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부가 중국과 버마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대지진과 싸이클론으로 수 만, 십수 만의 사망자와 수백 만의 이재민을 낳은 두 나라를 돕기 위해 지체하지 않고 구호 물자와 구조 요원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당연한 조치입니다. 인명엔 국적도, 이념도, 체제도 없습니다. 값어치를 매길 수도 없습니다. 사람 목숨은 그 자체로 존귀하고 귀중합니다. 일단 살려놓고 볼 일입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왜인가요? 왜 북한에 대해서만은 즉각적인 구호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건가요?
2.
대북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의 법륜 이사장이 밝혔습니다. 북한에서 4월부터 아사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최악의 경우 6월까지 아사자가 20∼3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극단적인 전망이기에 20만, 30만의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해도 아사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허투루 넘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북한이 먼저 요청해야 식량지원을 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식량지원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하고 있습니다.
3.
화가 난 걸까요?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로 몰아붙인 북한의 태도에 실망한 걸까요? 하지만 ‘철천지원수’ 미국조차 50만톤의 식량지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경우가 다른 걸까요? 중국이나 버마의 비극은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 때문에 발생한 것이지만 북한의 비극은 김정일 정권의 실정 때문에 빚어진 것이기에 다르게 대응하는 걸까요? 이 또한 아닙니다. 북한의 아사자는 지난 2년 동안 홍수가 집중된 평안남도 양덕군과 황해북도 사리원에서부터 나타나고 있습니다.
불투명해서 그런 걸까요? 북한 주민 구호에 쓰여야 할 식량이 군량미 등으로 전용될까 우려하는 걸까요? 이마저도 아닙니다. 버마에서는 관리들이 이재민에게 보내야 할 구호 물품을 착복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북한에 식량을 보내기로 한 미국이 지난 주에 조사단을 북한에 보내 식량분배 모니터링 방법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4.
이렇게 세세하게 짚을 이유가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사람 목숨은 일단 살려놓고 봐야 합니다. 일의 선후를 따지고 조건과 단서를 붙일 일이 아닙니다.
<중앙일보>가 좋은 말을 했습니다. “재난 앞엔 너와 내가 없다”면서 “정권의 실정과 어이없는 대응이 아무리 마뜩치 않더라도 인도적 재난 앞에서 그걸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했습니다.
북한은 빼놓고 중국과 버마에 한정해 한 말이지만 확장해도 무방합니다. 재난 앞에서 이것저것 따지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너와 내가 없습니다.
북한이라면 더더욱 따질 이유가 없습니다. 북한 땅에 사는 주민 모두, 지금 이 시간에도 굶어 죽어가는 아사자 모두가 같은 혈족 같은 동족입니다.
▲사진=식량난으로 영양결핍을 보이는 북한 어린이들 ⓒ오마이뉴스
'이슈분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소통' 하겠다며 '소탕' 꾀하는 정부 (16) | 2008/05/15 |
|---|---|
| 지진·태풍피해자만 보이고 아사자는 안 보이나요? (21) | 2008/05/14 |
| 이제와서 'FTA'와 '쇠고기'가 별개라고? (8) | 2008/05/13 |
| 친박 복당? 참 한가하다 (1) | 2008/05/1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