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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또 읽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뉴스가 아니기에 읽고 또 읽었습니다. 참 별난 사람들이 희한한 얘기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고 또 읽었습니다.

독일의 부유층 23명이 경제위기 해결을 위해 세금을 인상하자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총자산 50만 유로(약 8억 5천만원) 이상의 독일 국민이 향후 2년간 연 5%의 세금을 추가로 내고, 2년 후에는 정부가 부자 중과세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해 늘어난 세원을 환경보호와 교육 보건 복지 등에 사용하자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부자들이 앞장서서 증세를 요구했다는 소식도 눈길을 끌었지만 그보다 더 강하게 눈길을 사로잡은 건 기준이었습니다. 부자의 기준 말입니다.

이들이 부자의 기준금액으로 제시한 8억 5천만원은 연소득이 아닙니다. 금융자산도 아닙니다. 총자산입니다. 동산과 부동산을 모두 합한 것입니다.

8억 5천만원의 자산가라면 부자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서울의 웬만한 30평형대 아파트 가격이 그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중산층이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도 독일인 23명은 이들을 부자로 규정하면서 세금을 더 내자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희한하다고 하는 겁니다. 참 별난 사람들이라고 하는 겁니다.

미국과 영국은 부자 증세를 하는데 왜 우리나라는 부자 감세를 하는지를 따지지는 않겠습니다. 지방세 수천만원, 수억원을 안 내고 버티다가 골프회원권 압류 소식에 화들짝 놀라 세금을 납부하는 몰지각한 자산가들을 비난하지도 않겠습니다. 주가가 곤두박질 친 틈을 타 코흘리개 손주들에게 주식을 나눠줘 증여세를 적게 낸 대기업 회장들을 꼬나보지도 않겠습니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면서 국세청 세무조사를 무마하거나 추징금을 깎기 위해 동분서주한 천-박 두 회장의 지난 행태를 힐난하지도 않겠습니다. 너무 눈에 익은 장면들이니까요.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기준이 있습니다. 부자를 가르는 기준금액입니다. 100만 달러입니다. 총자산이 아니라 금융자산만 100만 달러인 사람들을 일컬어 부자라고 합니다. 언론은 이 기준금액을 갖고 우리나라 부자의 숫자와 비율을 산출하곤 합니다. 하지만 아니라고 합니다. 독일의 자칭 ‘부자’ 23명은 그게 아니라고 합니다.

물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23명의 기준을 독일 사회 전체에서 통용되는 기준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칠 수가 없습니다. 독일의 자칭 ‘부자’ 23명의 ‘마음’만은 흘릴 수가 없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귀족의 책임)’에 대한 관념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기에 그냥 넘길 수가 없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제된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 책임’으로 읽으면 분명해집니다. ‘오블리주’의 전제는 자신을 ‘노블레스’라고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독일의 자칭 ‘부자’ 23명의 마음은 바로 그런 것입니다. ‘노블레스’가 돼 어깨에 힘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오블리주’를 더 많이 짊어지기 위해 자청한 것입니다.

대비됩니다. 한국의 ‘진짜’ ‘노블레스’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있는 사람이 더 한다’는 속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회계조작부터 재산 명의 변경까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냅니다. 어떻게든 ‘노블레스’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눈에 불을 켭니다.

어떤 독일 사람들은 부자가 되려고 안달을 하고 어떤 한국 사람들은 부자에서 빠져나가려고 혈안이 되니 차이가 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명백합니다. 독일은 부자 나라, 한국은 가난한 나라입니다.

Posted by '토씨'

우선 요약부터 하자. 검찰의 ‘천신일 수사’와 국세청의 ‘박연차 세무조사’와 관련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보도다.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박연차 세무조사’를 벌인 국세청이 모두 5개 항목의 결과보고서를 작성하고도 검찰에는 3개 항목만 전달했다. 누락된 2개 항목에는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비롯한 여권 인사와 사정기관 관계자 관련 내용이 들어 있으며, 특히 대선 직전인 2007년 11월 박연차 회장이 천신일 회장에게 보낸 것으로 기록된 송금전표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서울지방국세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 원본을 확보했다.

확연하다. 두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국세청은 ‘은폐’를 기도했다. 현 여권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내용만 골라 뒤로 숨겼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이미 제기된 의혹에 기초하면 국세청이 ‘살아있는 권력’에 부담을 느껴 관련 부분을 고의로 은폐했거나, 국세청 인사들이 현 여권 인사들과 함께 ‘박연차 로비’에 엮여 살기 위해 은폐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근데 문제가 있다. 두 가지 추측을 공히 떠받치는 전제가 문제다.

두 추측 모두 국세청의 ‘자율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국세청의 ‘박연차 세무조사’ 결과에 대해 아무도 몰랐고, 이 때문에 국세청이 세무조사 결과를 제 맘대로 주무를 수 있었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이미 나왔다. 대검 중수부가 ‘박연차 수사’에 착수하자마자 이명박 대통령의 인지설이 보도를 탔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지난해 11월, 즉 국세청이 박연차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 전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세무조사결과를 직보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그리고 오늘 또 나왔다. ‘조선일보’가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한 시점은 지난해 11월 12일이라고 날짜를 특정해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국세청이 ‘자율적으로’ 은폐했다는 추측은 성립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보를 받을 정도로 큰 관심을 보인 사안을 국세청이 떡 주무르듯 했다는 게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의미와 맥락을 최소치로 줄이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의 묵인이 없었다면 ‘은폐’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축하는 게 상식적이다.

이런 상식적 추측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의 출국이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그림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청와대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박연차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검찰은 그의 출국을 막지 않았다. ‘은폐’의 주역이자, ‘박연차 리스트’를 훤히 꿰뚫고 있는 사람이 도피성 출국을 하는데도 두 손 놓고 쳐다보기만 한 것이다.

이런 점을 의식했기 때문일까? 청와대가 선을 긋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묵인하고 말 여지가 없었다고 못을 박는다.

‘중앙일보’ 기자에게 그랬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천신일 회장이 박연차 회장에게 ‘세무조사는 무마할 수 없는 문제’라고 꾸짖은 걸로 안다”고 말했단다. 누군가가 귀띔했단다. 여권 핵심부가 천신일 회장과 박연차 회장 사이에 오간 돈에 대해 내부적으로 확인 작업을 마쳤으며 “이 대통령이 ‘천신일은 조사 결과 별 문제가 없다. 걱정 말라’고 했다”는 등의 말이 퍼져 있다고 ‘조선일보’ 기자에게 전했단다.


쉬 단정하지는 말자. 정황과 항변 가운데 어느 하나를 골라잡는 식의 단순한 선택은 경계하자. 여기서 할 일이 아니다. 해서도 안 된다. 그건 검찰의 몫이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낼 일이다.

지켜보자. 드러난 정황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하게 항변했는데도 통념과 상식에 기초해 수사 강도를 늦추지 않았던 검찰의 기개(?)가 다시한번 발휘되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자. 이건 수사 형평성을 재는 또 하나의 척도다.

▲사진=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프레시안

Posted by '토씨'

미국에 머물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입을 열었다.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모두 부인했다.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에 대해 “어떤 로비 시도도 없었다”며 “추부길 전 비서관이나 이상득 의원 등은 일절 접촉이 없었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해 세무조사 결과를 보고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독대는 없었다. (만약 독대했더라도 그것은)형식에 불과하다”고 했다.

완벽하다. 타이밍이 절묘하고 내용이 적절하다.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대한 검찰의 사실상 무혐의 결정을 공증하는 것으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말처럼 유효적절한 건 없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주장에 따르면 추부길 전 비서관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상득·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에게 전화 몇 통 걸어 생색만 냈을 뿐 로비 종착점 근처엔 가지도 않았다. 이쯤 되면 ‘실패한 로비’로만 규정할 게 아니다. ‘사기극’이란 규정도 추가해야 한다. 2억원이나 받았으면서도 돈값을 못 했으니 신의성실의 원칙을 어긴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직보할 필요도 없었다. 추부길 전 비서관은 물론 이상득 의원 등도 일절 접촉이 없었다고 하지 않는가. 여권 인사가 연루됐다고 꿈에도 생각지 못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굳이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계통을 무시하면서까지 보안에 신경 쓸 까닭이 있었겠는가.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주장은 마침표다. 검찰을 향한 ‘편파수사’ 비난을 잠재우는 유효타다. 그의 주장이 진실이라면 그렇다.

근데 걸린다. 한 마디가 귓전을 맴돈다. “(만약 독대했더라도 그것은)형식에 불과하다”고 했다. 주목하자. 이 말은 “독대는 있었다”를 전제하는 것이다. 독대 사실을 부인하는 게 아니라 독대 의미를 축소하는 말이다. 왜 했을까? “독대는 없었다”는 앞말을 갉아먹는 말을 왜 덧붙였을까?

이렇게 보니 새롭게 다가온다. 적잖이 나왔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해 세무조사 결과를 직보했다는 보도가 ‘조선일보’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실렸고, 정동기 민정수석이 국세청 간부에게 강하게 항의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없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같은 보도는 모두 ‘오보’인데도 청와대가 해당 언론사에 항의와 함께 정정을 요구했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을 집중적으로 캐고, 시간대별로 언론이 중계보도를 하는데도 청와대는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수사는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한 발 뒤로 빼고 있다. 경계하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에 청와대의 의지가 투영됐다는 오해를 살까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정치수사라는 비판을 살까봐 경계하기 때문이다.

호응하지 않는다. 검찰 수사에 대한 청와대의 태도와, ‘독대’ 보도에 대한 청와대의 태도가 상응하지 않는다. 검찰 수사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면서까지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청와대라면 응당 대응했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밀실에서 국세청의 세무조사, 나아가 검찰의 수사를 사실상 조율한 것으로 몰아간 언론 보도에 강력히 대응했어야 한다.

왜 그랬을까? 청와대는 왜 대응하지 않았을까? 이게 포인트다. “(만약 독대했더라도 그것은)형식에 불과하다”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첨언을 곱씹게 만드는 줄기다.

이렇게 보자.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독대 관련 주장이 거짓이라면 어떨까?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했다면 어떨까? 그런 행위의 배면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달리 볼 방법이 없다. 세무조사 무마 로비(또는 검은 돈 수수)에 연루된 인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에서 컨트롤해도 되는 ‘잔챙이’ 급은 아니었으며, 이 같은 사실을 한상률 전 국세청장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누굴까? 단정할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최소한 추부길 전 비서관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당시 그는 청와대를 떠나 있었다. 더구나 검찰의 '박연차 수사' 초기에 앞줄에서 사법처리를 받았다. '대어'는 아니었던 것이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주장은 완결점이 아니다. 현 여권 인사 연루설에 마침표를 찍는 결정적 발언이 아니다.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는 발언이다. 검찰의 수사 시발점을 알리는 신호다.

소환 조사해야 한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 스스로 “검찰이 부르면 소환에 응하겠다”고 하니까 회피할 이유가 없다. 검찰청사로 불러 한 점 의혹 없이 모든 걸 털어야 한다.

▲사진=‘한국일보’의 13일자 한상률 전 국세청장 인터뷰 기사

Posted by '토씨'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전망했다. “박연차 수사의 마지막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뭔가 대단한 정보를 손에 쥔 채 한 자락을 펼친 발언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천기누설급의 귀띔도 신통방통한 예언도 아니다.

이미 나왔다. ‘동아일보’가 지난 19일 보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50억원을 받은 정황을 대검 중수부가 잡았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오늘 또 나왔다. 국세청의 박연차 세무조사 결과 보고서에 비자금 50억원의 실소유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일 가능성이 언급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분명해 보인다. 여기저기서 거론하는 걸 보니 검찰의 최종 수사목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해도 된다. 검찰이 야권 인사를 사법처리하기에 앞서 ‘MB맨’인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부터 구속시킨 배경을 헤아릴 만하다. 여권은 살을 주고 뼈를 도려내려 한다. 저위험 고수익을 기대하며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어떨까? 여권의 이런 계산이 실제로 호주머니를 불려줄 수 있을까?

그러려면 확정해야 한다. 박연차 회장의 비자금 50억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흘러간 사실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동아일보’는 ‘정황’이라고 했고, ‘조선일보’는 국세청이 실소유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일 ‘가능성’만 언급했다고 했다.

행여 사실 확인 과정에서 삐끗하면, 다시 말해 비자금 50억원의 실소유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닌 것으로 확정되면 판은 달라진다. 저위험 고수익 모델이 고위험 저수익 모델로 뒤바뀐다. 비리 단죄 명분이 쇠하고 정치 보복 비난이 성하게 된다.

행여 검찰이 실소유주를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확정한다고 해도 고수익 실현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투자 타이밍을 놓친 게 뼈아프다.

할 거라면 일찍 했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정권이 갓 출범했을 때, 그래서 단죄하는 쪽과 단죄당하는 쪽의 신구 명암이 극명하게 교차될 때 사정의 칼날을 뽑았어야 했다. 그래야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논란을 봉쇄하면서, 수비에 신경 쓰지 않고 전원 공격대형을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놓쳤다. 촛불시위 때문이든 사정기관 장악 지연 때문이든 아무튼 적기를 놓치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에 고착돼 있고, ‘MB맨’ 역시 비리 사슬의 한 고리에 놓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래갖곤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 구정권의 비리를 드러냄으로써 신정권의 개혁을 부각하는 정치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 기껏해야 ‘누가누가 덜 더럽나’의 네거티브 게임이 전개될 뿐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논란이 추부길 전 비서관 선에서 그치면, 그리고 이종찬 전 민정수석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대표 선에서 머물면, 아울러 비자금 50억원의 실소유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확정되면 고수익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정치적 이익은 챙길 수 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전주덕진 출마 선언으로 자중지란에 빠진 민주당에 유효타 정도는 날릴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미 제기되고 있는 의혹, 즉 박연차 로비에 연루된 ‘MB맨’에 막강실세가 끼어있다면 어떻게 될까? 답할 필요가 없다. 죽은 권력보다 산 권력에 더욱 민감한 게 국민정서이고 국민여론이다.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박연차 세무조사를 주도해 ‘비자금 수혜자’의 면면을 꿰뚫고 있는 사람, 박연차 로비의 최종대상으로 ‘로비스트’의 면면을 잘 알 법한 사람, 바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느닷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검찰은 그런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이 뿐인가. 올해 초 한상률 전 청장에 대한 ‘그림 로비’ 의혹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는데도 청와대는 수사의뢰를 하지 않았고 검찰은 수사하지 않았다.

의혹이 증폭될 빌미를 스스로 만드는 바람에 투자전략이 꼬이고 있는 것이다.

▲사진=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 공식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

Posted by '토씨'


전교조 서울지부에게 방을 빼라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전교조 서울지부가 사무실로 쓰는 종로구 사직동 어린이도서관 내 자조관 건물을 비워달라고 했다.

국세청은 조사에 나섰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를 조사한다면서 그 대상에 민주노총 법률원과 구 금속노조 법률원인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을 끼워넣었다.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반대세력 옥죄기다. 이명박 정부에 대립각을 세워온 민주노총과 전교조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으로 해석할 소지가 다분하다.

논란은 피할 수 없다.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고 해서 얼굴을 부라리는 게 과연 정부가 내보일 태도인지 물어야 하고, 반대세력 옥죄기 후에 하고자 하는 게 뭔지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제쳐놓자. 그보다 먼저 짚을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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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이 낯간지럽다. ‘좁쌀 행정’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두 단체의 정책노선을 정면 공격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주변’을 치고 ‘발밑’을 판다.

백번 양보해서 이해할 수도 있다. 비록 ‘좁쌀’이라 해도 그것이 절차가 정당하고 내용이 합리적이라면 뭐라 할 수가 없다. 헌데 그렇지가 않다.

전교조 서울지부가 자조관에 입주한 건 단체협약에 따른 일이다. 서울시교육청과 단체협약을 맺고 정상적으로 입주한 것이다. 절차상 하자가 전혀 없다. 그래서일까? 이번엔 서울시교육청이 전교조와의 단체협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나섰다. 자조관을 어린이용으로 써야 한다며 일찌감치 대체 공간을 요구한 전교조 서울지부의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절차가 너무 일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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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법률원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는 합리적이지 않다. 국세청은 “신고 내용의 탈루·오류 혐의” 또는 “동종업체 중 신고 성실도 하위”를 특별 세무조사의 이유라고 밝히고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 수익보다는 지원을 우선시하는 게 노동 법률원이다. 그래서 형사 사건 수임료가 로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소속 변호사들은 월급을 받고 있다. 당연히 소득세는 원천징수 된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축에도 끼지 못하는 이런 노동 법률원을 상대로 ‘동종업체 중 신고 성실도 하위’를 운운하는 건 난센스다. ‘신고 성실도’가 하위인 게 아니라 ‘신고액’이 하위일 수밖에 없다.

국세청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곳 없다’는 신념으로 임하는지 몰라도, 혹여 털어보니 먼지가 나오는 일이 있을지 몰라도 비합리적이긴 매 한가지다. 기회비용이란 게 있다. 털어서 먼지를 얻기 위해 인력과 시간을 쏟아붓느니 뒤져서 대박 칠 곳을 둘러보는 게 훨씬 생산적이다.

새삼 궁금해진다. 국세청이 돈냄새를 못 맡을 리 없다. 서울시교육청이 단협 일방 파기에 따른 부담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왜 이들은 '좁쌀 행정‘을 마다하지 않는 걸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했던가? ‘좁쌀 행정’의 연유를 이 속담에서 찾을 수 있다. 방식이 '좁쌀' 같더라도 효능만 크면 마다할 일이 아니다.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있다는 건 만고의 진리다. 물적 기반이 갖춰져야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전교조 서울지부에 대체 공간은 제공하지 않은 채 퇴거를 요구하는 건 활동의 물적 기반을 허물기 위한 기초공사다.

이미지가 실체를 규정하는 건 불합리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회현상이다. 노동 법률원을 뒤져 탈세 꼬투리라도 발견할 수 있다면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의 이미지는 얼룩진다. 부도덕성을 부각함으로써 이른바 ‘귀족 노조’의 이미지를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다.

정책노선을 놓고 맞장 뜨는 장면을 연출하면 득 될 게 없다. 민주노총과 전교조에 대한 거부심리를 일부 자극하는 효과를 건질 수 있을지 몰라도 정반대로 두 단체에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선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두 단체의 존재감만 키워줄 수 있다.

게릴라식 고사작전은 이런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수익은 극대화하는 최고의 전술이다. 굉음을 최소화하면서 파괴력은 극대화하는 '실용적' 폭탄 투하법이다.

▲사진=전교조 서울지부(위)와 민주노총 법률원(아래) 홈페이지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