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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07/18 금배지 여러분, '이건희판결' 어떤가요 (7)
  2. 2007/11/20 삼성의 '떡값' 신정아의 '명품 선물'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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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두는 개헌입니다. 제헌절 60주년을 맞아 정치권이 내놓은 화두는 개헌입니다. 여야 가리지 않고 모두가 개헌을 읊조립니다.

익히 들어온 화두이니까 긴 설명은 필요 없을 겁니다. 여야 모두 ‘87년 체제’의 극복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타당한 주장이니까 토를 달 필요까진 없을 겁니다. 87년 이후 20년 동안 한국 사회가 빠르게, 그리고 폭넓게 변한 사실엔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정보혁명이 이뤄지고 개인의 삶이 더더욱 중시되는 사회로 변모한 건 틀림없습니다. 그러니까 바뀌어야 겠죠. 몸뚱이가 커졌으니 옷을 갈아입어야 되겠죠.

근데 왜일까요? 흔쾌히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87년 체제’의 극복이란 말에 어두운 여운이 느껴집니다.

2.
어제 두 건의 뉴스를 접했습니다. 아주 묘하게 교차하는 뉴스였습니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옅은 미소를 띠며 법정을 나서는 장면과 이석연 법제처장의 소신에 찬 강연 소식이 기묘하게 오버랩 됐습니다.

법원이 판결했습니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은 ‘무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은 ‘면소’라고 했습니다. 조세 포탈, 그것도 ‘일부’ 시기의 조세 포탈만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석연 법제처장이 주장했습니다. “현행 헌법에는 자유시장경제라는 헌법의 기본원리를 제약하는 규정이 있다”며 “개헌과정에서 국가의 경제 관여를 규정한 조항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바로 헌법 119조 2항 ‘경제민주화’ 조항입니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수 있다’는 바로 그 조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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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흐름은 하나입니다. 두 건의 뉴스를 관통하는 흐름은 ‘경제 민주화’ 조항에 대한 부정, 또는 역행입니다.

물론 좁게 보면 헌법이 아닌 법률 해석의 문제일 수도 있겠죠. 법원 판결의 경우 ‘경제 민주화’ 취지와는 무관하게 법률 요건에 맞는지만 따진, 실무적 판결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형식논리입니다. 법원 판결 이후 불붙고 있는 논란은 재판부의 적극적인 법률 해석·적용 의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확장하면 헌법에 명시된 ‘경제 민주화’ 취지에 입각했느냐의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4.
옳고 그름을 여기서 따지지는 않겠습니다. 찬반을 가르지도 않겠습니다. 대신 개헌을 읊조리는 정치권에 질문을 던지려 합니다.

어떻게 보는지요? ’87년 체제‘ 20년 동안 ’경제 민주화‘는 ’성장‘했을까요? 아니면 ’퇴보‘했을까요? 법원의 ‘이건희 판결’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요?

87년 이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재벌 총수의 재판 회부 사실만으로도 ‘성장’한 것이라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재판에 회부된 재벌 총수 대부분이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현실에서 ‘퇴보’ 또는 ‘답보’의 근거를 찾아야 할까요?

아니, 질문이 잘못됐네요. 논란이 되는 문제는 ‘경제 민주화’의 정도가 아니라 ‘경제 민주화’ 조항의 정당성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물어야 겠죠.

재벌 총수를 배임이나 조세 포탈 등의 이유로 법정에 세우는 게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걸까요? 아니면 ‘자유’가 ‘약탈’이나 '지배'로 흐르는 걸 막기 위한 ‘불가피한 관여’일까요?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어찌보면 권력구조개편 문제보다 더 중요한, 우리 경제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듣고 싶습니다. ‘경제 민주화’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을 듣고 싶고, 개헌에 그 문제를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를 듣고 싶습니다.

그래야 정치권이 합창하는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제대로 판단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진 위 =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
▲사진 아래 = 판결을 받고 법정을 나서는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오마이뉴스

Posted by '토씨'

#1

어제 선배 몇 분과 점심을 먹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라 젓가락질 사이로 이런저런 얘기가 쉴새없이 섞여 나왔죠.

한 선배가 말하더군요. 요즘 자괴감을 느낀다고…. 좀 뜨악했습니다. 자괴감을 느낀다는 선배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거든요.

귀를 기울였습니다. 웃음과 자괴감의 부조화를 해소시킬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얘기를 듣곤 피식 웃어버렸습니다. 삼성의 이른바 '떡값'도 받지 못하고, 신정아 씨의 명품 선물도 받지 못하는 자기 신세가 처량하다고 하더군요. 언감생심, 그런 건 바라지도 않는다고, 아무리 자기 급이 낮아도 그렇지 에버랜드 입장권 한 장은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군요.

농담이었습니다. 이른바 '바보 시리즈'를 재생한, 아주 식상한 썰렁 개그였습니다.

60년대에나 통했을 법한 이런 썰렁 개그가 첨단시대라는 지금에도 어김없이 유행합니다. 비리사건이 터지고 로비 리스트가 나오고 '떡값'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왜 나한테는 안 보낸 거야?"

이 썰렁 개그엔 냉담한 시선이 깔려있습니다. 세월이 가고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비리 사슬, 로비 커넥션에 대한 염증이 '동승 욕구'라는 전도된 형태로 표출됩니다. 일종의 좌절감과 적대감의 역설적 표현인 셈이겠죠.

#2

점심 식사 자리를 파하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출·퇴근 시간을 비껴 달리는 지하철인지라 곳곳에 빈자리를 남겨뒀더군요.

맞은편 승객을 쳐다보기가 민망해 천장을 올려보다가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삼성의 이른바 '떡값'과 신정아 씨의 명품 선물은 급이 같은 건가? 몇몇 기업에서 돈을 받았다는 변양균 씨와 명절 때마다 삼성 돈을 받았다는 정관계 인사들은 동급인가?

두 경우 모두 사법부의 판결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뭐라 말할 수는 없겠죠. 한쪽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다른 한쪽은 일신의 영달을 위해 돈과 선물을 전달했다고 하니 급이 다른 것 같기도 합니다만 이 또한 아직 입에 담을 단계는 아닙니다.

법 논리는 법률 전문가들이 알아서 챙길 테니까 여기선 상식만 갖고 얘기하렵니다. 어쨌든 양쪽 모두 '잘 봐달라'는 뜻으로 돈과 선물을 건넸다면 급은 몰라도 성질은 같은 것이겠죠.

그래서 의아합니다. 신정아 씨 사건이 터졌을 때 언론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연일 대서특필했고, 어떤 언론은 마치 '권력형 비리'의 단서라도 잡은 양 신정아 씨의 알몸 사진까지 실었습니다.

이렇게 뜨거웠던 언론이 싸늘히 굳어 버렸습니다.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나에게도 삼성 돈이 전달됐다"며 증거 사진까지 제시했는데도 구겨버립니다. 신문 서너 쪽을 건너 뛰어 정치면 한 귀퉁이에 상자 기사로 박아버립니다. 사진도 싣지 않습니다. 상자 기사 위로는 대선에 골몰하는 정치권의 소식을 차곡차곡 쌓습니다. 오늘 신문이 그렇습니다.

도대체 열정이 냉정으로 급변한 이유가 뭘까요? 많은 사람이 한 마디씩 합니다. 자기들도 받았으니까 뒤가 구려서, 광고를 의식해서, 판을 키우면 대선에 영향을 미칠까봐 등등 나름의 분석을 내놓습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내칠 수 없는 분석입니다. 그래서 더 씁쓸합니다. '보고 싶은 만큼 보인다'는 옛말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건 너무 심합니다. 언제부터 진실이 이렇게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걸까요?

우리 언론에게 진실은 보고 싶을 때만 보는 만화나 영화 같은 것인가 봅니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