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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6 '노무현 댓글'에 밀려드는 이 갑갑증은… (79)
  2. 2009/06/02 노무현 수사는 정당? 그래 가려보자 (62)

1.

어제 퇴근길에 집근처 공설운동장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렇잖아도 꼭 가봐야지 하면서도 가보지 못한 것에 늘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집에 들어가니 저녁 10시정도 되더군요. 아이들(두 딸이 있습니다. 10살, 9살)이 아직 안 자고 있길래 "아빠, 노무현 대통령 할아버지 분향소에 갈 건데, 같이 갈래?" 하는 말에 아이들은 "아빠 같이 가요"….

아이들을 데리고 차를 타고 갔습니다. 가는 도중에 딸아이가 묻더군요. "아빠, 노무현 대통령 할아버지 왜 자살했어요?" 순간 망설여졌습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어떻게 설명을 해야 이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그런데 무책임하게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 현실을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분향소에 도착하여 아이들과 함께 꽃을 놓으며 잠시 묵념을 하고 나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영상을 아이들과 잠시 보았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말없이 아이들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5월 27일, 제 블로그 방명록에 올라온 글입니다. 한 방문객이 남긴 글입니다.

머리가 ‘띵’ 했습니다. 한 구절에 시선을 꽂은 채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답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아빠, 노무현 대통령 할아버지 왜 자살했어요?" 라는 딸아이의 질문에 아무 설명도 할 수 없었던 그 분의 마음을 이심전심으로 헤아릴수록 갑갑증이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2.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역사입니다. 대한민국 역사는 물론 전 세계 역사를 통틀어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건입니다. 남을 겁니다. 몇 년, 아니 몇 십 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아픈 역사로 남게 될 겁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교육입니다. 물어볼 겁니다. 우리의 자식 또는 우리의 손자가 물어볼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 할아버지 왜 자살했어요?”란 질문을 던질 겁니다.

어떤 기록을 보여줘야 할까요?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까요?

정부와 검찰의 정치보복성 먼지털이식 수사 때문에 서거한 것이라고 가르치면 될까요? 아니면 포괄적 뇌물죄 혐의와 친인척 비리에 수치감을 느껴 자살한 것이라고 가르치면 될까요?

3.

아무 것도 알지 못합니다. 거대한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엔 먼지만 쌓이고 ‘옥’과 ‘석’은 여전히 땅 속에 뒤엉켜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받을 만한 행위를 했는지, 다시 말해 재임 중에 금품이 오간 사실을 알고도 두 눈 질끈 감았는지는 영영 알 수가 없습니다. 검찰은 더 이상 수사를 하지 않고, 지금까지 수사한 자료는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된 석 달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톱뉴스를 장식했던 숱한 조각 정보들도 사실 확인이 안 되고 있습니다. 권양숙 씨가 받은 돈이 100만 달러인지 140만 달러인지, 노정연 씨가 미국 주택 계약서를 찢었는지 아닌지, 1억짜리 명품 시계가 논두렁에 버려졌는지 아닌지, 그 어느 것 하나 ‘공식적으로’ 확인이 안 되고 있습니다.

역사는 뒷전이고 정치만 창궐합니다. 기록은 팽개치고 주장만 쏟아냅니다.

언론은 ‘똥 묻은 개’와 ‘겨 묻은 개’로 나뉘어 싸움을 벌입니다. 국회를 열어 검찰 수사자료를 파헤쳐야 할 정치권은 집안싸움에 공방전만 벌입니다. 검찰총장은 ‘노무현 수사’는 정당했다고 강변하는 한편 ‘수사 외적인 요인’에 대해서는 알 듯 모를 듯한 말로 해석의 여지를 남긴 채 유유히 떠나갑니다.

이렇게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갑니다. 더불어 ‘진실’은 속절없이 묻혀갑니다.

4.

먼 훗날의 광경이 눈에 선합니다.

‘과거’가 돼 버린 노무현 수사를 놓고 핏대를 세울 겁니다. 정파와 이념과 세력으로 편을 갈라 삿대질을 할 겁니다. 각자의 처지와 입장에 따라 제 맘대로 ‘과거사’를 재단하면서 멱살잡이를 할 겁니다. 그러면서 ‘정사’는 파묻히고 ‘야사’가 득세할 겁니다.

우리의 자식과 손자는 또 헷갈리겠지요.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를 헤아리기 전에 삿대질과 멱살잡이에 환멸을 느껴 도리질을 할 겁니다. 정치권과 언론계의 행태에 염증을 느껴 진실을 갈구하는 마음을 접을 겁니다.

이렇게 역사는 퇴색해 가고 교육은 피멍이 들어갑니다.

▲사진=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정


Posted by '토씨'

달라도 너무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과 검찰의 견해는 상극이라 할 만큼 넓게 벌어져 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그랬다. “수사와 관련된 여러 상황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스스로 목숨을 버리도록 몰아간 측면은 분명히 있으니 타살적 요소는 있다”고 했다. 검찰이 그랬다.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이 손상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따라가지는 말자. 양쪽의 공방을 흥미 위주로 관전하는 태도는 너무 무책임하다. 자살을 부른 전직 대통령 수사의 중대성에 비쳐볼 때, 전직 대통령 자살로 국민이 받은 엄청난 충격에 비쳐볼 때 너무 경박하다.

참여해야 한다. 관전자의 태도가 아니라 배심원의 자세로 하루라도 빨리, 그리고 일말의 여운도 없이 공방을 끝내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논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양쪽이 대립하는 문제의 본질이 뭔지를 가려야 한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 그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양숙 씨가 100만 달러를 받은 사실을 올해 2월경에야 알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검찰이 그랬다. 돈을 준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줬다고 진술해서 수사한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다. ‘타살 수사’와 ‘정당한 수사’를 가르는 기준이 바로 이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금품이 오간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재임 중에 그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적용하려고 했던 혐의가 바로 이것이었고, 수사 초기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조준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가릴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의 주장과 검찰의 주장을 모두 당사자의 일방적 주장으로 치부하고 나면 유일하게 거머쥘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검찰이 ‘노무현 재임 중 인지’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고 있었는지를 가리는 일이다. 수사 초기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간주해 ‘올인 수사’를 벌일 만큼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고 있었는지를 가리는 일이다. 어차피 공소하는 쪽은 검찰, 따라서 입증 책임을 져야 하는 곳도 검찰이니까 이 경로를 따라가면 된다.

어렵지 않다. 굳이 보물찾기를 할 필요가 없다. 이미 마련돼 있다. 노무현 수사자료다. 검찰 수사의 결정체이자 노무현 항변의 집약체인 진술조서도 작성돼 있다. 검찰이 타이핑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명날인한 자료가 검찰 캐비닛에 보관돼 있다. 꺼내기만 하면 된다. 이 진술조서를 공개하기만 하면 검찰의 ‘피의자 노무현’ 수사 성과가 어느 정도였는지, ‘피의자 노무현’의 반박 수위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대번에 알 수 있다.

검찰의 자발적 공개는 기대하지 말자. “수사 배경과 경과, 신병처리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사실관계를 오인해서 검찰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그래서 전국의 검사장급 기관장들에게 설명자료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도, 일반인에게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해할 소지는 있다.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한 사건이다. 그런 사건의 수사내용을 무턱대고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행위는 월권이자 위법행위일지 모른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국회가 검찰에 노무현 수사자료 제출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검증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수사자료에 담긴 검찰의 수사 성과 즉 ‘노무현 재임 중 인지’ 혐의를 입증할 물증을 얼마나 확보했었는지를 가려야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래 끌 일도 아니다. 국회는 국회의 권능으로 요구하면 되고 검찰은 검찰의 의무에 따라 내놓으면 된다. 이렇게 정도를 따라가면 된다.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