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동성이다. 대구의 이한구 의원도, 부산·경남의 김무성·안홍준·권경석 의원도 4대강 사업을 비판한다. 국민 피부에 직접 와 닿는 사업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그것 때문에 지방 사회간접자본 건설 예산과 사회복지 예산이 깎이는 걸 우려한다.
이들만이 아니다. 박희태 대표도 나섰다. “좌우간 4대강 사업이 다른 예산을 다 쓸어가서 지방 사회간접자본 건설 예산이 다 깎였다고 민심들이 흉흉하다”며 “내년 선거도 있으니 이런 이야기들이 더 심한 것 같다”고 했다.
더 말 할 필요가 없다. 4대강 사업 예산의 절반이 투입되는 낙동강 수계 출신 의원들이 비판하고, 여당 대표가 우려하고 있으니 더 이상의 사례는 사족에 불과하다.
그런데 희한하다. 김성조 정책위의장 딱 한 사람만 아니라고 한다. 4대강 사업이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러니까 4대강 사업에 대한 공개 비판을 삼가고 정부 정책을 지원하자고 한다.
근거가 있는 주장일까?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조차 헤아리지 못하는 고차원의 선거방정식을 간파한 걸까?
없다. 아무리 봐도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없다. ‘내일신문’이 7월 10-11일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4.1%가 ‘4대강 사업 예산의 50%를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쓰자’는 해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다.
민심이 이렇다. 국민의 절대 다수가 4대강 사업의 필요성과 긴급성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최대 수혜지라는 영남지역조차 찬반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전국은 물론 영남지역에서도 4대강 사업 때문에 한나라당을 더 곱게 봐줄 것이라고 볼 근거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민심은 4대강 사업이 사회복지 예산을 갉아먹는 걸 비판하는 야당 주장에 동조하면서 정부가 헛돈 쓴다고 꼬나보고 있다. 게다가 충청권과 강원권은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첨단의료산업복합단지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반면에 4대강 사업에서 제외 또는 소외돼 있다.
그런데도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왜일까?
이런 걸까? 지방선거에는 어려워도 대선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걸까? 지금은 4대강 사업이 본격화하지 않아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일 뿐, 포크레인이 오가고, 보상비가 풀리고, 4대강에 유람선이 떠다니면 민심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 걸까? 청계천과 경부고속도로 공사 때처럼 처음에는 반대하지만 결국은 박수를 칠 것이라고 확신하는 걸까? 그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간 내에 사업을 끝내려는 걸까? 청계천으로 2007년 대선 길을 열었듯이 4대강으로 2012년 대선 길을 열려고 작정한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게 민심이다. 대선 때가 되면 비판은 어제가 되고 유람은 오늘이 된다. 문제의식은 가물가물해지고 흥겨움은 커진다.
하지만 단서가 있다. 백번 양보해서 4대강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해도, 4대강 사업이 ‘청계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세우려면 숙제 하나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청계천과는 전혀 다른 주변 여건이다.
청계천 모델이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검증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야당 소속 서울시장으로서 노무현 정부의 국정 공과에 얽힐 일이 없었고, 다른 국정과 설킬 일도 없었다. 그래서 청계천을 100% 자기 브랜드로 만들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불도저 추진력’을 입증하는 홍보수단으로, 경제살리기 추진력을 입증하는 선전수단으로 청계천을 활용할 수 있었다.
통하지 않는다. 2012년이 되면 이런 브랜드 선전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후보가 누가 되든 이명박 정부의 공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4대강 사업이 성공해 뱃놀이를 유발해도 그건 이명박 정부의 공과 가운데 하나, 즉 ‘원 오브 뎀’에 지나지 않게 된다.
관건은 4대강 사업이 아니다. 관건은 4대강 사업이 놓일 좌표이고, 4대강 사업을 에워쌀 다른 국정과제들의 추진결과다. 4대강 사업이 ‘이명박 표’ 딱지를 뗄 수 없는 한 4대강 사업이 청계천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은 내세울 수 없다.
차라리 돌아보는 게 낫다. 4대강 사업을 에워쌀 다른 국정과제들이 4대강 사업 때문에 흔들리는 현상을 살피는 게 낫다. 그게 4대강에 오물을 투기하는 결과를 빚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야당 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그렇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국민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데도 밀어붙이는 '불도저 추진력'에 질린 민심이 대선에서 다른 브랜드를 희구하는 상황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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