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자동차'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7/21 비정규직법, 감춰둔 건가 포기한 건가 (9)
  2. 2009/06/08 쌍용차에 협상 벌일 '사'가 있나요? (19)


냉온탕을 오가는 게 국회 스텝이라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눈 씻고 찾아봤지만 없다. 여야 원내대표가 장장 7시간 30분 동안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기에 혹시 논의가 됐을까 싶어 찾아봤지만 일언반구, 일점일획도 없다.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이해할 수 없다. '원안 고수'를 주장해온 민주당이야 그렇다치더라도 '반드시 개정'을 주장해온 한나라당의 태도만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호들갑을 떨었다. 비정규직법 시행을 유예하지 않으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길거리에 나앉을 것이라며 일분일초라도 빨리 비정규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랬던 한나라당이 꿩을 구워먹었는지 입을 닫았다. 비정규직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채 미디어법에 올인하고 있다.

민주당이 비정규직법 개정에 반대하기 때문이라는 이유, 김형오 국회의장이 비정규직법 직권상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런 이유 때문에 체념한 것이라면 미디어법도 일찌감치 접었어야 한다. 그게 일관된 태도다.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밑밥’이었다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조문정국을 끝내고, 원외에 머물던 민주당을 끌어들이기 위해 비정규직법을 활용했다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정치의안’인 미디어법 처리를 위해 ‘민생의안’인 비정규직법을 멍석으로 활용했다고 밖에는 볼 수가 없다.

오해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말하면 ‘왜 비정규직법을 개정하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것처럼 들을지 모르겠다.


정반대다. 마다 할 이유가 없다. 비정규직법 원안이 뒷전으로 밀리다가 자연스럽게 유지된다면 굳이 성낼 까닭이 없다.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최선책은 ‘시행 유예’가 아니라 ‘시행 고수’라는 생각을 바꿀 근거가 생기지 않는 한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양면성을 새삼 거론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정규직법 논의를 뒷전으로 밀어놨다가 어느 순간 기습 상정해 처리할 가능성을 100%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형오 의장이 비정규직법 직권상정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고는 하나 자고나면 상황이 달라지는 게 우리 정치판이기 때문이다.

행여 이런 상황이 도래하면 파장은 엄청나게 커진다. 쌍용자동차 문제로 일촉즉발의 상황에 내몰린 노동계에 휘발유를 붓고 노정 대립을 극한으로 치닫는다. ‘시행 고수’ 분위기를 감지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사업주를 다시 들썩거리게 만들면서 노동시장을 불안정 상태로 몰아넣는다.

분명히 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차제에 비정규직법 개정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개정을 포기한 것인지, 포기하지 않았다면 개정 논의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민주당은 요구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내놓는 그때그때의 의제에 즉자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입에 올리지 않는 게 비정규직법 개정을 막는 데 효과적이라는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오히려 고리를 걸어야 한다. 미디어법 논의가 비정규직법 개정 포기를 전제로 한 것이냐고 한나라당에 묻고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이게 그나마 의정의 소모성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차악책이다.

▲사진=6월 30일 비정규직법 처리 촉구 결의대회를 갖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 ⓒ한나라당

Posted by '토씨'

1.
나오는 이야기는 모두 같습니다. 이대로 가면 공멸이니까 어떻게든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며 노사 합의를 종용합니다. 정리해고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쌍용자동차에 대해 언론을 비롯한 제3자는 다들 이렇게 말합니다.

‘공자님 말씀’입니다. 그래서 토를 달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무력합니다.

2.
‘노사 협상’은 성립할 수 없습니다. 현 상태로는 그렇습니다.

쌍용자동차엔 협상장에 앉을 ‘사’가 없습니다. 명목상으로 ‘사’를 대표하는 두 명의 공동관리인에겐 아무 권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법원이 임명한 사람들입니다. 법원을 제쳐놓고 독자적으로 해법을 모색할 권한이 이들에겐 없습니다.

결정권을 쥐고 있는 법원의 의지는 확고합니다. 회사 존속의 조건으로 감원과 자금 조달계획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말이 좋아 두 가지 조건이지 사실은 순차 조건입니다. 채권단은 자금 지원의 조건으로 감원을 요구하고 있으니까요.

어쩔 수가 없습니다. 법원은 정책을 펴는 곳도, 정무적 판단을 내리는 곳도 아닙니다. 객관적 현실에 기초해 냉정하게 경영적 판단을 내리는 곳일 뿐입니다.

아무리 둘러봐도 ‘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3.
‘이대로 가면 공멸’이라는 얘기는 기만적인 얘기입니다. 더불어 잔인한 얘기입니다.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노사 협상은 원천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노조가 정리해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노사 자율 합의는 성립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대로 가면’이란 얘기는 ‘이대로 받아들이라’는 얘기와 같습니다.

노조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공멸이니까 직장 동료와 그 가족의 생존권을 제물로 삼자고 얘기하는 건 노조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대로 가면’이란 얘기는 윽박지르는 것과 같습니다. 너까지 죽을래? 아니면 너라도 살래?라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4.
눈을 다른 데로 돌려야 합니다. 권한없는 ‘사’와 물러설 수 없는 ‘노’에서 해법을 찾을 수 없다면 다른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합니다. 법원이 판단의 준거로 삼는 ‘객관적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곳에 가서 해법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곳이 바로 정부입니다. 자금 지원 결정권을 갖고 있는 곳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고, 산업은행의 실소유주가 정부이기 때문입니다.

5.
정부가 나설 명분과 이유도 있습니다.

노조는 나누자고 합니다. 고용만 보장하면 임금을 깎아 총비용을 줄이는 걸 감수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니 제발 정리해고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합니다.

‘잡 셰어링’입니다. 노조의 이런 주장은 이명박 정부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주창했던 ‘잡 셰어링’과 다를 바가 전혀 없습니다. 임금을 줄이고 비용을 줄여 한 명의 노동자라도 더 고용하자는 정부의 캠페인과 똑같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노사 자율 교섭 원칙만 읊조리면서 뒷짐 지고 있습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헤아릴 수 있습니다.

정부에게 쌍용자동차는 ’원 오브 뎀‘일 겁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온리‘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과는 달리 정부 입장에선 자동차산업 전체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고,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겁니다. 그래서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것일 겝니다.

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그러면 그럴수록 정부가 더 나서야 합니다. 국가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쌍용자동차의 해법을 모색하려는 기조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더 적극 나서야 합니다.

아무 죄도 없이,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희생을 강요당해야 하는 노동자들을 국가가 끌어안을 수 있는 방법을 내놔야 합니다. ‘잡 셰어링’을 구호로 외칠 게 아니라 구체적 방법으로 제시해야 하고, 구조조정의 억울한 희생자들을 구호할 복지책을 내놔야 합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비빌 곳 없는 노동자들에게 ‘자력갱생’ 하라고 읊조리면서 팔짱 끼고 있습니다.

▲사진=쌍용자동차 노조의 파업 장면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