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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08 정세균은 무능하지 않다 (7)
  2. 2008/07/24 원희룡의 바른말, 시원한데 허전하다 (62)

‘병 주고 약 준다’는 말이 딱 맞을 것 같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갹출하자고 했다. 국회의원들의 세비 10%를 반납해 서민과 중산층 지원에 보태자고 했다. 국회의원 세비 총액이 279억 2100만원이니까 10%를 반납하면 27억 9210만원이 된다. 서민과 중산층 지원에 보태봤자 티도 안 날 금액이다.

100만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감세하려는 20조원을 투입하면 연봉 2000만원짜리 일자리 100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정부의 감세 기조를 제대로 꺾지 못했다. 정부의 감세 기조를 효과적으로 꺾었다면 세비 반납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효과를 끌어낼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종부세 과세기준을 지키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세율을 지킨 것도 아니다.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세비 10%를 반납하자는 건 쇼다. 정부의 감세 기조를 꺾지 못한 건 직무유기다. 종합하면, 제 일은 하지 않고 엉뚱한 데서 생색내려는 행위다. 염장 지른 다음에 파스 붙여주는 행위다.

이쯤 해 두자. 말해봤자 입만 아플 것 같다.

정세균 대표가 자평했다. 한나라당과의 합의를 두고 “점수로 매기면 79점 정도”라고 했다. 자신 또한 합의 내용에 만족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혹평할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선명하게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하는 것은 운동에서 하는 일로, 정치에선 성과가 1번”이라고 했다.


사고 구조가 다르다. 79점이란 채점 결과를 도출한 평가기준이 해괴할뿐더러 정치와 운동을 이분법으로 가르는 사고법 또한 기묘하다. 일반적인 사고 구조로는 도통 헤아릴 수 없는 발상과 논리다.

이 점만 짚자. 정세균 대표가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성과’에는 당장 손에 쥐는 떡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자.

노무현 정부 시절 얘기다. 열린우리당이 사학법을 개정했을 때의 일이다.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을 때의 상황이다.

밀어붙였다. 사학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장외로 뛰쳐나갔다. 엄동설한에 두 달 넘게 장외를 돌면서 집회를 열었고 사람을 불러모았다. ‘성과’는 없었다. 두 달이 넘는 장외투쟁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을 관철시키지 못했고 새로 원내대표가 된 이재오 당시 의원은 ‘철군’을 결정했다.

정세균 대표의 사고 구조에 따르면 박근혜 당시 대표와 한나라당은 어리석은 일을 저질렀다. 정치를 하지 않고 운동을 했다. 선명하게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했다. 동상에 걸리기 일보직전에 빈손을 호호 불며 국회에 복귀했다.

하지만 안다. 모두가 안다.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이 결코 빈수레가 아니었음을 민주당도 알고 정세균 대표도 안다.

각을 세웠고 세력을 결집했다. 사학법을 고리로 노무현 정부와의 전선을 구축했고 그 전선에 기독교계 등이 동참하도록 유도했다. 이 때 뿌린 씨앗이 나중에 얼마나 큰 정치적 성과를 거뒀는지는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다. 이 때 그러모은 세력은 뉴라이트의 기반이 됐고 한나라당 정권 탈환의 자양분이 됐다.

오해할지 모르겠다. 이런 '사례연구'를 정책은 팽개치고 정치에 골몰하라는 주장으로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그게 아니다. 싸우고 싸워도 안 돼서 '철군'을 하는 일이 있더라도 일관성은 유지하라는 말이다. 모든 상임위 활동을 보이콧 하겠다고 기세를 올리다가 하루도 안 돼 아무 이유없이 고개 숙이는 망측한 모습은 연출하지 말란 말이다.  

무능하다는 말은 하지 않으련다. 그렇게 평하는 것 자체가 호사스럽다. 무능은 의지를 전제 한 개념이다. 의지는 있으나 전략이 서툴러, 능력이 모자라 성취해내지 못할 때 쓰는 말이다.

정세균 대표(나아가 민주당 지도부)는 무능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의지가 없는 사람이다. 싸울 의지, 선명하게 싸울 의지가 없는 사람이다.

더 간단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다. 이전 야당 지도부와는, 그나마 민주당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풀지 않고 있는 국민과는 사고구조가 완연히 다른 사람이다.

▲사진=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민주당


Posted by '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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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의원은 참 특이한 인물이다. 전혀 한나라당답지 않은 점에서 그렇다.

이건 ‘주관적 해석’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이다. 그의 어록에 나와 있다.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소신 발언을 아끼지 않은 기록이 분명히 기록돼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학법 어록’이다. 사학법의 이념성을 문제 삼으며 장외투쟁을 주도하던 박근혜 당시 대표의 행보를 두고 “병”이라고 대놓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 당시 대표로부터 “막말은 삼가야 한다”고 한 소리 들었고, 김용갑 당시 의원으로부터는 “당을 떠나라”고 요구받기도 했다.

‘쇠고기 어록’도 있다. 촛불이 뜨겁게 타오르던 지난 6월 2일에 “실질적인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곤란하다면 국회 결의를 통하든 실질적인 재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 원희룡 의원이 오늘 또 입을 열었다. “정부의 방송장악이란 있을 수 없다”며 “특히 YTN의 경우 과거 경선 당시 특보라는, 소위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는 (인사를 임명하는) 이것은 너무 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했다.

하나 같이 귀에 쏙 박힌다. 고비 때마다 국민의 정서와 요구를 대변한 것 같다. ‘미스터 바른말’이란 별명이라도 선사하고 싶을 정도다.

그럼 어떨까? 원희룡 의원은 소신 발언에 걸맞는 소신 행동을 했을까?

찾아볼 수가 없다. 언행을 일치시켰다는 기록을 찾기 어렵다. 한 마디 툭 던진 다음에 묵언잠행을 한 흔적은 있는데 소신을 관철시키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기록은 찾기 힘들다.

대부분이 ‘개인 플레이’였고 그 ‘개인 플레이’의 양식은 ‘언론 플레이’였다. ‘사학법’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쇠고기’와 ‘방송’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개진한 것이었다.

자신의 소신을 관철시키기 위해 연판장을 돌리고 세를 규합하려 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새로 원내대표가 된 이재오 의원이 전격적으로 사학법 장외투쟁 중단을 선언하기 전까지 자신의 소신을 관철시키기 위해 당시 맡고 있던 최고위원직을 내던지고 ‘농성’을 했다는 류의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추가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두 주일여 동안 쇠고기 재협상을 관철시키기 위해 결의안 문안 작성에 들어갔다는 류의 소식을 접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원희룡 의원의 소신에 공감하면서도 기대를 갖지 않는다. 어느덧 3선의 중진이 되었건만 그의 말에서 정치적 중량감과 파괴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저 한 평의원의 인기 발언 정도로만 들린다.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냉소를 보내려는 게 아니다. 강조하고픈 건 원희룡 의원이 당사 밖에서 소신 발언을 할 정도로 사안이 엄중하다고 느낀다면 행동 역시 무겁고 결연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내부 사정이 그렇다. 한 때 당내 균형추 역할을 했던 소장파 모임들, 즉 ‘미래연대’나 ‘수요모임’이 2006년 지방선거를 끝으로 해체된 후 한나라당엔 견제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계파는 있을지언정 정책적 균형·견제집단은 없다.

이건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절대과반의석을 넘어설 정도로 한나라당의 몸집은 비대해졌다. 왜소한 야당의 힘만으로 견제하기엔 한나라당의 몸집이 너무 크다. 이런 한나라당에 정책의 균형추가 작동하지 않으면, 그래서 어느 한쪽으로 쏠려버리면 나라의 운명이 달라진다.

그래서 긴요하고 간절하다. 원희룡 의원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밖에 나가 ‘바른 말’ 한마디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안으로 파고들어 세를 규합하고 그 세를 ‘과속 방지턱’으로 기능하게 하는 것이다.

아마 모르진 않을 것이다. ‘개인 플레이’는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의안 가결 의석수를 훌쩍 넘긴 한나라당에게 ‘아웃사이더’ 한두 명쯤은 콧방귀 끼며 무시해도 되는 존재라는 사실을 원희룡 의원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더불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사진 제공=프레시안

Posted by '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