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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안팎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요구한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고 옥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가 순순히 응할 것 같지 않다. 찬성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들러리’가 되고 반대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원성’을 산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피해갈 수가 없다. 부자감세에 대한 입장 표명이다.

모두가 기억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2007년 5월 이른바 ‘줄푸세’ 공약을 내건 걸 똑똑히 기억한다.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는 공약이었다. 헌데 난감해졌다. 최근에 따뜻한 보수, 복지국가를 주장하면서 ’줄푸세‘가 위기에 봉착했다. 따뜻하게 복지를 늘리려면 감세가 아니라 증세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단 이 점 때문만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부자감세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표명해야 할 이유는 더 있다.


지난 25일이었다. 정두언 최고위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찾아가 A4용지 한 장짜리 문서를 내밀었다. 부자감세를 철회하자는 자신의 주장을 담은 문서였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는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말을 했으니 답해야 한다.

지난 23일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국정감사를 마치는 소회를 밝혔다. “이번 국감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재정과 조세제도는 어떤 기준과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지, 사회의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국가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평소에 생각하던 것을 짚어보는 기회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짚었으면 풀어내야 한다.

뜸 들일 여지는 없다. 어제 한나라당이 트위스트 스텝을 밟은 걸 계기로 부자감세는 목전의 화두가 됐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표는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이다. 뒷짐 질 게 아니라 앞장서서 논의를 끌어가야 하는 사람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떤 입장을 내세우든 곤란한 지경을 면키 어렵다. 부자감세에 반대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원성’을 사고, 찬성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들러리’가 된다. 4대강에 대한 입장 표명 요구를 피해가도 곧바로 다른 ‘지뢰’에 직면하는 것이다.

그 뿐인가. 부자감세에 반대하면 ‘줄푸세’를 부정하게 되고, 찬성하면 ‘복지국가론’이 약화된다. 정치적 곤경뿐만 아니라 논리적 곤경에도 봉착한다.

방법이 있긴 하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투 트랙’을 달리는 것이다. 소득세율 인하에는 반대하되 법인세율 인하에는 찬성하는 방법이다. 그러면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성과를 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아니다. 그건 착시다. 그런 방법은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게 아니라 죽도 밥도 아닌 상태에 빠져드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5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말한 게 있다. 비과세감면제도가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시적이고 한시적인 비과세감면제도에 대해 이렇게 깐깐한 태도를 보인 박근혜 전 대표가 반항구적인 법인세 인하에 찬성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서민과 중소기업에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비과세감면제도에 대해 박정한 태도를 보인 박근혜 전 대표가 대기업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 법인세 인하에 찬성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박근혜 전 대표가 언급한 게 비과세감면제도를 통째로 없애자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걸 정리하자는 것이니까 다르게 평할 여지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큰 틀은 바뀌지 않는다. 반항구적인 세수 감소 규모와 한시적인 세수 감소 규모가 대비되기 때문이다.

어떨까? 박근혜 전 대표는 언제, 어떤 선택을 할까? 시기에 따라 그의 진정성이 도마에 오르고, 내용에 따라 그의 정체성이 시험대에 오른다.

▲사진=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

Posted by '토씨'

정부와 한나라당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하루만에 입장을 180도 바꿨다.

종부세 완화안을 발표하면서 그랬다. 재산세 과표기준으로 ‘공정시장가액’이란 걸 도입하겠다고 했다. 반발이 컸다. 이러면 재산세 인상은 불가피한 일, 상위 2%의 세금을 깎아주기 위해 전 국민의 재산세를 올리려 하느냐는 반박이 격하게 나왔다.

금방 알아차렸다. 이 반발이 여권 전체에 화상을 입힐지 모른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리고 찬물을 쏟아부었다. 재산세 인상은 절대 없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정부 정책이 어떻게 손바닥 뒤집기보다 더 쉽게 바뀌느냐는 한탄이 절로 나오지만 참자. 그리고 믿자. 재산세는 절대 안 올라갈 것이라고 믿자.

그럼 끝나는 걸까? 서민 호주머니 털어서 부자들 지갑 채워주는 기현상은 막는 것이니까 한시름 놓아도 되는 걸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래도 서민 호주머니는 털린다.


종부세 수입은 전액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으로 쓰인다. 그 규모는 대략 3조 3천억원. 이게 3분의 1로 준다. 정부의 종부세 완화안대로라면 종부세 수입 가운데 2조 2천억이 줄어든다.

그렇다고 깎을 수가 없다. 종부세 수입이 준다고 해서 지자체로 내려보내는 교부금을 삭감할 수가 없다. 그랬다가는 지방이 들고 일어난다. 정부도 안다. 그래서 말한다. 지자체 교부금 재원을 다른 데서 찾아보겠다고 한다.

포인트가 이것이다. 어디서 조달할까? 2조 2천억원 규모의 교부금을 어디서 끌어올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상위 2%의 호주머니를 터는 일은 없다. 종부세 완화안 이전에 소득세 감면안 발표가 있었다. 직접세를 통해 상위 2%로부터 세금을 더 걷을 여지도, 가능성도 없다.

결국은 서민 호주머니에서 나가게 돼 있다. 이 말이 약간 과하다면 국민 호주머니라고 말해도 좋다. 그것이 어떤 경우든 상위 2%에게 세금을 추가 또는 별도 징수하는 일이 없을 것임은 자명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걱정 말라고 한다. 더 걷힌 세금이 지난해 14조원이었고 올해도 10조원이 넘을 테니까 재원 조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참 한가하다. 경기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세계잉여금이 천년만년 누적될 것처럼 말하는 정부 여당의 배포가 두둑하다 못해 무모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문제 삼지 말자. 이 문제 이전에 먼저 짚을 게 있다.

뭘까? 10조원을 뛰어넘는 세계 잉여금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물론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정리할 때가 됐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국민 달래기는 전형적인 조삼모사다.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받든 저녁에 세 개 받는 총량은 7개다. 재산세가 올라가든 간접세가 올라가든 국민 전체가 추가 부담해야 하는 2조 2천억원은 변하지 않는다. 국민 부담이 늘든 말든 상위 2%의 종부세 부담은 무조건 줄어든다.

이 말이 딱 맞다. ‘퍼주기’다. 상위 2%에 퍼주기를 하기 위해 국민 주머니가 가벼워지고 있다. 원숭이 취급까지 받아가면서 말이다.

▲사진=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23일 종부세 완화안을 발표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Posted by '토씨'

이것만은 말해야 겠다. 의아하고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언제부터 우리나라 부자가 ‘좀생이’가 된 걸까?

정부와 여당이 그랬다. 5년간 21조원을 감세하면 소비와 투자가 늘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거꾸로 해석하면 그동안은 소비와 투자 여력이 없거나 적었다는 얘기가 된다. 정말 그럴까?

이젠 정석이 됐다. 부자는 금융자산 기준으로 10억원 이상 보유한 자다. 부동산 등은 제외된다.

이런 백만장자가 2007년 기준으로 11만 8천명이다. 2006년에 비해 19%나 증가한 수치로, 부자 증가율이 세계 4위다(참고로 2005년도 부자 증가율은 21%로 세계 1위였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와 컨설팅회사 캡제미니가 조사한 결과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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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증가율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백만장자가 소비 여력이 적다는 게 말이 될까?

그럴 수도 있다. 금융자산이란 게 대부분 현금이나 예금 아니면 주식이나 채권이다. 증시가 폭락하면 금융자산 규모는 줄고 소비 여력도 더불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이건 가설이다. 현실은 다르다. 메릴린치와 캡제미니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자들처럼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이 없다. 2005년 기준으로 전체 자산 가운데 35%를 현금과 예금으로 갖고 있다. 10%인 홍콩이나 11%인 싱가포르에 비해 3배나 높은 수치다. 채권 비중도 25%에 달한다. 반면에 주식에는 20%만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증시 폭락의 여파를 덜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다. 어디 그뿐인가? 35%에 달하는 현금·예금 보유율에 최근의 금리상승세를 대입하면 이자 소득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가 뒤따른다

의아하고 궁금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종합소득세율과 양도소득세율을 낮춤으로써 얻게 되는 ‘공돈’이 얼마나 될까?(상속·증여세는 논외로 하자. 말문이 열리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려야 할 것 같으니까) 적으면 수백만원, 많으면 수천만원쯤 될 것이다. 서민 입장에서 보면 어마어마한 규모이지만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들 입장에서 보면 ‘푼돈’이다.

이 ‘푼돈’이 아까워 그동안 소비를 줄였고, 이 ‘푼돈’이 반가워 앞으로 소비를 늘릴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이것이다. ‘있는 사람이 더 하다’는 우리 속담이다. 이 속담을 기준으로 삼으면 ‘푼돈’은 더 이상 ‘푼돈’이 아니다. 감세정책에 따라 부자들의 소비 규모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더 한 것’ 같지가 않다. 오늘 이런 기사가 <경향신문>에 실렸다.

7·8월 해외여행을 마친 입국자들이 면세 범위인 400달러를 초과한 물건을 신고 없이 들여오다 압류된 물품이 인천국제공항 창고에 가득 쌓여있다고 한다. 명품 핸드백과 시계 등 사치품이 주를 이루고, 그런 사치품은 “주로 강남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출국 전 면세점에서 미리 구입했던 것을 그냥 들고 오다가 걸리는 사례”라고 한다.

▲사진=‘2008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기획재정부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