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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캠프는 애써 폄하한다. 안철수 원장이 박원순 후보 지원에 나서더라도 그 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단정한다. “이미 타이밍도 지났고, 지지율도 충분히 반영돼 선거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건 그들만의 생각이다. 분석이기보다는 희망에 가까운 독백이다.

타이밍은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다. 두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1~2%포인트로 초박빙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행하는 안철수 원장의 지원은 효과를 극대화한다. 지원 효과가 1%이든 2%이든 그 효과는 선거 초반의 10%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옛말에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다.

그 뿐인가. 어떤 사안에 대한 여론이 온전히 조성되는 타이밍은 사안이 발생한 지 하루 이틀이 지난 뒤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박원순 후보는 안철수 여론이 정점에 달했을 때 투표일을 맞게 된다. 안철수 원장은 지원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니라 가장 적절한 타이밍을 잡은 것이다.

지지율 또한 그렇다. 선거 초반에 안철수 원장으로 인해 유입됐던 부동층 상당수가 박원순 후보에게서 빠져나간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지는 남아있다. 나경원 후보 쪽으로 돌아선 부동층은 그렇다쳐도 정처없이 부유하는 15% 안팎의 부동층만 잡아도 박원순 후보에게는 승산이 있다. 현재의 초박빙 판세를 토대로 선거의 승패가 1~2%포인트 차로 갈린다고 가정하면 그렇다. 안철수 원장의 지원은 이 1~2%의 싸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근거가 있다.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다. ‘국민일보’가 지난 18일 서울시민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가 없다거나 무응답이라고 밝힌 응답자 148명(18.5%)에게 물은 결과 '안철수 원장이 선거지원을 하면 실제 투표에서 박원순 후보를 찍겠다'고 답한 사람은 8.2%였다, 18.5% 가운데 8.2%를 전체 응답자(800명)에 대한 백분율로 환산하면 1.5%에 해당한다.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도 같다. 지난 17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박근혜 의원과 안철수 원장의 선거 지원 시 득표율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박근혜 의원은 66.3%, 안철수 원장은 73.3%였다.

추가할 게 있다. 나경원 캠프에서 언급하지 않은 요인, 어쩌면 나경원 캠프에서 언급하기 싫었을지도 모를 요인이다. 바로 구도다.

안철수 원장의 등장은 ‘박원순 프레임’의 약화 또는 붕괴로 이어진다. 아이러니 하지만 앞으로 3일 동안 여론의 주목대상이 박원순 후보에서 안철수 원장으로 이동할 것이란 점에서 그렇다. 더불어 ‘한나라당 프레임’이 강화된다. 안철수 원장이 나경원 캠프의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하는 전략이 아니라 반한나라당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전략으로 나오면 그렇게 된다.

나경원 캠프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건 안철수 효과가 아니라 박근혜 상처다. 타이밍도 지났고 지지율도 충분히 반영됐기에 박근혜 지원은 선거에 큰 변수가 되지 못한다. 

박근혜 의원은 이미 나경원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원장의 지원에 맞춰 따로, 특별히 대응할 거리가 없다. 결과적으로 나경원 후보 지원 타이밍을 빨리 잡음으로써 안철수 원장 대응 타이밍을 잃어버렸다.

지지율도 얼추 반영됐다고 보는 게 맞다. 애당초 여권이 박근혜 효과를 운위하며 내놨던 셈법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 박근혜 지지층의 유입이었다. 여권의 이런 셈범에 따르면 비한나라·친박근혜 표는 나경원 후보 지지율에 대부분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부동층에 대한 박근혜 의원의 영향력은 안철수 원장에 못 미친다. 박근혜 의원에겐 지지율 추가 여력이 별로 없다.

애간장이 타는 건 나경원 후보 쪽이다.

▲사진=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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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세가 뚜렷하다. 수치는 제각각 다르지만 박원순 하향세-나경원 상승세 추세만은 뚜렷하다. 오늘 나온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의 여론조사 결과가 모두 그렇다. 나경원-박원순 후보의 지지율이 ‘중앙일보’ 조사에선 40%-41%, ‘한겨레’ 조사에선 51.3%-45.8%, ‘한국일보’ 조사에선 38.4%-39.2%였다.

그래서 주목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원순 후보 지원에 나설 것인지를 놓고 정치권과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운다.

정치권과 언론의 이런 관심사는 기계적이다. 주체와 객체를 단순하게 가르고 있다는 점에서 일방적이다. 안철수 원장을 주체로, 박원순 후보를 객체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안철수 원장을 시혜자로, 박원순 후보를 수혜자로 본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기계적이지 않다.

안철수 원장이 박원순 후보 지원에 나서려면 크게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판세와 전선이다.

최소한 박빙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안철수 원장이 지원에 나서면 판세를 즉각 뒤집을 수 있을 정도의 박빙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안철수 원장이 나설 수 있다. 지원의 생산성과 자신의 파괴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최대한 전선을 세워야 한다. 박원순의 ‘도덕성’에 갇혀 있는 전선을 한나라당 ‘심판’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안철수 원장이 나설 수 있다. 박원순 후보를 두둔하는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한나라당을 심판하는 대의적 차원에서 나왔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가짓수가 두 개 같지만 기실은 하나다. 전선을 ‘심판’으로 굳혀야 박빙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렇게 보면 박원순 후보는 주체다. 안철수 원장의 지원을 이끌 수 있는 능동태다. 박원순 후보 하기 나름에 따라 안철수 원장의 선택지와 보폭이 달라진다.

물론 독립항이 있다. 박원순 후보의 노력과는 별개 사항이다. 안철수 원장의 복심이다. 대선에 대한 자신의 심중이다.

정말 대선에 뜻이 없다면 좁혀진다. 안철수 원장이 박원순 후보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차원으로 한정된다. 자신이 후보 자리를 양보했던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으로 제한된다. 이 경우 박원순 후보 지원은 선택사항이지 필수사항이 아니다. 박원순 후보의 노력 또한 참고사항일 뿐이다.

반대로 대권에 대한 야망을 갖고 있다면 분명해진다. 안철수 원장이 박원순 후보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정치적인 차원으로 확장된다. 자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람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자신 또한 피해를 입는다. 제3후보에 대한 회의론이 퍼지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 또한 좁아진다. 이 경우 박원순 후보 지원은 필수사항이다. 더불어 박원순 후보의 노력은 선결조건이 된다.

안철수 원장이 대권 도전에 뜻을 두고 있다고 전제하면 그와 박원순 후보는 공동운명체다. 네가 살아야 내가 사는 상생관계다.

▲사진=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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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가 좁혀졌다. 한 때 10%포인트 이상 앞서던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에게 역전 당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서울신문’이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10~1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원순 후보(44.5%)가 나경원 후보(47.6%)에 3%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왔다. 같은 기관의 지난달 19~20일 조사에서 박원순 대 나경원 지지율이 50.6% 대 34.7%였던 점을 감안하면 격차가 크게 좁혀진 것이다.

여론조사에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고, 특히 조사 방법에 따라 결과가 상당히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무시 못 할 현상이다. 박원순 후보가 하향곡선을, 나경원 후보가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흐름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의 발원지는 어디일까? 보수층의 결집일까? 아니면 중도·무당파층의 이탈일까?

수치만 놓고 보면 보수층의 결집에 따른 흐름 같다. 이번 서울시장 보선과 같이 진영대결의 성격을 띠었던 역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이 46% 안팎이었다는 점, 그리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후보가 얻은 득표율이 47.4%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수층이 거의 포화상태로 결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수치의 총량만 놓고 보면 그렇지만 수치의 성격에 초점을 맞추면 전혀 그렇지가 않다.

빠져버렸다. 한때 50.6%에 달했던 박원순 후보의 지지율이 6%포인트 넘게 빠져버렸다. 이렇게 빠져나간 사람들을 보수층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안철수 원장 때문에 유입됐던 사람들, 즉 반한나라·비민주의 성향을 가진 중도·무당파층이라고 보는 게 맞다. 충성도는 떨어지는 반면 이슈 민감도는 높은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렇게 보면 박원순 후보가 하향곡선을 그리는 가장 큰 원인은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뜨리는 박원순 후보와 관련한 의혹이 충성도가 높지 않은 중도·무당파층을 자극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네거티브 공세 행태의 정당성과 네거티브 공세 내용의 정합성과는 무관하게 네거티브 공세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네거티브 공세를 통해 챙긴 최대의 효과는 프레임 전쟁에서 주도권을 쥔 점이다. 서울시장 보선을 ‘박원순’ 프레임으로 짬으로써 ‘반MB’ 또는 ‘반오세훈’ 프레임을 차단한 점이다. 더불어 서울시장 보선을 심판의 장으로 만드는 걸 방지한 점이다. 

이러다보니 박원순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의 성격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야권 단일후보로서 MB정권과 오세훈 전 시장의 실정에 대해 책임을 묻고, 그 연장선에서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수세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불어 놓치고 있다. 한나라당이 미워 안철수 원장에 열광했고, 나아가 박원순 후보를 지지했던 중도·무당파층의 정서를 자극하지 못하고 있다.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박원순 후보는 중대한 시련에 직면할 수 있다. 박원순 후보가 하향곡선을 그리는 가장 큰 이유가 중도·무당파층의 이탈이라면, 거꾸로 보수층의 결집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는 얘기가 된다. 오늘부터 선거 지원에 나서는 박근혜 의원의 행보에 따라 나경원 후보가 더 치고 올라가 여지가 남아있다는 얘기다.

넓고 커질 것이다. 박원순 후보가 ‘박원순’ 프레임을 깨지 못하는 한, 다시 말해 ‘반MB’ ‘반오세훈’ 프레임을 짜지 못하는 한 박근혜 의원의 보폭은 넓어질 것이고, 그 행보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더 커질 것이다.

때마침 들려온다. 박원순 캠프가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일체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럴 만하다. 대응하면 할수록 ‘박원순’ 프레임은 커지고 강해진다. 진실공방이 가열될수록 유권자의 눈은 ‘박원순 의혹’에 고정된다.

박원순 캠프가 유권자의 시선을 돌릴 참이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 야권 단일후보로서 챙길 수 있는 최고의 프리미엄은 ‘심판’이다. 유권자들이 MB정권의 실정과 오세훈 전 시장의 실정을 심판해야 하는 이유를 확실하게 드러내고, 심판 이후 나아가야 할 시정방향이 뭔지를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 정책선거로 가야 하고, 정치선거로 가야 한다는 말이다.

▲사진=박원순 후보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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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은 실패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미지 설정전략에서는 실패했다. 앞으로는 몰라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여론조사 결과가 증명한다. 4월 9일 ‘한명숙 사건’ 1심 선고 후 상승세를 보이던 지지율이 불과 한 달 만에 힘없이 꺾인 것으로 나온 여론조사 결과가 분명히 말한다.

오세훈-한명숙 예비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한겨레’ 조사(7~8일)에서는 19.1%포인트, ‘서울신문’ 조사(6~7일)에서는 21.1%포인트였다. 한명숙 예비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상정한 가상 대결 결과도 같다. ‘한겨레’ 조사에서 오세훈 예비후보에 비해 14.8%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와 같은 신문의 4월 10~11일 조사 때의 4.4%포인트보다 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졌다.

요인은 물론 여러 가지다. 천안함도 있고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도 있다. 하지만 이 요인들만 짚을 수 없다. 이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도록 방치한 한명숙 예비후보의 대처력이 더 큰 문제다. 그게 바로 이미지 설정전략에서의 실패다.


한명숙 예비후보는 이계안 예비후보와의 TV토론을 사실상 거부했다. 대부분의 예비후보가 당내 경선을 군말 없이 받아들이고, 그 일환으로 TV토론에 임하는 것과는 달리 한명숙 예비후보는 유별나게 거부했다.

스스로 끊어 버렸다. 그의 유별난 행동이 1심 선고 결과 덕에 얻은 이미지에 얼룩을 묻혀버렸다. 검찰, 나아가 정권의 불공정ㆍ편파 수사의 피해자라는 자신의 이미지에 정반대 이미지를 오버랩 시켜버렸다. ‘골리앗 후보’로 군림하면서 ‘다윗 후보’를 억누르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이 탓에 전도돼 버렸다. 피해자의 위치에 섰어야 할 그가 골리앗이 됐고, 편파 수사를 비판했어야 할 그가 불공정 경선의 주범이 됐고, 심판의 선봉에 섰어야 할 그가 평가의 대상이 됐다. 이미지를 전도시킴으로써 최대의 정치 자산을 탕진해 버린 것이다.

이미지에 얼룩을 묻혔을 뿐 아니라 선입견마저 얹어버렸다. 1심 선고결과에 기대어 당내 경선을 ‘무정차 통과’하려는 그의 모습이 오히려 1심 선고의 어두운 면을 끄집어 냈다. 재판에 매달려 서울시장 선거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선입견, 그래서 당내 경선조차 꺼린다는 선입견을 만들어 버렸다.

한명숙 예비후보가 뒤늦게 오세훈 예비후보와의 ‘맞짱토론’을 마다하지 않고 있지만 만시지탄이다. 갑옷’ 입고 링에 오를 수 있었는데 벌거벗고 올랐다는 점에서 그렇고, ‘서포터’를 관전자로 돌렸다는 점에서 그렇고, '예습' 않고 '벼락치기'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토론 재료, 즉 각종 데이터와 사례 면에서 '현역 프리미엄'을 누리는 오세훈 예비후보와 벌이는 '맞짱토론'이 어쩔 수 없이 '불공정' 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미지 얘기가 나온 김에 추가하자.

놀랄 만치 닮아있다. 지금의 한명숙 예비후보는 4년 전 강금실 후보와 너무나 흡사하다. 한쪽은 유리한 이미지를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다른 쪽은 불리한 이미지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다르지만 이미지 설정전략에서 삐끗했다는 점에서는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아있다.

강금실 당시 후보가 그랬다. 출마 선언을 하는 체육관은 물론 자신의 옷까지 바이올렛 색상으로 통일해 뜨악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를 관통하던 문제가 지역과 계층의 양극화였는데도 정체불명의 바이올렛 이미지를 연출해 시민의 삶에서 겉도는 결과를 자초했다.

민주당, 그리고 그 당의 후보들은 바뀐 게 없다. 번지수를 잘못 짚는다는 점에서 예나 지금이나 그들은 '길맹'이다. 

▲사진=한명숙 서울시장 예비후보 ⓒ한명숙의 세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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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계는 ‘슬로, 슬로’를 연발한다. ‘퀵, 퀵’을 외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입으로는 ‘슬로, 슬로’를 연발한다.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처리를 진두지휘해야 할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부터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한다.

이명박계가 ‘슬로 스텝’을 밟는 배경은 굳이 분석할 필요가 없다. 박근혜계가 움직이지 않는 한 국회 처리는 고사하고 한나라당 당론 변경조차 불가능한 현실 아닌가. ‘퀵, 퀵’ 나가다간 ‘킬’ 당하기 십상이다.

궁금한 건 따로 있다. ‘슬로 스텝’이 가져올 정치적 후과가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도 현실을 ‘돌파’하려 하지 않는 이명박계의 셈법이 궁금하다. 세종시 수정안이 지방선거를 관통하면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선거 패배, 조기 레임덕 상황에 휩싸일지도 모르는데 현실을 ‘우회’하려는 이명박계의 ‘믿는 구석’이 궁금하다. 이런 것일까?

이명박계가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한다고 해서 호남에서 당선자를 낼 게 아니고,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킨다고 해서 영남에서 낙선자를 양산할 게 아니다. 충청도 그렇다.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한다고 해서 충청 민심에 갑자기 온화한 미소가 번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영호남과 충청은 상수다. 세종시 수정안 처리 결과와 세 지역의 선거 결과는 큰 상관이 없다. 변수는 역시 수도권이다. 특히 상징성이 큰 서울시장 선거다. 이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최소한 ‘반타작’은 한다. 승리로 치장하기는 뭣해도 패배로 내몰릴 일도 없다.


해볼 만하다. 서울시장 선거라면 세종시 수정안 처리가 미뤄진다 하더라도 해볼 만하다. 세종시 수정안에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수도권 민심이 서울시장 선거에 투영될 것이란 점 때문만이 아니다. 이 요인을 상쇄할 다른 요인, 즉 반MB정서의 본거지 또한 수도권이기에 세종시 수정안이 서울시장 선거에 직접,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건 단선적인 분석이다.

다른 요인이 있다. 세종시 수정안과는 무관한 선거 승리 기대요인이 있다.

강력한 강남벨트가 있다. 그 어느 정파의 지지세력보다 튼튼한 강남 콘크리트 표가 한나라당 외에 다른 정당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믿고 의지하는’ 야당이 있다. 이들이 후보를 난립시켜주면, 그래서 1 대 다의 선거 구도를 만들어주기만 하면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다.

능히 써봄직한 셈법이다. 충청을 잃더라도 서울을 챙기면 ‘본전치기’는 하니까, ‘본전치기’를 할 수 있다면 굳이 세종시 수정안을 지방선거 매물로 내놓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렇다.

물론 일방적인 셈법이다. ‘정밀 진단’보다는 ‘희망 사항’에 가까운 구상이다.

‘구상’을 ‘매뉴얼’로 구체화하려면 관리해야 한다. 내부 요인과 외부 요인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2008년 총선 때처럼 공천 파동이 빚어져 박근혜계 후보들이 독자 출마하는 불상사는 이명박계의 셈법을 저해하는 내부 요인이다. 이 내부 요인을 관리하지 못하면 영남지역조차 반란지대로 변한다.

야당들이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상황은 이명박계의 셈법을 저해하는 외부 요인이다. 이 외부 요인을 막아내지 못하면 서울은 물론 노동자 밀집 지역의 단체장 선거까지 안개가 번진다.

이렇게 보니 야당이 굳이 낙심할 필요가 없다. 세종시 문제 주도권을 박근혜 전 대표에게 빼앗기고 자신들은 존재감을 잃었다고 한탄할 필요까지는 없다. 이명박계가 끝까지 '슬로 스텝'을 밟는다고 가정하면 세종시를 둘러싼 판세를 최종적으로 조정하는 주체는 야당이고, 요인은 후보단일화가 될 테니까.

▲사진=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최고위원들과 조찬 모임을 갖고 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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