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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9 정세균 대표님, 녹음기 틀어보시죠 (10)
  2. 2008/09/27 '동반자' 되려다 '동네북' 된 민주당 (10)

답이 나왔다. 이른바 ‘영수회담’을 둘러싼 논란을 일거에 정리할 수 있는 말이다.

다른 사람의 말이 아니다. 이른바 ‘영수회담’의 한 당사자인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말에 답이 담겨있다.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정권은 지지하는 사람들하고만 코드를 맞추고, 국민 통합은 않고 분열시키는 일을 책동한다”고 운을 뗀 뒤 “영수회담을 해봤는데 태도 변화를 못 느꼈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마이동풍’ 했고 정세균 대표는 ‘우이독경’ 했다는 얘기다.

지적이 안 나올 수가 없다. 그럴 것이 뻔했는데 뭐하러 청와대에 갔냐고, 왜 청와대에 가서 ‘여당 2중대’ 욕을 버냐는 비판이 자연스레 나온다. 

물론 결과론으로 몰아갈 문제는 아니다. “지지하는 사람들하고만 코드를 맞추고, 국민 통합은 않고 분열시키는 일을 책동”하는 행태를 이른바 '영수회담‘ 이전에 알지 못했다면, 이른바 ’영수회담‘을 하고나서야 알게 됐다면 정세균 대표의 청와대행은 의미를 갖는다.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더라도 그런 행태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소득일 수 있다.

하지만 몰랐을 리 없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줄기차게 지적돼 온 게 바로 ‘소통’이었고 ‘통합’이었다. 다른 곳이 아니라 민주당 먼저 그렇게 비판해 왔다.


다르게 보자. 정세균 대표가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알고서도 청와대를 찾아갈 수 있다. 설득하기 위해서, 충고하기 위해서 찾아갈 수 있다. 소통은 양 당사자의 노력이 맞아떨어져야 이뤄지는 것이니까 어느 한쪽이 먼저 노력을 기울이는 걸 뭐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치자. 그래서 찾아갔다고, 회담 자체가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받아들이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찾아가서 만났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못 느꼈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꼬인다. 정세균 대표는 미련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여기겠다고 한 말을 버리지 않는다.

정세균 대표가 그랬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도 똑같은 말(국정의 동반자)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박 전 대표에게 한 말은 집안싸움을 정리하는 말이었고, 이건 여야 관계 설정의 문제니까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정부가 어떤 일을 할 때 파트너로서 의견을 존중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모순이라고 지적하는 건 부적합하다. 차라리 코미디라고 규정하는 게 낫다.

본인 스스로 규정한 사실을 부정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지하는 사람들하고만 코드를 맞추고, 국민 통합은 않고 분열시키는 일을 책동”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뒤에 가선 이명박 대통령이 민주당을 “파트너로서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애당초 가능하지 않은 일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국정운영의 동반자’에 대한 기대가 ‘실소’ 거리라면 ‘초당적 협력’에 대한 의지는 ‘썩소’ 거리다.

살펴보면 안다. 정세균 대표는 경제살리기와 남북관계 등에서 ‘초당적 협력’을 하겠다고 하지만 기실 할 게 별로 없다. 이 분야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 태도는 변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감세를 밀어붙인다. 미국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IB 육성책을 포기하지 않는다. 각종 규제를 풀 준비를 하고 있다. 모두 민주당이 반대하는 것들이지만 이명박 정부는 ‘돌격’ 모드를 가다듬고 있다.

남북관계는 또 어떨까? 정세균 대표가 제안한 게 민주당의 ‘대북 네트워크 활용’이었다. 하지만 이른바 ‘영수회담’이 열린 바로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핵무기 포기’와 ‘개방’을 다시금 요구했다. 민주당이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만든다고 비판한 ‘비핵·개방 3000’ 정책을 다시 읊조린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이 이렇다면 ‘대북 네트워크’를 활용할 여지는 없다.

그럼 이건 어떨까? 정세균 대표가 강조한 ‘스몰딜’(정 대표는 “스몰딜이 자꾸 쌓이면 빅딜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추가경정예산안도 우리 의지를 반영했다”고 주장했다)이 ‘초당적 협력’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또한 가당치 않다. 민주당이 애초에 지적했던 문제, 즉 사기업(그것도 외국자본이 지분을 소유하는)인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에 국민 혈세를 지원하는 문제를 접고 그 대가로 노인 틀니 지원비를 얻어낸 건 ‘스몰딜’이 아니다. ‘스몰’인지 ‘빅’인지를 계산하기에 앞서 ‘딜’이라고 볼 수가 없다.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걸 내주고 ‘생색거리’를 챙기는 걸 두고 ‘딜’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은 없다. 상대에 떡을 통째로 내주고 콩고물을 얻는 걸 ‘거래’라고 인정하는 사람 또한 없다. ‘딜’은 등가교환일 때에나 쓰는 말이다.

알아야 한다. 정세균 대표는 자신이 어느 길을 걷는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돌아봐야 한다. 뒤돌아서서 걸어온 길을 훑어봐야 한다.

권하고 싶다. 우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 내용을 다시 들어보길 바란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의 주장이 얼마나 모순돼 있는지, ‘화자’가 아니라 ‘청중’이 돼 들어보기 바란다.

▲사진=<경향신문>의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인터뷰 기사

Posted by '토씨'

한껏 고무돼 있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소기의 성과를 냈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정세균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회동을 한 직후 민주당 지도부가 보인 모습이 이랬다. 이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대하겠다고 했다며 민주당은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다고 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생산적”이었다고도 했다.

하루만이다. 그러고나서 하루만에 문건이 공개됐다. 한나라당의 국정감사 전략을 담은 문건이었다. 이른바 ‘노무현 정부 15대 의혹’을 선정해 상임위별로 어떻게 공격할지 그 실행계획을 담은 문건이었다.

이 문건이 실행에 옮겨지면 민주당이 다친다. 전·현직 민주당 의원 여럿이 곤란한 지경에 빠지고 민주당 전체가 도마 위에 오른다(검찰의 ‘사정수사’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현재 진행중인 검찰 수사내용을 국회로 끌어들이는 게 온당한 일인지는 분명 짚어야 할 문제이지만 여기선 논외로 한다).

비유가 좀 ‘저렴’하긴 하지만 이것만큼 안성맞춤인 게 없다. 민주당은 몸 대주고 뺨 맞는 신세가 돼 버렸다.

애초부터 그럴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 대접을 받을 처지가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 올인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정책의 골간에 해당하는 법률안들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려고 한다. ‘경제살리기’ 명분아래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구현할 법률안들을 통과시키려 하고, ‘법질서 확립’ 미명아래 반대세력 길들이기에 동원할 법률안들을 처리하려고 한다.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기초입법’에 해당하는 작업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마무리하려 한다.

‘돌파’는 숙명이다. 야당이 반대한다고 주춤거릴 수가 없고 야당이 공격한다고 물러설 수가 없다. 그러면 이명박 정부 정책이 흐트러진다.

‘초당적 협력’에 목말라 하지 않아도 된다. 한나라당이 과반을 점하지 못했다면, 민주당이 국민 지지를 듬뿍 받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실정은 그렇지가 않다. 한나라당 의석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왜소 야당, 국민의 15% 안팎만이 지지하는 홀대 야당을 대접하기 위해 국정을 양보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반대 의견을 경청하고 야당과 협상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다가 시한이 되면 절대 과반을 점한 의석 수로 밀어붙이면 그만이다.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후의 사정을 조금만 돌아봤어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18대 국회 개원 협상이 타결 일보 직전까지 갔다가 누구의 비토로 원위치 됐는지, 청와대가 한나라당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주문한 45개 법률안이 뭔지를 조금만 살폈어도 금방 알 수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이번 정기국회 모드가 ‘전투’일 수밖에 없음을 쉬 알 수 있다.

이것 갖고 부족하다면 하나 더 추가할 수 있다.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국정운영의 동반자”란 립서비스를 받기 훨씬 전에 이보다 더 한 대접을 받았던 사람이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그는 ‘국정의 동반자’일 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로 치켜세워졌다. 말로는 그렇게 환대 받았지만 공천에서, 당 운영에서, 국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고 있지 않다(물론 박 전 대표 스스로 거부하는 면도 있지만).

현실이 이런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개선장군이나 되는 양 행세했다. 제1야당의 위상을 확인했다고 자찬했다. 자칫하다간 여권에 휘둘리고 지지층에 비판받는 ‘동네북’ 신세가 될지도 모르는데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자신들이 ‘동반자’ 대접을 받게 됐다고 동네방네 떠들었다.

천지 분간 못하고 일희일비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모습을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중심이 없다는 해석 외에 굳이 다른 걸 붙일 필요가 없다.

‘야성’이 뭔지 그 개념조차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모습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사진=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25일 회동 모습 ⓒ청와대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