국정 일신의 계기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진창에 빠진다. 위기상황이 구조화 되면서 개각이나 강만수 장관 경질의 ‘약발’도 국정의 동력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사진=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

Posted by '토씨'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이 그랬다. “집집마다 100달러, 500달러는 있을 수 있다”며 외화통장 만들기 운동을 제안했다. 양정례 친박연대 의원이 그랬다. “제 개인적으로 집에 달러 동전이 500달러 정도 있는데 범국민적으로 달러 모으기 행사를 진행하는 게 어떠냐”며 ‘제2의 금모으기 운동’을 제안했다.

참으로 당혹스럽다. 고백컨대 우리 집엔 달러가 없다. 그 흔한 해외여행 한 번 다녀온 적이 없기 때문에 달러를 손에 쥐어본 일이 없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2달러짜리 지폐조차 만져본 일이 없다. 어떤 사람은 쓰다 남은 동전으로만 500달러를 갖고 있다는데 도대체 나는 뭐했을까 싶다. 시류에 뒤떨어져도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느낌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이 또한 당혹스럽다. 설령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해도 달러를 손에 쥐고 있을까 싶다. 100달러면 13만원, 500달러면 65만원이다. 결코 적지 않은 그 돈을 장롱 한 구석에 방치해놓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은데 한나라당 의원은 아니라고 한다. 집집마다 100달러, 500달러를 갖고 있는 건 기본인 것처럼 말한다. 세상물정에 너무 어둡다는 느낌에 주위를 두리번거리지 않을 수가 없다.

치우자. 느낌은 일기장에나 쓰는 것이니까 그만 하자.

이건 어떨까? 행간이 너무 넓다. 그래서 도드라진다. 김영선 의원이나 양정례 의원의 제안은 하나의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달러가 부족하다는 사실, 외환 유동성 위기에 빠질지 모른다는 예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임의로 설정한 전제가 아니다.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임태희 의원이 확인했다. “외환 유동성의 확보가 가장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외환 보유고가 많아도 쓸 수 없는 것이면 소용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달라도 한참 다른 얘기다. 정부와 여당이 지금까지 해왔던 주장과는 궤를 달리 하는 말이다.

얼마 전까지 힘주어 말했다. 우리나라 외환 보유고가 이천 몇백억 달러라고, 외환 보유고 순위가 세계 몇위라고 힘주어 강조하면서 외환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랬던 정부와 여당이 하루아침에 말을 바꿔버렸다.

그 '하루아침‘에 급변상황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몇 차례 푼 것 외에 달러가 뭉텅이로 빠져나갔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환율 방어용으로 풀었다는 달러도 이천 몇백억 달러에 견주면 그리 큰 지출이 아니라고 정부 먼저 강조했었다.

애당초 정부의 설명과 여당의 주장이 잘못돼 있었다는 얘기다. 이천 몇백억 달러라는 숫자 타령이 결국은 위기를 축소키 위한 수사에 불과했었다는 얘기다. 장롱 속의 달러 동전까지 끌어모아야 할만큼 위기를 키웠다는 얘기다.

‘외화통장 만들기 운동’이나 ‘제2의 금모으기 운동’을 읊조릴 계제가 아니다. 그렇게 힘주어 제안할 염치 또한 없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도대체 외환 실태가 어떤지 낱낱이 공개하는 게 먼저다. 이런 조치가 외환시장의 혼란을 키운다면 최소한 정부 정책이 어떻게, 얼마나 잘못됐었는지라도 고백해야 한다. 고백에서 그칠 게 아니라 실정의 책임을 묻는 조치를 내놔야 한다. 당신이 국가를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기 이전에 국가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먼저 실토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먼저 다짐해야 한다.

하지만 말이 없다. 제2의 금모으기 운동을 제안 받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백’은 뒤로 하고 ‘바람’만 읊조린다.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하긴 어렵다. 민간 차원에서 (먼저) 하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고 훈수 두듯 말한다.

영락없다. 숭례문 복원비 모금운동을 제안했던 경우와 너무나 흡사하다. 뭐가 문제인지 짚기 전에 먼저 틀어막고 보자는 심산이나, 원인제공자는 뒤로 숨기고 피해자에게 ‘도리’를 요구하는 행태나 모든 게 너무 닮아있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