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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가리는 건 둘째 문제다. 노무현 정부 때 쇠고기 수입 개방을 사실상 결정했고 우리는 단지 ‘설거지’만 했을 뿐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후순위 문제다.

‘론(論)’으로까지 평하는 건 가당치 않다. 이명박 정부의 주장에 論을 붙여 ‘설거지론’이라 칭하는 언론의 보도는 결코 온당하지 않다.

‘설거지’ 주장이 論으로 불리려면 옳고 그름을 떠나 최소한의 정합성이라도 갖춰야 한다. 논리의 일관성 말이다. 헌데 이게 없다. 오히려 모순투성이다.

단적인 예 하나만 들자. 10.4 정상선언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함께 사인을 한 공식 문서다. 사실상의 국가간 협정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걸 이행치 않고 있다. 이행치 않을 뿐 아니라 대놓고 부정하고 있다. ‘비핵·개방3000’ 정책이 그렇고 아세안지역 안보포럼에서의 행보가 그렇다.

이렇게 대놓고, 아주 과감하게 전임 정부의 정책을 부인하고 뒤집는 이명박 정부다. 전임 국가원수가 직접 사인을 한 사실상의 국가 협정에 대해서조차 고개를 가로 젓는 이명박 정부다.

이런 정부가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노무현 정부의 비공식적인, ‘사실상의 결정’에 목을 맨단 말인가.

차이는 있을 수 있다. 10.4정상선언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와 맞지 않고 쇠고기 수입은 부합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래서 하나는 부정하고 다른 하나는 승계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래도 마찬가지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설거지’ 주장은 가당치 않다. 자신이 좋아, 자신의 정책기조와 맞아 승계한 것이라면 그건 당연히 자신의 선택이고 자신의 책임이다.

게다가 쇠고기 협상문서에 직접 사인한 쪽은 이명박 정부다. 경위가 어떻든 계약의 책임은 계약서에 서명 날인한 쪽에서 지는 게 이명박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시장의 원리 아닌가.

누워침뱉기에 다름 아니다. ‘설거지’ 주장은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 하는 것과 진배없다.

벌써 잊었을 리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누구 덕에 당선됐는지를 까먹었을 리 없다. 대다수가 인정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비결 가운데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게 바로 ‘반노 정서’라고 다수가 말한다. 누구보다 ‘노무현 덕’을 많이 본 사람이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런 이명박 정부가 이제와 ‘노무현 덫’을 주장하는 건 낯간지러운 일이다. 설령 ‘노무현 덫’이 실제로 작용했다 해도 천연덕스럽게 주장할 일이 못 된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표에 ‘노무현 덫’을 극복하라는 바람을 함께 실었던 표심을 정면에서 부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세상사 이치는 간단하다. 자기가 잘못해 놓고 ‘쟤 때문이예요’라고 손가락질 하면 벌을 받는다. 성인은 말할 것도 없고 초등학생, 나아가 유치원생까지 벌을 받는 게 세상사 이치다.

세상사 이치에서 교훈이 나온다. 조상탓 하지 말라는 가르침 말이다.

▲사진=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2월 18일 회동 모습

Posted by '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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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의원은 참 특이한 인물이다. 전혀 한나라당답지 않은 점에서 그렇다.

이건 ‘주관적 해석’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이다. 그의 어록에 나와 있다.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소신 발언을 아끼지 않은 기록이 분명히 기록돼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학법 어록’이다. 사학법의 이념성을 문제 삼으며 장외투쟁을 주도하던 박근혜 당시 대표의 행보를 두고 “병”이라고 대놓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 당시 대표로부터 “막말은 삼가야 한다”고 한 소리 들었고, 김용갑 당시 의원으로부터는 “당을 떠나라”고 요구받기도 했다.

‘쇠고기 어록’도 있다. 촛불이 뜨겁게 타오르던 지난 6월 2일에 “실질적인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곤란하다면 국회 결의를 통하든 실질적인 재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 원희룡 의원이 오늘 또 입을 열었다. “정부의 방송장악이란 있을 수 없다”며 “특히 YTN의 경우 과거 경선 당시 특보라는, 소위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는 (인사를 임명하는) 이것은 너무 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했다.

하나 같이 귀에 쏙 박힌다. 고비 때마다 국민의 정서와 요구를 대변한 것 같다. ‘미스터 바른말’이란 별명이라도 선사하고 싶을 정도다.

그럼 어떨까? 원희룡 의원은 소신 발언에 걸맞는 소신 행동을 했을까?

찾아볼 수가 없다. 언행을 일치시켰다는 기록을 찾기 어렵다. 한 마디 툭 던진 다음에 묵언잠행을 한 흔적은 있는데 소신을 관철시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기록은 찾기 힘들다.

대부분이 ‘개인 플레이’였고 그 ‘개인 플레이’의 양식은 ‘언론 플레이’였다. ‘사학법’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쇠고기’와 ‘방송’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개진한 것이었다.

자신의 소신을 관철시키기 위해 연판장을 돌리고 세를 규합하려 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새로 원내대표가 된 이재오 의원이 전격적으로 사학법 장외투쟁 중단을 선언하기 전까지 자신의 소신을 관철시키기 위해 당시 맡고 있던 최고위원직을 내던지고 ‘농성’을 했다는 류의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추가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두 주일여 동안 쇠고기 재협상을 관철시키기 위해 결의안 문안 작성에 들어갔다는 류의 소식을 접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원희룡 의원의 소신에 공감하면서도 기대를 갖지 않는다. 어느덧 3선의 중진이 되었건만 그의 말에서 정치적 중량감과 파괴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저 한 평의원의 인기 발언 정도로만 들린다.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냉소를 보내려는 게 아니다. 강조하고픈 건 원희룡 의원이 당사 밖에서 소신 발언을 할 정도로 사안이 엄중하다고 느낀다면 행동 역시 무겁고 결연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내부 사정이 그렇다. 한 때 당내 균형추 역할을 했던 소장파 모임들, 즉 ‘미래연대’나 ‘수요모임’이 2006년 지방선거를 끝으로 해체된 후 한나라당엔 견제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계파는 있을지언정 정책적 균형·견제집단은 없다.

이건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절대과반의석을 넘어설 정도로 한나라당의 몸집은 비대해졌다. 왜소한 야당의 힘만으로 견제하기엔 한나라당의 몸집이 너무 크다. 이런 한나라당에 정책의 균형추가 작동하지 않으면, 그래서 어느 한쪽으로 쏠려버리면 나라의 운명이 달라진다.

그래서 긴요하고 간절하다. 원희룡 의원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밖에 나가 ‘바른 말’ 한마디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안으로 파고들어 세를 규합하고 그 세를 ‘과속 방지턱’으로 기능하게 하는 것이다.

아마 모르진 않을 것이다. ‘개인 플레이’는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의안 가결 의석수를 훌쩍 넘긴 한나라당에게 ‘아웃사이더’ 한두 명쯤은 콧방귀 끼며 무시해도 되는 존재라는 사실을 원희룡 의원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더불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사진 제공=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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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정말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는 걸까? 본인은 그렇다고 하는데 느껴지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그런 언사를 듣는 마음에 감흥이 일지 않는다. 전혀….

또 다시 ‘재협상 불가’를 선언해서만은 아니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로 ‘퉁’ 치려는 태도 때문만도 아니다. 이미 알고 있던 태도다.

대운하를 포기한다면서 “국민이 반대한다면”이라고 단서를 달아서만은 아니다. 공기업 ‘민영화’ 대신 ‘선진화’라는 생뚱맞은 단어로 논점을 피해가는 태도 때문만도 아니다. 이미 예상했던 태도다.

그보다 선행하는 게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이 대통령은 아직 뭘 ‘반성’해야 하는지를 깨우치지 못했다.

‘담화문’에서 ‘기자회견문’으로 바뀐 원고를 꼼꼼히 살피면 발견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반성’해야 하는 대목에서 ‘상황론’을 대고 있다.

“1년 내에 변화와 개혁을 이루어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쇠고기 협상을 서둘렀다고 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계속 거부하면 한미FTA가 연내에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았(기)” 때문에 쇠고기 협상을 벌였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식탁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꼼꼼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했다.

이건 ‘반성’이 아니라 ‘경위 설명’이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밝히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런 식의 논리를 적용하면 쇠고기 협상은 ‘오류’ 또는 ‘과오’의 결과물이 아니라 ‘부득이한 상황’의 부산물이 된다. 이 대통령이 머리 조아리고 정부가 석고대죄를 하더라도 '정상 참작의 여지'는 확보하게 된다.

납득할 수 없다. 이 대통령의 '반성'을 해석하자면, 마음이 급한 나머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막지 못하는 불찰을 저질렀다는 것인데 '불찰'의 범위가 너무 좁다. '식탁 안전'을 위협하는 건 30개월 이상 쇠고기 뿐이지 30개월 미만 특정위험물질은 아니다. 

‘식탁 안전’ 만을 거론한 것도 문제다. ‘검역 주권’도 함께 제기하는 국민의 목소리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국민은 내주지 않아도 될 ‘검역 주권’마저 송두리째 내준 정부의 ‘졸속 협상’을 성토하고 있다.  개혁 의지가 아무리 충천했어도, 한미FTA가 아무리 중요했어도 너무 쉽게, 그리고 너무 많이 내줬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말이 없다.

백 번 양보해서 이 대통령의 ‘상황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아니, 오히려 더 꼬인다.

어제 김진표 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고 와서 전했다. 한미FTA가 미국에서 어떻게 처리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을 옥죄는 수단으로 쇠고기를 움켜쥐고 있었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렇게 판단했다고 한다. 똑 같이 한미FTA ‘상황론’을 얘기하는데 차원이 전혀 다르다. 한쪽은 한미FTA를 관철시키기 위해 손에 꼭 쥐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한미FTA를 위해 냉큼 풀어줬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주장과도 맞지 않는다. 촛불집회가 확산 일로를 걷자 한나라당 지도부가 나서서 그랬다. 한미FTA와 쇠고기는 별개이니까 17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한미FTA를 처리하자고 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이런 한나라당과는 180도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바뀐 건 표현뿐이다. 5월 22일의 담화문에 포함됐던 ‘광우병 괴담’ 표현이 사라졌고, ‘송구’라는 단어는 ‘뼈저린 반성’이란 단어로 한 단계 격상됐다. 표현은 그렇게 변했다. 하지만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다. 5월 22일의 담화문이나 오늘의 기자회견문이나 본질은 같다. '쇠고기 협상은 처음부터 잘못된 졸속협상이었다'고 인정하지 않기는 매 한가지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재협상 불가’를 외친다.

변한 건 없다.

▲사진=지난달 22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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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진보신당 대표에게 거리는 낯선 장소가 아니다. 대학 시절부터 생머리에 7cm 하이힐과 치마 차림으로 시위 현장을 뛰어다녔던 심 대표다. 그가 서울대 역사교육과에 입학한 것이 1978년이었으니까, 따지고 보면 지난 30년의 시간 대부분을 거리에서 보냈다.

대학 입학 직후 서울대의 8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한 이른바 ‘대문’(대학문화연구회)을 활짝 열었고,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구로공단 대동전자에 취업했다. 80년대 노동운동의 분기점이 됐던 1985년 구로동맹파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심 대표는 그 이후 전국노동조합협의회와 금속산업연맹 등을 거쳤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제도 정치권으로 진입했지만 그렇다고 거리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의정생활 4년 동안에도 각종 항의집회에 빠진 적이 없다.

'심상정 대표가 미국산 쇠고기 논란으로 뜨거워진 거리에 다시 섰다.'

-왜 자꾸 거리인가?

“정치라는 것이 우리 사회 계급·계층간 갈등을 조정하는 기능 아닌가. ‘거리의 정치’ 비중이 커진다는 것은 제도정치가 국민들의 이해관계를 효과적으로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도권’과 ‘거리’, 어느 것이 옳고 틀리고가 아니라 정치가 ‘거리의 정치’를 제도권 안으로 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민노당을 향해 (지난 17대 국회에서) 원내에 들어와서도 왜 자꾸 가두시위에 나서냐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민노당이 원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나 철거민의 정당한 요구와 이해를 대변할 형편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거리에 나선 것이다.

제도권이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면 ‘거리의 정치’는 여전히 존재하고 더욱 격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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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오는 시민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도 그렇지만 0교시 부활과 한반도 대운하, 그리고 대기업과 부유층을 위한 수도권 규제 완화나 법인세 감면 등 이명박 정권의 폭주가 도를 넘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 불안감이 앞으로 국민들의 직접적인 행동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다양한 계층의 불만과 갈등을 국회가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건가?

“범 한나라당 의석이 200석이 넘는다. 이것이 이명박 정권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파트너로 작용하기보다 소수의 독과점으로 다수 국민들의 우려와 요구를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라는 절차적 정당성을 통해 집권한 정부인데, 당연히 보수적 정책을 추진할 정치적 권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보여준 국정운영은 시장권력을 배경으로 하는 신권위주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자인데, 위임받은 범위가 가이드라인을 벗어날 때, 다수 국민의 건강과 생명, 생존을 위협할 때, 뽑아놨다 하더라도 국민들은 주권을 회수하려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위임한 범위를 넘어설 조짐이 보인다. 광우병 쇠고기가 대표적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통째로 넘기는 것은 브레이크를 해체하는 것이다.”

‘거리의 정치’를 보는 시각은 복잡하다. 잘못이 누구에게 있든, 민주적 과정을 통해, 그것도 500만 표 이상의 압도적 차이로 집권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는 구호가 거리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대의민주주의의 참담한 실패를 반증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 누구도 ‘거리의 정치’ 이후의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진보신당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지율이 추락한다고 해서, 통합민주당이나 진보신당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당연하다고 본다. 진보정치에 대한 요구는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진보세력이 국민들의 확대되는 요구를 떠안을만한 비전과 프로그램, 실천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대안세력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국면에서 한나라당은 잘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고, 민주당은 무능 정당이라는 것을 정운천 농림부 장관 해임건의안 부결로 또 보여줬다. 진보신당이나 민노당은 아직까지 국민들의 과감한 변화와 혁신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국민들의 판단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국민 판단이 합리적이라고 했는데, 지난 총선을 보면 국민들은 돈 많이 벌고 싶다는 욕망을 투표로 드러냈다. 진보신당은 이들의 요구를 어떻게 맞춰줄 수 있나.

“많은 국민들이 진보 정치를 제대로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결국 개발독재 시절에 나타났던 외형적 성장에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8대 국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다수 국민의 요구를 배반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정치를 새롭게 판단하게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

-진보신당이 가지고 있는 대안은 뭔가?

“마라톤에 이명박 정부는 선두와 중간, 후미그룹 가운데 선두그룹을 더 앞으로 당기겠다는 것이다. 중간과 후미그룹에 써야 할 예산 등을 선두그룹에 집중하는 것이다. 조세정책이 대표적인 예이다. 대기업 법인세를 대폭 감면해주고 오히려 간접세를 늘리겠다는 것 아닌가. 양극화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선두와 중간 및 후미그룹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다. 그런 대기업 위주의 경제가 아니라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내수 기반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경제가 필요하다. 즉 성장률 중심의 정책이 아니라 경제 주체간 균형있는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조정이 필요하다.”

-앞서 진보세력이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프로그램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는데 앞으로 어디서 보여준 건가? ‘거리의 정치’인가?

“18대 국회가 다수 국민의 이해를 배제하는 정치를 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제도권에서 배제되는 민심과 어떻게 결합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제도권 밖의 정치라는 측면에서 ‘거리의 정치’는 필연적이다. 그 거리가 도로가 아니라 인터넷 사이트상 광장일 수도 있고, 기업일 수도 있다. 그동안 했던 대중단체 중심의 동원식 집회나 이에 대한 지원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똑같은 거리의 정치라 하더라도 정치가 만드는 거리, 정치가 만드는 광장이어야 한다고 본다. 진보정치가 생활 속의 진보를 만들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만나는 거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고민이 필요하다.”

Posted by '토씨'

‘불법 시위’를 운운하는 건 안이하다. ‘배후 엄단’을 읊조리는 건 퀴퀴하다.

정부가 절대 놓쳐선 안 되는 건 ‘찰나’다. “청와대로 가자”는 한 마디 함성에 대다수 참가자가 순식간에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현상을 흘려보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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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청와대’를 지목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광우병 파동의 책임자로 청와대를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에 해법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은 ‘가자’고 외친다. 책임을 지고 해법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압박하려고 한다. 정면대결을 마다 않고 청와대를 강제하려고 한다.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봐야 한다. 문화제가 시위로, 촛불이 들불로 번지는 현상엔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신호가 숨어있다고 봐야 한다.

정면대결로 치닫는 국민과 청와대

임계점에 도달하긴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 또한 달리 선택할 카드가 없다. 재협상은 절대 안 된다는 방침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한 달리 강구할 묘수가 없다. 미국과 추가 협의를 했고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상황이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부결시킨 국회가 짐을 싸고 있으니 정치적 절충책을 모색할 여지도 없다.

정부 역시 막다른 지점에 몰려있다. 국회는 쏙 빠진 상태에서 국민과 마주서야 하는 상황에 몰려있다. 설득은 불가능하다.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민에게 재협상만 빼고 얘기하자는 논리는 먹혀들 수 없다.

정부도 강제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과 정면대결을 벌여서라도 재협상 요구를 다신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불법시위를 빌미 삼아 촛불을 꺼야 한다.

양상은 명징하다. 치킨게임이다. 어느 한쪽이 핸들을 꺾지 않는 한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는 불퇴전의 대결이 시작되고 있다. 중대한 국면이다. 이명박 정부 5년을 좌우할지도 모를 국가적 갈림길이 열리고 있다. 어찌 할 것인가?

의미가 없다. 국민과 대결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어떤 언사로도 정당성을 치장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국민의 불만은 복합적이다. 광우병 쇠고기에만 분기를 느끼는 게 아니다. 때와 상황에 따라 말만 달리 할 뿐 추진 의사엔 변함이 없는 대운하에도 노기를 느끼고 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더 팍팍해지는 살림살이에 허무함마저 느끼는 상황이다.

정부의 대응책은 단선적이다. 전통적인 방법인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통령 취임 100일을 기념해 가석방을 늘려주고, 운전면허 정지·취소를 구제해주려 한다. 검찰과 경찰, 노동청과 국정원까지 참석하는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시위를 엄단하려고 한다.

정부는 이길 수 없다

먹혀들 수가 없다. 운전면허를 다시 따게 해준다 해도 운전을 할 수가 없다. 치솟는 기름값에 태안 자원봉사자를 실어나르려던 버스마저 계약 파기를 선언하는 형국이다. 물대포와 전경 방패, 수배와 검거 또한 겪을 만큼 겪은 국민이다.

이런 ‘자잘한’ 이유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생활상의 이유다. 국민이 가슴 답답해하고 분기를 감추지 못하는 건 정치문제도, 이념문제도 아니다. 모두가 생활상의 문제다. 건강과 환경과 장바구니의 문제다.

그래서 고립시킬 수가 없다. 시위 배후에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덧칠을 해 국민들로부터 고립시킬 수가 없다. 끊을 수가 없다. 국민 모두가 배후이자 적극 참가자인 상태에서 선량한 국민과 불온한 무리를 가를 수가 없다.

결코 이길 수 없는, 먼저 핸들을 꺾을 수밖에 없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사진=경찰이 25일 새벽 촛불시위 참가자들을 강제연행하려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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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적 결례에만 집중할 일이 아니다. 더 먼저, 더 주되게 살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 이유다.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면서까지 전화를 걸어야 했던 이유다. 

버시바우 대사는 “직접 찾아가면 언론에 공개될까봐 전화로 했다”고 말했다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이다.

버시바우 대사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건 날 미 무역대표부의 그레첸 해멀 대변인이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국 통상 분야 관리들은 30개월 이상 미국 쇠고기가 수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 대변인의 언급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으며 이를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말이 바로 근거다. 본국의 관리가 상대국 대통령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는 마당에 주재국 대사가 상대국 언론에 노출되는 걸 꺼렸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해멀 대변인의 말은 중요하다. 버시바우 대사의 해명을 약화시키는 근거일 뿐만 아니라 버시바우 대사가 손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야만 했던 이유를 알려주는 정황이기 때문이다.

버시바우 대사가 전화를 건 시점을 전후해 미국 정부도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에게 항의성 또는 압박성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메시지는 딱 하나, 버시바우 대사가 손 대표에게 전한 것과 같은 것이었다.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동시에, 다발적으로 나타난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미국의 의도가 보인다. 쐐기 박기다.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 대표가 이른바 '검역주권 명문화‘ 서한에 사인을 해줬으니까 성의를 보일 만큼 보인 셈이다.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국 국민에게 재협상은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각인시켜야 하고, 한국 야당에게 재협상 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주지시켜야 한다.

때가 무르익기도 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또한 슈워브 대표의 서한을 발판 삼아 쇠고기 파동 끝내기에 들어가고 있다. 바로 오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일단락을 지으려 한다. 이런 기류를 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이 종결어미가 되도록 미국이 쐐기를 박아야 한다.

버시바우 대사의 결례는 이 과정에서 빚어진 단편이다.

▲사진=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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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끝내기 수순에 들어간 모양이다. 대국민 담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17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기 전, 또는 장관 고시를 전후해 입장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형식적인 수순만 놓고 보면 예고된 행보다. 미국과 이른바 ‘추가 협상’을 해서 양국 통상장관의 서명이 담긴 서한을 주고받았으니 할 건 다 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이번 ‘추가 협상’을 사실상의 재협상으로 규정한 점도 그렇다. 얻을 만큼 얻었다는 인식이다. 이제 장관 고시만 발표하면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대한 정부 조치는 다 하는 것이니까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최종 입장을 밝히는 건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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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기’에 들어간 이명박 대통령

관건은 민심이다. ‘추가 협상’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시민단체 등에서는 알맹이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검역주권 명문화’가 검역강화를 위한 조건과 절차 등이 명시되지 않은 추상적 원칙에 머물렀다고 공격하고 있다. 내용상의 진전이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여건을 살펴야 한다. 민심이 이런데도 서둘러 끝내기에 들어가려는 이유를 찾으려면 청와대를 둘러싼 여건을 살펴야 한다.

두 가지다. 하나는 ‘나쁜 여건’이다. 일찌감치 재협상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은 청와대다. 그런 청와대가 이른바 ‘추가 협상’을 해서 서한을 교환했다. 이게 마지막이다. 더 이상 협상을 할 여지가 없다. 미국에 재협상을 요청한다고 해서 받아들여질 것 같지가 않다. 청와대로선 나갈 길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좋은 여건’이다. ‘추가 협상’을 마지막 수로 밀어붙일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5월만 넘기면 17대 국회는 해산한다. 여소야대의 국회가 해체되고 여대야소의 18대 국회가 구성된다. 더불어 국회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는 일도 사라진다. 장관 해임건의안이니 재협상 결의안이니 하는 의안들 때문에 국정에 발목이 잡히고, 나아가 원외 촛불집회에 동력이 제공되는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버티면 사그라질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할 만하다.

지켜볼 일이다. 청와대의 기대 섞인 셈법이 주효할지는 전적으로 민심에 달렸다. 민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일단은 지켜볼 일이다.

이 점만 따로 떼어내 짚자. 교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끝내기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교감 아래서 나온 것인지가 궁금하다.

손학규 대표와 교감 있었나?

어찌 보면 생뚱맞은 호기심이다. 어제 청와대에서 회동한 두 사람은 평행선을 달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말만 하다가 끝낸 회동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각차를 보였다. 그런데도 묻는다. 교감이 있었던 건가?

쉬 떨칠 수 없는 정황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여건은 곧 민주당의 여건이기도 하다. 재협상 목소리를 높이지만 내심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리고 원내 다수당의 지위를 상실하는 상황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라면 궁리할 만하다. 길게 끌어봤자 화룡정점의 성과를 낼 수 없다면 조용히,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지으려는 태도를 보일 법하다.

앞뒤가 호응하지 않는 것도 있다.

손학규 대표는 청와대 회동에 응하기 전에 이미 미국과의 ‘추가 협상’ 결과를 알고 있었다. 청와대의 회동 제의에 응하기 하루 전인 지난 18일 민주당 소속 김원웅 국회 통외통위 위원장과 이화영 간사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으로부터 ‘추가 협상’ 결과를 사전 보고 받았고 이 내용은 손학규 대표에게도 전달됐다.

호응하지 않는다. 손학규 대표의 청와대행과 ‘추가 협상’에 대한 민주당의 비난 논평은 호응하지 않는다. 알맹이 없는 ‘추가 협상’이라고 판단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이를 지렛대 삼아 끝내기 수순에 들어가려 한다고 감지했다면 회동을 수락할 이유가 없었다. 회동을 해봤자 생산적인 결과가 나올 수 없었고,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의 끝내기에 절차적 완성도만 높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손학규 대표는 청와대로 향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마주 앉아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사과가 아니라 진전된 조치가 필요한 시점에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손학규 대표의 이 요구를 받아들여 “적절한 기회에…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화답했다.

너무 엉성한가? 정황이라고 표현할 정도조차 되지 못하는 사례에 너무 집착하는 건가? 그럼 이 점은 어떨까?

김원웅 위원장 발언과 <조선일보> 보도는 뭔가?

김원웅 위원장이 그랬다. 유명환 장관으로부터 ‘추가 협상’을 보고 받은 뒤 “정부가 쇠고기 수입 문제를 미국과 재협의해서 사실상 합의된 안을 가져오면 한미FTA 비준안을 상임위에 상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원웅 위원장은 자신의 이 말이 파문을 빚자 “당에 보고한 내용”이라고도 했다.

대단히 미묘한 발언이다. 대다수가 ‘한미FTA 비준안 상정’에 방점을 찍지만, 그래서 뜬금없는 소리로 일축하지만 다른 데 방점을 찍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실상 합의된 안을 가져오면”이라는 말은 뭘 뜻하는가? 하나의 타협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걸 명분 삼아 정치적 타협을 모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추가 협상’은, 그리고 ‘서한’은 엄연히 “사실상 합의된 안”이다.

김원웅 위원장의 눈길이 “사실상 합의된 안”에 가 있었다면, 당 지도부 또한 이런 눈길을 공유하고 있었다면 얘기가 어떻게 되는 걸까?

하나 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검토 소식을 전한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이런 내용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손 대표에게 ‘담화문이 이 정도 내용이면 되겠느냐는 분위기를 타진한 것으로 안다’고 민주당 관계자가 전했다”

반드시 규명이 필요한 것들이다. 김원웅 위원장의 돌출 발언, 그리고 <조선일보>의 기사 구절은 이명박 대통령의 끝내기가 일방적 판단인지, 아니면 손학규 대표와의 교감 아래 진행되는 것인지를 엿보는 잣대다. 반드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 글은 ‘프레시안’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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