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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03 유명환 딸 특채 사과…그래도 개운찮다 (2)
  2. 2008/09/26 MB내각과 아소내각, 붕어빵이네 (5)


1.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머리 숙였습니다. 자신의 딸이 외교부 5급 계약직 특채에 응시한 걸 취소했다며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 고용되는 것이 특혜 의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헌데 왜일까요? 일이 바로잡혔는데도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유명환 장관 딸 특채는 빙산의 일각이었기 때문입니다. 딸 특채가 취소됐다고 해서 물밑에 숨어있는 빙산의 거대한 몸통이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2.
유명환 장관이 사과한 건 딸이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 응시한 겁니다. 이른바 상피제(일정범위 내의 친족 간에는 같은 관청 또는 통속 관계에 있는 관청에서 근무할 수 없게 하는 전통)를 어긴 것을 사과한 겁니다.

그럼 어떨까요? 유명환 장관의 딸이 외교부가 아닌 다른 부처에 응시해 채용됐다면 어떨까요?

응당 화제 삼고 축하할 일입니다. 하지만 마냥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를 축하하기에 앞서 축하 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수많은 다른 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3.
2007년 자료가 있습니다. 행정고시와 사법고시 합격자 명단입니다. 이 명단을 보면 행정고시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상위 5개 고교는 모두 대원외고를 비롯한 특목고였습니다. 사법고시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 역시 대원외고였습니다.

특별한 현상도, 유별난 사례도 아닙니다. 불가역적 흐름입니다. 2007년 기준으로 역대 법조인을 가장 많이 배출한 고교를 보면 대원외고가 322명으로 441명의 경기고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대원외고가 경기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역사가 짧은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약진입니다. 이것이 흐름이고 추세입니다.

이런 흐름과 추세가 나타나는 요인은 경제력 때문입니다. 부모의 경제력이 풍부해야 사교육 혜택을 듬뿍 받고, 사교육 혜택을 듬뿍 받아야 성적이 껑충 오르고, 성적이 올라야 특목고에 진학하고, 특목고에 진학해야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성공 법칙입니다.

법칙이 하나 더 있습니다. 부모의 경제력이 풍부해야 학자금 걱정 없이 공부를 하고, 공부에 전념해야 고시를 1년이라도 더 빨리 통과할 수 있다는 것도 누구나 아는 성공 법칙입니다. 고시 공부하던 학생이 농사짓는 부모 보기 미안해 한강에 투신하고, 다른 고시생이 시골 사는 부모에게 손 벌리기 미안해 마사지 업소에 칼 들고 뛰어 들어갔다는 뉴스가 반증하는 법칙이죠.

유명환 장관의 딸도 이런 전형적인 경로를 밟았을지 모릅니다. 아버지가 외교관이니까 외국어 능통자가 될 여건을 갖췄고, 아버지가 고위 공무원이었으니까 학자금 걱정 않고 석사 이상의 학위를 딸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응시자격을 얻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을지 모릅니다. 결과 이전에 출발점부터 달랐을지 모릅니다.

4.
바뀌는 건 없습니다. 사법고시 대신 로스쿨제를 도입해도, 행정고시 이름을 ‘5급 공채시험’으로 바꿔도 달라지는 건 거의 없습니다. 제도가 바뀌고 이름이 바뀌어도 공부할 만한 사람, 공부할 여건이 되는 사람만이 다가갈 수 있는 관문이라는 점은 요지부동일 테니까요. 오히려 행정고시를 없애고 사법고시를 없애면 채용과정에서 '음서제'의 기운이 더 많이 스며들지 모릅니다.

바꾸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없애라고 할 수도 없수도 없습니다. 공시ㆍ공채 시스템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나마 거머쥐어야 하는 것은 공정 평가와 공정 선발뿐입니다. 굳이 하나 추가하자면 상피제를 들 수 있겠죠. 심하게 감질 나지만 우리 현실이 이렇습니다.

5.
중국에 ‘태자당’이 있습니다. 핵심 요직에 포진하고 있는 당ㆍ정ㆍ군ㆍ재계 실력자들의 자녀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 숫자가 대략 4천명쯤 된다고 합니다. 일본엔 ‘세습의원’이 있습니다. 부모 또는 조부모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은 의원들입니다. 7월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 나선 ‘세습후보’가 32명, 이 중 당선된 사람이 18명이었다고 합니다.

우리도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중국의 ‘태자당’과는 경로가 다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ㆍ관ㆍ재계 실력자들의 자녀가 핵심 요직에 두루 포진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의원이 있었고, 어머니 ‘대타’로 비례대표가 된 여성 의원도 있었습니다. 우리도 ‘그들만의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자위해야 할까요? 우리만이 아니라 중국도, 일본도 비슷하니까 그러려니 생각해야 할까요? 유명환 장관 딸 소동 뒤끝에 서서 떠올리는 생각입니다.

Posted by '토씨'

새로 출범한 일본의 아소 다로 내각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세습 내각’이니 ‘세도가 내각’이니 하는 비난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사정을 살펴보니 그럴 만합니다. 각료 18명 가운데 11명이 아버지나 할아버지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은 세습 의원입니다. 입각한 세습 의원 11명 가운데 4명이 총리 가문 출신입니다. 입각한 세습 의원 숫자가 아베나 고이즈미 내각 때보다 두 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그 뿐인가요? 아소 본인 역시 세습 의원이자 64개 계열사를 거느린 아소 재벌 가문 출신입니다. 

조각 명단을 살핀 도쿄의 한 주부가 그랬다네요. “아소를 포함해 (세도가)2-3세가 서민의 삶을 알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제기할 만한 의문입니다. 부모 잘 만나 호의호식하고 출세가도를 달린 사람들이 서민의 고통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처지에서 자유롭지 못한 존재가 인간이거든요. 오죽했으면 프랑스 왕비가 빵을 달라는 파리 시민들에게 ‘빵 없으면 고기 먹어’라고 망발을 했겠습니까?

이렇게 보면 도쿄 주부가 했다는 또 다른 말은 실현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우선 경기를 어떻게든 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바람이 공염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소 내각이 경기를 살린다 해도 그것이 민생 호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처지가 사고를 규정하고 사고가 정책에 투영되게 돼 있으니까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아소가 일제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데 들이는 열성의 반의 반만이라도 한국 정치를 공부하는 데 쏟았다면 어땠을까 하고 상상해 봅니다.

한국 정치에 회자되는 명언이 하나 있죠? ‘인사가 만사’라는 말…. 한국 정치에 깊게 새겨진 경험이 하나 있죠? ‘인사가 망사’가 된 경험….

너무 오래 됐네요.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니까요. 그럼 이건 어떨까요? 한국 국민 사이에 ‘강부자 내각’이란 표현이 회자되고 있는 사실, 그 ‘강부자 내각’이 펼치는 정책에 대해 한국 서민이 심하게 반발하고 있는 현상을 주의 깊게 봤다면 어땠을까요? 그래도 ‘무대포 인사’를 감행했을까요?

‘아니오’라고 자답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네요. 아소가 이웃나라의 실정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보는 게 오히려 이상합니다. 알고도 ‘무대포 인사’를 감행했다고 보는 게 차라리 타당합니다.

그럼 뭘까요? 도대체 어떤 연유로 ‘망사’로 흐를 게 뻔한 인사를 감행하는 걸까요? 욕심일까요?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쌓고 싶은 욕심에 코드가 일치하고 손발이 맞는 사람을 쓰려 하는 걸까요? 그렇게 해서 국정을 앞만 보고 내달리게 만들려는 걸까요?

하지만 이건 답이 되지 못합니다. 균형을 잃어버리고 통합을 지향하지 않는 국정은 필패라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합니다.

도대체 뭘까요? 편향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심리는 어떤 것일까요?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