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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대규모 사정 배경을 4대강 사업 예산과 연관 짓는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4대강 사업 예산을 다루는 예산 국회를 앞두고 야당을 때려잡으려는 사정정국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한 거나, 차영 대변인이 “검찰이 예산 국회 시점에서 청목회 로비의혹 등과 관련해 야당 의원의 실명까지 거론하는 것은 야당을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한 걸 보면 그렇다.

납득하기 어렵다. 민주당의 주장에 현실과 괴리된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4대강 사업 예산을 삭감할 수 있다는 전제 말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만큼의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지난해에도 4대강 사업 예산을 거의 손보지 못했다. 민주당은 ‘소 잡는 칼’과 ‘닭 잡는 칼’을 혼동하고 있다.

다른 해석도 있다. ‘중앙일보’가 내놓은 해석이다. ‘전언’ 형식으로 내놓은 ‘중앙일보’의 해석에 따르면 사정은 '자연 숙성의 결과’다.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대형사건 수사의 타이밍을 잡지 못해” 내사를 숨죽이며 진행하다가 “최근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 6.2지방선거 직전에 진행된 한명숙 수사는 뭐냐는 반문이 당장 튀어나온다. 또 수사 주체가 대검 중수부에 한정되지 않고 서울중앙지검 서울서부지검 서울북부지검 등이 망라돼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3의 시각도 있다. 개헌과의 상관성을 짚는 시각이다. 이명박 정권이 사정을 앞세워 정치권을 압박한 다음에 분권형 개헌을 추진하려 한다는 시각이다.

이 시각은 최소한의 정합성마저 갖고 있지 못하다. 개헌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반강제적으로 시도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시각이 갖고 있는 맹점은 구도를 살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권형 개헌 구도가 세종시 구도와 흡사하다는 점, 다시 말해 분권형 개헌을 이루려면 야당의 동의 이전에 친박계의 호응부터 끌어내야 하고, 그러려면 사정을 통해 친박계부터 손 봐야 한다는 점을 이 시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 입장에선 사정으로 ‘죽나’ 분권형 개헌으로 ‘죽나’ 어차피 마찬가지라고 판단해 극력 저항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럼 뭘까? 이명박 정권은 왜 지금 사정 바람을 지피고 있는 것일까? 눈 여겨 볼 건 행정구역 개편과 선거구제 개편이다. 사정이 정치권 압박용이라면 그나마 연결 지을 수 있는 게 바로 이 사안이다.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사정이 소기의 성과를 내어 정치권의 추잡한 장면을 한 컷 한 컷 인화한다면 그 결과는 궁극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한 정치 선진화 구호와 접목된다. 사정 결과가 정치 질서와 정치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구호에 장단을 맞추고, 이 추임새는 결국 행정구역과 선거구제 개편으로 귀착된다.

여권에게 행정구역과 선거구제 개편은 당위적이고 원론적인 과제가 아니라 절박하고 현실적인 과제다. 한나라당 내 소장파 모임인 ‘민본21’이 ‘한국정책과학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1.6%가 ‘(다음 정권은) 다른 정당으로 바뀌는 것이 좋다’고 응답한 사실, 그리고 ‘헤럴드공공정책연구원’과 ‘데일리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26.6%만이 서울지역 국회의원을 재신임 하겠다고 응답한 사실을 고려하면 여권이 추진하는 행정구역과 선거구제 개편은 총선 필패를 방지하는 안전판이다.

정치 선진화 차원이든 총선 안전판 확보 차원이든 행정구역과 선거구제 개편이 절실하다면 사정은 더 할 나위 없는 카드다. 그것이 정치인의 ‘복지부동’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개별 정치인의 ‘밥그릇’과 직결되는 행정구역-선거구제 개편이 의원들의 ‘나홀로 준동’을 야기하는 반면 사정은 그런 ‘나홀로 준동’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여야 의원 33명이 연루돼 있다는 '청목회 로비'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물론 이런 분석은 단서를 달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피라미’만 겨누고 ‘월척’은 겨누지 않는다는 단서, 사정 칼날이 ‘월척’을 겨냥할지언정 찌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단서, 설령 '월척'을 찌른다 해도 선을 넘지 않는 차원으로 제한될 것이라는 단서다. 만약 사정 칼날이 다수 ‘월척’에 곧바로 꽂히면 야당의 극심한 반발과 여야의 극심한 대치를 유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윤활유가 아니라 재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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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언론이 평했다. 검찰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사무실 압수수색에 대해 '전격적‘이라기보다는 ’이례적‘이라고 했다. 맞다.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어제는 천신일 회장이 도피성 해외출국을 한 지 두 달여 뒤이고, 언론이 천신일 회장 의혹을 집중보도한 지 석 달여 뒤이다. 증거를 인멸하고 은닉하기 전에 압수수색을 하기는커녕 피의자 도주까지 멀건이 지켜본 뒤에야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뒷북‘을 친 것이다.

하지만 잘 볼 필요가 있다. 꼭 ‘뒷북치기’라고 볼 수만은 없다. 오히려 ‘포석깔기’ 측면도 있다.

어제 나온 보도를 감안하면 그렇다. 한나라당의 두 L의원이 2008년 C&그룹의 임병석 회장한테서 대출청탁을 받은 정황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보도였다. 이 보도가 나간 후 흘러나왔다. 한나라당의 두 L의원 모두 친박계 의원이란 ‘설’이 여의도에 퍼졌다. 더불어 감안할 게 있다. C&그룹 수사 초기에 나온 보도다. L, S, Y 등 전 정권 소장파 핵심들이 임병석 회장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썼다는 보도였다.

두 보도와 전언에 따르면 검찰의 타깃은 구여권과 친박계다. 친이계만 쏙 빠진 것이다.

검찰이 실제로 수사를 이렇게 진행하면 역풍을 맞는다.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반대세력 또는 견제세력을 압박하기 위해 검찰 권력을 동원했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검찰의 천신일 압수수색을 ‘포석깔기’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탕평수사’를 각인시키는 도구로, 정치적 역풍을 막아내는 방풍막으로 천신일 회장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오랜 지기이자 권력 실세’라는 수식을 친이계에 접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용없다. 읽힌 포석은 더 이상 포석이 아니다. 게다가 버리는 돌은 사석이지 포석이 아니다.

일찌감치 지적이 나왔다. 이수우 임천공업 대표가 천신일 회장에게 건넨 40억원의 금품 가운데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로비용 금품이 섞여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나왔다. 그런데도 검찰은 그와 관련해 한 점 의혹도 풀지 않았으며, 천신일 회장의 금품수수도 단순 개인비리로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지적에 비춰볼 때 천신일 회장은 어차피 버려지는 돌로 성격 규정된 인물이다. 게다가 정권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그냥 한 개인으로 의미 규정된 인물이다.

검찰이 천신일 회장의 개인 비리 외에 구조적 비리, 즉 연임 로비 의혹을 캐지 않으면 소용없다. 구조적 비리를 캐면서 로비 대상이 됐을지 모를 정관계 인사를 솎아내지 않으면 소용없다. 천신일 회장을 앞세워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서도 칼을 들이댔다고 아무리 주장해 봐야 곧이들을 사람은 별로 없다.

▲사진=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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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특임장관이 희한하다. 해서는 안 되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앞뒤가 안 맞는 말을 거리낌 없이 늘어놓는 모양새가 참으로 이채롭다.

그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검찰 기업수사를 거론하면서 말했다. “지금 야당에서 문제되는 사람들이 있다면 집권 시절의 문제일 것이고, 정확히는 구 여당 것도 수사한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 수사가 구 여권을 겨냥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물론 달리 해석할 여지는 있다. “집권당이 야당을 탄압하기 위해 사정정국을 만들거나 특정인을 손보기 위해 하는 수사는 없기 때문에 (야권도) 염려할 것이 없다”는 말도 했으니까, “비리나 부패 혐의가 드러나면 성역 없이 수사하는 게 공정한 사회 아니겠느냐”는 말도 했으니까 그의 말을 원칙론으로 이해할 여지는 있다. 

하지만 아니다. 이렇게 인심 좋게 해석할 수가 없다. 이재오 장관의 다른 한 마디가 앞의 모든 말을 압도한다.

이 장관이 주장했다. “우리는 권력형 비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해외 도피 중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관련해서 “천 회장이 현 정권의 위력을 빌려 부패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오 장관의 말이 희한하다고 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의 화법은 두 가지다. 여권의 비리에 대해선 단정 화법으로 부인한다. ‘없다’고 못박는다. 반면 구여권 비리에 대해선 추정 화법으로 인정한다. ‘있을 수도 있다’고 암시한다. 의혹의 윤곽이 드러난 여권 비리에 대해선 ‘없다’고 단정하면서 의혹의 얼개조차 잡히지 않은 구여권 비리에 대해선 ‘있을 수도 있다’고 암시한다. 앞뒤가 안 맞는 말을 대놓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사람 밖에 없다. 여권 비리 수사와 구여권 비리 수사를 모두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 즉 검찰총장 정도만이 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총장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검찰총장이 수사상황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해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게 관례요 원칙이다. 헌데 검찰총장도 아닌 이재오 장관은 대놓고 말한다. 해서는 안 되는 말을 버젓이 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부적절한 발언이다. 이재오 장관이 이명박 정권의 최고 실세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의 말이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거꾸로 볼 수도 있다. 이재오 장관이 이명박 장권의 최고 실세라는 똑같은 근거를 갖고 정반대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의 말이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그의 말이 수사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읽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읽으면 검찰 수사가 정치적 중립 원칙에서 일탈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니까.

▲사진=이재오 특임장관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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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사정권에 들어온 것 같다. 어제와 오늘의 보도를 종합하면 그렇다. 천신일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의 이수우 대표로부터 40여 억 원의 금품을 받았으며 이 중에는 천 회장 자녀 3명이 임천공업과 그 계열사 두 곳의 주식 매입대금 25억여 원어치를 되돌려 받은 것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수우 대표가 이렇게 진술했고 이에 따라 검찰이 조만간 천 회장을 소환조사할 것이라고 한다.

작지 않은 사건이다. 천신일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란 점에서 그렇다. 천신일 회장이 이수우 대표로부터 금품을 건네받는 대가로 임천공업의 대출 청탁을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점에서 그렇다. 종합하면 대통령 최측근의 비리사건으로 볼 만하다.

그래서 일각에서 제기한다. 천신일 회장 수사를 계기로 검찰이 본격적으로 사정에 나설지 모른다고 내다본다. 검찰이 대통령 최측근까지 사법처리하면 수사 형평성 논란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다른 사정에 나설 수 있다고 풀이한다.

하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일각의 분석이 빙산의 일각만 보고 내놓는 것이기에 그렇다.


천신일 회장 이름이 나오기 전에 먼저 거명된 인물이 있었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이다. 남상태 사장이 연임 로비를 벌였고, 남상태 사장의 로비자금 출처가 이수우 대표가 조성한 비자금이라는 의혹이 있었다.

천신일 회장 이외의 로비 경로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한겨레’는 지난 8월 11일 남상태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인 김재정 씨(작고)의 친구로 대통령 부인 김윤옥 씨와도 친분이 있으며, 김회선 전 국정원 2차장과 처남-매제 사이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6일 대우조선해양 상임고문으로 재직 중인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정권 실세인 이재오 특임장관의 최측근으로 통하고, 다른 한 사람은 영포회 사무국장을 지낸 사람이라고 주장한 바도 있다. 강기정 의원이 추가한 게 하나 더 있다. 검찰이 지난해 남상태 사장 유임 로비 의혹에 대해 조사하다 중단했고, 수사를 재개해 6월 15일 압수수색 영장까지 작성했다가 폐기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누가 봐도 확실하다. 제기된 의혹을 추리면 사건의 본질은 권력형 비리 의혹사건이다. 정권 실세와 인사청탁과 검은돈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의혹사건이다. 하지만 나오지 않는다. 어제와 오늘 보도된 검찰발 기사에선 정권 실세들의 면면은 고사하고 남상태 사장의 이름 석 자조차 나오지 않는다. 오로지 천신일 회장만 등장한다. 그에 얽힌 혐의점도 대출 청탁과 금품수수, 즉 개인 비리에 한정돼 있다.

천신일 회장이 비록 대통령 최측근이라고는 하지만 정치적 위상이 큰 인물은 아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있고, 시세조종을 통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기에 그렇다. 그는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그렇기에 그의 비리가 새롭게 밝혀진다고 해서 정권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검찰이 현재 캐고 있는 혐의는 개인 비리에 국한돼 있지 않은가.

정반대로 해석하는 게 옳다. 검찰의 ‘천신일 수사’는 더 큰 사정을 위한 초석 깔기가 아니라 더 큰 사건을 덮기 위한 꼬리 자르기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 ‘남상태 연일 로비’에 얽힌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이 현미경 수사를 하지 않는 한 이런 잠정 판단은 유효하다.

그래서 주목한다. 천신일이 검찰 수사의 종착점인지, 아니면 경과점인지 예의주시한다.

▲사진=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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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이란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낙마가 화를 복으로 뒤바꾸는 계기가 될 거란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화가 복이 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그랬다. “오히려 ‘공정한 사회’의 동력을 마련하게 됐다”고.

그래서 나아간단다. 계기를 결과로 굳힐 거란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공정사회 기준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아마도 기득권자에게 매우 불편스럽고 고통스러운 일” “어쩌면 정부ㆍ여당이 먼저 많은 고통과 피해를 볼 수 있(는 일)” 일지 모른다고.

어떨까?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이 사정 드라이브를 뜻한다는 일반적 관측이 맞다면 어떻게 될까? ‘공정한 사회’를 강제하기 위해 사정 드라이브를 걸면 정말 청와대에 복이 될까?

맞다. 복이 된다. 사정을 원칙대로 진행한다면, 오로지 사정만 진행한다면 복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사정을 원칙대로 진행하려면 이명박 대통령의 말처럼 ‘자기편’부터 쳐야 한다. 정부ㆍ여당은 물론 이명박 정부의 주된 지지기반인 기득권자 또한 먼저, 호되게 쳐야 한다. 헌데 난감하다. 그럴수록 사정 추진력이 빠진다. 원칙적인 사정이 핵심 지지기반의 이완과 이탈을 불러 정권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그 뿐인가. 대통령 친형의 ‘사찰 몸통’ 논란이 불거졌고, 대통령 친구의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로비 연루 의혹이 불거졌다. 이를 피하면 원칙이 무너지고 이를 돌파하면 정권 기반이 흔들린다.

물론 방법은 있다. ‘집토끼’의 이완과 이탈을 감수하는 대신 ‘산토끼’의 폭넓은 지지를 끌어내 정권 기반을 다시 다지면 된다. 높은 도덕성을 앞세우고 사정의 엄중함을 내세워 국민 지지를 끌어내면 된다. 하지만 다수 국민이 진심으로 지지를 보내기에는 보고 겪은 게 너무 많다. “공정사회 기준을 철저히 지키(지 않는)” 모습을 너무 자주 목격했다.

이렇게 보면 청와대의 전화위복론은 과장된 것이다. 청와대를 향한 민심을 과대평가한 데서 비롯된 일방적 희망이다.


사정만 진행되지도 않는다. 검찰과 경찰이 본격적으로 사정 드라이브를 걸 즈음에 또 한 번의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총리는 물론 외교ㆍ문화ㆍ지경부 장관 후보자(문화ㆍ지경부 장관을 새로 지명할지 미지수이지만)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자리가 총리직이다 보니, G20 정상회의가 코앞이다 보니 미룰 수가 없다. 어차피 10월 초가 되면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된다.

국정감사도 있다. 정부의 공정한 정책과 공정한 인사를 검증하게 될 국정감사 역시 10월 초부터 열리게 돼 있다. 정부의 각종 정책과 인사가 ‘공정’의 잣대 위에 올려지게 돼 있다.

여기서 다시 삐끗하면 공염불이 된다. ‘공정한 사회’ 구호도, 사정 드라이브도 빛이 바랜다. “공정한 사회의 기준”도 ‘원칙적인 사정’도 이율배반 현상 앞에서 힘을 잃는다.

이렇게 보면 청와대의 전화위복론은 무모한 것이다. 앞에 놓여 있는 정치일정을 고려치 않은 모험수다.

어쩌면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전망이 맞을지 모른다. 청와대의 “공정한 사회” 구호가 “현 정부의 굴레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는 그의 진단을 두고 하는 말만이 아니다. “시의적으로 적절하다”는 그의 또 다른 평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공정한 사회” 구호를 앞세운 청와대의 전화위복론은 “시의적으로 적절하다”. 국정감사와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까지만 적절하다. 사정이 지지기반의 동요를 가져오기 전까지만 적절하다. 정리해서 말하면 시한부로 적절하다. 잇따른 낙마사태로 궁지에 몰린 처지를 벗어나기 위한 원포인트 이벤트로만 적절하다.

▲사진=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장ㆍ차관 워크숍. 이명박 대통령은 워크숍 모두발언에서 ‘공정한 사회’를 21번 언급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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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일각의 분석처럼 여권이 초반 고삐를 쥔 게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토착ㆍ교육ㆍ권력형 비리의 발본색원을 주문하고, 사정기관이 대대적 사정에 나서고, 한나라당이 ‘클린 공천’을 내세우면서 전세를 뒤바꿔버렸다. 야권의 ‘비리 심판’ 프레임을 ‘비리 척결’로 뒤바꾼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성희롱 전력자인 우근민 전 제주지사를 비롯해 이른바 ‘비리 혐의자’ 공천을 계획하는 민주당의 행태를 한나라당이 집중 공격하면서 능동과 피동의 위치마저 바꿔버렸다.

그렇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여권이 야권 공세의 싹을 잘라버렸다고 득의만만해 할 단계도 아니고, 야권이 선수를 뺐겼다고 한탄할 단계도 아니다. 아직은 초반. 기껏해야 잽만 날리는 탐색전에 머물고 있다. 지방선거전이 중반에 돌입해 난타전을 벌이면 전세가 어찌 변할지 모른다.

막연한 가정이 아니다. 예정된 변수가 몸을 풀고 있다(우근민 공천 배제는 논쟁의 여지가 없으므로 배제한다).

4월 9일이 되면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온다. 바로 이것이 판을 흔든다. 서울시장 선거판을 흔들 뿐만 아니라 방방곡곡의 선거판을 흔든다. 프레임을 흔들고, 전선을 흔들고, 다른 후보를 흔든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면 여권이 치명상을 입는다. 여권의 ‘정치기획’ 혐의가 더욱 짙어지고 검찰의 ‘공정수사’ 문제가 더욱 부각된다. 사정 정당성이 손상을 입고 여권의 ‘비리 척결’ 구호 옥타브가 떨어진다. 여권의 프레임이 칠레 지진 급의 진도에 흔들리는 것이다.

더불어 확장된다. ‘비리’ 프레임이 ‘정권 심판’ 프레임과 결합해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이명박 정부의 사정 칼끝이 정치적 반대파를 겨냥하고 있(었)다는 점을 야권이 부각시키면서 ‘정권 심판’ 구호에 유용한 사례 하나가 추가된다.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면 지방선거전은 일방 독주로 흐른다. 야권이 법원 판결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반박해봤자 여권의 ‘비리 척결’ 화두에 말리는 결과만 빚기에 그렇다. 사정 칼끝이 야권 인사를 겨누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감을 줄여주기에 그렇다. 선거판과 사정판을 마구 뒤섞어버리는 것이다.

더불어 빠진다. 최대 격전지의 분위기가 빠지고, 민주당의 거점전략이 빛 바래고, ‘노무현 신원’을 꾀하려는 친노 세력의 부활전략이 힘을 잃는다. 나아가 유력 후보가 사라진 자리에서 야당 사이의 자리다툼을 격화시키면서 후보 단일화 동력을 끌어내린다.

이렇게 보니 확연하다. 능동과 피동의 위치가 또 한 번 뒤바뀌어 있다. 법원이 능동태고 정치권이 피동태다.

▲사진 출처=한명숙 전 총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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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게이트가 터지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지난 5일 검찰, 경찰, 감사원 등과 함께 사정관계 대책회의를 열어 토착비리, 교육비리, 권력형 공직비리, 선거개입비리 등 4대 비리 척결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여러 차례에 걸쳐 “무슨 게이트니 비리니 하는 소리가 일절 나오지 않도록 하라”며 “문제가 생기면 모두가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시한 데 따른 움직임입니다. <기사 보기>
원심력이 작용하는 요즘의 여권 사정을 축으로 놓고 보면…. 하나, 이 국면에 게이트가 터지면 어떻게 될까요? 둘, 감찰을 강화하면 여권 원심력은 어떻게 조정될까요?

권력 맞은편 감찰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6일 ‘안티MB’사이트의 총무 집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이 총무는 반 MB집회ㆍ시위에 사용될 각종 물품, 광고비, 지원금 등을 모으는 명목으로 2007년부터 최근까지 2억원이 넘는 돈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찰은 이 돈의 상당액이 불법시위 지원금으로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경찰은 1천만원 이상의 금액을 모금할 때에는 행안부 장관 등에게 등록하도록 규정한 기부금품 모집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기사 보기>
권력 주변은 이제 감찰하지만 권력 맞은편은 1년 사시사철 감찰하는 건가?

한 자리가 아쉬운가 본데
민주당 당원자격심사위가 여성단체 대표자를 성희롱한 우근민 전 제주지사의 복당을 결정했습니다. 우근민 전 지사가 성희롱 사건에 대해 반성하고 여성단체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한다는 소명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복당을 허용한 건데요. 다만 우근민 전 지사에게 “이른 시일 안에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도민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기사 보기>
한 자리가 아쉽다는 심산 같은데. 그것 때문에 열 사람, 아니 백 사람이 떠나가는 건 왜 모르는지.

기초공사이니
정병국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당내 인사 12명과 외부 인사 3명으로 구성한 공천심사위원 구성 초안을 최고위원회에 보고하자 친박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12명의 당내 인사 중 친박계는 제1사무부총장 자격으로 당연직 멤버인 안홍준 의원을 포함해 주성영ㆍ구상찬 의원 등 3명에 불과하다는 이유 때문인데요. 친박은 자신들 몫으로 1명 더 늘리고 이성헌 의원을 참여시키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사 보기>
지방선거 공천이 대선 경선의 기초를 좌우하니 가열차고 비타협적일 수밖에.

처음부터 맡기지
서울중앙지법이 공무원 시국선언 사건을 형사 단독판사가 아닌 합의부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양성윤 전공노 위원장 등 9명에 대한 재판을 당초 형사 3단독 손병준 판사에게 맡겼으나 단독판사 3명으로 구성되는 재정합의 재판부인 형사 36부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건데요. 같은 사건에 대해 전주지법과 대전지법의 단독판사 2명은 무죄를, 인천지법과 대전지법 홍성지원의 단독판사는 유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기사 보기>
왜 처음부터 재정합의 재판부에 안 맡기고 나중에 바꾸려는 걸까요?

있는 사람이 더 해
미국이 미 2사단의 조속한 평택 이전을 조건으로 3억 달러를 제공해 달라고 우리 국방부에 요구했다고 합니다. 기지 이전에 소요되는 예산을 의회로부터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우리측이 원하는 대로 이전 시기를 앞당길 수 없다며 돈을 요구했다는 건데요. 국방부는 거부했다고 합니다. <기사 보기>
옛말 그대로네. 있는 사람이 더 하다는….

두 달이 지났는데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가 전한 내용인데요. 하토야마 일본 총리가 올해 초 일본을 방문한 미국의 중진 의원에게 “과거사 문제를 순차적으로 보상하겠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기사 보기>
시간 계산을 하면, 하토야마 총리가 보상 운운한 지 벌써 두 달이 흐르고 있습니다.

‘1점 더’가 핵심
교과부가 10일에 EBS, 교육과정평가원과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합니다. EBS가 수능전문채널인 플러스1TV를 통해 방송하는 수능 강의내용과 수능의 연계를 강화하는 내용인데요. 연계율은 명시하지 않지만 적어도 평균 70% 이상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사 보기>
좋긴 한데 이게 전부는 아니죠. 사교육의 작동원리는 ‘남의 집 아이보다 1점 더’이니까.

등잔 밑만 빼고
부산 여중생 이모 양이 실종 11일만에 한 주택 보일러용 물탱크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양은 부검 결과 성폭행을 당한 뒤 입과 코가 막힌 상태에서 목 졸려 살해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이 양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이양의 집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50미터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총인원 2만여명을 동원해 수색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성폭행 전과가 있는 김모 씨를 지목했습니다. <기사 보기>
경찰은 뭐 했냐고요? 등잔 밑만 빼고 다 뒤졌답니다.

Posted by '토씨'